1064
2012-03-01 16:24:44
5
11 그거랑 약간 다름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절박한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돌려!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보인다.
이제 다른 전차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
(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전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다가 문득 당신은 옆에 서 있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까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옳은 일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연히 옳지 않지. 그 남자를 철로로 미는 건 아주 몹쓸 짓이야."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비록 죄 없는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끔찍한 짓 같다.
그러나 여기서 애매한 도덕적 문제가 생긴다.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사람을 구하는 첫 번째예에서는 옳은 것 같던 원칙이 왜 두 번째 예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첫 번째 예에서 우리는 우리 반응이 보여주듯이, 숫자가 중요하다면, 그러니까 한 사람을 구하기보다 다섯 사람을 구하는 편이 낫다면, 왜 이 원칙을 두 번째 예에서 적용해 남자를 밀면 안 되는가? 사람을 밀어서 죽게 하는 행위는 아무리 바람직한 이유를 내세워도 잔인해 보인다. 그렇다면 사람을 전차에 치여 죽게 하는 행위는 덜 잔인한가?
사람을 미는 행위가 잘못인 이유는 다리에 서 있는 남자의 의지를 거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어쨋거나 직접 나설 뜻을 보이지 않았다. 거기 서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비상 철로에서 일하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도 직접 나설 뜻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맡은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 달려오는 전차에 목숨을 던지려 하지는 않았다. 철로에서 일하는 사람은 옆에 구경이나 하는 사람과 달리 위험을 각오한 사람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목숨을 버려 다른 사람을 구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애초에 업무일지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철로 인부라고 해서 다라위의 구경꾼보다 자기 목숨을 희생할 의사가 더 많지도 않다고 가정해보자
아 1페이지나 더 남았내 여기까지만 쓰겠음.. 님들 사서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