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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00: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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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누군가의 한 시간이 내겐 하루와 같고
다른이의 한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는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프롤로그 전문
앞에 있길래 한번 옮겨 봤어요.
이 프롤로그를 서점에서 읽고는 머리가 띵해져서 바로 구매.
그후의 김애란씨 팬이 되었죠 ㅎ
가장 좋아하는 책은 '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