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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결과를 설명할 길이 없다...... .
게시물ID : menbung_23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술
추천 : 2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15 2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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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입니다. 실패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어서 한 번 글로 한 번 써보면 이유를 알까? 하고 주저리 주저리
남깁니다. 분명 장문의 글이 예상되니, 싫으시면 읽지 마세요.
 
 
 
 
모 공공기관에서 개최한 공모전이 있었다.
 
회사보다 기관이 갑이기 때문에 어느 기관이라 쓰지는 못하겠다...... .
 
어쨌든 그 공모전 대상 심사가 있었다. 어느 대회인지도 말 못하겠다...... . 어쨌든
 
7개 업체가 맞붙었다.
 
 
PPT 발표였고, 발표시간 외에 질의 응답 시간도 배정되어 있었다.
 
나는 3일간 PPT를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PPT 중, 2~3번째 정도 꼽힐만한 PPT 였다.
 
대회 전날, 사장님은 미리 검토하시고 "됐어. 제목만 거창하게 수정해!"
 
과장님은 "이거 되겠는데? 뭐야?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지금까지...... 앞으로 네가 다해"
 
대회 당일. 난 과장님이 "화이팅! 화이팅! 대상 타와라!" 
 
평소에 저러지 않는데, 과장님의 기대가 상당했다.
 
대회 시작 15분 전에 도착했다.
 
미리 와 있던 기관의 우리 업체 담당자가 있었다.
 
"발표할 PPT 넘겨 받아서 제출했는데, PPT 누가 만들었어요?"
 
저 왈 " 넷. 제가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ㅎㅎ 어떻습니까?"
 
담당자 "아, 직접? 좋던데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
 
정말 잘 만들었나보다. 솔직히 내가 봐도 좀 잘 만들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업체들은 다 사장이 와 있다. 울 회사는 나 혼자. 우리 사장님은...... 본사 회의가 있어 서울 가셨다...... .
 
우리 회사 발표는 4번째 차례였다.
 
첫번째 업체 발표차례. 그 업체 사장님이 어떤 여자 어깨를 툭툭 치며 기를 불어 넣어준다.
 
대리란다. 발표 자기가 하겠단다.
 
발표는...... 뭐 여러 군데에서 하고 있는 아이템인데...... .
 
PPT도 그냥 설명글 써 있고, 사진 몇 장 붙어있다. 
 
아이템도 흔해 빠졌고, PPT도 허접하고, 뭐 참신한 게 없었다.
 
내용이 그래서 그런 진 몰라도, 발표가 다 끝나고 사회자가 "심사위원분들, 질문하실 내용 있으십니까?"
 
...... . 침묵.......끝에 한 심사위원이 "그냥 끝났으면 다음 업체 나와서 발표하는 걸로 하시죠. 질문 있으면 할 테니까."
 
두번째 업체, 세번째 업체는 사장들이 직접 발표했다.
 
역시 이미 흔해빠진,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접할 수 있는 흔해빠진 아이템.
 
PPT는 대학교 레포트 수준이고...... 심사위원들도 질문도 없고......뭐 세번째 업체까지 제쳤다. 할만 하겠는데? 생각했다.
 
드디어 내 차례였다. 첫번째 업체 빼고 다들 사장들이 발표해서 그런 지는 몰라도,
 
내 목소리부터 기운찬게 맘에 들었다.
 
아이템이나 사업방향, 전망.  진짜 우리 회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차원이 틀렸다.
 
"~~~~~주저리 주저리 입니다. 이상입니다. 발표 마치겠습니다!"
 
한 심사위원이 손 들었다. 질문한다. 질문에 답하고, 나는 자리에 들어와 앉으면서 확신했다. '됬다'
 
그 기관 우리 담당자에게 물었다.
 
" 어땠나요? 말이 좀 빠른 것 같은데, 좀 서두른 면이 있지 않았나요?"
 
담당자 왈: 아니에요. 정말 잘했어요!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아요!
 
다섯, 여섯, 일곱번째 업체 사장들이 발표했다.
 
모두 발표가 끝나고 난 확신했다.
 
정말 다른 업체들이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발표 라면, 우리는 혼자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아이템과 내용면에서 따라올 수 가 없었다.
 
2곳은 이미 여러 곳에서 하고 있어 이미 알려진 아이템이었고,
 
2곳은 매출상승이나 발전할 전망이 전혀 없는 그냥 빚 좋은 개살구 같은 아이템이었고,
 
2곳은 왜 나왔나 싶었다.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건 좋은데, 뭐 내용이 없다.
 
주제도, 방향도, 내용도, PPT도, 발표도 나는 압도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심사한다고 15분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였다. 뒷덜미가 쎄~ 했다.
 
뒤에서 난 한 심사위원이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야 근데 이건, 한 주에 1~2회 정도 밖에 못 쓰잖아."
 
이 얘기는 우리 회사 아이템 얘기다.
 
이 아이템을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히 매번 쓸 일이 없다. 이 아이템과 관련된 직종의 사람이 아닌 이상은, 
 
일반 커스터머는 주 1~2회 쓸 까 말까다. 어떤 장소와 관련된 아이템이고, 이 장소를 찾는 사람은 이 직종의 사람 말고는
 
많게는 주 3~4회, 적게는 한 달에 1회? 이 장소를 찾을까 말까다.
 
불안했다. 담배 생각이 났다.
 
밖에 나가보니, 심사위원 한 명이 다른 업체 사장님과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다. 아는 사람인가 보다.
 
다 피울 즈음, 다른 심사위원과 또 다른 업체 사장님이 들어와서 안부를 묻고 있다. 화기애애하다.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가, 곧 발표결과가 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해서
 
아무래도 한 대 더 태우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심사위원과 몇 명의 사장이 담배를 태우며 완전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
 
뭐 가면 쓴 사람이 누군데, 노래 좋더라. 골프가 많이 느셨더라~~
 
순간 '이거 다들 친분 관계 있는 것 같은데,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래도 진짜 저런 고딩 수준의 발표와 남들 다 하고 있는 아이템을 참신하다고 발표하는 걸
 
뽑아 주진 않겠지. 아냐. 내가 너무 자신만만한가? 저쪽 아이템 장점이 뭐지?'
 
물론 장점들은 있었다. 하지만 여러군데서 소비되고 있는 아이템들 이었고, 검색만 해도 수십개 기사가 뜨는 아이템들이다.
 
뭐 4~5군데는 왜 이 대회장에 나왔나 아직도 모르겠지만...... . 근데, 우리 본사는 왜 하필 오늘 회의 한다고 해서, 사장님이 없어가지구!!'
 
우수상 2팀, 최우수상 1팀을 발표할 시간이 왔다.
 
난 우수상 2팀에서 우리 회사이름이 안 불리길 기도했다. 그러면 최우수상 못 타니까.
 
우수상! 뭐뭐 주제로 7번째 발표하신 XXX !!!
 
두번째 우수상! 뭐뭐 주제로 5번째 발표하신 XX!!
 
기뻤다. '최우수상이구나! 하긴 우리밖에 탈 곳이 없었어. 모든 면에서 압도했으니.
 
아 호명할때, 두 팔벌려 소리지르고 나갈까? 아니면 겸손하게 웃으며 목례하면서 나갈까?'
 
최우수상!! 부상은 뭐뭐뭐뭐 기회는 뭐뭐뭐뭐 입니다. 첫번째로 발표하신 XXXX!!!!!
 
어이가 없었다. 첫번째는 정말 내용도 없었다.
 
아이템이 돈만 나가지, 뭐 효과도 없을 뿐더러, 진짜 전국 수십 곳에서 이미 소비되고 있는 거다!
 
PPT는 사진 몇 장에, 챕터 1,2,3 글 몇 줄이 다였다!
 
좋은 거라곤 여자 대리가 발표해서, 목소리가 낭랑낭랑 해서 듣기 좋았다는 점. 그거 밖에 없었는데.
 
정말 수긍할 수가 없었다.
 
참가자들 단체사진 찍자는데, 정말 그때 심사위원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우수상도 못 탄 이유가 뭐냐고.
 
근데 뭐 발표 끝나고 시상 다 하고 웃으며 사진 찍는데, 말 해봤자 뒤집어 지지도 않을테고.
 
단체 사진 찍을때 썩소를 지어주고 바로 대회장에서 나와버렸다.
 
과장님께 카톡을 보냈다.
 
나 -----"우수상은 당연하고 최우수상 탈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 허탕입니다. 죄송합니다."
 
과장----" 잘했어...... 수고했다...... ."
 
나------개인적으로는 정말 수긍할 수 없는 결과 입니다. 1등을 XXXX가 했는데, 정말 내용도 없었고, 발표도 못하고, PPT도.....
 
과장------다 그렇지.....이 더러운 세상....
 
나--------진짜 실패했다고 하는 변명이 아니구요.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다른 업체 발표 다 들어봤는데,

                  왜 나왔나 싶을 정도였어요. 우리가 아이템도 내용도 발표도 비교자체가 안 됐는데.
 
과장------들어와서 얘기하자.

회사로 돌아가면서 정말 차 안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수상도 못 받을 내용이었나? 아닌데....완전 혁신적 이었는데.....
 
아니면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 아니면 우리 사장님이 와서 친한 척을 안 해서 그런건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템은 다른 업체들 가운데 제일 저비용이 들었고, 제일 큰 이익이 나오는 거였다.
 
이 공공기관 측면에서도 우리 회사 입장에서도 매출이나 이미지가 혁신적으로 뛸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회사에서 과장님께 보고했다.
 
과장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업체가 이 쪽에서 제일 파워 있는 거 알지? 그 업체가 그 기관에게 진짜 잘한다고 소문났어. 결과는 이미 나와 있던 것 같다.

 나도 네 PPT 보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구나. 수고했어. 넌 잘했어. 업무 복귀해."
 
나 왈: " 아니 공공기관 공모전이고, 그쪽 아이템은 뭐 대부분 하고 있는 건데, 파워있다고 평소에 잘 모신다고 1등이라는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솔직히 그런 건 5공때 이야기 아닙니까?

           분명히 제가 발표할 때 뭔가 실수를 했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거나..."
 
과장 왈 "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우리 아이템, 효율성, 방향, 전망, 이익 우리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해?
 
나 왈:  "아니오. 근데 지금은 의심이 들어요. 3등안에도 못 들었다는 게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과장 왈: 무슨 이유일까?
 
나 왈: 모르겠습니다. 정말. 운전하면서 올때 곰곰히 처음부터 생각해봤지만, 정말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이 결과가 설명이 안 되요!
 
과장 왈: 내가 말한 이유는 설명이 되나?
 
나 왈: 네...... .
 
과장 왈: 내 결론은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고, 우리는 들러리 선거다. 넌 잘했어. 다시 봤어. 수고했어. 나가봐.
 
겪은 일은 끝이다.
 
난 정말 우리 과장말을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곰곰히 실패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는데, 솔직히 과장님 말 말고는 이 결과를 설명할 길이 없다...... .
 
 
출처 내가 오늘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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