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부쩍 아침 잠이 들었다, 심히 게으러졌달까.
매일 아침 내 옆에서 잠든 그는, 아침마다 바삐 준비를 해 일터로 나간다.
그 사이 난 잠깐 잠에서 깨 안녕이라 인사하고 문을 고쳐닫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평상시 같으면, 눈을 뜸과 동시에 커피를 올리고 스트레칭을 하겠지만
날이 추워져서인지 몸이 부쩍 게을러졌다.
이내 한숨 푹자고 일어나서 눈을 뜨면 10시나 늦은 9시쯤 되어있다.
커피를 끓여놓고 이래저래 인터넷도 돌아다니고
웹툰도 챙겨보고 커피와 함께 한시간에서 한시간반을 보낸다.
후에 옷을 고쳐입고 하던 운동들을 한다만.
십팔일날은 뭐든 하기가 싫었다.
끓여놓은 커피도 들어가질 않고, 컴퓨터 앞에 있는 나도
그닥 맘에 드는 모습이 아니였다.
요즘 시력이 떨어짐이 확실히 느껴진다. 초점이 흐릿하다.
난시가 심해졌나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눈이 시렵다.
시력이 달라져서인지 부쩍 두통도 심해졌다.
렌즈를 새로 맞춰볼까 생각해,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격한 운동은 하지 않고선
스트레칭과 짧은 요가를 마치고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내 예상이 맞았다. 시력이 더 나빠지고 있었나보다.
렌즈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수중에 있는 돈을 써서 렌즈를 사면, 다음달 중순까지는 힘들거같았다.
눈을 포기한다. 길을 나선다.
찬바람이 부는데 뭐가 서러운지 나름 눈물이 났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술 마실래? 술먹고 싶다.
집으로 와, 라는 짧은 답변을 들었다.
어제는 운동을 격하게 한지라, 팔과 다리쪽 근육이 심히 땡겨짐이 느꼈다.
술을 마셔도 될까?라는 생각이 짧게 스쳤다.
이내 친구집에 도착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이곳 까지와서 이렇게 힘들어해야하는지.
요즘은 4시쯤 해가 진다만 우리가 만난 시간에는 해가 떠있었다.
이내 좀 지나서 보니 해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곧 있으면 남자친구 레스토랑이 끝날 시간이다.
여자 둘이서 보드카 두 병과 맥주 네 병을 마셨다.
술에 취하는 느낌도 없었다. 즐겁다라기 보다는
그냥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빠쌍떼를 타고 뽀르따 빅토리아에서 레퍼블리카까지 한번에 가는 기차를 탔다.
내 주위에서 술냄새가 많이 났나보다. 아무도 내 옆에 오려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밀라노에서 나름 이름있고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다.
나 역시 들어가본 적이없다. 멀리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그를 몇번 마주쳤을뿐.
마감시간보다 30분은 일찍와있었지만, 술기운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다.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난다.
술 많이 마셨어? 라는 질문이 오고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내 목소리 톤이나 모든게 그렇지 않았나보다.
집에 같이 갈려고 여기까지 왔어, 이뻐 죽겠지?
라고 말을 하자, 대답대신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도 안지우고 그냥 자버렸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고 죽을거같았다.
전에 다게에서 봤던 글 중에 운동후에 술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래서 그랬나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해장을 하고싶었다. 딱히 그럴 음식도 없었다.
부엌으로 넘어가니, 식탁에 리조또 한 그릇이 있었다.
레몬과 버터향이 물씬나는 산뜻한 냄새의 리조또.
내가 자는동안 먹으라고 해놓고 간듯하다.
괜스래 미안해진다.
오후 늦게 일어난 터라, 앉아서 가만히 생각한다.
나 잘하고 있는걸까.
잘될까? 언제부털까 내가 이렇게 나태해진게.
내일 미사는 잘 드릴수 있을까?
계속해 나를 채찍질하지만 거울을 보고있자니 한숨만 난다.
운동이라도 할까 생각해 옷을 고쳐입었지만,
온몸이 너무 아파왔다. 간단하게 스트레칭과 요가만 했다.
그와중에도 너무 아파왔다.
벌써 12월 중순이라니, 라는 생각이 날 너무 무너뜨리게 한다.
시간은 왜이리 속절없이 흘러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