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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는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4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내지못한편지
추천 : 1
조회수 : 7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23 02:17:40

자도자도 더 자고 싶다.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잠이 일찍 들지는 않는다. 어두컴컴한 천장을 멀뚱하니 응시하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일들이 떠오르고, 설렜던 일들이 떠오르고, 뿌듯했던 일들이 떠오르.......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굴러온 기억조각이 중성자 수소핵 때리듯 폭발적으로 해서는 안됐던 일들을 온몸에 퍼뜨린다. 얼굴을 누가 보면 때리고 싶을 정도로 못생기게 찡그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몸을 한껏 말았다가 숨을 내뱉는다 잊자.....잊자... 이미 지난 일이야......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거야....’ 되도 않는 위로를 해본다.

 

한바탕 반성의 시간이 흐르고도 잠이 도무지 올 기미가 안보이면 핸드폰을 들어서 뭐 재밌는 게 있나 하고 없는 것 알면서 이것저것 뒤지다가 그 지겹던 게임을 켜서 이 게임이 이렇게 재밌었나?’ 한참동안 한다. 웃긴 건 조금 하다 보면 내가 왜 이 게임을 안 하는지 다시금 절절히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심심할 때 하겠지? 아니면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이 게임이 생각날 지도 몰라그렇게 게임은 지워지지 않는다....

 

비슷한 과정을 한 두 번씩은 겪은 앱들을 다 뒤지다가 인터넷도 한번 들어갔다가 뭐 좀 재밌는 글 한번 읽고, 정말 가끔은 누군가와 엄청 재밌게 혹은 설레게 연락했던 카카오톡 일대일대화 내용을 정주행한다. ‘설마 이거 읽는 사이에 톡 보내진 않겠지...? 바로 읽었다고 뜨면 이상한 애로 알텐데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후다닥 읽는다.

 

 

밤은 아직도 길다. 내가 아무리 뭘 해도 한 시간쯤은 끄떡없을 것 같다. 가끔 시계를 보는 이유는 지금 시간이 늦었다는 것을 지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일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 내가 몇 분이나 잘 수 있을지 계산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네시간이면 충분하지

하루에 세시간 자고도 시험공부 했었어

 

지금 자면 절대 그 시간에 못 일어날 것 같은 시간에 다다른다.

 

차라리 밤을 새자

결론을 내리면 마음이 다시 여유로워진다. 몇 해 동안 겪은 경험으로 하루 밤을 새면 다음날 단기적인 장애가 온다는 것을 알지만,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시절 전날 밤을 새고도 괜찮았지 않았느냐며 되도 않는 근거로 아침까지의 몇 시간을 여유롭게 즐긴다.

 

온도가 내려가고 흡혈귀 애 낳던 하이틴 로맨스 영화 제목 같은 시간이 되면 슬슬 다시 고민의 기로에 선다

몇 분만 잘까. 아예 새는 것보다 쪽잠이 좋지 않나? 나폴레옹도 잠을 나눠잤다는데

 

 

 

그렇게 어머니는 당신의 자식이 잠을 곰 마냥 12시간을 처잔다고 생각하며 점심이 넘은 시간에 나를 깨우러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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