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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에 아버지 신고했습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1868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포로링
추천 : 58
조회수 : 11146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14 20:02:07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1/10 15: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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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러니까 오늘 새벽 3시 경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긴급전화라 손이 무지 떨리더군요.
신고 대상자는 저희 아버지이고, 신고사유는 연락두절로 인한 위치확인요청이었습니다.
 
어제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
아버지께서 오후 7시에 모임이 있어 외출하시고(차를 집에 두고 가신 상태) 저랑 어머니가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오후 10시에 어머니가 한 차례 전화를 하셨지만 받지 않으셨고,
그때부터 새벽 3시까지 어머니 총 25회, 저 4회 합이 29회가 넘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음만 갈 뿐 답이 없었습니다.(핸드폰이 켜져 있는 상태)
아버지가 나가신 모임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시도해보았겠지만,
어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모임이었고 그래서 더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다못해 119에 신고해서 위치추적을 부탁하였습니다.
법적고지를 듣고 제 신변을 확인시켜드리고 나니 119 대원님께서 112에도 같은 내용으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112에도 신고를 했고 곧 경찰관 두 분이 도착하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친구분들과 모임이 있는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집착에 가까운 통화를 시도했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네요.
물론 술을 마시면 핸드폰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고, 사람들과 함께 계시느라 통화가 어려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희는 새벽까지.. 특히 어머니는 거의 노이로제 수준으로 불안해하시며 아버지와 연락이 닿기만을 기다렸습니다. 
 
 
1.  술
정확히는 술버릇이 되겠네요.
우선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아무 곳에서나 주무십니다. 정신을 잃는다고 표현하죠.
아리랑치기도 당하신 적 있고, 택시를 타고 동네 열바퀴 돌기는 기본입니다.
집을 못 찾아서 멀리서 술 마시면 말 그대로 헬입니다.
버스를 못 찾아서 세시간 가까이 헤매시고 겨우 전화로 원격조종하다시피 태워서 오셔도
중간에 잠들어서 저랑 엄마가 새벽에 정류장에 가서 픽업해옵니다.
노상방뇨는 10번에 8번꼴로 하시지요.(밖에 나와 2차 논의하는 모인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
집안에서도 주무시다가 침대에 두세번 소변보고
화장실인 줄 착각인지 아무튼 엄마 화장대에 한번, 제 옷장에 한 번 소변을 누신 적 있어요.
지갑,열쇠,핸드폰 분실을 너무 흔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예전에는 실수였지만 제 얼굴을 한 번 때리신 적도 있습니다.(그냥 막 흥분해서 얘기하며 주먹 휘두르다가 제가 얻어걸린 격)
초등학교 때 기억에는 문 한 가운데에 구멍이 나있던 적도 있네요.
이건 3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한 두차례 있었던 해프닝이지만 혹시 몰라 적습니다.
폭력적인 성향은 5%정도? 라고 생각됩니다. (흥분주체못함+욕설 등에 국한 됨)
 
2. 말 실수
저희 외할머니가 혼자 되셔서 엄마 형제자매 및 가족이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할머니를 모실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저희 친할머니도 혼자 계신데 저희 엄마가 안 모시려고 한다. 근데 돈을 준다니까 모신다고 한다. 
이런 예민한 문제를 거리낌없이 내뱉어 장녀인 어머니 얼굴을 붉히게 만드시고.
양가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도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어 상주노릇 못하시고.
이번에 20살되는 친척 동생을 술친구라며 소주 1병+맥주 2병 가까이 먹이고.
그리고 술을 드시면 횡설수설하는 것도 기본이지만
분위기 망치며 얼른 집에 가자고 재촉을 하십니다. 이건 3번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3. 약한 주량 <<<< 술 욕심
주량은 소주 1병 반 + 맥주 2병가량으로 절대 주량이 센 편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술 욕심은 그 누구보다 강하세요.
우선 술자리가 시작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술을 쏟아 붓습니다.
남들이 한 잔 마실 때 기본 두세잔.
그리고 당연히 그 누구보다 빨리 취해서 인사불성이 됩니다.
그때부터 1번에 언급한 말실수+노상방뇨+기절한듯이 잠듦이 시작됩니다.
이때까지가 1~2시간 안에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가자고 합니다.
다들 이제 막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데 가자고 생때를 부리십니다.
당연히 대화는 안되구요.
분위기 망쳐지는 건 기본이고 이때까지 엄마랑 제 속 썩어들어갑니다.
그나마 이건 엄마나 제가 같이 술자리에 있었을 때 얘기이고
만약 혼자 모임에 가셨다면 1번에서 말한 집 못찾기가 추가되어 그냥 그날 잠을 다 잤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족이 길었네요. 아무튼 이런 상황이었기에 남들은 고작 7~8시간 연락 안 된걸로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저는 119와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아버지의 위치를 추적해달라구요..
무엇보다 어제는 모르는 분들과의 모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취미생활이 하나 생기셔서 그 동호회에 가입하셨는데 처음 회식이 있던 날이었고,
엄마나 저는 그 모임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겨울이었고 추웠죠. 그래서 바쁘신 줄 알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개인적인 일로 119와 112에 부탁을 드렸어요..
그리고 경찰관 두 분이 아파트에 거의 다 오셨을 때 마침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지금 그 동호회 회관에 혼자 계시다구요.
일어나보니 혼자 자고 있었다고 하시네요.
경찰관분들께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119에도 전화를 해서 상황을 종료시켰습니다.
엄마랑 저랑 차를 타고 가서 모셔왔지요.
그런데 보니까... 행색이 정말 말이 아닌거에요.
바지도 한 번 벗었다 입으신 거 같고 지퍼도 열려있고.
신발도 어디서 잃어버리셨는지 ..
아무튼 얘기를 들어보니 술을 드시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회관 안에서 주무시고 계셨대요.
그러니까 대충 조합을 해보면
사람들하고 다같이 술을 드시다가 아버지가 너무 취한 나머지 정신을 잃으셨고(잠드심)
나머지 분들이 깨우다 못해 실내에 주무시게 두고 2차로 이동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주량의 3배 이상 훨씬 넘게 마신것 처럼 한숨 자고 났는데도 고주망태수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그렇게 술을 드시고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주무신거죠.
 
그리고 아직까지도 주무시고 계십니다.
아 아침에 잠깐 나가서 신발은 찾아오셨어요. 그 안에 어디 있었는데 까먹으셨던 듯..
 
전 솔직히 지금껏 엄마가 아빠를 들들 볶고 술 마시지 마라 싸우고 그러는 게 정말 지겨웠어요.
두분 다 선하고 좋은 분들이지만 거의 매일 싸우는 모습만 보며 자라왔고
제 기억에는 주로 엄마가 악역이었어요.
아빠가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잔소리 시작에 작은 일에도 크게 대응하시고 불안해하시는 모습.
저도 보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아빠가 평소에는 (정말 지겨운 레파토리지만) 정말 잘하시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했고 아빠가 엄마 기에 눌려서 술로 그걸 푸는 거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저희 가족 주변 친척, 친구분들 다 알아요. 저희 이렇게 싸우고 사는거.
엄마는 악역, 아빠는 술로 푸는 불쌍한 아빠...
 
그런데 제가 어제 겪어보니 이건 생지옥입니다.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함.
어떤 실수를 할지, 어디서 물건을 잃어버릴지, 어디서 떠돌고 있을지.
겨울인데 얼어죽지는 않을지, 어디 팔려가는 건 아닌지 등..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더라구요.
그 동안 전력이 있으니 그렇지만요.
엄마는 이걸 30년 가까이 하신 거에요.
그래서 전 이제 엄마 편이에요.
엄마가 이혼 했으면 좋겠어요.
아빠 술 절대 못 끊어요.
예전에도 최대 6개월이었고, 줄이는 건 더더욱 불가능입니다.
수도 없이 많이 시도해봤어요.
저희 아빠 담배도 하루만에 끊는다하고 딱 끊으신 분인데 술은 안되나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알콜 의존증 혹은 중독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당연히 치료도 완강히 거부하고 계시고요.
 
혹시 이런 상황에 처해보신 분이나
그냥.. 아무 말이나 좋으니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요.
저랑 엄마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지
아빠 술..
거의 일주일에 세 번은 반주로 항상 소주 1병 드십니다.
아무튼 자기제어가 안되고 앞가림이 전혀 안됩니다.
엄마는 신혼 때부터 이래왔다고 하세요.
이제 남은 몇 십년동안 이 꼴을 더 보며 살다가 본인이 아프실거라 합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 듣고 싶어요.
내용이나 정보가 부족하다면 댓글로 답변하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1. 엄마랑 제가 예민한 것인지,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부분
2. 이혼사유로 충분한지
 
이 두가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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