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혼자 걸으면서 쓰레기를 한 봉지 주웠어요.
산에 가면 내가 왔으니 흔적을 남기자라는 생각에 쓰레기를 한 봉지 주워요.
비닐봉지를 챙겨간 게 아니라 맨 처음 주운 ABC초콜릿 봉지를 손에 들고 걸으면서 주웠어요.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40대로 추정되는 여자 둘이 걸어와요.
한 명이 걷다가 움직임을 취하길래 인사하는 줄 알고 나도 받으려고 했어요.
산에 가본 사람은 알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인사하곤 하는 거. 근데 난 좀 딱딱한 편이라 먼저는 안 해요.
상대가 하면 가능한 한 환하게 웃으면서 받아주는 편이에요. 아무튼 인사하면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팔을 척 내밀어요.
본 적 있을 거예요. 원숭이가 뒤뚱뒤뚱 걸어와서 한 손을 편 채로 쭉 내미는 짤방. 딱 그거였어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말 한마디 없어 초콜릿 내놔라는 거죠. 쓰레기라고 얘기하고 그냥 가긴 했는데 아직도 생각나요.
최근도 아니고 2008년의 일인데 말이죠.
오죽했으면 그때 가지고 있던 봉지가 ABC초콜릿 봉지였다는 것까지 기억할까요.
간식 나눠주면 안 되냐는 이웃을 보고 당황했다는 글을 보니 다시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