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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같은 사람
게시물ID : panic_884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3
조회수 : 16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12 10:46:30
같은 사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던 첫 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때 이야기이다.

새로 취직한 A사는 사장님 친척이 경영하는 B사와 사이가 좋았다.
이벤트 같은 걸 벌이면 AB 회사가 합동으로 진행하고,
그때 만난 게 B사에 최근 이직했다는 하나코(가명)였다.
나와 하나코는 이직 시기가 같고, 이름도 거의 똑같았다.
하나코가 스즈키 하나코(華子)라고 하면,
나는 스즈키 하나코(花子) 이런 식으로 한자는 달라도 똑같은 발음이었다.
그 외에도 깜짝 놀랄만큼 같은 게 많았다.
・같은 혈액형, 같은 나이, 생일은 하루 차이
・출신 도시, 태어나 자란 곳도 꽤 가까운 곳
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도 같았다.
위치는 정반대지만,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는 게 같았다.
서로 등지고 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그런 느낌.

이렇게까지 같은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바로 사이가 좋아졌다.
덧붙이자면, 외모는 누가봐도 저쪽 하나코가 빼어납니다…
같은 나이에, 출신지에 지금 사는 곳도 가깝고
서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완전 허물이 없어졌다.
서로 집 근처의 역에서 식사도 하게 되었다.

너무 죽이 잘 맞아서 우리가 신기할 정도였다.
어쨌든 하나코와 만나서 수다 떠는 게 너무 좋았다.
하나코도 똑같았는지, 밥 먹자고 먼저 연락오기도 했다.
정신차리고보니 알게 된 지 열흘 만에 세 번 정도는 따로 만난 것 같았다.

세 번째 만나서 밥 먹던 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
하나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 C의 ××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나에게 말해줬다.
정보를 받은 김에 나도 우리 집 근처 편의점 D의 ××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추천했다.
서로 사는 곳을 생각해보면, 각자가 말하는 편의점도 멀지 않다.
우연히 만나면 인사하자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대화는 끝났다.
덧붙여서 그때는 겨울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나고 이틀 후 새벽 2시 정도였다.
나는 하나코가 말해준 편의점 C의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
엄청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안 갔을 거다.
그런데 한파를 이길 정도로 먹고 싶었다.
여기서 역까지 5분, 그리고 편의점 C까지 5분.
이런 추운 날 10분이나 걸어야 하네
하지만… 정말 먹고 싶어!! 하고 20분 정도는 갈등했던 것 같다.
새벽 2시 반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깜짝 놀라서 현관 모니터를 보니 하나코가 보였다.
하나코는 대충 걸친 잠옷 같은 옷을 입고 바닥을 보고 있었다.

하나코가 왠일이지? 하고 생각했지만
자세한 주소는 말한 적이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대략적인 위치는 말했지만 맨션 이름이나 호수는 알려준 적이 없었다.
우편함에 이름도 써놓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하나코가 왔는데 무시할 수도 없어서 문을 열기로 했다.
현관 모니터로 말을 걸었는데, 하나코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더니 하나코가 뛰어들어왔다.
현관에서 내가 넘어졌다.
추위에서 차갑게 식은 손으로 내 목을 꽉 조르면서
"네가 이렇게 되었어야 했는데!"
"용서할 수 없어!"
"돌려줘! 빨리 돌려줘!!"
하고 말하며 내 목을 조르던 떨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잘 보니 하나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한쪽 눈만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괴로움과 놀라움이 겹치니 오히려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갑자기 목을 감싸던 하나코의 손이 떨어지고,
날 깔고 앉을 때 느껴진 무게감도 없어지고 
눈을 떠보니 하나코가 없었다.
걱정되어서 엘리베이터와 비상 계단을 둘러봤지만 하나코가 없었다.
인기척도 없었다.
나는 방에 돌아와서 하나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착신음만 들리고, 받질 않았다.

일단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니?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할게"하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날 밤은 하나코의 차가운 손의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잘 수가 없었다.
이 날은 토요일 밤이었다.
일요일, 연락해보니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고 하고, 메세지 답신도 없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아침 조례에서 사장님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B사의 스즈키 하나코 씨가 토요일 새벽에 교통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허리에서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대로 기절했던 것 같다.
의식을 되찾고 보니 회의실이었다.
쓰러져서 기억이 몽롱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장님에게 자세히 들었다.
사고를 당한 건 토요일 새벽 2시 반쯤이었고
장소는 어디라고 설명하시는 걸 들어보니 편의점 D 근처였다.
내가 편의점 C의 과자를 먹고 싶어하던 그때,
하나코도 편의점 D의 과자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꼬물거리다가 나올 타이밍을 놓쳤지만,
하나코는 나보다 일찍 나오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닐까...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정말은 내가 죽을 운명이었던 거다.
하지만 하나코가 그 운명을 뺏았다.
그래서 "(내 인생을) 돌려줘!"라고 임종 시기에 내 앞에 나타난 게 아닐까.

장례는 가족 친지들끼리 한다고 했다.
기절한 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는지, 진정이 되면 조퇴하라고 하셔서
꽃을 사서 사고 현장에 가 보았다.
현장에는 꽃이 가득 놓여 있었다. 편의점 D 근방이었다.
꽃을 두고 합장했다. 눈물이 흐르고, 머리가 어질거렸다.
어쩌면 나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어 오열했다.
몇 번이나 "하나코, 미안해"라고 되뇌었다.

그 날 저녁, 전화가 왔다.
발신자 표시 금지 전화였다.
이런 전화는 처음이었던데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안 받았겠지만
이날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엄청 빠른 속도로 톤이 높은 아주머니가
솔직히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못 들었지만, 일방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
·그 아이도 지금은 반성하고 있어. 그땐 당황했던 거야.
·가끔 기억하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
이런 비슷한 내용이었다.
누구냐고 물어도 내 질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말하더니 끊었다.
무섭다기 보다는, 하나코 이야기겠지하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나는 남편과 알게 되고 열렬한 구애를 받아서 결혼했다.
왜 날 좋아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남편 일 때문에 A사를 퇴사하고 임신하게 되었다.
자극적인 일은 없지만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이것은 하나코가 보낼 인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내 운명과 바뀐 게 아닌가 하고.

왜 이 일을 쓰게 되었느냐 하면
뱃속의 아이가 여자애란 걸 알고 남편이 이름 후보라며 가져온 이름이
"하나(가명)"가 들어가는 이름이라서.
역시 내 인생과 하나코의 인생은 어딘가 이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이름은 천천히 생각해서 잘 지어줄 생각이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5445426.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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