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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게시물ID : panic_88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9
조회수 : 15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13 22:36:01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중학교 2학년 마지막 쯤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하기 전 날, 집 앞에 같은 학년의 M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게 보였다.
M과는 유치원 시절부터 중 2까지 쭉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집도 가까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거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M은 약간 통통하고, 운동 신경이 둔한데다 소심하고 친구가 적은 타입이라 대하기 껄끄러웠다.

그래서 왜 그때 M에게 말을 걸었는지,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나눈 대화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니?"
"이상한 약속을 해버렸어.. 이상한 약속을 해버렸어"
"누구랑, 무슨 약속을 했는데?"
"약속한 거라 말 못 해... 그런데 너 전학간댔지? 그럼 괜찮으려나...
 내가 내가 아니게 될 거야... 아.. 역시 말 못 하겠어. 약속이니까 말하면 안 돼"

그렇게 말하더니 M은 가버렸다.

지난 달, 그 중학교의 동창 모임이 있었다. 중간에 전학 갔지만, 나도 참석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완전 얼짱.
친구에게 "쟤 누구야?"하고 물었다.
친구가 "M이야"라고 답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M 완전 변했구나. 완전 딴 사람 같아. 예전엔 촌빨 날렸는데"하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옛날부터 M 인기 많았잖아. 지금이랑 똑같은데?" 하고 말했다.
다른 친구 몇 명도 M은 스포츠 만능에, 리더쉽이 있어서 인기 폭발...
내 기억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 날은 M과 이야기 나눌 일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M이 찍힌 반 사진이나,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겨우 찾아낸 한 장의 사진은 유치원 때 찍은 사진인데 통통한 M이었다.
엄마와 누나에게 M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인상착의를 물어보니 내 기억과 똑같았다.

그리고 중학교 친구에게 중학교 졸업 앨범을 빌려왔다.
거기엔 동창 모임에서 만난 M과 닮은 멋진 M이 찍혀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나고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던 사진인데.
엄마와 누나 둘 다 "이건 M이 아니잖아"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앨범에 써 있던 M이 남긴 한 마디는
"나는 나야. 약속이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친구에게 말했더니
"좀 안 보이던 사이에 확 바뀌어서 멋있어지는 거 있잖아. 그런 거 아냐?"라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 친구들과의 다른 기억이나, M과 마지막에 나눈 대화가 신경 쓰이기도 하고
저도 모르게 오컬트 쪽으로 생각이 기웁니다.

그래서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려 하는데 뭐라고 물어야할 지 모르겠어.
갑자기 "너 진짜 M이니?"하고 물으면 이상하잖아.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6863495.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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