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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행방불명
게시물ID : panic_88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0
조회수 : 190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6/13 22:38:06
행방불명
원제 : 카미카쿠시 - 범죄나 본인의 의지로 행방불명되는 것이 아닌, 무언가 신적인 힘으로 기묘하게 사라지는 것

어릴 때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겪은 일입니다.

동년배 사촌 두 명과 언니랑 같이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술래는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이었습니다.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숨바꼭질만 해서인지
숨을 수 있는 장소(옷장 위에 놓인 박스 안이라던가, 현관 신발장 아래 같은 곳)는 이미 예전에 다 숨었던 곳이라
이제 거의 숨을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꽤 숨바꼭질을 잘해서
마지막까지 안 들키고 숨어 있었던 적이 많았는데
그 날도 최선을 다해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눈에 띈 곳이 불단을 모신 벽장이었습니다.
윗단에 올라가서 안쪽의 위를 보았더니 판이 정말 조금 어긋나 있었습니다.

밀어보니까 올라가기에 그쪽으로 기어 올라가 판을 원래대로 돌리고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지붕 아래 다락이라고 하기보다 터널 같은 긴 통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은 길고 좁은 집이었는데, 보아하니 끝에서 끝까지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높이는 어른이 겨우 기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벽장 근처에 있다가는 들킬 것 같아서 일단 통로 안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낡은 집이라 칸막이도 많았고, 그렇게 어두운 것도 아니라서 무섭진 않았고
엎드려서 계속 기어갔고, 곧 한쪽 끝에 닿겠다 생각할 쯤 갑자기 천장이라고 해야할 지
기어가던 지붕 아래 판이 끊어져서 저는 머리부터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떨어진 곳에 낡고 곰팡내 나는 이불이 가득 쌓여 있어서 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습니다.
할머니 댁에 이런 방은 없었거든요.
위를 올려다보니 제가 떨어진 곳이 보였는데 꽤 높은 곳에 있어서
아무리 봐도 집 1층이라기보다는 지하로 보였습니다.
주변에는 흙과 돌 뿐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손을 휘휘 내둘러보니 스위치 같은 게 잡혀서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윗쪽에 달려 있던 코드에 붙은 전구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밝아진 김에 주변이 보였습니다.

벽에 난 구멍... 보아하니 기어 올라가는 건 안 될 것 같았고
이 구멍을 통해서 가면 어딘가 방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또 기어서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닥에는 아까 떨어진 이불이 깔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축축해서 기분 나빴지만 좀 무서워져서 계속해서 기어갔더니
전기의 불도 닿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금 오르막이어서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어갔더니
갑자기 뭔가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얇은 판자 같은 게 세워져 있었는데, 부딪히는 바람에 판자가 쓰러져서 구멍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나온 건 좋았는데 본 적도 없는 방이 있었습니다.
나무틀이랄까, 격자 같은 것에 끼워진 출구 같아 보이는 곳에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 있어서 나갈 수 없었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해서 저는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자 나무틀? 너머의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 있어요?"
"어딘지 모르곘는데 여기 왔어요! 살려주세요!"
"잠시만 기다리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틀 밖의 문이 열렸습니다.
창고 안의 작은 방 같은 곳에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자물쇠 열쇠가 없구나. 잠시만 기다리렴"
조금 지나자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신기한 얼굴을 한 사람이 자물쇠를 달그락 거리며 당기기도 하며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고,
결국 도끼로 부숴서 저를 꺼내주었습니다.
이름과 어디서 왔는지를 묻길래
할머니 댁에서 구멍을 통해 기어왔더니 여기로 나왔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할머니 집까지 업어서 데려가 주었습니다.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저씨에게 업혀서 돌아온 저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둘 다 깜짝 놀라셨습니다.
제가 "이 분이 도와주셨다"고 했더니 이해는 못 하셨지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어디에선가 구멍을 통해 우리 집 창고로 들어왔더라"는 이야기를 그 아저씨가 하는 순간
두 분이 "꺼져!"라고 화내며 아저씨를 쫓아냈습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저는 할아버지에게
"불단이 있는 방의 벽장을 통해서 갔어요
 그 구멍이 저 아저씨 집까지 이어져서 저도 모르게 창고에 들어간 거니까
 저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런 곳이 남의 집까지 이어져 있을 리가 있니!"하고 소리치더니
불단이 있는 방에 데려 가셨는데
천장을 판과 못으로 가득하게 박아서 막아버리셨습니다.
그 후 무서워서 그 터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창고가 있던 집에는 몇 개월 전까지는 거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던 할머니가 혼자 사셨는데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절 도와주신 부부가 살기 시작했고 창고에 대해선 둘 다 잘 몰랐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셔서
지금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팔렸습니다.
최근 부모님께 여쭤봤는데, 그런 건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가득한 이불, 전기, 터널.
생각해보면 왠지 무서워서 그다지 떠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7414547.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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