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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복도식 아파트 글을 보고 적는 내 경험담 (긴글)
게시물ID : menbung_36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요한숲
추천 : 6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19 18:36:08



 제가 10살 때 막 지은 신축빌라에 저희 세 가족이 입주했습니다.
 부모님과 외동딸인 저 이렇게 셋이고요.
 3층에 거주했고 한 층당 4가구가 입주했는데 구조가 좀 특이해서
 1호와 4호는 집 한쪽 벽면이 찌그러진 대신 창문은 바깥쪽으로만 나 있었고
 2호와 3호는 집이 정사각형인 대신 복도쪽으로 거실과 작은방 창문이 나 있었어요.
 그니까 반쯤 복도식인 셈이죠.
 그 집에 10년 가까이 살면서 참 별별 일을 다 겪었는데 몇 가지를 적어볼께요.

 
 1. 202호 자살 사건

 202호엔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고혹적인 느낌의 아주머니와 어린 딸, 아저씨 이렇게 셋이 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아주머니는 과거 윤락업소에서 일했었고.. 딸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
 그 집 아저씨는 그 아이와는 관계없이 일하다 만난 남자였고 실제 결혼한 상태가 아니라 동거 관계였다고 했어요.

 어느날 학교 갔다 집에 오는데(당시 초4)
 202호 앞에 경찰들이 왔다갔다 시끄럽고
 동네 사람들이 다 복도에 나와 그 집을 보고 있더군요.
 어릴때라 뭔지 몰라서 흘끔 보고 집으로 올라갔는데
 당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집엔 저 혼자 뿐이었고요.
 1시간 정도 쉬다가 속셈학원에 가야해서 라면 끓여먹고 있었는데 전화가 울려서 받으니 엄마였어요.
 다급한 목소리로 "너 오늘 학원 가지마 집에 꼼짝말고 있어"라길래
 왜 그러냐니까 아무튼 오늘은 엄마 말 들으라면서 황급히 끊더니 20분 쯤 있다 엄마가 오셨어요.
 뛰어왔는지 땀에 범벅이 되어서는. 별일 없냐면서 저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안심하시고는
 재수없어서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아우 이런 얘길 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엄만 아니라 하고 대답을 안 해주셨죠.

 나중에 더 커서 어른이 된 뒤에야 알게 된 건
 알고보니 그 집 아저씨가 집에서 자살을 한 건데... 뭔 사건이 있었던지 암튼 술 먹고 싸우다가 만취 상태로 칼 들고 다 죽여버린다고 아주머니와 딸을 위협하다가
 울고불고 난리치니까 아저씨가 그 상태로 화장실에 갔는데... 여하튼 목을 매 자살했어요;
 아저씨가 안 나오니까 아주머니가 문 두들기다 열었더니 죽어있었다는데...
 문제는 그게 좀 뭐랄까 애매해서 경찰들이 몇 번이고 찾아오고 그랬어요.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경찰 조사 몇 번 받더니 혐의점은 풀렸고 사건은 자살로 마무리되었고
 저희가 이사 나올 때까지 쭉 그 집에서 사셨답니다... (.....)

 제가 인사하면 상냥하게 웃으며 잘 받아주셨고 지금도 눈에 선해요. 약간 김완선이랑 느낌이 비슷하심...
 근데 그 집에 쭉 살면서 다른 남자랑 연애도 하고 잠깐 같이 살기도 하고... 그러셨음요. ;;;;;;;;;;;;;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멘탈.....


 2. 옆집 304호 아저씨

 저희 옆집 304호에는 부부와 두 딸이 살았는데 그 두 딸은 저보다도 몇 살 위의 언니들이었어요.
 큰언니는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고등학교에 입학했었고 그 아래 작은 언니는 저보다 두살 위인가 그랬죠.
 가끔 학교도 같이 가고 그랬는데 더 크고 나서는 아예 얼굴 볼 일도 없고 멀어졌어요.
 문제는 그 집 아저씨인데, 맨날 술에 떡이 되어서는 아내랑 딸들을 엄청 때렸죠.
 한번은 자는데 갑자기 아아악~ 하고 언니들이 뛰쳐나오고 집안에서 전기밥솥이 붕 떠서 내던져지고...
 언니들이 살려달라고 저희 집 문을 두들겨서 아빠가 언니들 구해준 적도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막 뛰어서 맨발로 어딘가로 달아나 숨어있다가 담날 오후가 되서야 집에 돌아오심...
 엄마가 옆집 언니들 불쌍하다고 가끔 라면도 끓여주고 그랬었죠.

 근데 한번은 새벽에 앰뷸런스가 오고 난리가 난거에요.
 제가 작은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막 난리가 났고 엄마가 놀라서 저더러 안방으로 얼른 오라고...
 해서 부모님이랑 안방에서 바깥 창문을 보며 뭔 일이냐 하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잠시 후에 누가 들것에 실려 나가길래 아이고 기어이 누가 얻어터졌구나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실려간 사람은 그 집 아저씨.

 왜 실려갔나 하니
 어디서 술을 퍼먹고 만취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버릇대로 문을 발로 뻥뻥 차고 욕을 하면서 ㅆㄴ들아 빨리 문 안 열어!!! 이러고 있었고
 안에서 언니랑 아주머니는 벌벌 떨고 문 안 열어준거죠.
 성질난 아저씨가 집에 들어가야겠으니 방법이라고 생각해낸게,
 복도에 창문이 있고, 거기서 오른편으로 팔 한번 뻗으면 304호 거실 창문이거든요.
 술김에 그렇게 껑충하고 건너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복도 창문틀로 올라가서... 손을 뻗어 자기 집 거실 창문 틀에 손이 닿았다 생각한 순간

 아래로 추락...

 그런데 더 대박은, 다리 한 짝 부러진거 빼고는 멀쩡했어요.
 허리 머리 목 다 멀쩡했고요.
 더 웃긴 건 그렇게 살아나더니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은혜라며 갑자기 급 교회에 빠져서는
 나중엔 전도사가 되어서 저희 집에 전도하러 종종 오심...
 
 그러나 하나님을 영접(?)하고서도 제 버릇 개는 못 준다고
 술만 먹으면 폭언 폭력은 계속 됐다는 거...
 아...멘



 3. 302호 아들놈

 우리집이 303호였고 이번엔 왼편 옆집인 302호인데
 원랜 아기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살다가 이사를 가고
 그 자리에 20대 아들 하나와 나이드신 중년 부부가 이사오셨어요.
 근데 그 20대 아들놈이 아주 껄렁한게 영 상태가 안 좋아보이니
 당시 중학생이던 제게 해코지할까봐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셨죠.

 헌데 중2 여름방학 즈음이던가
 집에 콩 박혀있다가 만화책이나 빌리러가야지 하고 나가려는데
 당시 집 구조 상 제가 밖을 나가려면 무조건 302호 창문을 지나쳐 가야하는지라
 엄마가 신신당부 그 집 쪽엔 눈길도 주지 말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옆도 안 보고 휙 빠르게 지나치는데
 그 와중에 슬쩍 느껴지더군요.. 그 집 아들이 저를 봤다는 게.
 너무 소름이 끼치는 데 참고 얼른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집 창문을 막 지나치려는 순간
 갑자기 그 집 문이 열리더니 그 집 아들이 성큼 나오더군요.
 저는 너무 놀라고 긴장해서 얼른 들어가야지 하고 열쇠를 찾는데
 하필 열쇠가 반바지 안쪽 튿어진 틈새에 끼어서 안 빠지는거예요;;;

 막 손에 땀이 나는데
 그 집 아들이 복도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면서 그런 저를 쓱 보고 있더라고요
 너무 소름 돋았는데 그때 열쇠가 타이밍 좋게 딱 잡혀서 얼른 문 따고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창문 다 닫고 한동안 숨 죽이고 있었어요

 그러고선 몇 달 지났나
 이번엔 엄마가 난리가 난게
 제 방 창문 방충망에 갑자기 누가 칼로 뜯은 것처럼 큰 자국이 났더라고요
 엄마가 이거 누가 그랬는지 밝혀내야된다고 난리를 쳤고
 아빠한텐 빨리 이사가자고 그랬는데
 당시 부모님 사이가 좀 안 좋을 때라 그 말만 나오면 피터지게 싸워대서
 저는 다 꼴보기가 싫더라고요 ㅎㅎ;
 그냥 오래되서 삭은 것 같은데.. 하고 있었는데

 흠~ 학교 다녀오는 길에 그 집 아들이 제 방 창문에 그 짓거리 하는 걸 저한테 딱 들켰어요.

 제가 멍하니 서있으니 지도 놀랐는지 거기에 멍하니 서 있대요.
 저는 그 길로 그냥 도망쳤어요.
 쫓아오진 않았는데 하여간 넘 무서워서 동네를 계속 뱅뱅 돌다가 아빠 오실 때 같이 들어왔던 기억이 있네요.
 저희 이사갈 때까지 정말 경계를 늦출 수 없었음..


 4. 304호 언니의 남친

 또 304호 썰이네요. 이번엔 작은언니의 남친 이야기인데요.
 언니 고교 들어가자마자 남친을 사귀었는데 그 남친이 집착이 심했나봐요.
 언니가 헤어지자 한 것 같은데 그날부터 언니 집 앞에 죽치고 앉아있음 ㄷㄷㄷ
 문제는 복도식이라 늘 저랑 그 남자가 마주쳤다는거죠...

 한번은 학교 다녀왔는데 그 남자가 아예 복도 바닥에 포대 같은 걸 깔고 자리 잡고 앉아있더라고요.
 밥도 못 먹었는지 기운 하나 없는 얼굴로 멍하니 저를 보는데
 저는 너무 무서워서 눈치 살금살금 보다가 문 열고 집으로 들어갔어요.
 몇 번 경찰 신고 들어가서 끌려갔는데도 또 오고 그러더라고요.

 결국은 어떻게 떼어낸건지 안 왔어요. 참 다행...


 5. 101호 남자와 B02호 여자의 불륜

 101호는 아들하나 딸하나 둔 가정이고 B02호는 딸 둘을 둔 가정이었는데
 심플하게, 이 집 애아빠랑 저 집 애엄마가 바람이 났어요.
 심지어 101호 아주머니랑 B02호 아주머니는 같이 전도 부쳐먹고 시장도 가는 친한 사이였는데 말이죠. ㅎㅎㅎㅎㅎ

 둘이 집앞 마당에서 머리채 잡고 싸우고 난리도 아녔음요...


 일단 이 정도인데 더 많아요.
 경찰도 자주 왔던 무서운 동네임ㅜㅜ 살인사건도 서너번 났었고...

 멘붕게에 어울리는가 모르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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