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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짐 들어주는 게시물 보고 생각난 일.
게시물ID : menbung_37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변할게없다
추천 : 12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6/09/08 03:43:57
약 5~6년전


내가 다니던 회사는 인천 부근이였고 집은 안양방향 쪽이였다.


나는 늘 1시간 반쯤 되는 거리를 전철을 타고 다녔는데
그 날은 회사 근처에서 회식이 있던 날이라
회식을 마치고 저녁 11시 쯤 구로역에 도착했고,



서울 방향 전철에서 금정 방향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육교를 건너던 참이였을거다.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걸으셨다.




"저기.. 처자~ 내가..가는 법을 까먹어서 그러는데, **랬나...**가는게 어떤 차 타야하는지 알우~?"



"할머님 어디쪽으로 가시는데요~?"



"아들 만나러 가야하는데.. 길을 까먹어서..##이랬던거같은데..."


"아~그 쪽이면 저랑 같은 방향꺼 타시면 될꺼같아요 !"


"그럼 거기까지만 데려다 줄 수 있우~?"




 나는 평소 소심하지만 발동걸리면 과한 친절을 베푸는 오지라퍼라 흔쾌히 알았다 하고 모시고 가려는데, 할머님 뒤에는 그닥 크지않은 짐이 있었다.(할머니들이 들고다니는 장보고 담는 주머니 크기정도)


"이거 할머님 짐이면 제가 들어 드릴께요!!!"

"아유 안그래도 되는데.."




체구는 좀 작지만 힘 하나는 최고라 여긴 나였는데... 그 짐을 드는 순간... 얽!?!? 하는 생각과 함께 들어드린다했던 자체를 잠깐 후회했다.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길래 이리 무겁나.... 크기는 그렇게 큰 편도 아닌데...무게는 파란 약수터 큰물통 드는 정도? 할머니께서 혼자 이걸 들고 오셨다는게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내가 들겠다고 한 자존심이 있지 힘든 티 안내려고 버둥버둥 내려와서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할머니 여기서 같이 타시면 돼요~!"


그러자 할머니께선
"아 여기가 아닌거 같은데... 저긴거 같은데..."라며 손가락으로 급행이 다니는 승강장을 가리켰다.



그 곳은 시간 상 다 끝나고 난 사람이 없는 승강장이였고 그 것을 설명드렸다.



"처자..한번만 같이 가봐주면 안될까~ 저긴거 같은데... "


같이 갔다오는건 일이 되지 않았지만..
이 짐을 들기엔 내 팔이 벌써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할머니 저기는 전철이 끝난 곳이라서 전철도 안다니고 다른 쪽 방향 일거예요~!!!"



차마 거절 못하는 나는 이렇게라도 할머니를 설득하고싶었으나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늙은이가 눈도 침침해서 잘 안보여서 그려..한번만 같이 가줘~" 라고 잘라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그 짐을 들고 그 급행 쪽 내려가는 계단 까지 왔고 할머니께 또설명을 드려야만 했다.




"이 곳은 이제 열차가 다니질 않아서 못내려 가요 ~!!"


그런데 시간을 보니 이제 내 막차도 곧 오게 생겼다..


"같이 한번만 내려가줘보아~"


내려가도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을 해도 굳이 내려가서 확인 하자고 하는 할머니를 이해 할 수가 없었고, 난 막차가 끊기면 아까운 내 돈만 날리게 되는거니 더 이상 이 곳에서 지체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 여긴 아닐 거구요~ ##으로 가시는거 맞으면 저랑 같이 막차 타셔야해요~!!"

이내 전광판에 전 정류장에서 전철이 출발 했다는 글이 나왔고 할머니께선 같이 가려던 내 옷가지를 잡아 당겼다.


 "이 곳이 아닌거 같은데.....나가봐야겠는데 돈있으면 돈 좀 주면 안돼~?" 

당황한 나는 "네!?!?" 라고 되 물었고


"아니~ 처자 돈 있으면 돈 좀 주면 안될까 혀서.. 늙은이가 돈을 어디다 뒀는지 없네~" 라며 측은 한 웃음을 지으셨다.



"아; 네 ..!"



머리로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내 손은 벌써 지갑을 열어서 만원짜리 한장을 할머니께 꺼내드리고 있었고, 할머니께서는



"더 있는거 같은데~"하며 아까의 그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내 지갑엔 오만원권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이건 나도 급할 때 쓰려고 둔 비상금이고, 솔직히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돈을 뜯기는 기분이라 드리기가 싫었다.


"아, 저 이거는 제가 쓸 곳이 있는 돈이라서요~!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드리고

 "할머니 저는 전철 와서 가볼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뒤 돌 쯤, 할머니께선 뭐라 한마디 하셨고, 나는 그 말을 뒤로 한 채 헐레벌떡 뛰어서 무사히 전철을 탈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할머니 입에서 나왔던 그 말이 참 가관이였던거 같다.





 "줄려면 오만원으로 주지..." 
출처 어떻게 생각해보면 납치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저 위에 글에서는 하도 매끄럽지 못해서 생략했다만..
옷 가지를 잡아 당기기 전에 이 곳이 아닌거 같다며 나에게 나가봐야 할거 같다고 같이 나가서 좀 데려다 달라 여럿 말씀 하셨다.
나는 차가 곧 끊겨 어려울거 같다 말하였고 안절부절 하던 내 옷가락을 잡으시며 그러면 혹시 돈 있냐며..돈이라도 좀 달라고 말씀 하셨었다.
순간 만약 내가 측은한 마음에 택시나 타자! 하고 같이 나갔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물론 그런 분이 아니실 수도 있지만 그 몇일 뒤 다시 생각해보고나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둘은 아니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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