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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먹방 프로그램, 조용한 식사 -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
게시물ID : diet_1011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미이모
추천 : 10
조회수 : 66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9/14 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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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프로그램 보신 일 있으신지요?
먹방치고 참으로 요상스런 프로그램입니다
말그대로 '조용한 식사' 
 대개 한명이 혼자서 1인분의 음식을 앞에 놓고 음미하면서 즐기는 과정을 아무 연출도, 대사도, 인위적인 것 하나 없이 그냥 먹는 것만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음식을 진지하게 다루는지, 먹는 사람의 숟가락질, 씹는 표정,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추임새, 눈감고 맛을 음미하고 즐기는 그 태도가 사뭇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여용기라는 아주 멋있는 노신사 한분이 산곰장어 구이를 소주, 막걸리를 번갈아가며 반주하며 드시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자고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란 건 바로 저런 것이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명깊었습니다
불판에 익고 있는 양념 곰장어를 바라보며 막걸리 한잔으로 워밍업하고 입안을 정제한 후 잘 익은 곰장어 한점을 신중하게 집어들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는 표정이 어찌나 멋있던지...
저 표정이야말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최고의 경의 표현이자  말없는 최고의 찬사란 느낌입니다
여용기 어르신이 어떤 일을 하는 분인진 모르겠으나 마지막 자막으로 추정컨대 아마 고급 맞춤 양복을 짓는 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양복 한벌을 1주일동안 공들여 만든 후 마주하는 숳한잔과 곰장어가 인생의 참맛이라는 그 표정이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었습니다

음식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천천히 쌈을 쌀 깻잎을 고르고 곰장어 한점을 주의깊게 선택해서 깻잎위에 꼭꼭 눌러 앉고 양념, 마늘, 고추 등등을 정성껏 하나씩 얹어, 마치 공즐인 수공예품처럼 만들어서 지긋이 바라보는 그 표정, 그 쌈을 입어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지긋이 눈감고 섬세하게 음미하는 그 표정...
나는 얼마나 음식을 경건하게 대했는지 반성하게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저 허겁지겁 배나 불리자고 마구 마구 먹지는 않았는지,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먹지는 않았는지, 대체 나는 음식에 대해 뭔가 생각은 하고나 먹긴 한 건지...

여용기 아르신은 그렇게 온전히 곰장어를 만끽하고 흡족한 표정으로 식사를 마치셨습니다
훌륭한 식사였다는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나 뒤돌아 가시는 뒷모습이 당신이 직접 지어입은 최신 스타일의 세련된 수트발만큼 세련되고 시크하고 우아해보였습니다 

어르신이 식사를 마친 식탁에는 음식이 반 남게 남아있었습니다
음식의 가치는 많이 먹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소리없는 속삭임같은 식탁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생각하면 고약한 일이지만, 양대신 음식의 본질로 정신적 허기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무언의 주장 같더라는...

아주 짧은, 5분도 안되는 찰라의 먹방이았지만, 나의 음식에 대한 태도를 뒤돌아보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신적 허기를 물리적인 허기로 체우려는 수단으로만 음식을 대한 건 아니었나, 쓸데없는 먹는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니었나, 나는 얼마나 음식의 참맛을 음미하려고 애써보았는가...

다이어크 게시판이니만큼 이 게시판의 상당한 수의 글이 음식과의 사투에 대한 것인데요.
미친 식욕, 식탐에 괴로운 분들, 나의 음식에 대한 태도를 한번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조용한 식탁'의 여용기 어르신이 드시는 모습을 한번 봐 보세요
도움이 될란지 인될런지 모르겠지만...
저처럼 특이한 깨달음을 얻으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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