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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의 행동과 마음에 실망했어요.
게시물ID : menbung_49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4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7/13 12:26:28
저는 대학생입니다.
현재 대학 내 프로젝트 참여 중인데요.
회의의 횟수당 일정 금액을 대학이 지급합니다.
물론 최대 한도가 있고, 회의기록을 남겨야만 딱 사용한 금액만 지원해줘요.

그런데 이 말을 듣자마자 조장이 당연하다는듯이 말합니다.
회의 없어도 만났다고 위장하고, 돈 받자고.
내가 아는 곳 있는데, '깔끔'하게 한도 딱 맞춰서 돈 준다.
이거 '공평'하게 나눠갖자.

그 자리에 있던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해졌어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당 그래야한다며 제안하는 분.
몇번 그랬던듯,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이거 지원액 꿀이라고 동조하는 분.(윗분과 이분은 아는 사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침묵한 절 포함한 세사람.
추후 단톡방에서 침묵한 3인 중 한분은 동참하셨어요.

저와 다른 분은 단톡에서 여전히 이 사안에 관해 조용히 관망 중이고요.

저는 이게 옳지 않다는 거 너무나 잘 압니다.
제가 그동안 욕하던 횡령자들이 여기서 시작했음도 잘 압니다.
이미 저는 이걸 거절하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제안을 듣자마자요.

근데 이 거절의 방식에 '고민'했고, 거절의 뜻을 전하기 직전에 '망설'였다는 제 자신에 굉장히 실망스러워요.

단톡에 말하면, 조원들과의 향후 관계나 프로젝트 진행이 엇나갈까 두려워서..
솔직히 말하자면 "너만 유난떠냐"는 시선이 무서워 이 방식은 버렸어요. 학교에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버렸지요..
조장에게 갠톡으로 거절의 뜻을 전하기로 정했어요.

그런데 거절 의사를 쓰다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더군요.만약 이대로 조용히 있으면 약 10만원 정도가 생겨요. 
제 경제적 형편이 많이 안좋은지라 이 10만원이 상당히 커보였어요. 그냥 눈 딱 감고 받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생각이 들자, 막 써내려가던 거절의 글이 멈추고, 제가 '손익계산'을 하더군요... 하하...
계산하는 순간 제가 매우 혐오스러웠고, 부끄러움에 몸서리쳤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치의 멈칫함은 남았어요.
겨우 10만원에 말이지요.
그러다가 '다행스럽게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 의사를 전했습니다.. 
이곳에 '당연'이 아닌 '다행'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이런 제 자신이 지극히 실망스럽고, 제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그동안의 행적에도 지독한 회의감이 들고요..
한숨 몇번으로 이 자괴감이 조금이나마 덜면 백번 천번이라도 내쉴텐데, 자괴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집을 불려가네요. 모두 제 잘못이지요.

제게 불이익이 거의 없는 자리에서도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공개적인 비판도 못하고, 심지어 슬며시 동참하려던 제가 앞으로 도덕을 논할 수는 있을지...
저는 과연 청렴함을 이야기할 자격은 있는지...
저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할 때,
제가 혹여라도 '자랑'의 의미로 말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붕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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