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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주점 일하면서 겪은 멘붕 일화들.Fact
게시물ID : humorbest_14032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아여러개
추천 : 99
조회수 : 12446회
댓글수 : 4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3/26 10:49: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3/24 0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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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래 주점 일을 거진 반 년 가까이 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도우미 부르는 업소가 아닌, 준ㅇ, 락ㅇ처럼 호프식 노래 주점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지금부터, 5개월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제가 겪은 수많은 일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시작해볼까요?




1.도우미 불러봐라 유형

서두에도 적었지만, 저희 업소는 건전 업소이며 호프식 노래 주점이에요.

가게 입구에도 대문짝만하게 적어놨죠.

'저희 업소는 호프식 노래 주점이며, 도우미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대실을 해드리고(평일 3시간 1만원), 술과 안주를 시키셔서 노래 부르면서 술도 마시고 노는 곳이죠.

그런데 적지 않은 아저씨 손님들이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요구를 해요.

대실을 하고, 안주와 술을 시켜서 서빙을 해드리면, 5분 안에 벨을 눌러요(차라리 메뉴판 넣었을 때 말하면 다행입니다. 도우미 취급 안 하는 업소라는 걸 알고 자리를 옮기거든요. '다음에 올 게요.'라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요. 그 손님들은 그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다는 기쁜 전설이...).

들어가면 하는 말이 비슷하다 못해 똑같아요.

"주문한지 꽤 됐는데 왜 아가씨가 안 들어오냐? 빨리 불러라."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저희 업소는 도우미를 부르는 업소가 아니라 호프식 노래방이에요.'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아, 그래요. 미안해요.'

'그런 게 어딨어!! 이거 다 환불해!'

전자는 그나마 조금의 개념이라도 있구나, 라고 생각되는 반면 후자는 답이 없어요.

계산을 안 하고 가려고 하는데, 제가 경찰을 부르는 시늉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지면서 계산을 하고 가거나, 아니면 3시간 풀로 채우고 가요.

여자에 미친 발정난 것들을 매일 보니까 저까지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2.노래 한 번 불러봐라 유형

일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손님 방에서 노래를 한 번 부르고 팁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5만원ㄷㄷ).

사실 제가 한 때 가수를 꿈꿨기 때문에 노래를 못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그 후로 노래를 불러달라는 손님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불러라! 라고 명령하는 손님이 대다수).

물론 한가할 때는 사장 형한테 허락을 구하고 1곡 불러드리긴 하지만, 바쁠 땐 얄짤 없어요.

그리고 생판 남 앞에서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게 싫어서 팁이고 뭐고, 일 시작하고 두 달 정도 지나고 나서는 아예 안 불러드리는데, 죄송하다고 못 불러드린다고 하면 곧바로 손님은 손놈으로 바뀌더군요.

'알바 주제에 손님이 부르라면 불러야지! 사장 어딨어! 사장 오라 그래!'

'어린 놈이 싸가지가 없네. 어른이 시키면 해야지. 쯧쯧...'

노래를 부른 게 잘못이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3.번호 좀 주세요 유형(가장 진상 부류)

주점 특성상 20대 초반~20대 후반의 손님이 가장 많이 와요.

당연히 여성분들도 많이 오시겠죠?

서빙을 몇 번 하다가 벨을 눌러서 룸에 들어가면, 번호를 묻는 여성분들이 가끔 있어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여자 친구가 있었던 입장이라 전부 거절을 했었어요(헤어진 직후에는 여자 친구를 아직 못잊어서 거절하고, 괜찮아진 최근에는 묻는 여성분이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거절하고).

그 후에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미친 듯이 벨을 눌러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벨을 눌러서 처리를 해요.

'잔 좀 주세요(룸 안 스크린 밑에 떡하니 비치가 되어 있는데!)'

'재떨이 좀 주세요(룸 안 스크린 밑에 떡하니 같이 비치가 되어 있는데!)'

'노래 예약 좀 해주세요(난 서빙 알바지 노래방 도우미가 아닌데!)'

등등... 나중에는 사장 형이 처리를 해요.

벨을 누른 방에 사장형이 직접 들어가는 거죠(약간 험악하게 생기긴 했어요).

그 후로는 벨을 안 누르더라고요.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키작남인데 내 번호는 대체 왜 궁금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4.제가 뭐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여? 유형 (딱 한 번 있었지만, 임펙트 면에선 압도적이었기에 적었습니다. 멘붕 탑)

벨을 눌러서 방에 들어갔어요.

제 또래 여자분이 꽤나 많이 취하신 것 같았죠.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

'급한 거 아니시면 제가 지금 좀 바빠서 나가봐도 될까요?'

라고 말하고 룸을 나오려던 찰나, 저를 다시 다급하게 부르더라고요.

'오, 옵, 오퐈아아아..., 제가 뭐 먹었는지 알아여?'

'네, 케이준 샐러드 시키셨네요.'

'아니, 아니 그거 말고오오. 여기 오기 전에.'

'그거야 제가 모르죠.'

'제가 뭐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여?'

'솔직히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아요...ㅎㅎ'

'그래도 알려주고 싶은데에...'

'뭐 드셨는데요?'

'뭐 먹었냐면.... 우웨에에에에에엑!!'

'.......'

1차로 니가 맞은 편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겠구나.

제대로 꼭꼭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켰구나.

어지간히 배가 고팠구나.

그랬구나.

이제야 니가 1차에서 뭘 먹었는지 잘 알겠다.

일행은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서 가게를 벗어났고, 저와 사장형은 ㅆ을 입에 달고서 토사물을 치웠지만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5.호빠로 착각 유형

서빙 알바인 저를 호빠에서 일하는 남자로 착각을 하시는 아줌마들이 가끔 있어요.

서빙을 마치고 카운터에서 쉬고 있을 때, 벨이 울려서 들어가보면 옆에 앉아보라며 자꾸 제 손을 억지로 끌어당기는 손님들이죠.

그런 업소 아니라고, 일개 서빙 알바일 뿐이라고 백 번 천 번 말해도 안 통해요.

막무가내죠.

그럼 전 별 수 없이 방 안에 있는 벨을 눌러서 사장 형을 호출해요.

그러면 열에 아홉은 해결이 되는데, 한 번 해결이 안 됐어요.

사장형도 옆에 앉으라고 난리를 부렸죠.

일행 전체가 개진상이었어요.

결국 경찰이 오고 나서야 그 헤프닝은 끝이 났죠.

경찰이 제 얼굴을 한 번 딱 보고서 아줌마한테 했던 말이 기억이 나네요.

'아니, 아주머니는 아들 뻘 되는 이 학생한테 창피하지도 않아요? 아들 뻘인 학생 데리고 뭔 짓을 하려고 그런 난리를 부려요?!'

호빠 취급 받아서 멘탈 박살나고 허탈하고 어이가 없지만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이외에도 몇 개 더 있긴 한데, 가장 대표적인 5개만 적었어요.

적다 보니 또 멘붕이 오지만 어쩌겠어요.

돈 벌어야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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