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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음] 바보...
게시물ID : readers_313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4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3/15 00:48:14
 
 
 
 
 
 
'기억을 지우시겠습니까?'
 
 
 
정신을 차려 보니 눈 앞에는 모니터가 있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
 
어째서 울고 있는 거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 슬픈 감정만은 남아 있었다.
 
어두운 방을 빠져 나가니 환한 복도가 보였다.
 
기묘한 복도를 걸으니 간호사가 보였다.
 
 
 
"여긴 어디죠?"
 
간호사가 웃으며 답해주었다.
 
"어머 축하드려요. 기억을 지우셨나 보네요."
 
"기억이라뇨?"
 
"잊으셨어요? 기억을 지우러 오셨잖아요."
 
내가? 내가 그랬단 말인가.
 
"저는 누구죠?"
 
"글쎄요. 하지만 알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제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텐데."
 
"저는 왜 울고 있는 거죠?"
 
아직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나 깊은 거기서부터 슬픔이 올라오고 있었다.
 
간호사는 대답도 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한참 동안이나 흐느껴 울자 나에게 한 마디를 건네주었다.
 
 
"여기 왔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세요."
 
 
잠시 후 나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나는 기억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하였다.
 
몇 주가 지나자 감정은 완전히 평온해졌다.
 
나는 삭제된 기억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어떤 여자를 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았다.
 
낯이 익은 사람. 그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나도 웃으려 하였는데 눈물만 왈칵 쏟아지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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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05:05:46추천 1
에구. 무슨 사연이려나요.
댓글 0개 ▲
2018-03-15 15:35:35추천 1
두 사람 모두 기억을 지운 것 같네요. 지워내도 지워내도 이어지는 것. 전부단剪不斷리환란理還亂과는 또 다른.
댓글 2개 ▲
2018-03-17 03:20:39추천 1
이욱(李煜)은 오대십국 시대 남당(南唐)의 마지막 왕이었다. 통치에는 무능했지만, 문학적 감수성은 빼어났다. 그는 이별의 슬픔을 "자르려야 자를 수 없고 정리하려 해도 정리할 수가 없다(剪不斷, 理還亂)"고 읊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투서기기, 북중관계 [投鼠忌器] (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2018-03-17 16:46:59추천 1
하하. 전부단剪不斷리환란理還亂은... 상견환相見歡이란 부賦에 나오는 표현이에요. http://todayhumor.com/?readers_31266 이 부의 제목이 상견환인 것이 또 묘한데, 등려군은 독상서루란 이름으로 노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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