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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싯귀(上)
게시물ID : panic_140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5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09:47:31
어제의 분노와 비원과 배반을 가슴 지닌 배암과 이리의 갈라진 혓바닥과 피묻은 이빨들을 기억한다. -박 두진(朴斗鎭) 님의 詩 '팔월(八月)의 강(江)'에서- {"아........ " 얼마 만에 밟아 보는 세상이냐... 정확히 십년하고도 275일이 지났지........ 난 하루도 내가 출소할 날을 아니 내가 죽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난 그토록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아름답게 그리고 평범하게 살기를, 끝내 그렇게 죽기를 원했는데... 나의 죗값을 치르고 출소를 할 때 난 이제 남은 나의 생을 값지고 보람되게 마쳐야겠다고 그렇게 나에게 나 자신에게 되뇌어 왔었는데.... 휴.... 지금 나의 이 꼴은...... ------ 1994년 5월인가 6월인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여튼 당시 북 김일성이 죽었다. 난 혹시나 하는 나의 희망이 무산 될까봐 두려웠었다. 모범 장기수로 난 은근히 다가올 8.15특사의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김 일성의 뜻밖의 죽음으로 인해 혹 그 계획이 취소될까 난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한 줄기 빛이 다가왔는지.. 교도관은 목공장에서 각목을 다듬고 있는 나에게 귀띔을 해 주었다. "이 봐. 3756번... 아니 영돈. 자네 이제 나랑 볼 날이 멀지 않았네.." "네....? 그게 무슨 말씀 이신 지...혹시 다른 교도소로..." "어허.. 자네도 알다시피 이 '청송 교도소' 가 교도소 중엔 최후가 아닌가.. 허허. 그래서 대부분이 장기수에다 사형수들까지.. 내 말은.. 이번 특사 문건에서 자네 이름을 보았네.. 혹 그래서 동명이인이 아닐까 해서, 이렇게 3756번이란 번호까지 외우고 왔네.. 축하해.." 눈물이 났다. 아니 그 이상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생각해 봤는지.. 10년간 밤에는 채 1평도 안돼는 방에서 낮에는 10평정도 되는 작업장에서.. 내가 장님이라도 이젠 이 교도소 어디라도 갈 수 있을 정도라면.. 내가 특사라는 이름에 포함되어 나갈 수 있다니....흑...흑.. 난 작업장에서 실컷 울고 또 울었다.. 김교도관님도 나의 울음에 그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자..네..그만 울게... 그리고 나가서라도 이젠 좋은 일만 하고 지내게.." "........"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릴없이 흘러내리는 나의 눈물이 대신 그렇게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작업시간이 끝나고 야간 소등 점호를 끝냈다. 그리고 나의 정(?)든 407호실 방에 불을 끄고 누워 내 옆자리의 1급 사형수 양 진호와 얘길 나누고 있었다. "영돈.. 축하하네. 내 진작 자네만은 특사에 나갈 줄 알았네.." "고마우이.. 아직 까지 발표가 확실히 나질 않았으니, 자네도 희망을 잃지 말게.." "아냐.. 후......자넨 기다리는 처자식이 있지만 난 나간대도.. 이제 날 반겨주는 건 노부모와 죽었을지도 모를 강아지 한 마리 밖에 없다네..." "그래도.. 희망을 가져. 여기 보단 세상이 낫지 않을 성싶어.. 나 또한 나간다 해도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나간다면 닥치는 대로 날 희생할 셈이네.. 그려.." "영돈.. 난 자네의 용기가 부럽네.. 난 자신이 없어.. 차라리 이곳에서 생을 마치는 게 낫지 않을 까 싶어.. 그리고 이곳이 앞으로 살날보다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고.." "......" "출소한 후.. 혹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책을 보게.. 67P에 나와 있는 내가 줄쳐 놓은 글귀를 읽으면 뭔지 모를 힘이 솟는다네.. 7년전..기억하는가.. 그때의 나처럼..." "........?" 진호란 사람은 나와 동갑내기 였다. 무슨 죄목으로 이 곳을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의 눈은 첨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최고형을 선도 받고 안양 교도소에 수감 된 지 3년만에 이제 마지막 교도소라는 청송으로 수감 언도를 받았을 때는 이 곳에서 난 생을 마감하는 줄 알았다. 내가 처음 이곳을 왔을 때 잠시 3개월 정도 특사가 있기전 독방이 모자라 2급 사형수 4명과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어라? 야이 씨발놈아! 신고도 안해? 어쭈 이쌔끼 겁대가리 말뚝 박았네..?" 갑자기 뭐라 씨부렁대는 놈 옆에 한 놈이 짐을 풀고 있는 나의 명치를 걷어찼다. "윽......" , "야이 썅! 야이 개쌔끼야! 안양 빵에선 인사도 안 하냐? 이런 씹쌔끼가...?!" 또 다시 배를 잡고 뒹굴던 나의 면상을 더런 발로 마구 짓밟았다. 교도관은 한 뼘 정도 되는 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 맞으면서도 참고 있었다. 아니 참아야 했다. 이런 더러운 곳에서 나의 아름다운 일생을 마감할 수 없었으므로... 밤마다 폭언과 더불어 폭행이 나의 가슴과 마음을 멍들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날 때쯤, 난 내가 항상 그 개들의 샌드백이 되어있을 때 아무 말 없이 구석에서 책만 읽고있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무슨 책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기침이 나와도 기침을 할 수도 없었다. 가슴 전체가 시뻘건 피멍과 시퍼런 멍 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계속되는 구타에 먼저 맞은 멍은 퍼렇게 그리고 겹치게 맞은 곳은 시뻘겋게 그리고 세 번 정도 맞은 곳은 아예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이젠 내 가슴엔 살색이라곤 찾아 볼 수없었다. 그렇게 온 가슴 아니 온 몸이 멍들의 천국으로 변해 있었다. 청송으로 온 지 한 달하고 열흘쯤 되었을 무렵.. 그날 밤도 난 구타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나의 인내심도 대단했다. "어.... 휴! 뭐 이런 씨발탱이가 있냐? 네 놈도 저 또라이 처럼 x나게 지독하네..썅! 야이 씹새끼야! 그렇게 빵장님 소리가 하기 싫냐? 엉!!" 난 말 할 힘도 없었을 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이.....런... 개새... 억.! 켁...!" 그 개가 날 다시 한번 개 잡듯이 잡으려는 찰나.. 구석에 있던 그가 어느새 그 개의 목언저리를 콱 움켜쥐었다. 그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야....이.... 개...새...끼.들.. 어제의 분노와.......혓바닥과............. 이빨들을 기억한다..." 그는 아무 힘없는 나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된 듯 싶었다. 그런데 그 희망은 얼마지 않아 나에게 어떤 섬뜩한 공포를 심어주게 된다. 그는 그 개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는 있는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순간 나를 비롯한 모든 방안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오른손 손가락들은 어느새 그 개의 목을 눌러 그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우.....케케켁.....켁켁켁..." 개는 비명도 못 지르고 눈 흰자위만 굴릴 뿐이었다. 이윽고 그 손가락들은 개의 목에서 피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즉, 목을 뚫고 들어간 구멍에서 피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던 그의 손등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청을 뜯어내는 것이 아닌가....? 어느새 벽에 기댄 그 개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뜯어낸 벌건 피가 흐르고 있는 그 목청을 빵장이란 또 다른 개에게 가져갔다 . 빵장은 연신 식은땀만 흘릴 뿐 입도 벌리지 못했다. 아 그리고 사타구니가 젖은 것을 보니 엄청난 공포에 질렸을 따름이리라... 그리고 그는 그 목청을 그 빵장 얼굴로 갖다 대었다. "... 벌려..." "....." "야...이....! 벌...려.." 빵장이란 개의 눈에는 공포의 눈물이 주르르 흘렀고, 이내 입을 벌리고 말았다. ".. 더..크게 벌려! 이...런.. 내가 크게 벌려 줄까?" 그 말에 그 놈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대로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는 태연하게 목청을 쑤셔 넣었다. 그리곤 나를 제외한 세명에게 말했다. "큰 개가 작은 개를 먹으려다.. 작은 개가 반항을 해서.. 큰 개는 작은 개를 물었다.... 우리는 말렸을 뿐이다. 알았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머지 세명은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이 바닥에 깔린 피를 각자 손과 발 그리고 옷에 묻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돌아다보았다. 나의 퉁퉁 부은 얼굴을 쳐다보자 마자... "형씨... 형씨는 맞은 죄 밖에 없수.. 큰 개한테... 후후.." 그렇게 말 한마디하곤 간수를 불렀다..... 교도소에선 누구도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알려질 수도 없다. 미친개가 짖으면 미쳤으니 짖는다는.. 일종의 그런 식이었다.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큰 개가 작은 개를 먹으려다.. 작은 개가 반항을 해서.. 큰 개는 작은 개를 물었다.... 우리는 말렸을 뿐이다......" 그 후로 난 그에게 두려움과 조금은 이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내가 교도소 생활을 하는 어떠한 힘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일이 지난 지 두달 뒤 난 2인 실로 옮겨졌다. 나의 두려움과 관심의 대상인 그와 함께... 그와는 1년에 한 달 정도밖에 얘길 한 적이 없다. 할 말도 없었고 그리고 묻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허나 10년이란 세월을 합해 보니 10개월은 말을 한 것 같고 그러니 이제 서로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철컹...끼이이이익.." "잘 가게..영돈. 잘 살아야 함세..." 김교도관님의 따뜻한 배웅을 뒤로 한 채, 그렇게 청송을 나섰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바람에 소나무들이 소리를 내었다. "휘이이이이익....." 청송에서 나온 사람들은 나를 비롯하여 고작 네 명. 그도 그럴 것이 아까도 얘기했겠지만 모두 무기수와 사형수만이 있는 곳이기에 특사가 있다해도 얼마나 있을까.... 아.. 양진호는 특사에서 제외 됐다. 난 그것이 마음 한 켠에 자릴 잡았다. 내 수중에 있는 것이라곤 10년전에 입었던 헌 옷과 출소비 십만 구천 팔 백원이었다. 출처 : www.black8.net 작가 : 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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