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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싯귀(下)
게시물ID : panic_14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2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09:50:31
어제의 분노와 비원과 배반을 가슴지닌 배암과 이리의 갈라진 혓바닥과 피묻은 이빨들을 기억한다. -박 두진(朴斗鎭) 님의 詩 '팔월(八月)의 강(江)'에서- 우선 난 집으로 가야했다. 꾸준히 내게 편지와 면회를 제공했던 나의 사랑하는 아내가 제일 그리웠다. 아니 걱정이 되었다. 그런 사랑스런 아내가 2년 7개월 전 쯤인가부터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물어 물어 서둘러 대구행 시외버스를 탔다. 내가 입감되기전 살던 곳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OO동이었다. 돈을 아껴야 했다. 왜냐하면 무사히 집까지 가야 했기에.. 대구 역에서 수원행 기차를 탔다. 문득 양 진호가 내게 준 그 책이 궁금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랠 길 없어 그 책을 난 펼쳐 보았다. '참... 몇 페이지라고 했지....? 아 여기 접혀 있는 곳인가?' 양진호가 접어놓은 듯한 페이지로 손이 갔다. 그리고 난 그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웬 쪽지가 들어 있었다.. '영돈.. 난 사회로 돌아간다 해도 세상을 살아 나갈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 자네 열심히 살게.. 실은 나도 특사에 포함되었는데.. 내가 나가지 않는다고 얘길 했어.. 그리고 .. 이 시집은 자네를 도와준 것처럼 내가 김제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똑 같이 날 도와주신 영감님으로부터 받았다네.. 줄쳐 놓은 싯귀를 외우면 일생에 단 한번 그 능력을 발휘한다네.. 명심하게.. 좋은 일에 그 힘을 쓰게... 그럼 ..잘 가게나..' 난 양진호가 적어 준대로 그 시를 읽어 내려갔다. '....어제의 분노와 , 비련과, 배반을 가슴지닌 배암과 이리의 갈라진 .......기억한다...' 어느새 수원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나를 힐끔 힐끔 쳐다본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았다. 난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내 자식들이 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수원역에서 나의 동네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비가 이렇게 많이 올랐는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아니 요즘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 했다. 내가 도착한 나의 동네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 기억으로 동네 어귀에 있던 지물포가 없어지고 6층 빌딩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큰 도로가 나의 기억을 헛갈리게 하고 있었다. 허나.. 귀성 본능인가.... 난 더듬어 나의 집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릴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나의 집..대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초인종이 고장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문을 두드린 것이 기억나고 있었다. "쾅. 쾅... 진우야! 진석아! 흑흑... 진우야!!! 진석아!!" 문을 두드리면서 연신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잠깐만요.." 나의 아들이 이렇게 컸나...? 목소리가 제법 어른스러워 졌다. "털컹....", "누..누구세요...?" 아... 아.니었다. 나이는 내 아들 또래였다. 그러나 내 아들은 아니었다. "저..기.. 여기 진우.진석네.. 아닌가요?" "글쎄요... 작년에 이사와서.. 아.. 이사올 때 여기 살던 사람 말씀이신가 봐요.." "아...예.." 난 두려웠다. 어디로 갔을까.. 이상하게도 궁금증 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복덕방으로 가는 것이 나을 성싶었다. 아.. 얼마 만에 뵙는 것인가.. 아저..씨.. "어서오슈..." "아..저...씨. 저 모르시겠어요...?" "누구더라? 글...쎄" 하긴 그럴 것이 십년만에 보니.. "저 진우, 진석이 애비예요.." "아!! 진우 애비..아이쿠 이 사람, 복역 끝났나..? 오랜만일세." 복덕방 아저씨도 많이 늙었다.. "아 거시기.. 자네 마누라 아니 자네 식구들, 모두 자네 교도소 근처로 가서 기다린다고.. 내게 집 좀 팔아 달라고 해서 작년 이맘때 팔아 줬는데.. 그곳에 있질 않던가?" "네....에...?" 무슨 소리야.... 이건 ..또... 자꾸 이상한 말만 한다. 아저씨는... 그랬다. 아저씨 말처럼 이 동네 남은 사람 모두 그렇게 얘길 하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은행 동료 용훈에게 전활 걸었다. "야이 새끼야! 하하.. 얼마 만이냐.. 녀석! 하하하!!" 역시 넉살 좋고 우정 깊은 용훈이 날 반겨 주었다. 용훈은 대학 동창이자 xx은행 입사 동기였다. "영돈아.. 그 때.. 어떻게 된 거냐..? 내가 다른 은행으로 옮겼을 때.. 네 얘기 들었다. 정말 준기랑 연관되었냐..? 네 놈은 파리 한 마리도..." 다방에서 용훈은 내가 구속된 이유를 알고싶은 듯 했다. 그래 말못할 이유도 없지.. "그래.. 일말의 책임은 있지.. 그 때 준기가 날 찾아왔지.. 세상이 x같다며 자기 회사 월급날 우리 은행에서 인출해 가는 부장과 과장을 가만 두지 않겠다면서 내게 동조 할 것을 부탁했지...휴...." "담배 한 대 피울래...?" "아냐.. 난 담배끊은 지 십년째야...후후.. 너도 알잖냐.. 당시 둘째놈." , "아...진..우..였나?" "아니. 그놈은 첫 째고. 진석이.. 그놈이 그 때 소아암 초기 였지.. 난 그 놈의 병원 비로 다른 은행은 물론 우리 은행의 대출만 해도 삼천오백정도 했었고 그 이자만 해도 내 월급 전부를 넣고도 모자랄 정도였지.. 준기놈 말에 솔깃했다. 어느 누구라도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을 거야.." "그랬을 테지.." "하지만, 난 그 두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그 여우같은 자식이 법정에서 자기는 증인인 것처럼 꾸밀 줄은 몰랐어... 이 ... 개.. 자식. 흑...흑" ".....그 ..랬었구나..." "흑.... 그 새끼가 죽였어. 난 부장인가 뭔가 하는 놈과 엉켜 있었고... 그 때..누군가 신고를 했어.. 난 샛길로 난 곳에 위치했고. 준기...아니 그 씨발새끼는 건물 안쪽에 위치해서 과장에게 칼로 휘두른 상태였고.. 그리고 나더러 망을 보라고 한 사이에 마저 부장을 찔렀지.." "그런데... 왜?" "그 새끼가 뒤에서 날 찌르고, 달아나면서 하는 말이.. '영돈아.. 내가 둘째놈 약값...아니 병은 꼭 고쳐 놓을게..'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 새끼 말... 그리곤 내가 이어온 경찰들에게 잡혔지.. 그래도 난 둘째놈 병원 비에 결국 거짓을 했지..." "영돈아. 그럼 니네 식구들은?" "아.. 그것 때문에 만나자고 했다. 나 좀 도와줘.." 난 그 길로 용훈과 목욕을 하고 대포한잔을 했다. 취기가 올랐다. 한 반병쯤 마셨을까...? 그럴 테지.. 십년간 술은커녕 술병도 보질 못했으니... 늦었으니 집에 가서 같이 자자고 했다. 난 당장 100만원만 꿔 달라 했다. 그 돈으로 난 식구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여관에서 삼일 정도 지냈을 때.. 밤 10시쯤 용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돈아! 찾았어.. " "그래?! 어디래?" "아니...그.게 . 식구들 말고,, 준기 녀석 말이야.." "주...준기!!?" 어느새 준기네 집 앞에 가 있었다. 나의 맘속엔 우선 돈부터 종용을 해야 했다. 그래야 그 돈으로 식구를 찾을 테니.. "삐리리리리리....." "누구세요?" 얼핏 들어도 준기 아니 그 개새끼의 목소리였다. 난 내 이름을 거들먹거리면 나오지 않을까 봐 구청에서 나왔다 했다. 잠시 후.. 누군가 문을 열었다. 깜깜한 곳에 누군가 가운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 . . 아..... 이......런.... 이...럴 ...수..가.. 나의 ....나의 사랑하는....아내가... 이 새끼집에서..왜..? 아내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당...신....? " "여.......보...당신이 왜... 준...기네...서?" 순간 후다닥 아내는 문을 닫으려 했다. 난 서둘러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리고 마당에서 도망치듯 달아나는 그녀를 붙잡았다. 난 물어 보고 싶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 애들은..." "....."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기가 두려운 표정이었다. 난 질질 아내를 끌고 현관문을 들어섰다. "허....억....너..넌." "쨍그랑...." 놀람과 동시에 준기놈은 팬티차림으로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순간 잘 쳐먹고 살았는지.. 놈의 덩치가 예전보다 훨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난 아내를 팽개치고 화들짝 놀란 준기놈의 발밑에 깨진 유리잔을 들었다. "여....영돈아.. 왜 이래.. 오해야.. 우리 앉아서 얘기하자..응?" "뭐..라..구? 앉아서 얘길 하자구...? 이..런..." 말이 필요 없었다. 내가 준기놈에게 깨진 유리잔을 들고 달려들자, 힘 좋은 준기놈이 나를 밀쳐 장식장 쪽으로 내 팽개쳐 버렸다. 순간 장식장에 있던 술잔들과 양주병들이 왈칵 내 머리로 쏟아져 내렸다. 그런 나의 몰골을 준기놈은 비웃듯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래..네가 본 대로야. 하지만 진석이는 어쩔 수 없었어.. 치료불가 판정 을 받았지.. 그래 난 그 돈으로 약속한 대로 병원 비를 모두 대 줬어. 하지만 어떡해.. 죽을 목숨은.. 후후.. 어쩔 수 없쟎아..?" 무슨 소리야.. 진석이가 주..죽다니.. 이.. 런. 세상에.. 그 새끼가 중얼거리고 있는 사이에 난 불현듯 무언가를 나도 모르게 읊고 있었다. "...어제의 분노와, 비원과, 배반을 가슴지닌 배암과 이리의 갈라진 혓바닥과 피묻은 이빨들을 기억한다...." 난 그 구절을 읊으며 구석에서 그 더러운 눈물을 흘리는 내 아내를 보고 있었다. "영돈.. 그리고 네 아내를 내가 꼬드긴 건 아냐.. 오해마.. 제 발로 날 찾아왔..." "이...런 씨.. 발!" 내 몸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관절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양 진호의 모습이 눈에 떠올랐다. 나의 들끓는 모습에 놀란 준기놈이 걸레 자루를 쥐었다. 난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몸 속에 기를 발산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난 벌떡 일어나 내 아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멱살을 움켜쥐었다. 엄청난 힘이 솟아났다. "이런 빌어먹을.. 진우는 어디 있어.." 그때 씨벌놈의 준기놈이 나의 뒤통수를 까부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진...우는.. 고...아..원.." "...!" 더 이상 듣기가 거북했다. 멱살을 풀고 목청을 잡았다. 온 몸의 힘이 오른손으로 집중 되었다. 아내의 얼굴은 붉은 빛에서 푸른빛으로 변해 갔다. "우...케케케케켁...." 시뻘건 피가 내 오른손 팔뚝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나의 오른손 엄지가 목을 뚫고 들어갔다. 마치 두부에 손을 집어넣는 듯 했다. 다음 차례대로 네 손가락이 쑥 빨려 들어갔다. 어느새 엄지손가락과 네 손가락이 만나고 있었다. 계란을 쥐듯한 형태의 손안에 목청이 들어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난 그것을 뜯어냈다. 피가 솟구쳤다. 내 얼굴로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사지를 바르르 떨고 있는 아내의 몸이 이내 축 늘어졌다. 난 뜯어낸 목청을 들고 이 엄청난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준기놈을 쳐다보았다. 놈의 얼굴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벌...려.." 준기놈은 아무 소리도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불가항력 적인 힘과 공포에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몸이 경직된 채 눈만 커져 있을 뿐이다. "내가 벌려 줄까..." 난 뜯어낸 목청을 내려놓고 준기놈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입을 억지로 벌렸다. "야이..썅... 입에 힘빼.. 안 그러면 찢어버린다..."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순간 난 왼손 엄지와 오른손 엄지로 준기놈의 아구를 귓볼까지 찢어 버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피는 금새 나오지 않았다. 준기놈은 데굴데굴 굴렀다. 그것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다시 목청을 주워 들고 준기놈에게 향할 즈음, 구르던 준기놈의 얼굴에 서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난 놈의 머리채를 한 번더 휘어잡고 아내의 목청을 놈의 목 깊숙이 쑤셔 넣었다. "아그그그그그그그극....켁켁.." 어느새 마루는 두 연놈의 피로 질퍽해 졌다. 아내는 이미 축 쳐져 눈을 부릅뜬 채로 죽은 것 같았고.. 준기놈은 공포와 고통을 겸비한 채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놈을 죽여야 한다. 보상을 받아야 했다. 구르는 놈의 머리를 마치 축구선수가 공을 발로 잡을 때처럼 눌렀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의 힘으로 내려찍었다. "퍽.........퍽......퍽....." 세 번 정도.... 두 개골이 함몰 된 것 같다. 압축된 두 개골의 힘으로 놈의 눈자위가 튀어 나왔다. "으..............아...." 난 소릴 지르며 그 눈까지 짓밟아 버렸다. 수정체의 안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렇게 두 연놈의 시체와 더러운 피들이 마루 위를 더럽히고 있었다. 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 . . 난 그토록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아름답게 그리고 평범하게 살기를, 끝내 그렇게 죽기를 원했는데... 나의 죗값을 치르고 출소를 할 때 난 이제 남은 나의 생을 값지고 보람되게 마쳐야겠다고 그렇게 나에게 나 자신에게 되뇌어 왔었는데.... 휴.... 지금 나의 이 꼴은...... 누군가에게 이 싯귀를 전해 줘야 겠다. 하지만 좋은 일에 쓰기를.. 나처럼 쓰지 말기를.... 어제의 분노와 비원과 배반을 가슴 지닌 . . . 배암과 이리의 . . . 갈라진 혓바닥과 피묻은 이빨들을 기억한다. 출처 : www.black8.net 작가 : 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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