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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도서관(上)
게시물ID : panic_14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
조회수 : 15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09:24
1. 도서관 가끔 내가 무엇을 공부하는 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제 고시를 준비한 지 3달째...솔직히 그동안은 적응도 안되고 이것저것 할 일도 정리하지 못해서 많이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에 맘먹고 공부한 시간은 한달이 조금 넘는다. 보통 사시 기본과목인 민, 헌, 형법 중에 이제 민법 중간 정도에 들어갔다. 외울 것도 많고...이해해야 할 것도 많다. 어쨌든 남들보다는 빨리 합격하는 것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인생의 1차적인 목표다. 이곳은 성균관 대학교 중앙도서관 지하 1층 열람실이다. 창가쪽에 앉으면 나름대로 경치가 괜찮아서 아침에 올때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공부하곤 한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캠퍼스 정경...6월의 캠퍼스라...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슬슬 깨졌던 커플들이 붙거나 새로운 커플들이 생길 무렵이고...이것저것 행사도 많을 때다......그렇지만 곧 기말고사기간이기도 하다. 젠장...요즘 도서관에 부쩍 사람이 많아져서 웬만큼 일찍 오지 못하면 자리를 차지하기도 힘들다. 서울에 있는 대학 도서관 중 자리 빨리 차기로 유명한 이곳이다. 테잎으로 녹음된 학원 강의를 들으며 신나게 펜을 움직이다 머리가 아파서 잠시 카세트 플레이어를 끄고 고개를 들어본다. 나처럼 신나게 펜을 놀리고 있는 학생들이나...아니면 책을 뚫어버리겠다는 생각인지 한페이지만 계속 바라보는 사람들...혹은 밤에 뭐했는지 책상에 코박고 자고 있는 사람들...아예...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책을 침으로 흠뻑 적신 사람들..등이 눈에 들어온다. 책상 사이사이 통로에는 이사람 저사람 정신없이 왔다갔다한다. 가끔 예쁜 여자도 있지만 대부분은.....어떻게 저렇게 촌스러울 수가 있을까...그래도 대학이란 곳 안에 들어오면서 추리닝은 좀 심하다. 화장실로 가면 대변칸은 항상 잠겨 있고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집에서 뭐하고 왔는지 아침 9시에 양치질해대는 사람들...세수하는 사람들...공용으로 둔 화장지가 두시간만에 동이 났다. 복도로 나가면 언제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했냐는 듯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많은 사람들..복도에 있는 신문대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진지한 눈으로 5분 정도 오늘자 조간신문 1면을 바라보다가 20분동안 스포츠 면앞에서 서성인다. 도서관 문앞에 서서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들은 무엇때문에 공부하는 것일까?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하는 공부와 자기가 다니는 대학에 대한 자부심에 가득찬 도서관 인간들...그렇지만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공부하는지도 모른 채 할일없어서 공부하는 인간들...저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20대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늙어버린 멍한 눈동자가 있을 뿐이다. 결국 도서관에서 보낸 젊은 시간이 남겨 주는 것은 쓰레기같은 세상에 별 불편 없이 편입되려는 불쌍한 버둥거림 뿐인 것이다.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나가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온 후 다시 내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어쨌든 오늘 해야 할것을 마무리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데에 허비했다. 사람들이야 어쨌든간에 난 내 할 공부를 해야 하니까...저들과 특별히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난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럴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의 상처...난 그것을...치료해야 한다.... 2. 복수 비가 온다...아주 많이... "너냐?" "어...진짜로 왔네?" "그럼 진짜로 오지 쫄아서 안올 줄 알았냐? 씨발놈아?" 녀석의 오른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는 여전하다. "아....그...그냥...해본....거였는데..하하..." "장난하냐? 개새끼야? 너 내 전화번호는 어서 알아냈어?" "진짜 올줄은 몰랐는데...미안해..하..하하...그럼 난 이만..." 후다닥~ "어쭈구리~ 전화해서 별 개같은소리 다 지껄일땐 언제고 튀어? 너 거기 안서?" 쫓아온다. 역시 달리기가 빠르군... "음...그래...설께..." "이새끼가 누굴 갖고 노냐? 엉? 너 오늘 나한테 50대만 맞아라~ 엉?" "싫은데?" 파직! "끅!" 호신용 전자충격기는...언제나 쓸만하군... 친구라는 건 항상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녀석이 빗속에 엎어져 있다. 주위를 둘러봤다. 정발산 중턱 산길 가운데에 운동하라고 마련되어 있는 공터...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워낙에 일기예보가 잘 안맞아서 오늘 정말 비가 많이 올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중학교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샀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컴퓨터를 학교에서 제일 잘했던 친구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집이 부유하지 않은데도 오른손에 끼워져 있는 사파이어 반지가 인상적이었다. 컴맹인 나를 컴퓨터 조립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그때까지 놀아본 친구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기에 친구라고 믿었다. 어쨌든 항상 친구가 많지는 않았던 나였기에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었던 처음의 친구라는 면에서 녀석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다.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집에 돈이 많았던 것 같다.) 2년이 지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무렵이 되자 녀석은 자기도 할 때가 되었다며 자기가 아는 부품 상가에서 부품을 사올 테니 돈을 5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었다. 아버지께 힘들게 말씀드려 내돈과 함께 140만원을 친구에게 갖다주었다. 이후 연락이 안된 녀석을 두달 후 찾아갔다. 오래 전 이사갔더군... 어쨌든 여러 모로 비오는 오늘 내가 이녀석에게 전기충격기를 갖다 댄 것은 상당히 유치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와 돈 140만원따위라니... 이녀석 때문에 내가 고시준비를 시작한 것이기도 한데...역시 유치하다. 분명히 나도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지만...쌓이는 분노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결국 이녀석에게 복수할 순간을 위해 나는 5년간을 준비해 왔으니까... 쏟아지는 빗속에서 천천히 어둠이 내리깔리는 사이 시간을 봤다. 오후 6시 25분...올 때가 되었군... '헉헉...' 산길을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시간을 잘지킨다....10초...9초...8초...7초...6초...5초... 쓰러져 있는 녀석이 있는 곳에서 약간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전기 충격기의 충격파를 최대치로 올리고...자동모드로 변환한 다음...살짝 분해해서 전선만 남기고 껍데기는 흙탕물이 신나게 내려가고 있는 골짜기로 던졌다. 그리고 쓰러진 녀석에게 15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던졌다. 물을 통해 전기가 전달되어 온다...윽.... "어버버버버버버....끄으으..끄아..." 내 목에서 나오는 소리다. "케엑....끄아아아" 쓰러져 있다 온몸을 정신없이 경련시키면서 일어나며 다시 나에게 덮쳐드는 저녀석에게서 나오는 소리다. "헉헉....앗...영철아!" 내 전화를 받고 비를 맞으며 달려온 조폭출신 명석에게서 나오는 고함소리다. 퍽! 공포에 질린 내 눈이 나에게 달려드는 쓰러져 있던 녀석을 비추며 커지는 순간 녀석이 나에게 덮쳐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저만치로 떨어져나간다. 명석이가 녀석을 근처 철봉에서 뽑아낸 쇠파이프로 미친듯이 두들겨패는 모습이 보인다. 눈앞이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녀석의 입에서 피가 터져나오고 머리가 거의 깨져가는 것 같다.....계속 몸속에 전기가 찌릿찌릿 돌고 있다...몸을 둥글게 말았다...의식이 멀어진다...희미하게 산 아래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나에게 달려드는 순간 명석의 발에 차여서 굴러다닐 때 이미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녀석을 거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쇠파이프로 두들겨팬 명석은 사건의 정황과 녀석의 특별한 성격이 고려되어 책임감경되어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나는 그 이후로 두달 정도 더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여자친구와 데이트중 정발산 공원으로 올라온 그녀석은 불쌍하게도 한강에 뿌려졌다. 대학에 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삼수 끝에 오랜 양아치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에 들어온 명석...상당히 편집증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시간은 절대적으로 지켰는데 고등학교때부터 해온 조폭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서 피만 보면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녀석이었다.(대학 들어가서 3년간 녀석에게 쓴 돈이 엄청나다..젠장) 학교밴드에서 기타를 치다 알게 된 공대 친구는 기계를 다루는 데 천재적이었는데 2학년때 일반적인 전기충격기의 다섯배 이상의 위력을 얇은 전선 하나로 만들어냈다며 곧 특허출원할 것이라고 내게 항상 자랑했었다. (그녀석의 작업실에서 그 충격기를 슬쩍해온 것은 아직까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성공할 녀석이다. 장마철이 오기 한달 전쯤부터 난 부모님들과 친구들 앞에서 경련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시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유였다.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서의 답답함을 머리속에 그리자마자 곧 입안으로 게거품이 올라왔다. 그날은 정신병원에 들어간지 40일쯤 되었던 날이었다. 올해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된 날...간호사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녀석에게 전화로 cradle of filth의 노래를 들려준 후(참고로 보통사람이 듣기에 상당히 기분나쁜 노래를 하는 그룹이다.) 신나게 욕하고 나서 정발산 공원으로 올라오라고 한 뒤...내 주변에서 슬슬 내가 없어졌다고 난리일 거라고 생각되는 때 명석에게 전화를 걸어...이렇게 말했다... "어버버버...저..정..정..발....고..공..."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명석은 내가 시험삼아 전화해볼 때마다 정확히 30분안에 달려오곤 했다. 녀석의 집과 병원, 정발산공원은 거리가 거의 비슷했다. 빨리 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역시 운이 좋았다. 골짜기로 던진 전기충격기 껍데기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정발산 아래쪽 어느 하수구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은 녀석의 사망원인이 감전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던 것에 대해 잠시 궁금해했고 내 주변에 공대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잠시 나에게 접근했지만 난 그때마다 맛이 간 것처럼 행동했고 공대친구 역시 나에게 전기 충격기가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고...나와 녀석이 함께 감전되고 있었기에 나에게서 혐의를 돌려 근처 전봇대에서 늘어져 있던 주변의 전선이 비로 인해 터진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한전의 상해보상금으로 돈도 꽤나 받았다. 어쨌든 사건 이후 1년뒤 나는 가볍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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