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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도서관(下)
게시물ID : panic_14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9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12:03
3. 변호사 내 나이 37살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연수원을 꽤 괜찮은 성적으로 졸업하고...군법무관 생활을 마친 후 대전 지방 검찰청에서 5년간 근무하고 나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려다...이것저것 귀찮아져서 그냥 국내 로펌 여러 군대에 원서를 냈다. 나이 37살에 로펌에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구성 변호사 말고 선임 변호사 가운데서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역시 사법고시에 헤매다가 느지막히 변호사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어쨌든 능력있는 사람들일테니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제일 로펌의 변호사 월급은 선임변호사가 초봉 월급 500여만원...그외 여러가지 혜택이 있지만 그냥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근무시간이 주 50시간에 토요일은 항상 휴무라는 것에 로펌 생활이 끌렸다는 점이다. 많은 시간이 나에게 할당된다는 점... 물론 자기 업무 처리 때문에 자기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는 것도 있지만 묘한 취미를 가진 나에게 있어서는 업무에 구속받지 않는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상당히 끌렸다. 어쨌든 한번 하고 나서는 정말 맑은 정신으로 일에 임할 수 있었으니까... "김변호사님 수고하셨어요~" 여직원의 말을 뒤로 한 채 사무실을 나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금요일 저녁...이다. 정신없는 날이지... 서울 지하철역 2번출구..서울역광장... 북적대는 많은 사람들...하나같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뭐가 저리도 바쁠까...바빠보이지만 사실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버스나 택시를 못찾아서, 서울에서 내려가는 사람들은 약속시간에 늦었거나 기타 여러가지 쓸데없는 이유때문인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곳에 서있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10여년전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와 다른 게 하나도 없다.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그렇게 살아가게 만드는 세상...아무튼 서울역 광장에 가장 사람이 많은 시간...금요일 저녁 11시다. 차를 도로가에 세우고 오른쪽 주머니의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피워물었다. 할일 없는 듯이 광장을 돌기 시작했다. 광장 앞쪽의 서울역 입구...그곳 주변에 널려 있는 벤치들...그곳에는 많은 노숙자들이 있다. 소주병 한두개를 앞에 두고 누워 있거나.....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구걸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을 위해 법이 필요한 게 우리나라지... "저기...선생님...담배한대만 주십쇼!" 한 노숙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노숙자의 얼굴을 보았다. 떨어진 모자, 지저분한 얼굴, 더러운 옷...전형적인 노숙자다. 아무 말 없이 왼쪽 주머니에서 디스플러스갑을 꺼내 한대 빼주려는 순간... "한푼만 적선하세요! 네? 불쌍한 거지한테...담배한갑 적선하십쇼~!" 갑자기 꺼낸 담배갑을 붙들고 놓질 않는 노숙자..당황스런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애처로운 듯한 표정이면서도 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은연중의 위협을 얼굴에 담고 있다. 웃기지도 않는다. 구겨져버린 담배갑을 손에서 놓았다. "고맙습니다잉~고마워요!!" 담배갑을 들고 자기가 누워있는 곳으로 달아나는 노숙자...벤치에 다시 누워서 내게서 강탈해간 담배를 피워문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자꾸만 터지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한시간 후 내 차는 교외로 달리고 있다. 경기도 북부에는 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면서도 땅만 파놓고 공사판만 벌려놓은 채 회사가 망해버린 흉물스러운 구덩이가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잘 가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 부근의 어느 공사장...산밑에 지어져 있고 특별히 땅이 굳어있지도 않으면서 위쪽에 나무가 많기 때문에 비가 와도 잘 씻겨내려가지도 않는 곳...공사장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주택단지가 있다는 것도 내가 그곳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넘치는 스릴이라고 하긴 유치하다. 단순한 쾌감의 증가라고 하는게 낫겠지... '덜컹~' 공사장 앞에 차를 세우고 자동차 뒷트렁크를 열었다. 시체가 되어버린 아까 그 노숙자의 푸르딩딩한 얼굴이 보인다. 담뱃잎 대신 특수가스를 뿜어내는 풀을 집어넣은 담배를 피운 결과다. 표정없던 내 얼굴에 냉소가 감돈다. "병신..." 차 뒷좌석을 젖히고 거기에 있던 우비를 꺼낸 후 얼굴에 비닐봉지를 쓴 후 눈과 코 부분에 구멍을 뚫었다. 손에 장갑을 끼운 뒤.. 트렁크에서 노숙자를 꺼낸다. 아직 굳지 않았다. 죽은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내 담배를 피우고 고통스러워하는 노숙자를 벤치에서 데려와 뒷트렁크에 집어넣을 때는 아직 죽지 않았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부축하듯 데리고 가다가 트렁크에 던져넣는데도 아무도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노숙자들마저도... 분명히 금요일 저녁의 특권일 것이다. 시체가 굳지 않았을 테니 아마 피도 굳지 않았으리라. 이때가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다...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다시한번 둘러본 후... 퍽! 퍼억! 정신없이 노숙자의 몸에 칼을 찔러넣기 시작했다. 내 힘에 노숙자의 시체가 움찔움찔한다.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한 묘한 그 움직임이 나의 손에 더욱 강한 힘을 불어넣는다. 그의 몸을 찢어버린 뒤 내 칼은 다시 목과 얼굴로 향한다.. 퍼어억! 퍽! 기기깅! 그의 목, 다리, 팔, 모든 부분을 난도질한 뒤에야 내 칼질은 멈추었다. 내 몸을 둘러보았다. 우비와 장갑, 비닐봉지가 모두 피범벅이다. 시계를 보자 밤 1시 35분...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얼굴의 비닐봉지를 벗고 박살난 시체를 본 뒤 만족한 웃음을 지은 후...뒷트렁크에서 시체 밑에 깔려 있던 삽을 꺼내들고...시체 옆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많이 해봤고 땅이 굳지 않아서 깊이 1.5m정도의 구덩이를 쉽게 팔 수 있었다. 아쉬운 듯 시체를 내려다보다...머리에 다시한번 칼을 찔러넣은 후...손수건으로 깨끗이 잭나이프를 닦았다. 그리고 시체를 구덩이로 밀어넣었다. 쿵... 부자연스런 자세로 눈을 부릅뜬 채 구덩이에 누워 있다. 불쌍한 인생을 나의 쾌락으로 마무리짓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길 바라며... 구덩이를 다시 흙으로 채우고...마지막으로 트렁크의 아이스박스를 꺼내 안에 신문지를 깔고 우비와 비닐봉지, 장갑을 집어넣었다. 깔끔하다. 차를 몰고 인접 주택지 편의점으로 향했다. 음료수와 담배를 사와서 담배를 오른쪽 주머니의 알루미늄 담배케이스에 집어넣고...음료수를 마시며 음악을 튼 뒤...차의 좌석을 뒤로 제끼고 편안히 누웠다. 두시가 다되간다... 첫 살인을 완벽하게 해낸 스물 네살 이후 134번째 살인이었다.... 4. 마지막 살인 이상한 꿈을 꾸다 깨어났다. 토요일 오후 3시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쫓기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좋지는 않은 꿈이었다. 한번도 이런 꿈을 꾼 적이 없는데... 새벽에 집에 들어와 아이스박스 안의 우비와 비닐봉지, 장갑, 손수건을 세탁기에 돌려버리고 냉장고의 맥주를 꺼내 마시며 영화를 보다가 잠든 기억이 난다. 나도 모르게 머리는 그 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제의 짜릿했던 그순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훗..." 세탁소에 어제 입고 있었던 양복을 맡기고 집에 돌아와 최근 맡고 있는 소송 관련 서류를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이상하게 작업을 마친 다음날은 몸이 개운하게 마련인데 영 찌뿌둥한 게 엉망이었다. 일어나기 전에 꾸었던 꿈도 걸리고...어제 뭔가 제대로 못한 게 있었나? 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 인터넷을 하는 습관대로 익스플로러를 켜고 시작페이지로 뜨는 네이버 화면을 봤다. 뉴스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노숙자 및 나가요걸들의 실종사건을 박스기사로 다루고 있다. 어쨌든간에 문제는 되겠지...하지만 저 사람들에게 관심갖는 사람들은 사건을 맡는 형사들과 기자들을 제외하면 없다. 따라서 범죄가 완벽하면 수사가 길어지지도 않는다. 하루이틀 일해보나...후후.. 순간 머릿속을 섬광처럼 치고 지나가는 어떤 이미지... "삽!" 구덩이를 신나게 파고 난 뒤 시체를 밀어내고 나서 나는 삽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다. 간만에 느끼는 엄청난 희열 때문인지 주변 정리에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너무 기계적이었던 것일까? 젠장...10여년동안 이런 실수는 처음이다. 어쨌든간에 오늘은 토요일이다. 분명히 공사장에서 오전근무는 이루어졌을 것이다. 공사장에서 그래도 약간 떨어진 곳에 묻긴 했지만 누군가 내 삽과 뭔가를 묻은 흔적을 발견한다면 큰일이다...제길...다음날에는 현장 근처에 가지 않는다는 철칙을 어겨야겠군... 차를 몰고 공사장으로 향했다. 벌써 일이 끝났는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사장을 지나 어제의 현장으로 갔다. 경찰에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아무도 없다. 다행이다...후우...놈을 묻은 구덩이로 가보았다. 파헤쳐진 자국도, 누구의 발자국도 없다. 발견된 것 같진 않다. 이제 삽을 찾자.... 구덩이 옆에 던져놓았을 것이 분명한 삽은 날이 어두워지도록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젠장...어디있는 거지? 현장 주변의 평지는 물론이고 공사장 내 건축중인 건물까지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없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완전 범죄를 해왔다고 자신하고 있는 나의 머릿속에 간 작은 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누군가 미친듯이 시체를 난도질하고 있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삽만 챙겨서 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차번호를 적어서 신고를 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협박이라도 하겠지...아니면 금요일에 맛이 간 노숙자를 트렁크에 쳐넣을 때 여기까지 쫓아와서 내가 녀석을 다 묻자마자 조용히 삽을 챙겨간 것일까? 제길...어떤 놈이란 말인가...으으... 어쨌든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없다...돌아가자... 저녁 9시쯤 차를 몰고 가다 아파트 단지앞 상가 3층의 세탁소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문을 닫았다. 양복은 일이 많이 밀렸다며 내일 찾아가라고 했다...9시에 문닫으면서 바쁜거 좋아하네...내일은 일요일이다. 간만에 낚시나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들어오면서 양복을 찾아야겠다...양복주머니에 라이터와 담배를 넣고 맡겨버린 생각이 난다. 오늘은 하루종일 담배한대 피우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가만...뭔가 또 생각난다...제발 불길한 이미지가 아니길 바라며...담배...어제 내가 담배를 뭐에 썼었지? 머릿속의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거의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독담배야 녀석과 함께 묻어버렸지만 난 양복 안주머니의 잭나이프도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끝났다.... 포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집에 들어왔다. 10여년에 걸친 전국적인 살인사건은 관심 없는 사람들 속에 몇명의 경찰청장을 갈아치웠다. 그만큼 전국에 걸친 경찰들의 수사망은 좁다. 치명적인 실수를 두 개나 했다. 이제 수사망은 나에게 점점 좁혀들어올 것이다...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마지막으로...죽은 사람들에게 사죄하며 자수라도...할까...?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양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 따라라라랏...따따따라라랏...따라라랏..따다.. 핸드폰이 울린다. 꺼놓지 않았었나? 벌써 경찰서의 소환명령인 것 같다. 받기 싫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핸드폰에 손이 간다.. 힘든 몸을 이끌고 제일 로펌 주변 K&J로펌으로 가고 있다. 전화는 평생 얼굴한번 보지 못한 그곳의 대표이사에게서 온 것이었다. 나이때문에 이력서도 안냈는데 스카웃 건이란다. 곧 살인혐의로 사형대에 서게 될 놈한테 스카웃이라...재미있다. 어차피 안가는 것도 이상하니 마지막으로 연봉 협상이나 해보자는 생각이다. 밤 12시에 스카웃협상이라..그렇게 예의있는 사람은 아니군... 대표이사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었다. 여러가지 지혜와 기민한 두뇌가 엿보이는 검고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고 깔끔한 짙은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의 앞에 커피 한잔이 놓여 있다. 한달에 수억을 벌어들이는 인간이 30대 중반이라니...말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일 로펌 소속 변호사 김영철입니다.."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왜인지 내려다보는 듯한 눈매가 짜증난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그의 앞 테이블에 앉았다. "전 스카웃제의는 처음이라..좀 긴장되네요..하하." "후후...긴장되시겠죠. 사람을 134명이나 죽였으니..." 당연하다...사람을 그렇게 긴장시키고 안죽는 사람이...뭐지? 뭐지?? "네...네? 무..무슨..무슨 말씀을...." "후후...거두절미하고...자 이 계약서 읽어보시죠." 그가 내미는 계약서를 얼떨결에 받아든 나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오른손의 사파이어 반지를 들어보인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12년전 내가 죽였던 녀석의 얼굴로 변하는 듯 싶더니...다시 내가 어제 죽인 노숙자의 얼굴로..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로 변한다...이건... 다시 한번 계약서를 내려다본다...망설일 여지조차 없었다. 계약서 아래쪽 서명란에 붉은 인주로 도장을 찍고...다시 그와 눈을 마주치며...역시 음흉한 웃음을 짓는 나..... 아...계약서의 내용은 K&J의 대표변호사직과 함께 내가 지금까지 저지른 살인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준다는 것이었다....그 대가로 악마가 나에게 원한 것은 마지막으로 남은 나의 죄책감이었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영혼도 가져가겠지만... 인간으로서 저지른 나의 마지막 살인일 수도 있겠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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