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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기차여행 중에 -3부-
게시물ID : panic_14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
조회수 : 11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23:34
며칠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이 의례 몸이 약해져 생긴 일이라 믿고 그동안 먹지 않던 아침까지 챙겨먹었다. 게다가 가끔 형수님이 찾아와 밑반찬을 가져다주었고 거의 모든 끼니를 회사에서 해결하는 터라 식사문제는 무리가 없었다. 회사일도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대일무역을 담당하는 부서였는데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늦게 끝나는 때도 많았고 회식자리도 잦았다. 대구에 있던 상사가 좋은 얘기를 해주어서인지 직장 내에서 나는 과분한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업무량도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나는 이곳, 홍제동 기와집에 조금씩 적응을 했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도 그렇고, 그 앞에 있는 수돗가에서 씻는 문제도 점점 익숙해졌다. 이젠 내가 동네 슈퍼에서 몇 가지 재료를 사다가 혼자 음식을 해먹을 때도 있었다. 잠이 안올때는 만화책이나 비디오도 빌려다 보았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사는 생활이 조금씩 몸에 배고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 몇 가지가 여전히 상주하고 있었다. 대구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 꿈이라 치부해버린 그때 그일, 그리고 주인집. 주인집. 정말이지 주인의 말대로 내가 그 집에 있을 때는 주인집 가족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가끔 호기심에 대문에 들어서서 현관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누군가 마주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인기척조차 나지 않았다. 어떨 때는 24시간 나 혼자 살고 있는 집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토요일이었다. 원래 회사에서 야유회를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가지 않았다. 한여름에 감기기운이 있어서인지 몸도 으슬으슬 춥고 이마에는 미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자마자 나는 동네어귀에 있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서 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방안으로 들어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씻기도 귀찮고 약 기운때문인지 잠도 오고해서 바로 이불을 폈다. 날씨는 덥지만 감기 때문에 방안은 추위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보일러를 켜고 바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몸에서는 계속 열이 끓어올랐다. 나는 몇 번 기침을 해대며 베개를 바로 잡고 팔을 뻗어 소형 TV를 켰다. 그리고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려 몸을 감쌌다. ' 이래서 집이 좋다니깐...' 타지에서 외로이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감기에 불과할 지라도 나는 평소 잊어버리고 있던 외로움을 느끼며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 젠장....한여름에 왠 감기야....개도 안 걸린다는데...'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리고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나는 다른 상념들을 제쳐둔 채 잠을 청하려 이러한 현상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 얼핏 잠이 들었을까. 바깥에서 꽝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잠에 빠진 나는 한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뒤척였다. 다시 꽝꽝거리는 소리. 아마도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퀭한 눈을 한 채 일어나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 번 고개를 흔들고 찌푸린 얼굴을 한 채 일어나 문을 열었다. " 누구 안계세요?" 대문 밖에서 누군가 부르고 있었다. 나는 주섬주섬 문밖으로 나가 대문으로 나가보았다. " 무슨 일이에요?" 심하게 잠긴 목소리를 어렵게 꺼내며 말했다. " 신문대금 받으러 왔어요!" 나는 하품을 하며 내려가 대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는데요." 신문사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용지를 들고 서 있었다. " 아...나는 주인이 아니고...여기 세들어 사는 사람인데..." " 그러세요? 안에 안계세요?" " 글쎄...아아아함...아마 안계실꺼야. 매일 늦게 들어오시는 것 같던데..." " 아이...오늘까지 받아야 되는데....언제 들어오시는데요?" " 나도 잘 모르지....그거 고지서 주고 가. 그럼 내가 전해 줄 테니깐.." " 저희 계장님이 오늘까지 받아 오랬는데....그럼요..고지서 받으시고 무통장 입금하실꺼면...여기 번호로 전화주시고요...저한테 직접 주실꺼면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온다고 말씀 좀 해주세요." " 아아함...그래, 알았어." " 네, 부탁드릴게요." 그 남자애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골목모퉁이로 사라졌다. 나는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고지서를 들고 대문밖에 서 있었다. '이걸 말해달라고?' 한번밖에 보지 않은 주인을 어떻게 보고 말해주란 말인가. 사실 주인에게 말을 전해주기란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기분 나쁜 남자를 만나는 것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서로 싫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쪽지에 이 일을 쓰고 고지서와 같이 손에 쥐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 아아함...젠장....막 잠들라고 하는데...." 나는 연신 하품을 해대며 현관 앞으로 갔다. 그리고 고지서 안에 쪽지를 넣어 반으로 접은 후에 문틈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조금씩 손톱으로 밀어 넣으니 안쪽에서 툭소리가 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혹시라도 현관문 바깥으로 삐져나왔나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가려고 했다. ' 도대체 여기가 사람이 사는 집이야 뭐야?' 토요일 대낮에도 사람 사는 기운이 전혀 없는 이 집. 나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이 집안에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지, 그 아프다는 딸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는 문틈으로 집안을 엿보려고 했다. 하지만 집안은 불이 꺼져있어 굉장히 어두웠고 바깥쪽에 있던 나는 좁은 문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 완전히 귀신이 사는 집이군.' 나는 문틈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고 문에서 눈을 떼었다. 그리고 현관을 지나 미닫이문으로 막혀있는 마루를 지나갔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낮은 담벼락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골목을 사이에 둔 옆집 창문도 이층까지 모두 커튼으로 막혀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느낌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분명히 나를 보고 있는 느낌. 너무나 확실하고 정확한 육감이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간유리로 되어 있는 미닫이문을 보았다. 내 키만큼 커다란 미닫이문이었다. 그리고 그 창에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눈의 현미경 모습이 도안된 간유리로 굳게 막혀 있었다. 전에도 한번 이것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했던지라 그것을 통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 이 집 주인...이거 변태 아니야? 안에서 내 동태나 살피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나는 다시 간유리에 눈을 바짝대고 빈틈을 찾아보았다. 문양이 없는 곳은 뿌옇게 서려있었고 눈 문양이 있는 곳은 그 굴곡으로 인해 시선을 방해했다.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딘가 빈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서서 남의 집이나 살피는 내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은 그것마저도 가능케 하게끔 강렬했다. '엇...여기.....' 4개의 미닫이문으로 막혀있는 곳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빈틈을 찾아보던 나는 살짝 무언가에 긁힌 듯한 곳을 찾아냈다. 예리한 무언가에 긁힌 그 곳은 간유리의 뿌연 효과가 벗겨져 확실하게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우선 손으로 그 곳을 살짝 닦은 후에 약간 허리를 숙인 채 그 곳에 눈을 가까이 댔다. 나의 눈이 건너편으로 시선을 맞추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추었다. 나의 입김에 얼굴 아래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이곳이 마루이긴 한데....' 나는 얼굴을 바짝 대고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을 확인하려 했다. 그렇게 시선을 고정하자 조금씩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루가 아니었다. 나는 좀 더 초점을 고정시켰다. 마루는 확실히 아니었다. 나는 점점 얼굴을 미닫이문에 붙였다. 안쪽은 깜깜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깜깜함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확실하게 말하면 그것은 나의 느낌이었다. 나는 더욱더 눈에 힘을 주었다. 깜깜함이 살짝살짝 빛을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양손을 미닫이문에 붙이고 더욱 집중했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비틀어 나의 눈이 완전히 그 틈에 맞춰지도록 했다. 깜깜함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아래쪽에서부터 조금씩 밝음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밝음 또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샌가 나는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 깜깜함이 점점 올라가고 밝음이 아래쪽에서 올라왔다. 밝음이 대동하던 양쪽의 깜깜함은 점점 그 영역을 줄이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밝음이 아래쪽에서 범위를 넓히며 올라왔다. 그러다가 천천히 올라오던 밝음이 순간 갑자기 깜깜해졌다. 하지만 아까의 깜깜함이 아니었다. 잠깐의 고요 속에 또 다른 깜깜함.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눈이었다. 그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서 나를 보고 있는 눈은 다름 아닌 그녀의 눈이었다. 틀림없이 그녀의 눈이었다. "허억!" 나는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기어 정신없이 방쪽으로 돌아들어갔다. 방문 앞에 온 나는 문에 등을 기댄채 숨을 헐떡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미 감기의 증상은 내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멍한 정신에 앉아있었다. 그녀가 있었다. 꿈에서 보았을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 이게 뭐지...이게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스스로 잊어버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가 미닫이 문 안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을 광경을 떠올리니 온 몸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 저건...그 여자야...젠장...주인이 아니고....그 여자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정확히 본 것은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런 불확실한 확신을 내가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놀란 가슴은 아직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꿈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그녀가 저 마루에, 저 집에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내 머리속의 여러 가지 생각은 끝도 없는 가지를 치며 뻗어나갔다. 나는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린 나는 거의 기어가는 형국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 저게 혹시 .... 그 여자가 혹시 그 환자일까? 근데 못 움직인다잖아....그럼 뭐야?.....환자면....그게 환자면.....모르겠다....무슨 환자가 귀신같이 생겼어... 젠장...모르겠다. 아...모르겠다.' 나는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었다. 사실 이것 또한 내 느낌이긴 하지만 그럴 것 같았다. ' 내일 짐을 싸자. 까짓것 한 달 치 방세 주고 나가자. 젠장....' 하지만 그 다짐은 다음날 아침 바로 꺾였다. 이상하게 감기까지 뚝 떨어진 일요일 아침. 나는 잠을 설치며 몸서리쳤던 어제일을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여러 가지로 이상한 집이기는 하지만, 그 집을 엿본 건 분명 내 잘못이었다. 그리고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단지 그 꿈과 같은 일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꿈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나의 추측과 느낌으로 이루어진 일 아니겠는가. 나는 담배를 하나 물었다. ' 이만한 방...이 가격에 구하기도 힘들고...매물도 없고 말이야....뭐....나만 가만히 있으면 별일도 없을 테고....어차피 한두 달 살다갈 집인데....내가 너무 과잉반응하는건가..' 그런 생각들은 점차 나를 안정시켰다. 무슨 사연이 있는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나가면 된다. 복숭아 캔에 담배를 비벼 끄며 나는 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방문을 나가 수돗가로 가 세수를 했다. 몸 상태가 좋아져서인지 한결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소형 TV를 켜고 아직 개어지지 않은 이부자리 누웠다. TV에서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연예인들이 나와 정신없이 설쳐댔다. 나는 팔을 뻗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나 찾아보았다. 그런데 TV가 있던 뒷벽에 보일러 스위치가 빨간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켜놓은 보일러를 끄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나는 일어나 보일러 스위치로 다가갔다. 기름이 없는지 동작이상이라 쓰인 곳 옆의 램프가 깜빡이도 있었다. 나는 몇 번 재가동을 눌렀다. 하지만 스위치는 계속해서 이상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전에 대구에 있을때 몇 번 보일러로 속을 썩인 적이 있었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의 문제는 스스로 체크할 수 있었다. 나는 방문으로 나와 보일러실이 어디쯤에 있을지 가늠해보았다. 내가 있는 방이 기역자의 집구조에서 툭 튀어 나와 있기에 분명히 오른쪽은 벽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방문 옆 왼쪽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쓰이다만 건축자재들로 막혀있었다. 나는 자재들 너머를 쳐다보며 보일러실을 찾았다. 이 곳은 이 집의 뒤쪽 벽과 내 방, 그리고 내 방과 일직선상에 있는 뒷방까지의 벽 사이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나는 앞쪽에 문 하나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문은 보통 문보다 작게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문이 보일러 실로 들어가는 곳이라고 확신한 나는 건축자재를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된 다음 팔을 뻗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앞에 놓인 슬래트판 때문에 문은 내가 들어갈 정도로 열리지 못했다. ' 보일러실을 이렇게 막아놓으면 어떻게 해...' 나는 슬래트 판까지 모두 치운 다음 보일러 실 문을 완전히 열었다. 새로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기계들이 조그만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우선 보일러 작동기에 붙은 센서를 확인했다. 방안의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이 센서도 빨간불을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좁은 공간에서 살짝 몸을 틀어 보일러 기름을 체크했다. 게이지가 중간쯤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기름은 있고.....그럼 분명히 보일러가 이상하다는 얘긴데...' 문제는 조금 복잡해졌다. 게다가 예전에 내가 쓰던 제품과 달라서인지 아무리 둘러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한참을 그렇게 씨름을 하던 나는 결국 제품번호 밑에 적힌 A/S 번호를 중얼거리며 보일러실에서 나왔다. " 저기요? 계세요? 지금 보일러가 망가져서 그러는데요?" 나는 주인집 현관 앞에서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 저기...안계세요? 저 뒷방에 세든 사람인데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 정말 없는 거야....아니면 이런 일도 쪽지로 쓰라는 거야?' 몇 번 더 불러봐도 반응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직접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저기 보일러 때문에 그러는데요. 아...예....보일러 기름도 다 있는데 안돌아가네요....여기가..." 그렇게 A/S 에 전화를 하고 난 후 수돗가에서 담배를 문 나는 약간 걸리는 것이 있었다. ' 주인이 뭐라하는건 아닐까? 자기 맘대로 불렀다고...에이...뭐 금방 와서 금방 고칠 텐데 뭘...' 나는 애써 불안함을 떨쳐내며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 샌가 나도 이런 일에 불안함을 느낄 정도가 된 것은 알아채지 못한 채 말이다. 정오쯤 지나 서비스센터 직원이 찾아와 보일러를 손봤다. 의외로 간단한 센서결함이었다. 한 5분씩 고쳐대던 직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 와 어떻게 고장난 것인지 설명했다. " 아무튼 잘 아시고...여름에도 잘 관리를 해주셔야 됩니다." " 네, 수고하셨습니다." " 뭘요....근데 산지는 얼마 안 된 거 같은데....불그스름하게 녹이 쓸어내린 자국이 있더군요. 제가 봤을 때는 아마도 습기가 많이 차서 그런 거 같습니다. 가끔 한번 둘러보세요." " 예...뭐....그러지요." 서비스센터 직원은 연장함에 서둘러 공구를 챙기고는 바삐 사라졌다. 나는 보일러실 문을 닫고 꺼내놓았던 건축자재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쪽지에 보일러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현관으로 와 문틈으로 쪽지를 집어넣었다. ' 한번......다시 볼까?' 마루를 막고 있는 미닫이문을 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상한 일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알수없는 두려움도 한몫거들었다. 미닫이문앞에서 서성이던 나는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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