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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기차여행 중에 -5부-
게시물ID : panic_140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0
조회수 : 10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28:00
그 일이 있은 후로 삼사일 정도 지난날이었다. 계속되는 야근때문이었는지 오늘은 업무가 오후 일찍 끝났다. 오랜만에 맞는 여유 있는 시간이라 집에서 잠이나 자려는 생각에 일찍 집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아까 먹은 점심이 부실했는지 조금 출출했다. 나는 이불 옆에 놓아둔 휴대용 가스렌지를 끌어와 어제 형네 집에서 가져온 찌개를 끓였다. 전기밥솥에서 밥을 푸고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며 상을 차렸다. 그렇게 간단히 점심겸 저녁을 먹은 나는 대구에 전화를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 나야...잘 있지?" " 네..오빠는요?" " 나도 뭐 잘 있지...현경이는 어때? 말 잘 들어?" " 얘가 아빠보고 싶다고 난리에요." " 그래? 현경이 좀 바꿔봐." " 지금 자고 있어요." " 어..그래? 그럼 깨우지 마...아...이제 한 이삼 주 지났는데 너무 보고 싶네." " 나도 그래요.." " 저기...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문단속 잘하고 말이야...알았지?" " 알았어요. 오빠 먹는 건 잘 챙겨먹어요?" " 그거야 걱정하지 마. 회사에서도 잘 나오고 쉬는 날은 형님 댁에서 준 거 가지고 잘 먹으니깐..." " 그래요...다행이네요." " 그래그래..아무튼 잘 지내고 내가 또 전화할게." " 네..오빠도 잘 지내고요. 전화 자주 하세요." " 엉, 그럼 끊을게." 나는 전화를 끊고 전화 부스 밖으로 나왔다. 장마가 또 오려는지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 집에 처음 왔을때처럼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 정말 보고 싶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아내와 딸아이를 떠올리며 웃음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방에 누워 책을 보기도하고 TV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지 한두 시간쯤 지나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나는 TV를 끄고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날은 더욱 어두워졌다. 나는 슬리퍼를 신고 내려와 수돗가로 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화장실로 다가갔다. 그렇게 화장실로 걸어와 문을 잡는 순간 화장실 안에 누군가 있는 것을 느꼈다. 화장실 문에 달린 창을 통해 뿌옇게 누군가 안에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화장실은 나 말고는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다. 순간 나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이미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화장실 문을 잡았던 손을 떼고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아직도 화장실 문에는 뿌옇게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뒷걸음질치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화장실 안의 누군가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조심스레 뒤로 물러나던 내 발 뒤꿈치에 방으로 올라가는 턱이 부딪혔다. 순간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화장실을 노려보았다. 화장실 안쪽의 무언가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를 맞춰 나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문을 닫아걸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 젠장.....뭐야.....이건 꿈이 아니잖아....이건....'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러한 고통을 견뎌내고자 했다. ' 내가 잘못본거야...그래...내가 잘못 본 거야....' 또다시 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안정시켰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시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수돗가로 내려왔다. 나는 천천히 화장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화장실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못봤으려니 하며 화장실 쪽으로 갔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그냥 이곳에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반대쪽으로 돌아가 주인집에서 쓰는 화장실로 방향을 돌렸다. 그 화장실은 현관 오른쪽으로 돌아가 맨 끝 쪽에 있었다. 물론 바깥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나는 마루를 막은 미닫이문과 현관을 지나 처음 발을 들여놓는 길로 나를 옮겼다. 하지만 막상 반대편 길로 들어서니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 뭐....이번 한번뿐이야...이번 한번....까짓것....' 나는 용기를 내어 그 길로 들어섰다. 바깥쪽 벽과 집 벽 사이에 난 길은 한사람이 다니기에도 조금 좁은 길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를 막아보려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화장실 쪽으로 다가갔다. 계속되는 벽을 지나 화장실로 다가간 나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일을 보았다. ' 젠장....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화도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봐야 이제 한달 남짓 남은 기간. 이런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일을 보고 나서 화장실 문을 조용히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오려 했다. 그때 내 오른쪽에 주방 쪽으로 난 창문이 보였다. 다른 창문과는 다르게 안쪽이 비치는 창문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고개를 빼들고 안을 둘러보았다. 여타 다른 집과 다를 바 없는 주방이었다. 안에는 각종 조리기구와 찬장, 그리고 싱크대 위에는 토마토 주스를 담아 놓은 듯한 병과 설겆이를 하다 만듯한 그릇들, 여러 종류의 야채들의 널부러져 있었다. 반대편에는 쌀통으로 보이는 상자와 전기밥솥, 식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거봐....보통집이라니깐....주인이 사이코인 것만 빼고...'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주방을 둘러보다가 유독 하나에 눈이 갔다. 그리고 문득 저번에 벽을 통해 들은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 설마......설마......' 주인이라도 오기 전에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곳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와 TV를 켜고 이불에 등을 기댄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해있었다. 의심은 나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 그 의심조차도 정상적이지 않은 의심이라는 상황. 나는 짐짓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다가 그만두었다. '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영화를....' 십여일 지난 후 일요일이었다. 별다르게 할 일이 없는 나는 방을 뒹굴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때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 큭큭큭...그래서요.....우히히히." 평소 이 집에서 들어볼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상한 마음에 방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 내가 이렇게...하니깐...헤헤...걔가 나를 큭큭....." 이 집 주인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소년을 끌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소년은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닌듯했다. 슬리퍼를 신고 이상한 눈으로 그 두 사람을 쳐다보는 나를 주인이 발견했다. " 흠흠...집에 있었군. 얘는 내 아들일세. 어렸을 때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지만....뭐 자네한테 피해갈 건 없을 테니 걱정 말게."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대문을 잡고 있는 아들을 끌어 다니며 주인은 말했다. 나는 그저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그 두 부자를 지켜보았다. " 얼굴봤으면 자네일 보게나." 굳은 얼굴의 주인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밖에선 두 부자가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뭐야....아들도 있었어? 쯧쯧...어쩌다가 저지경이 됐을까..' 나는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바깥일에 신경을 끄고 다시 보고 있던 TV 프로그램에 열중했다. 그 뒤 집에서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난리를 치며 들어왔던 아들이 있었음에도 주인말대로 집안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을 했지만 이내 쓸데없는 짓이라고 판단하고 회사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회사에서 퇴근한 내가 집으로 돌아와 방에 누워 책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무언가 소리가 났다. " 에헤헤...엄마도 참....다 잘 될 거에요..."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그 아들이 수돗가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아들이 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고 있었다. 수돗가에 쭈그리고 앉아 혼잣말을 되뇌던 아들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갑자기 쳐다본 그 아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 엄마... 손님이 왔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안녕. 반갑다. 넌 이름이 뭐니?" 아들은 고개를 쭉빼고는 실실 웃으며 나를 보았다. " 엄마.....엄마.....내 이름이 뭐야? 근데 나 이거 또 먹어도 돼?" 확실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앞으로 온 그를 그냥 내쫓을 수는 없었다. " 어디 병원에 갔다 온 모양이구나?"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 아빠랑.... 같이 맛있는 거 먹었다. 엄마는 어디 갔었어? 확!.....에헤헤..." 아마도 엄마의 죽음으로 정신이상이 된 것 같았다. 나는 방안에 있던 과자를 집어 들고 그에게 건넸다. " 자, 이거 먹어." 과자를 본 아들이 나를 힐끔 노려보더니 내 손에 들려있던 과자봉지를 탁 쳐냈다. " 헤헤헤....나는 아빠랑 누나랑 엄마랑 맛난 거 먹을 거야....엄마는 어디 있지? 아까 전에....켁..." 말하던 아들이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냈다. 누군가 아들의 목덜미를 움켜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았다. 굳은 얼굴의 집주인이었다. " 미안하군. 진정제를 준다는 것을 내가 깜빡했네." 이 말을 남기고 주인은 아들의 목을 강하게 쥔 채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사라지는 두 부자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 일 이후 아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이 집 가족에 대한 작은 의심을 품게 되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조금씩 발견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어설픈 추측으로 탐정노릇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제를 키우는 것도 그러하려니와 그동안 경험했던 기분 나쁜 일들이 가끔 생각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지 가만히 머물러있다 사라지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나는 퇴근을 한 후 방에 들어와 회사에서 가져온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다시 대구로 내려갈 날도 몇 주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요새 다시 일본에서 주문서가 쇄도하면서 나는 정신없이 일에 잡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서는 바이어들을 만나고 뚫어놓은 거래처 관리로 바빴고 집에 와서도 남은 일을 마무리 짓기에 분주했다. 자연히 형이나 대구의 가족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뜸해지고 매번 피로에 못 이겨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서류를 체크하고 있었다. 몇 시간을 그렇게 일하다보니 목이 굉장히 뻐근해졌다. 나는 기지개를 펴며 잠시 펜을 놓고 가볍게 맨손체조를 했다. 허리운동에 목운동까지 하고 있을 때 나는 한쪽 벽 구석에 곰팡이가 슨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지난 장마철에 생겼을 법한 곰팡이가 천장 쪽으로 뻗어있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보고 있다가 주인에게 얘기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소 마주치기도 싫어하는 그에게 굳이 얘기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보일러를 틀어 놓으면 좀 나아질까 보일러 스위치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저번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빨간불이 깜빡거렸다. " 아니...또야? 고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투덜대며 시계를 보았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 젠장...이 시간에 부를 수도 없고....." 시계와 반짝이는 보일러 스위치를 번갈아 보던 나는 결국 직접 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고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을 갈아야 할 정도로 큰 고장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방문을 열고 나와 왼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을 막고 있는 건축 자재물들을 하나하나 뒤쪽으로 날라 놓았다. 어느 정도 공간이 생기자 나는 보일러 실로 들어가 센서를 체크했다. 그리고 기계에 붙어 있는 재가동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 위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일러가 다시 작동되기 시작했다. 나는 몇 분을 그 곳에 서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저번처럼 다시 꺼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나는 무리 없이 돌아가는 보일러를 뒤로 한 채 밖을 나왔다. 그렇게 보일러 실 문을 닫고 좁은 통로에서 나오려고 하다가 조금 아래쪽에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통로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아마도 내 방과 붙어 있는 옆방의 창문일 것이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냥 갈까 생각에 애써 무시하려했지만 한번 불러일으켜진 호기심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나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간 창문 또한 안쪽을 볼 수 있는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 집은 사람들에게 잘 노출되는 곳만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로 막아놓은 듯 싶었다. 나는 창문쪽으로 좀 더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스탠드가 내는 불빛에 창백한 얼굴을 한 젊은 여자가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것이 비춰졌다. 자세히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두개의 링거병을 달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누워있었다. 아마 누군가 이야기했던 식물인간 같은 환자가 이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특이한 것은 없나 방을 더 둘러보았다. 하지만 방에는 이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책상 하나와 여자가 누워있는 침대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방바닥에는 다 쓴 것 같은 링거병과 주사기, 투명한 튜브가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 정말 큰 사고를 당했나보군...'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천장을 보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돌려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창백하고 백짓장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를 발견한 나는 뒤쪽 벽에 붙어 아래로 주저앉았다. ' 헉헉...이게 뭐야....정신이 있는 여자였나?' 나는 놀란 가슴을 안고 주저앉아 있었다. ' 그럼....예전에 봤던 ....꿈속인지 어딘지에서 봤던 그 여자는....뭐야?....' 갑자기 예전에 겪었던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씩 두려워지는 마음을 느끼며 나는 허리를 숙인 채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건축자재물을 대충 안쪽에 들여놓고 방으로 돌아왔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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