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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기차여행 중에 -6부-
게시물ID : panic_140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0
조회수 : 10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31:15
아니 그런 집에서 더 살고 싶으셨어요?" 명훈은 따지듯 그 남자에게 말했다. " 저 같으면....어휴....." 그 남자는 빙긋 웃으며 명훈에게 말했다. " 다 지나고 나니깐 하는 얘길세....직접 겪고 있다할 지라도 그 속에 있는 당시엔 모를 수밖에 없어.....누가 옆에서 얘기라도 해주면 모를까...." " 저는 그 아들을 이해할 것 같아요...저도 어머니가 안계시거든요...그때는 참....." 명훈은 이내 정색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아니...그럼 그 아들은 어떻게 됐나요? 그리고 그 환자는요? 혹시 다 죽인건가요?" 피곤한 지 기지개를 펴며 그 남자가 말을 이었다. "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우연히 집 앞에 있는 약국을 들렀다네. 손가락을 베어서 밴드라도 하나 살까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약사... 기억력이 대단하더군....내가 저번에 감기약 사러 온 것까지 기억했으니 말이야...." " 어디 한번 봐요....어이구....깊게 베이셨네...." " 아..네.....회사에서 서류를 좀 자르다가 그만....뭐 별거 아닙니다..." " 별게 아니라니요. 잘못하다가 파상풍으로도 번질 수 있답니다. 이..조금만 더 들어갔어도 심각한 좌상이 될 수도 있었겠군요. 아무튼 여기 이거 바르시고 밴드 붙이세요." " 네..알겠습니다. 혹시 드링크제도 하나 주시겠어요?" 약사는 주섬주섬 박스를 뒤지더니 병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 여기 있습니다. 근데... 어디 사시는 분이세요?" " 네..저기 위에 기와집에 세 들어 삽니다. 원래 집은 대구인데요...회사일로 잠시 올라와 있습니다." " 저기....저기 위에 기와집? 청색기와집이요?" " 네..." " 아..그러시구나....그 집 사정은 잘 아세요?" " 사정이요? 글쎄요...뭐 딸이 아프고...아들이 정신이 나갔다는 것밖에는..." " 말도 마세요. 저 집처럼 저렇게 불쌍한 집도 없답니다. 저 집 딸이 승마를 하다가 낙마를 했다나봐요. 그래서 그냥 식물인간이 되서 집에 누워있답니다. 아빠되는 사람이 병원은 못 믿겠다고 집에다 들여놓은 것 같아요. 우리 약국에도 매일 와서 링거랑 튜브, 주사기 뭐.... 이런 것도 사가고요. 그런데.....그 이가 원체 자기 집에 대해 얘기하는 걸 원체 싫어해서요. 소문만 무성하죠 뭐... 게다가 그 집 아들은 엄마가 자살한 이후에 정신이 나가버렸대요. 불쌍도 하지. 보셨어요? 아들?" " 네? 네....보기야 봤는데...." " 그 멀쩡하던 애가....어휴...그게 뭡니까....불쌍도 하지 어휴....원래 걔를 아빠가 정신병원에 넣어놨는데....뭐 누가 그러던데....병원에서도 난리를 쳤나봐요...다시 집에 보낼 정도면......" " 무슨 사고가 있었나 봐요?" " 글쎄요...뭐 정확한 건 아니지만 사람을 막 물었다나....팼다나...아무튼 그래가지고 다시 집으로 왔다는군요." " 네....그렇군요...." " 아무튼 좀 이상한 집이지요....저야 뭐 약국의 단골손님이기는 하지만...." 약사는 그 외에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주식종목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하지만 난 그런 얘기를 모두 한 귀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한 청기와집 얘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 때문이었다. 약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불을 깔고 담배한대를 물었다. ' 모든 게 정상적이지 않은 집이라......젠장....' 사실이 그랬다. 그리고 이 집에 대해 점점 알면 알수록 기분 나쁜 것들뿐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파편처럼 조각조각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모아놓게 되면 어떤 모양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에라....뭔 짓을 하든지 말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밤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후끈거리는 날씨로 방이 후덥지근했다. 나는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워대다 마지막 담배를 비벼 끄고 살짝 방문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불을 끄고는 정말 오랜만에 맞이한 여유로움을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 ' 가족생각이나 하며 자야겠다.' 나는 잠을 청하려 아내와 같이 데이트 했던 때를 생각했다. 대구에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지리도 몰랐던 그 때. 눈을 감고 떠올린 추억으로 입가에는 피식 웃음이 번졌다. 처음 차를 사서 아내를 태우고 몰다가 접촉사고를 냈던 일. 첫 키스를 했던 그녀의 집 앞. 벌써 몇 년 전 일이 되어버린 그런 추억들이 하나둘씩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때였다. " 쓰으으으으..." 소리가 들렸다. 심상치 않은 소리였다. 나는 누운채로 눈을 뜨고는 아래 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 쓰으으..." 다시 소리가 났다. 창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있었고 그 틈으로 달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 쓰으으으흐흐..."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가 난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방 문 밖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보았다. 문으로 가려진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끼이이익.....쓰으으으"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바람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누가 여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내 스스로가 너무 얼어붙고 있었다. 조금씩 열리던 문이 순간 멈췄다. 나는 이불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손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눈은 여전히 문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얀 손이 문 아래쪽에 쑥 들어왔다. 나는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문 아래쪽으로 들어온 그 하얀 손이 천천히 바깥쪽으로 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 끼이이이익..." 특유의 문소리가 나며 점점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있을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다시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 끼이이익..." 그 하얀손은 계속해서 문을 밀어냈다. 그리고 문은 점점 그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다시는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문은 점점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리는 문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았던 그녀.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을 그녀가 틀림없이 문 아래에 있는 것이다. 문은 계속해서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나는 온 몸의 피가 미친듯이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반 이상 문이 열렸을 때 문지방 아래에서 까만 머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벽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인 채 고개를 쳐들었다. 까만 머리에 이어 자주색 옷으로 감싸진 어깨가 올라왔다. 나는 점점 가빠오는 호흡을 느끼며 머리를 벽에 밀착시켰다. 그때, 올라오던 어깨가 멈추고 까만 머리가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캄캄함 가운데 하얀 이마가 문지방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아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그녀가 내 코앞에 와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얀 이마가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 그녀의 눈이 올라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숨 막힐 듯한 공포를 느끼며 몸을 더욱 벽으로 붙였다. 그녀는 문지방 위로 올라온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양 팔을 들기 시작했다. 나의 호흡이 점점 가빠왔다. 천천히 올라온 그녀의 팔을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뻗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하는 내 자신을 참을 수 없었다. 될 수 있다면 눈이라도 빼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내 쪽으로 천천히 팔을 뻗었다. 점점 그녀의 팔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팔이 천천히 방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움찔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 쓰으으으..쓰으으으..."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나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상황, 그때 갑자기 그녀가 방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뻗어있는 팔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방바닥을 긁어댔다. 그리고 그녀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그그그그극...그그그극...."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점점 그녀의 이상한 소리가 점점 내 귓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 그그그극...그그그그그그..." 문지방 위로 나를 노려보던 그녀가 계속해서 방바닥을 긁으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나는 내 이빨이 다닥다닥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정신을 잃어갔다. 여러 가지 소리가 어우러지며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정신을 잃어가는 것을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 지금 자는가?" 어디선가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꿈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그 소리는 번지고 있었다. 이게 꿈일까. 아니 꿈은 아니었다. 분명히 꿈은 아닐 것이다. 나는 희미한 시야에서 쪽지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정신을 차리자....' 나는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그리고 가까스로 몸을 추스렸을때, 방문은 그대로 열려있었고 내 발밑에 쪽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우선 그 여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주변을 돌아본 후 나는 밑에 떨어진 쪽지를 주웠다. < 아들 문제로 세를 놓을 수가 없음. 이번주 내로 나가주기 바람. 이번 달 세는 각종 세금을 포함해 일체 받지 않을 것임.> 방금 전 정신없는 일을 겪어서인지 평소 같으면 화를 낼 일에도 화가 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 힘찬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었다. ' 그래...원한다면 나가주지..아니....내가 먼저 나가려고 했어....젠장...나간다고...' 다음날 나는 출근하기 전 쪽지를 써서 현관에 밀어 넣고는 나오는 길에 형에게 전화를 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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