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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기차여행 중에 -7부-
게시물ID : panic_14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0
조회수 : 9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0:45:38
" 형, 저에요." " 어..그래? 무슨 일이냐?" " 저...그 집에서 나오기로 했어요....사정이 생겨서 그 집에서 세를 못주겠다네요." " 뭐? 아니 그런 말이 어디있어?" " 아니 이번 달 월세고 각종 고지 요금도 안받겠대요. 저야 뭐 이제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내려가잖아요." " 아니 이런 뭣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 괜찮아요. 아무튼 그렇게 아시라고요." " 그럼 너 어디 있을 거야?" " 뭐 일주일도 채 있지 않을 텐데 방을 구하는 건 좀 그렇고.... 내일부터는 그냥 여관에서 보내려고요." " 여관? 아...안되겠다. 너 우리 집으로 들어와라." " 아니에요...그런 말 들으려고 전화한 건 아니에요. 저 며칠만 여관에 있다가 내려가면 되고요...단지.... 내일 형 시간이 되시면 차 좀 쓸 수 있을까해서요...짐도 좀 맡아주시고요...괜찮으시겠어요?" " 녀석도...그럼 되지....내일 몇 시에 갈까?" " 한 오전 8시쯤에 오실래요? 형도 출근 전에 오시는 게 좋으니깐요." " 어...그래..알았다. 그리고 말이야....너 언제라도 좋으니깐 집으로 들어와라." " 예, 알았어요. 끊습니다." 처음에는 갈팡질팡했지만 이젠 사정이 달랐다. 나는 더이상 이 집에 미련이 없었고 진작에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여러 가지 기분 나쁜 일들과 이상한 가족들. 며칠만 버티면 내려가는 나에게는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돈도 절약됐으니 말이다. 그래도 단 며칠간의 여관생활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에 출근해 비어있는 직원기숙사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니라는 대답만 듣게 되었다. 퇴근을 하고 나는 회식자리에 참가했다. 아직 며칠 더 있어야 내려가지만 당장 내일부터 업무가 바빠지기 때문에 미리 송별회를 열었던 것이다. 그동안 잘 대해주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술잔을 돌리며 인사를 했고 아쉬워하는 사람들과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언제 한번 대구에 오면 크게 쏘겠다는 말과 함께 사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술도 많이 마셨다. 회식은 한 11시 정도에 끝이 났다. 이 정도도 내일 출근할 것을 생각해서 일찍 끝낸 거라고 최상무가 가면서 한마디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헤어져 집으로 왔다. 이미 어두워진 골목을 들어가던 나는 내 앞에 적요하게 있는 청색기와집을 발견했다. " 젠장....이 엿 같은 곳도 오늘이 마지막이다....잘 먹고 잘 살아라..." 사실 오늘이라도 밖에서 지낼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나는 조금 대담해졌다. 그리고 판단력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술이 오른 나는 대문 앞에서 한참 주정을 하고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양복저고리를 벗을 새도 없이 바닥에 엎어져 잠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자기를 몇 시간. 무언가 어수선한 소리에 나는 잠이 깨고 말았다. 어디선가 울고 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이 더워서 인지 입고 있던 와이셔츠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나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흔들며 술독을 이겨내려 했다. 그 순간, "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였다. ' 이 새벽에 누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는 손으로 얼굴을 비벼댔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주목했다. " 으으으으....으으으으..." 혹시 그 여자가 어디선가 내는 소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방안에는 나와 어두움뿐이었다. 고개를 돌리며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주목했다. 그것은 오른쪽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몸을 끌어 벽 쪽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 벽 너머에는 이 집 마루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루와 내 방 사이에는 경첩으로 막힌 문 하나가 있었다. 나는 벽에 귀를 대고 그 소리에 주목했다. " 으으으....으으으으..." 예전에 들었던 말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혼자서 내는 소리였다. 괜한 신경을 쓴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바짝 귀를 대고 벽 너머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마치 바로 옆에서 내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나는 무언가 다른 얘기라도 할 것 같아 계속 귀를 대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나는 집중을 하고 작은 소리라도 잡아내려 했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뭐 부부싸움이라도 하나....아니지...엄마가 죽었다고 했지....' 나는 벽에서 귀를 떼고 머리를 긁었다. 별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에 나는 관심을 끄기로 했다. 그리고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옆에 놓인 생수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때였다. 바로 내 옆의 벽에서 또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시던 것을 멈추고 오른쪽 벽을 쳐다보았다.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나는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소리를 쫓고 있었다. "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그 소리가 내 방을 울려댔다. 까만 머리가 그 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떨어뜨리며 그 튀어나오는 머리를 보았다. 머리는 점점 벽을 통과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상한 흐느낌을 내는 하얀 얼굴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무서운 광경에 나는 부르르 떨며 조금씩 뒷걸음질쳤다. 그녀는 벽을 뚫고 내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점점 뒤로, 뒤로 물러났다. 내 입에서는 심하게 뛰고 있는 심장이 내는 듯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녀의 머리에 이어 어깨가 벽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방문 밖으로 뛰쳐나가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 으흐흐흐흐...으흐흐흐흐..." 그녀의 삐쩍 마른 몸이 벽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몸을 경직시키려는듯한 그 소리가 여전히 흘러나왔다. 나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허리까지 빠져나온 그녀는 이내 하얀 발이 내 방에 들여놓았다. 방바닥을 짚으며 뒤로 물러서던 나는 등뒤에 방문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계속 그녀를 보면서도 한손을 들어 손잡이를 찾았다. 이미 나는 거의 얼이 빠져있는 상태였다. 호흡이 점점 가빠왔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녀를 계속 주시했다. " 턱.......턱......." 허리를 굽힌채 살짝 들어올린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그녀가 하얀 발을 내딛으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문 위쪽을 더듬던 내 손은 여전히 손잡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 턱.......턱......." 그녀가 한발 한발 내 쪽으로 걸어왔다. 허연 얼굴에 유난히 까만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방 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하지만 어둠에 적응이 된 내 눈은 자주색 옷을 입고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 온 몸의 털을 곧추 세우기에 충분했다. " 철컥!" 문을 더듬던 손이 손잡이를 찾고는 바로 비틀었다. 나는 고개를 쳐든 채 그녀를 보며 열리는 문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비틀고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나를 노려보며 걸어왔다. "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바깥 문지방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픈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그녀의 시선에 사로잡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허연 얼굴의 그녀가 조금 빨라진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 턱.....턱....턱....턱..." 그녀는 허리를 굽힌 채 나를 노려보며 걸음을 빨리했다. 나는 숨이 막힐 듯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수돗가쪽으로 계속 물러났다. "턱..턱..턱..턱...턱..턱.." 그녀가 빠르게 나에게 걸어왔다. 나는 헐떡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던 순간, 나는 등을 돌려 재빨리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인건 커다란 벽이였다. 나는 헐떡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옆에 보일러 실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가 보였다. 며칠 전 보일러 실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 건축자재물을 살짝 옆으로 비켜놓아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그 좁은 공간에 몸을 집어넣어 앞으로 기어갔다. 와이셔츠가 찢기고 얼굴에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기어가다 어느 정도 넓은 공간이 나왔을 때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헉....헉....헉...."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건축자재물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얼굴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과 상처가 난 곳에서 흐르는 피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나는 계속해서 내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얼마 전 보았던 환자가 있는 방의 창문이었다. 그 창문 안에는 누워있는 환자와 그 옆에서 무언가를 마시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점점 커지는 눈으로 창문을 뚫어져라 보았다. 환자 옆에 있는 남자는 바로 주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작은 스탠드의 빛에 비친 빨간색의 액체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피였다. <" 후르르륵...하....좋다..."> <"피가 많은 넌 괜찮아...결국 전부 다 내 몫이지는 하지만..."> <" 혼자 있어도 견딜만하지....누나와 엄마도 다른 곳에서 행복할거야....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면 말이야...."> 몇 주 전 옆방에서 들었던 대화내용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과 하나하나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 그래...그랬어....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는데.....이런 거였어...젠장...이런 거였어...젠장...' 흡혈귀 같은 주인. 그 사람은 딸의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식의 피를 뽑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토마토 주스. ' 미친......이런......미친........' 나는 아직도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피를 마시던 주인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릇을 바닥에 팽개치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나는 주인의 얼굴에서 살기를 발견하고 재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급히 건축자재물 아래쪽으로 몸을 집어넣고 죽기 살기로 기어갔다. 나의 생사가 걸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나머지 나는 제대로 그 곳에서 몸을 빼내지 못했다. 팔이 걸리고 다리가 걸려도 나는 억지고 빠져나오려 노력했다. 그렇게 그 곳에서 나오려는 순간 와이셔츠 소매가 옆에 쌓인 건축자재물 중 튀어나온 못에 걸렸다. 나는 탄식을 내지르며 떨리는 손으로 와이셔츠 소매를 당겼다. 하지만 한번 못에 걸린 소매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와이셔츠 소매를 힘껏 당겼다. 그러자 소매가 부욱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몸을 돌려 미친 듯이 앞으로 기어갔다. 그렇게 그 곳을 빠져나온 후 앞으로 내달리려 할 때, 내 앞에 번쩍이는 칼을 들고 선 주인을 발견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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