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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기차여행 중에 -8부(완결)
게시물ID : panic_140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09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4/14 10:48:37
" 내가 경고했을 텐데....이 집에 관심갖지 말라고 말이야." 그의 눈은 보통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 내일이면 조용히 나갈 인간이 왜 죽음을 자초하는 거지? 왜? 응?" " 이...미친놈....먹을 게 없어 딸의 피를 마셔! 이 미친놈아!" " 후후후....이제 좀 죽어야겠다." 주인이 날카로운 식칼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아귀와 같은 그 모습에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주저했다. 주인의 칼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나는 운 좋게 그 칼을 피하며 방문 쪽으로 붙었다. 주인은 재빨리 두 번째 칼날을 나에게 들이댔다. 칼날이 날아오면서 순간적으로 주저앉은 나는 대문 쪽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며 달려갔다. 두 번 다 허탕을 친 주인이 뒤에서 나를 쫓아왔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모퉁이를 지나 미닫이문으로 막힌 마루 쪽까지 달려왔다. '이 곳만 벗어나면...이 곳만 벗어나면...' 그때, 악하는 소리와 함께 주인이 날카로운 칼날을 내 어깨에 찍어 내렸다. "으악!" 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내 몸은 미닫이문에 부딪혔고 문은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셔졌다. 나는 수많은 유리조각으로 덮인 마루 위에 쓰려지고 말았다. 그러나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마루위에 쓰러진 나는 칼에 찔린 어깨를 감싸고 주인을 등진 채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갔다. 유리조각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주인이 내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샌가 가까이 다가와 고통스러워하는 내 등에 올라탔다. 그는 내 몸이 못움직이도록 꽉 붙들었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꽂힌 칼을 빼내었다. " 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았다. 주인은 내 머리카락을 쥐고는 위로 잡아다녔다. 치켜 올려진 내 눈에 마루를 채우고 있는 대형 냉장고들이 들어왔다. " 보여? 응? 보여? 저 앞에 냉장고가 보여? 저기에 내 신선한 피가 있다고...피가......큭큭큭." " 미친새끼! 넌 사람새끼도 아니야! 미친 새끼야!" 주인이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을 내 목에 들이댔다. " 넌 몰라.....피 맛이 얼마나 좋은지 말이야.....사실 나도 내 딸년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말이야...큭큭큭...딸애의 수발을 들다가 피맛을 보게 됐을때.....얼마나 달았는지 몰라...." " 미친 새끼! 이 미친 새끼!" " 푸히히....니가 뭘 알아? 니가 뭘 알고 그래? 내가 피를 마시게 된 대가가 뭔지 알아? 마누라가 자살하고 큰 딸을 죽이고 아들이 미쳤다는 거야....응? 응? 알겠어?" 식칼이 달빛에 비치며 날카롭게 반짝였다. 주인은 그 칼을 들어 내 관자놀이에서 볼까지 그어댔다. 나는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주인은 아랑곳없이 내 얼굴에 흐르는 피를 혀로 쓰윽 핥았다. " 피란 건 말이야....이렇게 살아있을때 먹어야지...죽은 다음에는 아무 소용이 없어...큭큭큭..." " 이런 미친 새끼! 개만도 못한 새끼! 넌 인간도 아니야!" " 모기는 말이지....피를 빨아먹을 때도 아주 조용해. 빨리는 사람이 언제 빨았는지 모를 정도로....그리고 사람이 죽을 만한 양도 아니고.....나도 그런 것과 똑같아....그냥 피가 먹고 싶은 거야...그래서 모기처럼....조용히...아무도 모르게...후후후....." 나는 내 귀로 들어오는 주인의 말이 마치 모기가 앵앵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저 딸년이 뇌사상태인데....걔가 고통을 알아....뭘 알아....그리고 나는 몸에 무리가 안가게 피를 뽑거든....." " 그래서 가족들 피를 다 빨아먹었냐? 이 살인마 흡혈귀야!" " 하하하...아쉽게도 그건 아니야...나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거든..큭큭큭..난 절대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피를 빼진 않아....그저 자고 있는....자고 있는....사람에게 조용히...큭큭큭...." " 미친놈!" " 마누라가....마누라가 말이야.....내가 둘째 딸년 몸에서 피빼는 걸 봤어......마누라한테 들키고.....결국 자살했지 뭐야....차라리 큰 딸년같이 나랑 다투다 죽어갈때처럼 됐다면.... 내가 재빨리 피라도 뽑아 놓는데 말이야....죽은 지 오래돼서 발견되었으니....아쉽지....큭큭큭..." " 이런...미친 새끼!" " 큰 딸년도 그래....굳이 지 동생 지키겠다고 나한테 달려들지만 않았어도....그런 일은 없었는데 말이야....뭐 동네 사람들은 가출한 걸로 알지만 말이지.....차라리 말이야....우리 아들내미처럼 애비를 닮아 피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아? 응?" " 뭐??" " 사실....내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외부와 차단하고 피를 즐기기 위해.....어떨때는 그런 생각도 들더군.....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했으면 말이야......그런데...아들놈이 나랑 똑같더군....피를 좋아는게 말이야.....큭큭...." 나는 그 엄청난 말에 할말을 잃었다. "근데....애가 너무 약해......남자 놈이 말이야....결국 지 에미 죽고나면서 미치더라고....푸히히히....근데 차라리 그 녀석....미치는 게 나아.....지금은 이 애비가 주는.... 지 누나 피도 잘 마시고 말이야...큭큭큭..." " 니 아들....어떻게 한거야?" " 그걸 왜 남의 집 사람이 신경을 쓰나....큭큭...어쨌거나.....한 가지 좋은 소식하나 알려줄까?" 주인은 잡고 있는 내 얼굴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내 귀에 속삭였다. "난..... 너의 피를 뽑아내진 않을 거야.....왜냐하면.....큭큭.....지금 동네사람들 우리가 난리치는 바람에 다 깼거든....아마 경찰이 올지도 몰라...그럼..나는 널 죽이고 약간의 자해를 한 다음 누워있을꺼야...그리고 나서.....세입자가 난동을 부렸고....난 정당방위라고 얘기할 계획이거든...난 동네에서 ....좋은 아빠로 소문이 나있거든.....어때? 좋겠지? 큭큭큭.." 주인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에 쥔 칼을 들어 내 목을 향해 곧추세웠다. 나는 내 머리위에서 번쩍이는 칼날을 보며 순간 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 아악! 큰 누나! 큰 누나!" 아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마루로 뛰쳐나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내 위에 올라타 칼을 세우던 주인이 깜짝 놀라 아들을 쳐다보았다. " 아빠....큰누나가....큰누나가.....나한테 잘못했대....히히히...나 잘못했어?" 피범벅이 된 마루에서 칼을 높이 들고 있던 주인이 깜짝 놀라며 아들을 쳐다보았다. " 아니...너...내가 진정제를 얼마나 먹였는데....어떻게...어떻게...일어난거야??" 아들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누나가....나 때려준다고....자꾸 쫓아온다.....누나 무서워..." 울먹이던 아들이 주방 쪽을 가리켰다. 그때 주방에서 흰 손 하나가 뻗어 나왔다. 뒤이어 까만 머리의 그 여자가 천천히 기어 나왔다. 나는 그 모습에 너무 놀라 지금 내 머리 위에 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모습을 본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내 등 위를 타고 있는 주인과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웃다가 우는 아들이었다. 칼을 쥔 주인의 온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이 내 등을 통해 전달되어져 왔다. " 척....스으으윽....척......스으으윽..." 그녀가 주방에서 마루에 있는 우리 쪽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마루에는 오직 그녀의 기어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들은 계속해서 주인에게 보채고 있었다. 그녀는 대형 냉장고를 지나 점점 우리에게 다가왔다. 주인도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재빨리 몸을 돌려 주인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칼을 들고 있던 주인의 손목을 잡았다. "그건 엄마였나요?" 침을 꿀꺽 삼키던 명훈이 말했다. "아니....큰 딸이었지....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던..." 명훈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그 남자를 보았다. "엄마는 자살했어.....무책임하게도 말이야....자식들이 그 고통을 받고 있는 걸 알면서도...아마..귀신이 되어서도...자식들보기가 무안했나 보지...그보다는 말이야.....자살로 도피했던 지 에미보다 ....그 큰 딸이 더 절실했지..." 그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 일이란 게 그래....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큰딸이 귀신이 되어 나에게 나타나고....그리고 이런저런 일에 나를 끌어들였지...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고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지만.....가장 안타까운 순간이기도해........" 명훈은 아직도 엄청난 이야기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 "그 자리에 ..... 그 방에....누가 왔더라도.....아마 나와 똑같은 상황을 겪었을꺼야.....암....." "아니...그런데 말이지요..그렇게 외부 사람을 싫어하면서....세는 왜 줬다지요?" "돈이지.....돈.....나중에 알았지만 딸의 방에는 산소공급기나 심전도측정기 등 고가의 장비도 많았고.....매번 링겔이나 튜브, 주사, 병 같은 의료소모품을 사기에도 돈이 제법 필요했을꺼야." "흠....그렇군요.... 그래서요?" 침을 꿀꺽 삼키던 명훈이 말했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창에서 시선을 떼고 명훈에게 고개를 돌린 그 남자가 말을 이었다. " 결국....사건은 그렇게 끝났어..... 세입자와 주인과의 싸움. 칼부림과 살인으로 이어지다........ 뭐 이런 제목으로 말이야." " 그렇군요......어?...그럼....아저씨가........?" 명훈은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그 남자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아....아니요....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요..." 명훈은 약간 말을 더듬으며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얘기가....그렇게 되네요.....그 주인을.....아저씨가.....죽였다는......" 그 남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명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 내가....죽었어." 명훈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뭐.....뭐....뭐...뭐라고...요?" " 내가 죽었다고....내가....." 명훈은 점점 떨려오는 느낌을 감지했다. 그의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끼쳐 올라오고 있었다. 객실 안은 자는 사람들로 조용했다. 오직 명훈을 보고 있는 것은 그 남자뿐이었다. " 지....지...금......장난...하...는...거...죠...?" 그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명훈에게 완전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치켜들고 말했다. " 이.래.도.장.난.같.아." 그 남자의 목 중앙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목젖이 있는 아래쪽 부분이 칼에 베인 듯이 갈라지며 선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명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 이.렇.게.죽.었.어.이.렇.게...너.도..." 그 남자의 머리가 완전히 뒤로 넘어갔고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올랐다. 또한 어깨에서도 샘물처럼 피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명훈은 그 모습을 보며 목이 찢어질 듯이 비명을 질렀다. " 으악!" 명훈이 몸부림쳤다. " 이봐...이봐...학생....정신 차려?" 명훈이 눈을 떴다. " 이봐...학생...괜찮아?" 명훈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자신의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을 보았다. 40대로 보이는 아줌마였다. " 이구....많이 피곤했나 보구먼....아까 내가 앉을 때부터 계속 자더니 말이여..." 명훈은 정신이 없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객실을 둘러보았다. 약간의 소동에 사람들이 명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무안해진 명훈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나쁜 꿈을 꿨나보네...." 아줌마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 아...아...아닙니다.....아닙니다...." 꿈이었다. 꿈을 꾼 것이다. 기차여행 중에 그냥 꿈을 꾼 것이다. 명훈은 어디서부터 꿈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도대체 언제 잠이 든 거야...' 적어도 그 남자를 보았을 때부터는 분명히 꿈이었을 것이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줌마를 뒤로 한 채 명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세면대로 가 연거푸 세수를 했다. 명훈은 세수를 멈추고 물에 젖은 얼굴을 들고 거울을 쳐다보았다. ' 이런 꿈은...처음이야....빌어먹을....그냥 개꿈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도대체 무슨 꿈이 이래...' 명훈은 굉장히 혼돈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 홍제동 청기와사건....이거부터 인터넷으로 검색해봐야겠다......진짜 있는 일인지 ...' 명훈은 다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 어떻게 보면..개꿈일지도 몰라....개꿈....' 명훈은 팔을 긁으며 생각했다. '아이...씨...개꿈이야...개꿈......근데 팔에 이건 뭐야....모기가 물었나..' 명훈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오른쪽 팔에 빨갛게 돋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무신경하게 계속 긁은 것 같기도 했다. 명훈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자세히 그것을 보았다. 명훈의 눈에 들어온 이것은 모기가 문 상처가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마치 헌혈을 하고 났을 때 난 상처와 같았다. 명훈은 그제야 머릿속을 스쳐지나 가는 것이 있었다. " 모기....팔에 난 상처.....자취......정신이상자 아들을 데리고 있는 주인......" 명훈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쥐어 싸고 되뇌였다. " 그럼....그러면.....씨발.....신촌 자취방.......내가 있는...자취방이.....자취방이.....젠장.....그걸 말해주고 싶었던 거야...그걸...."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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