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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7-FINAL ROUND1
게시물ID : panic_146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3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9 09:34:21
ch.7 -FINAL ROUND- no.1


태수는 운전석에 기대어 앉은 채 낮고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완전히 날이 개이고 하나하나 흩어져 가는 구름의 모습이 동트기 직전의 남색 하늘을 배경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선선한 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더니 차창을 통해 들어와 태수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고 순간 태수는 자신의 피부가 굉장히 민감해져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단순히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인데도 온몸이 그 흐름을 느끼고 반응하고 있었다. 몸 전체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몸안의 뜨거운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려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정신은 깬것도 잠든것도 아닌 혼미한 상태였고 시야는 매우 좁아진채 일부분만 매우 선명하게 보였고 그 주변은 붉고 흐릿한 장막 같은 것이 드리워진 느낌이였다. 입안이 바싹 타들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태수는 고개를 돌려 조수석쪽을 보았다. 뒷좌석에서 몸을 내뻗은채 거꾸로 누워있는 희경의 모습이 보였다. 희경 역시 상태가 안좋은듯 이상한 자세로 꺽여 누운채 숨만 내쉬고 있었는데 그 숨소리는 거칠고 기이한 것이였다. 그러고 보니 희경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헤벌린 입 주변에는 검붉은 핏물이 덕지덕지 붙어 흘러내리고 있었고 숨을 내쉴때마다 기이한 그르렁 거림이 울려왔다. 그제서야 태수는 희경이 자신을 공격했던 것을 기억했다. 갑작스레 달려든 희경이 자신의 목을 감아쥐고선 마구 물어뜯어 댔던 것이 기억났다.

'젠장.. 이제 다 끝인건가.. 나도 변하는거야?'

태수는 흉칙하게 변해버린 마을 주민들과 진경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이란 생각에 복받쳐오는 감정과 함께 울고싶은 마음이 울컥 솟아올랐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있었다. 태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세상의 모습을 맘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능선쪽이 마침 동쪽이였던듯 산 위로 아침해의 붉은 기운이 퍼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얄미울 정도로 아름답군...'

태양은 믿을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산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변화로 인해 시간감각에 이상이 생긴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태수에게는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빠르게 돌리는 테입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강렬한 태양빛이 그들이 타고 있던 차에 내리쬐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헉..!!!'

순간 태수는 온몸에 강렬한 통증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전기에라도 감전된듯 온몸에 콕콕 쑤시는 듯한 감각이 전해지면서 근육들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태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드디어 자신도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밀려오는 공포감이 태수를 지배했다. 순간 태수는 옆자리에 누워있던 희경 역시 몸을 베베 틀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뭐.. 뭐지.. 희경씨는 이미 변해버렸는데 어째서?... 아냐, 설마 이건..!!'

태수는 힘겹게 자신의 손을 들어올려 보았다. 그러자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것 처럼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한 통증이 다시한번 온몸을 타고 흐르며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태수는 너무나도 격렬하고 강한 통증에 소리조차 내보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댔다. 옆자리의 희경에게서는 마치 고기를 굽는듯한 역한 냄새마저 풍겨오고 있었고 그녀 역시 어찌나 몸부림을 쳐댔는지 자세가 뒤틀어지면서 옆으로 누운듯한 꼴이 되어 있었다. 태수 쪽으로 뻗은 그녀의 한쪽 다리 너머로 얼핏 본 그녀의 얼굴은 여느 마을사람들처럼 괴물같았던 조금전과는 달리 이제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있었다. 단지 태수의 손에서 처럼 화상을 입은듯 빨갛게 부어오른데다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져 있을뿐 이였다. 태수는 어떻게든 이 통증을 줄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둘다 통구이가 되어버린채 죽을것만 같았던 것이다.

태수는 안간힘을 써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차문을 열었다. 이미 화상을 입어 빨갛게 부어오른 손으로 손집이를 움켜쥐었던 탓에 손을타고 또다시 통증이 전해졌지만 오히려 이번엔 그 통증이 정신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주는것만 같았다. 태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생각대로 아직도 채 빠지지 않은 빗물로 인해 길 여기저기에 커다란 웅덩이가 패여져 있었다. 태수는 플라스틱 버클로 고정되어있는 지프의 개폐식 천정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개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이미 여기저기가 부숴져 있었던 탓에 천으로 만들어진 지프의 천정은 쉽게 뜯어졌고 그것을 지프 오른편에 있던 커다란 웅덩이 위로 내던진 태수는 다시 조수석 문을 열고 희경을 꺼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을 통해 통증이 전해졌지만 계속되는 자극으로 인해 통점이 높아진 탓에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고통으로 인해 울부짖다 정신을 잃었는지 이젠 축 늘어져 버린 희경의 몸을 간신히 차 밖으로 끌어낸 태수는 그녀의 부여안은채 지프 천정으로 덮어놓은 웅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밤새 차가워진 땅이 발산하는 냉기로 차가워진 물이 피부에 닿으면서 열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격렬하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확실히 내 생각이 맞을거야.. 아직도 내 정신을 멀쩡해...'

태수는 천을 머리위로 올려 덮으며 희경을 꼭 끌어안았다.

'제발, 희경씨에게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끄아아~~~!!!!"

경철 역시도 불에 덴듯한 통증에 잠에서 깨어나며 트럭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 뜨거운 물을 위에서 쏟아부은 듯 온몸이 따끔거리면서 통증이 전해졌고 트럭 천정을 짚고 있는 양손에서는 마치 끓는 주전자처럼 김같은 것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경철은 입을 여는 자체로도 엄청난 통증이 얼굴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기다시피 트럭 천정 가장자리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어 아래를 살피자 여기저기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잠들기 직전까지도 트럭에 메달려 그를 공격하려 애쓰고 있던 자들이 마치 약이라도 마신듯 전신을 감싸쥐며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 하고 있었고, 몇몇은 아예 정신을 잃거나 죽기라도 한듯 멍한 표정으로 눈을 반쯤 뜬채 여기저기 뻗어 있었다.

"이게 대체..."

경철은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혹시 자신을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계략은 아닐까 순간 의심했지만 그제서야 주위가 어느 새 밝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그랬던 거군...'

경철은 황급히 트럭아래로 뛰어내렸다. 더 이상 통증을 견딜수 없었던 데다 이대로 계속 트럭위에 있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트럭에서 내려온 경철은 황급히 냉동칸을 열려고 하다가 동작을 멈추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지.. 유일한 희망일수도 있는것을..."

괴로운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경철은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용수로를 발견하고선 황급히 그리로 달려갔다. 그리곤 그곳에 다다르자 앞뒤 가릴것도 없이 점프를 하여 용수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어른 키보다 약같 얕은 수로에 가득찬 물덕에 경철의 몸은 입 언저리까지 물에 잠겼고 그제서야 통증이 줄어드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철은 한편에 서있는 나무로 인해 드리워진 그늘쪽으로 헤엄치듯이 들어가 수로 턱에 기대었다.

"휴... 자칫 했으면 트럭위에서 육포가 될뻔 했어..."

손으로 퍼올린 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면서 경철은 중얼 거렸다. 순간 무엇인가가 물속에 들어가있던 경철의 어깨에 와 닿았다. 순간 경철은 무엇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았다.

"흐아아아!!"

저절로 새어나오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경철은 헐레벌떡 수로 밖으로 뛰쳐 나왔다. 경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간 것은 사람의 시체였다. 마치 전신에 화상이라도 입은듯 온몸이 발갛게 부어오르거나 물집이 잡힌 시체는 비명이라도 내지르는듯이 입을 한껏 벌린채 눈을 허옇게 치껴뜬 상태였다. 경철은 물가에 주저 앉아 수로를 따라서 떠내려가는 시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마 시체로 변해버린 그 사람도 조금전까지 지금의 경철과 같은 상태였을 것이다. 안에서부터 발생한 열은 나갈곳을 찾아 피부러 퍼져 올라왔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마치 외부의 열에 의해 화상을 입은듯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인체가 화상을 입는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외부러 부터 전해지는 열을 분산시켜 어떻게든 차단해보려는 자체적인 발악이다. 그러나 그 열원이 피부 내부에서부터인 경우엔 실질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가지 방법은 피부를 차갑게 식혀줌으로써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차가워진 피부를 타고 외부러 빠져나오게 해주는 것이였다. 마치 골절로 부어오른 피부의 붓기를 빼기위해 냉찜질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시체가 되어 떠내려가고 있는 사람 같은 경우엔 너무 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인체의 1/3이상이 화상을 입게 되면 쇼크와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번 같은 경우엔 꼭 그런것이 아니더라도 내부 열원이 더이상 나갈곳을 찾지 못한채 그 방향을 반대로 바꿈으로서 장기가 손상되어 죽을 수도 있다. 어느쪽이 되었든 본인에겐 엄청나게 고통스런 죽음이 될것이였고 조금전 시체의 얼굴에 드리워진 끔찍한 공포의 흔적이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

경철은 그제서야 시체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얼굴엔 어느새 묘한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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