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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7-FINAL ROUND2
게시물ID : panic_146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8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9 09:36:33
ch.7 -FINAL ROUND- no.2

clancy

희경은 입이 바싹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도 화끈 거리는 온몸이 이제는 환상이나 꿈처럼 느껴지는 조금전의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현실이었음을 알수 있게 했다. 동시에 그녀는 달아오른 흙이 밤새 머금었던 빗물의 수분을 수증기의 형태로 내뿜으면서 함께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얼굴에 전해지는 온기와 함께 느꼈다.

'이건.. 어떻게 된거지..?'

눈을 떳음에도 아직 컴컴한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태수와 함께 괴물로 변해버린 개들과 싸웠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이 났다. 개들은 모두 죽여버리고 지프에 올라탄채 달렸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 어느 순간부턴가 마치 지워내 버린 것처럼 기억이 끊겨 버린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선 마치 악몽처럼 단편적이고 기이한 광경들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자신을 보며 놀라는 태수의 모습 붉게 물들어 버린 주변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격렬하게 온몸을 타고 도는 통증의 기억이 떠올랐다.

"정신이 들었어요?"

그때 어디선가 태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수씨? 여긴.. 어디에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하하.. 당연히 아무것도 안보이겠죠, 눈이 가려진 상태니.."

태수의 밝은 웃음소리를 듣자 그녀는 이제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몸은 좀 어때요? 움직일수 있겠어요?"

"글쎄요.. 머리가 멍하네요, 몸에 감각도 없고..."

희경은 태수의 말에 몸을 움직여 보았다.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것처럼 온몸이 저리면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전해지는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둔한 상태였지만 확실히 팔다리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몸을 움직여 보고서야 자신이 물속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제가 물속에 있는 건가요?"

희경은 조금 놀라며 물었다.

"그래요... 눈 조심하세요..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건 없으니... 햇빛에 대해 희경씨 눈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길이 없거든요.."

곧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이 밝아졌다. 갑작스런 빛에 눈이 적응을 못하고 부셔오면서 아련한 통증이 느껴졌다. 희경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가늘게 뜨고선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한동안 뿌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곧 초점이 돌아오면서 흙탕물 속에 잠겨있는 자심의 몸이 보였다.

"우윽..."

몸을 일으키자 눈앞이 핑 돌면서 온몸이 아파오자 신음을 내뱉으며 희경은 웅덩이 밖으로 몸을 빼냈다. 그러자 밝은 태양빛으로 주변이 밝게 빛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 옆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태수의 모습이 보였다. 입가에 묻은 하얀색 부스러기가 좀전까지 태수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할수 있게 하였다.

"생라면?"

"아.. 이거요, 정신이 드니까 배가 고프더라구요.. 지프 뒷칸에서 꺼내왔죠.. 좀 드실래요, 희경씨도 아마 굉장히 허기질꺼 같은데.."

태수는 한손에 들린 생라면 조각을 내밀면서 웃어보였다. 장난스러운 태도였지만 희경의 무사함에 그제서야 안심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수 있었다.

"남은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군것질이나 하고 계셨다는 거에요?"

"살사람은 살아야죠.. 자 제손 잡아요, 일어나 보자구요.."

태수는 희경의 손을 잡고 웅덩이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을 부여잡는 순간 희경은 자신의 손이 퉁퉁 부어있는 것을 보았고 태수의 손 역시 마찬가지란 것도 알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죠?"

희경은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애써 자세를 가다듬으며 물었다.

"희경씨가 괴물로 변했었어요.. 기억 안나나 보죠?"

"제가요?"

"그래요, 뒷좌석에서 변해가지고선 저를 덥쳤다구요..."

"맙소사.. 전.. 기억이 제대로 안나요..."

"다행이군요.. 멀쩡한 남정네 목 물어뜯은 기억 같은건 없는게 나을테니까.."

태수는 아직도 이빨자국이 선명한 목의 상처를 내보이면서 말했다. 그것을 보고선 희경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미안해요.."

"미안하실거 없죠.. 제정신이 아니였으니.. 하여튼 저도 번해버리던 중이였어요, 조금전까지 말이에요.. 희경씨는 아마도 탈진으로 인해 지쳐서 쓰러진 모양이였구요, 그때만 해도 모든게 끝나는줄 알았죠 하지만 바로 그때서야 날이 갠 하늘로 해가 뜬거죠..."

"해가 무슨 관계죠?"

"이번 사건의 근원이 흡혈귀 전설이란것을 떠올려 보세요, 중세시대 이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를 이 바이러스와 관련한 그 흡혈귀 전설에서 인간들이 괴물들을 상대로 펼친 전술들을 떠올려 보라구요, 목을 쳐내고 심장에 말뚝을 박는 모습들.. 그 모든게 우리가 저들을 상대로 했던 공격과 유사해요 순환계나 신경계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줌으로써 통증과 공포를 모르는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방법 말이에요..."

"그렇군요"

"그리고 그런 전설의 마지막에 가서는 최후의 무기로 인간들이 꺼내드는 것이 바로 태양이에요, 어둠에 대항하는 빛의 힘이라는 이미지로서만 생각했지만 만약에 사람을 흡혈귀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햇빛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 광선에 민감하다면 어떻겠어요?"

"설마..."

"그래요,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태양이였던 거에요.. 그래서 온 마을이 잠식당할 정도로 창궐하고서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거죠... 바로 날이 개었기 때문에 말이에요."

희경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지프의 짐칸에 걸터 앉았다.

"맙소사..."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순간 그녀의 전신이 떨려왔다.

"그렇다는 것은.."

"희경씨,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건지 저도 알아요... 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구요, 그땐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잖아요..."

"하지만..."

희경은 원망섞인 눈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모든건 끔찍한 사고였다고 생각하자구요.. 불가항력의 상황속에서 희생당한 것이라구 말이에요 평생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살자구요, 하지만 그들 모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혼자서 느끼고 산다면 아마 단 하루도 살수 없을거에요..."

태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녀의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만약 그 모두를 구할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희경씨 언니를 직접 죽인 저를 용서할수 있겠어요..?"

희경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살릴수도 있었을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분신한 선배를 용서할수 있겠냐구요..."

희경은 말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죄가 있다면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바이러스를 퍼뜨린 자들에게 있어요.. 그것을 없애지 못한 그 옛날의 수도승에게 있구 말이에요... 결국 어찌해도 해결할수 없는 고리가 될뿐이에요..."

그때였다. 멀리서 자동차의 시동음이 들려왔다. 

"이건...?"

"또 다른 생존자에요!!"

태수는 조금전 지프 안에서 찾아낸 쌍안경의 렌즈 뚜껑을 벗겨 내더니 지프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에 서있는 트럭이 보였다.

"저건.. 설마?"

태수는 쌍안경으로 트럭쪽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분명 자신들을 공장에 버려두고 혼자서 가버렸던 냉동트럭임에 분명했다. 게다가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시동이 걸린 트럭의 운전석의 문을 열고 내리는 사람이였다.

"믿기지가 않는군..."

"무슨 일이죠?"

"직접 보세요..."

태수는 쌍안경을 희경에게 전해줬다. 

"저건?!!"

"공장장이에요.. 어찌된건지는 몰라도 저 트럭을 마을 밖으로 빼낼 참이라구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기억 안나요? 공장장 컴퓨터에서 선배가 검색했던 문서 말이에요.. 거기에 의하면 오늘 바이러스 샘플이 외부로 운송될 예정이였다구요 냉동상태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주차장에서 냉동트럭이라고는 저거 한대뿐이였구 말이에요..."

"그렇다면 저 트럭 안에 바이러스 샘플이 들어있다는 거에요?"

"그래요.. 주차장의 폭발로 인한 화재가 공장까지 번지는 것을 봤어요.. 아마도 인화성 물질이 많은 곳이니 지금쯤이면 공장안은 불바다가 되어 있을 거라구요, 마을의 감염자들도 이젠 햇빛에 노출되었을 상황에서 남아있는 유일한 바이러스는 저 트럭안의 샘플뿐일 가능성이 커요..."

"막아야겠군요."

희경은 눈물을 닥아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죠 어서 쫓아갑시다. 저 바이러스가 무기로 악용되었다간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생각도 하기 싫으니까 말이에요!!"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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