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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복남매
게시물ID : panic_15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몬샤벳
추천 : 1
조회수 : 23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6/01 23:11:17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수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아이가 아침마다 씨름하며 높게 묶던 다갈색 머리칼에서는 항상 장미향이 났다.
동그마한 입술은 석류처럼 붉었고 소담한 귀는 진주 빛 솜털로 뒤덮여있었다.
짤막한 치마 밑으로 간혹 보이던 분홍색 팬티가 기억난다.
쭉 뻗은 다리는 작은 사슴마냥 생기가 가득했고 아직 여물지 않은 가슴팍과 보드라운 목덜미는 깨물어 뜯으면 참외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수진이는 나보다 스무 살이 어린 이복여동생이다.
비록 병신 같은 아버지였지만 다방 여자사이에서 태어난 수진이를 고아원으로 보내버리지 않고 집으로 데려온 것만큼은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그만큼 수진이는 내게있어 사랑스럽고 특별한 아이였다.

“그럼 그날 아침 유치원에 가는 것을 보셨고. 수진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하셨다 이거죠?”
“예? 아. 예.”

나는 애써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수진이의 방안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살펴보던 경찰은 내 표정을 보지 못 한 것 같았다.

다행이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느라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는 것을 들켜선 안됐다.

그날은 참 특별하고도 평범한 날이었다.

정오가 다 되서야 눈을 뜬 나는 습관처럼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내 가슴팍으로부터 바닥으로 새하얀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수진이의 팬티였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것이 이불 속 내 가슴위에 올라와 있었는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집어 올려서 냄새를 맡아보니 약간의 지린내에 섞여 수진이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찔한 느낌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바지 속으로 수진이의 팬티를 넣어 몇 번이고 절정을 맛봤다.
그러나 절정 뒤의 허무함은 금세 분노를 치솟게 했다.

요망한 계집. 그 년도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입던 속옷이 왜 내 이불 속에 들어가 있겠는가. 이것은 명백한 신호였다.
역시 방탕한 어미의 피를 속일 순 없었던 거다.
오냐,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해주마.

곧 수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었다.
나는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우비를 꺼내 걸치고 얼마 전 구매한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어차피 동네는 손바닥 안. 방범 카메라를 피해 구석진 골목에서 수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수진이의 빨간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신발에 낡은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그 아이의 기괴하다 싶을 만큼 색기 어린 자태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작은 소리로 수진이를 부르자 마치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신나하며 내 쪽으로 달려온다.
그래 좋겠지. 곧 더 좋아하게 해주마. 나는 인적 드문 공사장 뒤쪽으로 수월하게 수진이를 꼬여냈다.

비는 점점 더 거세어졌고 천둥번개가 내리쳐 공포에 질린 수진이의 비명을 삼켜주었다.
이제 와서 얌전한척 하지 마! 생각보다 수진이의 저항은 거셌다.
그러나 나와 수진이의 사이에는 이십년 분의 힘 차이가 있었다. 네년이 저항해 봤자 지.
시큰하게 코를 찌르던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수진이의 피 냄새를 지워줬다.
인형처럼 늘어진 몸을 멋대로 유린한 뒤에야 내안에서 치밀어 오르던 불길이 사그라졌다.
새파랗게 질린 수진이의 몸 위로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그제야 나는 수진이의 나신을 좀 더 찬찬히 구경 할 수 있었다. 잠시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 죽여 버린 것일까. 그러나 이미 숨이 떠나버린 몸은 고깃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수진이의 시체를 근처 구덩이에 깊이 파묻었다.
이 비가 멎으면 어차피 시멘트가 퍼부어질 구덩이였다.
그 외의 증거들은 아마 빗물이 해결해 주리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락스를 가져다 부어야 했다.
이런 별것 아닌 일로 감옥에 가는 것은 싫으니까.
그렇게 몸을 돌려 공사장을 벗어나던 내 눈 끝에 그것이 보였다.

우산.

수진이의 빨간 우산이었다.
그 우산 옆에는 놀랍게도 알몸의 수진이가 앉아있었다.
창백한 피부. 붉은 입술. 슬퍼 보이는 큰 눈. 작은 어깨. 애써 치부를 가리기위해 작게 웅크린.

나의 수진이가.

그러나 쏟아져 내리던 빗물이 단 한 방울도 그 애의 몸을 때리지 못하고 통과하는 것으로 미뤄 눈앞의 수진이는 흔히들 말하는 귀신이 분명했다.
그것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귀신.

“평소에도 수진이는 유치원에 혼자 가곤 했습니까?”
“예. 아버지도 계시지 않고. 저도 밤에 일하느라 수진이를 잘 보살펴 줄 수 없었거든요.”

경찰의 물음에 퍼뜩 정신이 차려졌다.
계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질문에 역시 미리 준비해뒀던 대답을 던진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수진이 귀신은 우산에 붙어 있는 듯 했다.
내가 우산을 들어 올리자 수진이는 부끄러운 듯 몸을 가리며 따라 일어섰다.
다른 누군가에게 수진이 귀신의 모습이 보일지도 몰랐다.
혹 보이지 않는다 해도 우산이 발견되는 위험을 감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 나는 이 아름다운 내 이복 여동생의 모습을 소유하고 싶었다.
귀신이라면 나이도 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내 곁에 지금의 모습 그대로 보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래서 싸이코 킬러들이 전리품을 챙기는 거구나.
어쩐지 우쭐한 기분이 되어 나는 수진이의 우산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게나 철저하게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건만 멍청하게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바람에 아랫집 여자에게 수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우습게도 그 여자는 벌거벗은 수진이 귀신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수진이 귀신은 자신을 죽인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그 증거로 집으로 들인 경찰조차 현관에 웅크려 앉은 수진이 귀신을 보지 못했으니까.
내 자신의 대담함에 새삼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납치나 유괴의 가능성도 생각은 해두셔야 할 듯합니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이 제 발로 가출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친어머니가 데려갔을 수도 있나요? 그 애 친어머니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 서요.”

경찰이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추가해서 적는다.
역시 시나리오대로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 정도는 사정청취를 하겠답시고 나를 귀찮게 하겠지.

그러나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가보겠습니다. 조만간 수진양의 사진을 가지고 서로 와주셔야 할 것 같네요. 일단은 마음 좀 추스르시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병신 같은 경찰새끼.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한테 수진이는 동생이기보단 딸 같은 애라 서요. 꼭 좀 찾을 수 있게 힘 좀 써주십시오.”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우르릉 밖에서 번개가 친다.

“어이쿠. 비가 오나?”

경찰이 현관으로 가 신을 신는다.

그때 우산꽂이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수진이가 벌떡 일어섰다.

순간적인 수진이의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숨을 삼켰다.
수진이는 시커먼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웃고 있었다.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뽀얗던 알몸은 갈기갈기 찢겨져 입과 코에서 콘크리트를 토해내며 웃고 있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우산 좀 쓰겠습니다.”

경찰이 묻는다. 굳어버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진수씨? 진수씨!”

빌어먹을! 역시 귀신인가.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거다.
씨발 일단 경찰새끼를 보내고 우산을 처분해야지.

“아. 예. 예.”

무슨 질문인지도 모르는 채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을 던졌다.
경찰은 창백하게 질린 내 얼굴을 잠시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빨간 우산을 집어 들었다.
덜컹 현관이 열리고. 내가 채 말릴 틈도 없이 자동 우산이 시커먼 하늘을 향해 활짝 펼쳐졌다.


잘 닦인 경찰의 가죽 구두 앞으로 우산 살 틈에 끼어있던 수진이의 피 묻은 손톱이 떨어졌다.


출처

웃긴대학  efa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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