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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 바퀴벌레
게시물ID : panic_191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2
조회수 : 464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9/01 21:06:23
나는 어렸을 적부터 벌레를 상당히 싫어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언제 어느 곳에 가도 칙칙한 색깔의 벌레를 볼 수 있었는데 난 그 생물이 너무 싫었다. 애초에 금방 부서져버릴 것 같은 쥐나 참새 같은 동물들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벌레의 경우 사체의 빨간 것이 아닌 다른색의 액체나 짓 밟힌 모습 같은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 돌아다니는 빨간 개미나 파리 같은 것도 되 도록 죽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동정 이였지만 점점 생각이 뒤틀려 중학생 때에는 경멸이 되어갔 다. 나는 그들을 동정했고, 그 사체를 매우 보기 싫어했기 때문에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나는 풍 뎅이를 찔러놓고 돌아가는걸 즐기는 아이들이나, 살려고 바둥바둥하는 개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 죽이거나, 내 급식판에 날아든 작은 날 파리를 손으로 눌러죽이는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뭐 라고 소리칠만큼 그런 것을 싫어했다. 그런 나를 조금 낫게 해주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고2때 부터 고3까지 함께 지내는 단짝친구 윤아 였다. 윤아는 나와 달리 활발한 성격 이였고 곤충도 매 우 좋아했다. 윤아의 아버지는 곤충박사라 했는데 아마 모기나 집 개미등을 연구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조금 이미지가 좋지 않기도 했는데 실제로 여러 번 만나보니 아주 재밌고 좋은 분이셨다. 윤아는 엄마가 안 계셨는데, 윤아가 엄마가 안 계신 것에 대해 활발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버지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인 것 같았다. 윤아는 수능 공부를 하면서도 날이 좋 은날에는 나를 데리고 나와 산이나 학교 뒤뜰의 교장이 가꿔놓은 작은 화원으로 가서 곤충들의 좋은 점이나 여러 모습을 설명해주고는 했다. "그거 알아? 벌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전체의 20%밖에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대. 또 이상 한 건 그 20%를 모아놓고 일을 시키면 그 중에서 20%밖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윤아는 곤충의 이야기들을 해주면서 내가 벌레를 싫어하는 것을 잘 이해해주고 많이 고쳐 주었 다. 그래서 그녀를 만난 후로 나는 그다지 벌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경악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겨우 좋은 대학에 윤아와 나란히 합격해서, 정말 깨끗하고 좋은 룸메이트 를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바퀴벌레를 봐 버린 것이다. 커튼에 붙어있던 바퀴벌레는 언뜻 보기에 도 상당한 크기였다. 그리고 상당히 징그러운 모습 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크게 소리 를 질렀다. 아, 영화처럼 소리지르는 것이 가능하구나. 생각 할 정도로. 나는 잠깐 바퀴벌레가 붙어있던 커튼을 휘집어보다 바퀴벌레가 보이지 않자 집으로 놀러간 윤아 가 올 때까지 컴퓨터 의자에 발을 올리고 쭈그려 앉아 컴퓨터로 온갖 바퀴벌레 퇴치법을 검색하 고 있었다. 일단 한 마리를 보면 집안에 적어도 몇십 마리는 있을거라는 둥, 완전 퇴치는 거의 불 가능하다는 둥 좋은 소리는 거의 없었다. 약의 종류도 꽤 많은 것 같았지만 효과가 있다는 사람 없다는 사람 천차만별 이였다. 마음 같아서야 청소해주는 집단이라도 부르고 싶었지만 얼마 전 에 룸메이트까지 구한 가난한 여대생들에게는 힘든 일 이였다. 벌레는 죽이기가 싫어서 대부분 방치했음으로 주위에 있는 것은 그다지 불편한 일이 아닌데, 전에 살던 집은 불개미가 많아서인 지 바퀴벌레가 없어 바퀴벌레를 실제로 본 것은 약 십년 만인 것 같다. 윤아가 현관으로 들어서 자마자 나는 윤아에게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한참 호들갑을 떨었다. 바퀴벌레가 있다면서... 좀 죽여달라고. 윤아는 뭘 그런걸 무서워하고 그래 씩씩한 남자처럼 대답했다. 나는 바퀴벌레를 터트려 죽일 용 기도 없었고 휴지에 싸서 밖에 던져버릴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모기 약을 바퀴벌레가 숨을 만한 곳곳에 뿌려대면서 윤아에게 나오면 어떻게 좀 해주라고 부탁을 했다. 사실 이왕이면 윤아가 죽 여주지 않았으면 했다. 통통한 바퀴벌레가 이상한 물질을 배 밖으로 내놓고 터진 모습이라니, 정 말 보고싶지 않았다. 컴퓨터 책상 밑에서부터 탁자 밑, 텔레비전 밑, 신발장 주변, 계속 뿌려나가 다 작은 냉장고 밑에 모기 약을 흔들어대니 아까의 바퀴벌레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기어 나오 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모기 약을 바퀴벌레에게 뿌리면서 조금 전보다는 더 작은 비명을 지르 며 뒤로 물러나 윤아를 불러댔다. "윤아야, 윤아야! 바퀴벌레 나왔어!" 윤아는 티슈 몇 장을 빠르게 뽑아 손에 접어 올리고 티슈로 바퀴벌레를 집었다. 윤아가 순간적으 로 손을 뒤집자 꿈틀꿈틀 거리는 바퀴벌레의 다리와 투명 한 듯한 배가 보였다. 윤아는 잠시 바 퀴벌레를 쳐다보더니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집어넣고 물을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였지만 나는 그때 똑똑히 보고 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윤아가 "살아라." 라고 하는 것을. 하지만 그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모기 약에 미끄러지면서 살기 위해 바둥바둥 길을 달리던 모습이나 윤아의 손위에서 발작하듯 발을 꿈틀거리는 바퀴벌레를 그다지 죽이고 싶지 않 았다. 바퀴벌레는 물탱크 안에서도 살아남는다던데 이왕이면 살아남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 것 도 사실 이였다. 물론 우리 집에 다시 찾아오지만 않는다면. 어쨋든 그 벌레는 잠깐 날아든 것 이 였는지 그 후로 약 세 달간은 바퀴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가족들이 사는 집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윤아였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는 훨씬 그런 일 이 많았다. 그 날도 역시 강의를 듣고 일찍 돌아와서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 레벨 업을 시키고 있 었다. 두 달정도 미쳐있던 게임도 슬슬 지겨워 지고, 항상 바빠 보이면서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나에게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는 윤아에게 좀 미운 마음이 들어서 살짝 말을 꺼냈다. "무슨 집을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냐? 내가 남편이고, 내가 너 맨날 구박해서 친정으로 도망가는 거 같다. 맨날 친정에만 가지 말고 좀 같이놀자아~" 내가 컴퓨터 스위치를 신경질 적으로 누르고 바닥에 벌렁 누워 뒹굴뒹굴 거리며 투정하자, 윤아 는 살짝 웃어보이고 그럼 오늘은 공원이라도 갈까? 말을 꺼냈다. 이 나이에 공원은 무슨 공원이 냐... 그렇게 말하려다 이사 온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 이 동네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게 생각나 좋은 생각이라는 듯 괜히 오버하며 대답하고선 벌떡 일어났다. 밖으로 나와보니 5월인데도 여름 처럼 햇볕이 강하게 비치고 있었다. 왼손을 들어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니 2시정도로 햇볕이 강 할 시간 이였다. 하지만 나는 오랜만이라는 느낌으로 아주 가볍게 윤아와 짜증나는 교수들 이야 기를 하며 동네를 돌아보고 있었다. 한 10분 정도 지나서 인도 한가운데에 벌레치곤 약간 큰 크 기에 상당히 부패된 듯한 애벌레 주변으로 검은 개미가 잔뜩 몰려있었다. 아직 눌려 터진 애벌레 의 어느 부분으로 밝은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개미들은 애벌레의 위아래로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 벌레를 나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벌레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 고 있었고, 초록색 액체는 계속 흘러나오고 시체의 손상된 부분은 적은 시간에도 점점 내 눈에 들어와서, 개미는 마치 거기서 그 벌레를 먹어 해치워 버릴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상황을 보는 것 을 상당히 싫어했음으로 윤아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미쳐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기 전에, 나는 윤아가 애벌레와 개미를 한꺼번에 밟아버리를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내 가 순간적으로 윤아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때, 윤아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고 하던 심리학 교수 대철이의 욕도 오히려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고 밟은 것이라 생각했다. 괜히 말해봤자 윤 아의 기분만 나빠질 것 같아 그냥 계속 맞장구를 쳐가며 걸었다. 5분정도 후에 화제가 자주 비틀 어지긴 했지만 꽤나 길게 계속 됬던 교수 대철이 욕은 그만두고 조교수 욕을 시작했다. "그 자식은 자기가 교수도 아니면서 참견해댄다니까? 아니 내가 리포트를 안내면 지가 점수를 깍 이냐고, 욕을 먹냐구... 대철이 그 새끼 성격도 이상해서 이상한 것만 내는데 왜 대철이도 안내면 냅두는 리포트를 냈는지 안 냈는지 괜히 참견하면서 돌아다니고..." 그 언성이 높아지던 목소리가 멈추고 짜증이 가득하던 얼굴에 경멸이 함께 들어났다. 막 윤아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맞장구를 신나게 쳐주던 나도 윤아의 시선에 따라 머리를 돌렸다. 윤아 가 쳐다보고 네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인도 구석에는 상당히 말라비틀어져서 겨우 겨우 꿈틀대 고 있는 지렁이와 그 지렁이 주변에 모여들어 수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개미였다. 보통 지렁 이의 붉은 색이나 탱탱한 윤기는 없어지고, 잔뜩 탁해진 색에 꼬리를 몇초마다 겨우 꿈틀, 꿈틀 하는 지렁이 주변으로 몰린 개미는 무참하게 지렁이를 물어뜯고, 옳기려 하고 있었다. 윤아의 입 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저 새끼들 또 보네." 윤아는 여봐라는 듯이 구둣소리를 똑똑 울리며 걸어가다 구둣발로 지렁이와 개미를 함께 지긋 이 밟았다. 그리고 담배불을 끄는 사람처럼 발 앞쪽에 힘을 꽉꽉주며 비벼댔다. 그리고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빠르게 도망가고 있는 개미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빙글빙글 주변을 도는 개미 들을 통통 옳겨다니며 밟아 죽이기 시작했다. 나는 양쪽 미간을 상당히 찌푸린 채 그 모습을 바 라보고 있었다. 아까의 애벌레와 개미를 밟은 것도 분명 우연이 아니였을 것이다. 윤아는 완벽 한 시체가 되 버린 지렁이 주변에 더 이상 검은 개미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때까지 개미를 밟아 죽이고 나서 껌이라도 밟은 듯 인도에 양쪽 신발을 두어세번 그어댔다. 그리고 욕 을 하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아, 씨발 개미 저 새끼들 너무 싫어." 그런 식으로 곤충을 죽이는 윤아의 모습은 처음 이였고, 윤아가 정말로 개미를 경멸하는 것 같았 음으로 나는 윤아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뭐라 하지 않고 장난 식으로 말을 꺼냈다. "야야, 개미가 지렁이 대리고 가는 것도 징그러운데, 니가 하는 짓은 더 무섭다. 왜 저런걸 신경 쓰고 그래?" "아, 몰라, 개미 졸라 싫어. 아, 죽여버리고 싶어. 아, 짜증나. 아,..." 순간적으로 윤아의 말에 아 라는 말이 많이 섞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몇 번 있지 않았지만 학 교에서 윤아와 정말 감정이 좋지 않은 애와 심하게 싸울 때나, 무지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윤아 의 입버릇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이였다. 그리고 그 후론 항상 이성을 잃고 뭔가를 엎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윤아도 같이 따라 걸어왔고 욕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다행히 진정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고 나름대로 윤아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면서 걷고 있었다. 윤아의 욕이 멈추고, 조금 지나서 윤아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평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 너네 집에는 개미가 많았었지?" "아, 응. 꽤..." "그럼 너의 성격으로는 죽이지 않고 내버려뒀겠네?" "뭐 그냥... 하도 작아서 그렇게 신경 쓰이는 것도 아니 였고." "그래도 너 자주 물어뜯기고 음식도 못 먹고 그랬지?" "응. 그건 좀 귀찮았지. 그 녀석들이 물어뜯으면 모기한테 물려뜯긴거 보다 더 신경쓰인다니까.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너무 싫어서 모기는 죽이기도 했었지만..." "그래, 내가 그래서 개미새끼가 싫다는 거야." 그녀는 잠시 숨을 들이 마셨다. 앞으로 긴 이야기를 빠르게 해내 갈 것이라는 신호였다. "그 새끼들은 말야... 별 걸 먹지도 않는 것 같은데 사실은 다 먹어. 죽은 것, 산 것 가리지 않고.. 물건 같은 거야 갉아먹거나 하진 못하지만 다 죽어 가는 곤충이나 죽어있는 벌레 같은 것도 아 주 낑낑대며 옳기지... 개미는 흔히 일 벌레라고 하지만 도대체 무슨 업보로? 그렇게 짊어져봤자 얻는 게 뭔지? 여왕개미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더 한심 한거지... 너 전에 바퀴벌레보 고 그렇게 무서워했던 거... 집에 바퀴벌레 없었지? 보통 개미가 있는 집엔 바퀴벌레가 없어. 바 퀴벌레 알을 개미가 다 먹어치우거나 옳겨 버리기 때문이야." 그녀는 역시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흥분 조로 말을 해나갔다. "개미가 졸라 약한 생물 같지? 허리는 0.2~0.3cm에 졸라 작아서 맨날 사람한테 밟히잖아. 근데 그게 아니야... 개미새끼들 단결력 졸라 강하고 다구리도 졸라 잘시켜. 턱이 졸라강해서 자기 무 게 오십배는 들고 사람한테 몇 번 밟혀봐야 거의 죽지도 않아. 게다가 20층에서 떨어져도 살아남 는다더라. 그러니까 졸라 약해 보여도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거지... 개미는 인간살도 뜯어먹 지... 인간한테도 얼마나 해가 큰지 아냐. 집 개미는 알레르기까지 옳긴다더라. 천식에, 비염, 눈 가려움증 같은 거.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수백~ 수천 마리씩 집단 생활 하는데 잘 디지지도 않 아. 아 맞아, 여왕개미 그 년이 없으면 집 개미도 나간다는데... 참 그것들 보호능력도 죽인다니 까. 독이 있는 음식 먹고 일개미가 죽으면 표시해서 다른 개미 못 먹게 한 대. 그리고 음식도 수컷 개미들이 먹고 3일 후 까지 안전성을 확인해야 여왕개미가 먹는다더라. 여왕개미를 위해 태어난 하찮은 목숨들이지~ 그런데 졸라 강해. 그런데 졸라 안 강한 것 같이 보여. 사람들도 바퀴벌레라 면 질색을 하는데 개미는 별 신경 안 쓰지. 개미가 바퀴벌레 알 먹는 바람에 둘이 공존하지 못한 다니까 개미 불러서 바퀴벌레 죽이려는 사람까지 있잖아?" 윤아의 말은 상당한 속도이고 많이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 한 것은 윤아가 개미를 무지 경멸한다는 것 이였다. 나는 대답하고 있지 않았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윤아가 말을 끊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의 대답이 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비해서 말이야. 바퀴벌레는 잘난 거라고는 인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식한테 정해 주는 징그럽다는 모습이랑, 생존능력, 번식능력 뿐이야.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도 살아 있다더 라. 먹을 걸 섭취하지 못해서 3일 정도가 한계지만. 번식능력도 대단해 암컷은 꼬리 쪽에 알집을 달고 다니면서 알을 낳고 다니는데 암컷이 독을 먹고 죽은 후에 그 알집이 떨어져서 부화하는데 그 경우에 그 독에 대한 면역까지 있다더라. 바퀴벌레가 징해보이지? 그러니까 핵 폭탄이 터져 도 바퀴벌레가 산다는 소리가 나오지. 잡식성이고, 번식능력 뛰어나고. 근데 바퀴벌레가 사실은 졸라 약한 동물이야... 일단 자기 몸을 지키는 공격력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 적을 만나봤자 끽해야 빨리 달리는 것뿐이지... 그러니까 개미한테서도 쫒겨 나는 거야. 공격능력이라는 게 없 으니까... 그렇게 살다보니까 번식능력이 발달되어 계속 살아나가는 거지... 아, 혹시나 물리면 상 당히 상처가 심한 경우도 많지만 개미만큼은 물어대진 않지.. 살아있는 건 안 먹는다고 하니까. 아." 윤아는 한참 손짓을 사용하며 설명을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말을 뚝 끊었다. 이 틈을 타 아무 말 도 못하고있던 내가 말을 꺼냈다. "왜?"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니였어. 개미를 욕하다보니까 이렇게 됬네. 그러니까~ 내 말은 바퀴벌 레가 생존능력, 번식능력에 대해 얼마나 강한 생물인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야. 망할 개미새끼들 을 만나서 이야기가 어긋낫네... 어쨋든 바퀴벌레의 생존능력, 대단하지 않아?" "으응? 아, 정말 그렇네. 그 정도인줄은 몰랐어." 갑작스런 질문에 깜짝 놀란 내가 급히 대답했다. 윤아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바퀴벌레가 핵 폭탄이 터져도 살아남는 다는 건 다른 곤충한테도 해당되는 것이기도 해... 곤충은 식물과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초식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죽고, 육식동물 은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이 없으면 죽고, 사람은 식물이나 육식이나 뭐든 없으면 죽어. 예를 들 어 왜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초식공룡이 멸종했을까? 엄청난 크기의 공룡들이 식물을 먹어대는 데, 식물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곤충은 어떨까? 곤충은 작고 식물에게 그다지 해를 입지 도 않아... 그리고 특히 바퀴벌레! 그들은 잡식성이라서 뭐든 먹고 살수가 있어... 아까 말했듯이 면역력도 대단하지." 그녀의 말에 묻는 톤이 뭍어나진 않았지만 그녀가 잠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대답을 바라는 눈치라 뭔가 말을 꺼낼만한걸 생각했으나 그럴듯한 말을 생각했을때 이미 윤아는 이야기 를 시작하고 있었다. "인간은 어떨까? 초식동물이 죽어서 더 이상 먹을게 없게 된 육식공룡처럼 인간도 그렇게 쉽게 죽어가겠지... 인간은 제일 강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약한 동물이야. 꽤나 쉽게 부서져 버리지~ 인간이 바퀴벌레 같은 성질이 있다면 최강일텐데 말야. 일단 인간은 임신을 하기 힘든데다가 임 신기간이 1년이 가깝잖아? 거기서부터 조금 문제가 있다구. 어쨋든 개미 같지 않은 것만도 다행 이기도하지만... 개미의 번식방법은 정말 싫어." 그리고 윤아는 잠시 위를 쳐다봤다. 어느 새 동네를 한바퀴 돌아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윤아는 벌써 도착했나 하는 아쉬운 표정 이였지만 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 었다. 윤아의 빠른 속도의 말은 왠지 어려운데다가 너무 극단적인 윤아의 태도에 어떻게 대응해 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를 돌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말 을 꺼냈다. "음... 그치만 세계에 인간이 넘쳐나게 되면 그것도 문제가 아닐까? 하하하" "아니, 그건 괜찮아. 좋은 걸 받아들인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녀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누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화제는 곧 시작할 티비 프로로 바뀌어, 나는 그렇게 매일 같은 시류 속에 그런 색다른 이야기 같은 건 잊어버리고 있었 다. 아, 그랬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한 후 5개월이나 지난 시간까지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짙어 진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있다. 문득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다 보인 꽤나 큰 벌레의 시체 와 그 주변에 작은 점들. 그것들은 이미 점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5층에서 내려다보기에는 상당 히 작은 크기의 생물들 이였지만 나는 고개를 빼꼼 내놓고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문득 그 일이 생각난 것이다. 그 후로 윤아가 아버지가 계신 집에 들리는 일은 훨씬 많아졌고, 외 박을 하는 일도 잦았다. 5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윤아가 집에서 없어지는 시간은 너무나도 자연 스럽게 길어졌음으로 나는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 근래 1주일동안 전화로 오 늘은 못 들어간다는 안부를 전하던 윤아가 오늘 아침에 전화를 해 오늘은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아주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5개월 동안, 아니 분명 윤아는 그 전부터 그 일에 노력을 기울 이고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있었고, 무엇을 완성한 것일까? 내가 보기에 그건 온 세 계의 개미를 멸망시키는 약 같은 것일 것 같다. 그리고 혹시 그 약이 너무 강해서 인간한테도 해 가 오는 건 아닐까? 개미가 멸종되면 생태에게 커다란 혼란이 오지 않을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윤아가 온다는 7시가 가까워질수록 커져간다. 이제 5분 남았다. 5분 후에 윤아가 약병을 손에 들 고 개미가 멸종될 약이야! 하며 짠 하고 나타나진 않을까... 베란다에서 시체를 옳기는 개미를 보 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갑자기 딩동하는 벨소리가 들린다. 정각에 올 줄 알았는데 좀 빨리 왔 구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간다. 문을 열었다. 약병을 든 윤아의 손이 불쑥 나타나며, 개미를 멸종 될 약이야! 라고 외칠 윤아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손이 불쑥 현관틈새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건 손이 아니라 검은 막대기 같았다. 사람 손과 팔목정도의 경계가 조금 구부러져 있는 털이 촘촘 한 검은 막대기... 그리고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반가운 윤아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윤아의... 아, 정신이 아찔해져간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형이나 인형이라고 보기엔 너무 나 현실감 있는 이 모습은... 검은 것 위로 밝은 선이 비친다. 바로 눈을 뜨고 싶었지만 미간이 찡그려지며 눈꺼풀이 계속 닫 혔다. 조금씩 조금씩 밝기에 눈을 익숙하게 하며 눈을 떴다. 윤아가 보인다. 아,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였다. 윤아는 목 아래로, 커다란 날개와 통통한 몸, 꼬리에 알집. 검은 막대기 같은 여섯 개 의 다리... 바퀴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바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있다. 윤아는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긴 막대를 내 얼굴에 내민다. 아, 다가오지 마, 젠장... 징그러워... 털이 촘촘히 박힌 다리가 잠시 내 볼에 머물렀다가 떨어진다. 윤아가 입 을 연다. "아, 깨어났구나!" 그녀의 말버릇, 아 가 다른 의미인 것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진다. "놀랬을거야! 그래, 놀랬겠지! 이런 세기의 발견에!" 그녀는 양쪽 윗다리를 꿈틀꿈틀 해본다. 바퀴벌레와 다른 점은 그녀는 두 발로 서 있다는 것이 다. 아 그래, 놀랐다. 정말 놀랐다. 정말, 정말 놀랐다! "내가 전에 말했지? 인간이 바퀴의 번식능력이나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최강이 될 거라고! 그래, 우린 최강이 될 거야! 바퀴가 가지지 못한 공격능력이나 다른 생활 능력도 물론 자연스럽 게 주입했어. 개미도 우리의 알을 갉아먹지 못 할거야!" 우리라니? "게다가 인간답게 두 다리로 설 수 있게도 만들었지. 이 연구에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알았지만, 아빠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속 이걸 위해 연구해 오셨대..." 미쳤군! 나는 어느 새 이런 미친 소리가 냉정하게 들린다. 정말 미쳤다. 아 미쳤어. 넌 미쳤어. 넌 미쳤다고. "그리고 얼마 전 겨우 이걸 완성해서 학계에 발표했는데.. 모두 고개를 돌리더라구! 우릴 죽이려 고 까지 했어. 미친 거 아니야? 이런 대 발견을 몰라라하다니... 우린 급하게 도망쳤지만, 아차, 이 능력도 역시 바퀴벌레의 빠른 걸음을 따른 거지. 하여튼 아직 이 좋은 능력을 포기한 건 아니 야. 바퀴벌레의 번식능력은 익히 잘 알고 있지? 나는 많은 바퀴인간을 만들어서 보통 인간들을 눌러버릴꺼야! 하하하하! 그럼 나중에 얼마나 많은 보통 인간들이 후회를 할까. 하지만 그때 가 서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이 미친 여자는 내가 열렬한 호응이라도 해준다는 듯이 떠들고 있다. 웃기지마. 미쳤어? 내 표정 이 좋아보여? 신나보여? 말도 안나와! "자 자, 그러니까 시작하자.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바퀴인간을 번식시키는 거야! 금방 일거야, 왜냐면 번식능력은 엄청나니까!" 아 이봐, 혼자 하라구. 혼자 해. 난 가겠어. 혼자 열심히 해봐.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다. 아, 정신 적 충격이 너무 큰 거야. "아차, 그리고 바퀴벌레에 대해 한가지 깜빡 한 게 있는데, 암컷은 한번의 교미만 하면 평생 알을 낳을 수 있어! 거기에 여러 가지로 좋은 적임자가 있지! 물론 그 전에, 너도 이 뛰어난 바퀴인간으 로 만들어 주실거야!" 현관문이 열리며 윤아의 아빠의 얼굴을 달고있는 거대한 바퀴벌레가 머쓱한 듯 들어온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사사삭 하며 나에게 다가온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사카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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