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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 양치질
게시물ID : panic_19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27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02 14:33:42
어제 마누라가 새로 사다 놓은 칫솔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일반 칫솔과는 다르게 손잡이 재질이 뼈로 만든 듯 그저 칫솔로만 사용하기에는 모양이 너무나도 독특하다. 칫솔모도 상당히 부드럽고..뭐랄까..다른 칫솔로 양치질할 때는 간혹 입 안에 상처도 생기고 했는데 이 칫솔은 마치 솜으로 이빨을 닦는 듯 매우 부드럽다. "당신 또 양치질하는거야?" 마누라는 얼마 전에 사다놓은 칫솔이 마음에 든다며 양치질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처음에는 여편네가 늙으막에 이빨간수하려나 그냥 무심결에 넘어갔는데 아무래도 정신과에 데려가봐야 할 것 같다. 정신과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누라가 양치질을 할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뭐가 그리 흡족한 건지 미소띤 입가엔 양칫물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가 흐르고.. 왠지 양치질을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요새 나이가 들어 그런지 이빨을 닦을 때마다 시큰거리는 게 느껴진다. 벌써 잇몸약을 먹어야 될 나이인가.. 하긴 내 나이 벌써 쉰 일곱이니..곧있으면 나도 환갑이겠구나.. 자식새끼들 키워 제 짝 찾아 보냈더니 이젠 집에 찾아올 생각도 않하고.. 인생 참 허무하다는 걸 새삼스리 느끼게 한다. 마누라도 요새 몸이 많이 않좋은 것 같은데.. 날 만나서 고생만 하고.. 그런데 마누라도 이빨이 시리다고 한다. 부부는 닮아간다는데 이것까지 닮아가는 건지.. "아악-" 화장실에서 마누라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마누라는 한 손에 칫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볼을 어루만지며 입가에 피를 흘리고 서 있다. "당신 왜 그래? 어디 다친거야?" "이..이빨이..이빨이.." 마누라는 발음이 세는 듯한 말투로 세면대를 바라본단. 내 눈도 피가 흐르는 마누라의 입가에서 세면대로 옮겨지고.. 그리고 보이는 건 3개의 치아.. 노화가 그리 빨리 오는 거였는지.. 마누라의 치아는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 이제 남은 치아도 몇 되지 않고.. 내 치아도 하나둘씩 빠져나간다. 이상한 건 칫솔의 모양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처음엔 하얗던 뼈모양의 손잡이가 점점 붉어지고 있다. 그리고 칫솔모도 전보다 많아진 듯 한데.. 내 상상력이 풍부한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칫솔을 버려야 할 것 같다. 마누라는 몇 되지도 않는 치아로 양치질을 하려는지 화장실로 들어간다. 칫솔이 없는 걸 발견하자 허겁지겁 내게 오더니 칫솔의 행방을 묻는다. 방금 전 쓰레기 버리면서 같이 내다버렸다고 하자 마누라는 맨발로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참 후 집으로 돌아온 마누라의 더럽혀진 손에는 전보다 더 붉은 색을 띤 칫솔이 들려져 있다. 마누라는 노기 띤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화장실로 들어간다. 시간이 꽤 오래 흐른 듯한데 마누라는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않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털썩- 화장실 문을 여니 마누라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입엔 개거품을 물고 눈동자는 풀려있는데 양치질하는 손놀림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그런데 마누라의 다리가 이상하다. 무릎 밑으로 하얀..뼈다..저건 뼈가 분명하다.. 마누라는 다리뼈가 살을 뚫고 나와있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양치질만 하고 있다. 마누라의 손에서 칫솔을 뺏었더니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 마누라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아니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건 나의 착각이었나.. 마누라는 내 손에 들리워진 칫솔을 뺏기 위해 일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투둑- 툭- 일어서려고 바닥을 짚던 팔이 마누라의 체중을 견디지 못한 건지 살을 뚫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누라는 일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몸을 끌면서 내게로 다가온다. 마치 지렁이가 바닥을 기는 듯한 모습으로.. 징그럽다.. 저건 내 마누라가 아니야.. 마누라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흔적을 남기려는 듯 벌건 물들로 자욱을 남기고 있다. 어라.. 내 눈이 잘못 된건가.. 마누라의 살을 뚫고 나온 뼈들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부서진 뼈들은 흔적도 없이..그렇게 사라져간다.. 마누라의 몸이 점점 흐물거린다. 뼈없는 동물인 듯 흐물거리며 내게로 기어온다. 에잇- 창문 밖으로 있는 힘껏 칫솔을 던졌다. 뚜둑- 아니.. 이제까지 살면서 부러진 적도 아니 빠져본 적 없던 팔이.. 으윽- 팔은 힘없이 흔들거린다. 다시 끼워 넣어야 하는데.. 물컹거린다..뼈가..느껴지지 않는다.. 빠진 팔은 날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하나씩하나씩 손가락의 뼈까지 사라져 간다. 마치 고무장갑에 물을 가득 담고 묶어버린 듯한 모양으로 내 눈에 들어온다. 마누라의 움직임이 멈춰져있다. "여..여보.." 곁으로 다가가 마누라의 몸을 흔드니 사람형상의 풍선을 만진 듯한 감촉이 내 손으로 전달되어 온다. 아- 아..으흑- 마누라를 바라보는 내 눈높이가 점점 마누라와 가까워져간다. 온 몸의 뼈가 사라지는 건지.. 눈 앞이 점점 뿌옇게 되간다.. "어? 저게 뭐야?" 캄캄한 길 어딘가에서 반짝거리는 물체가 지나가던 남자의 눈에 들어온다. "칫솔이네..근데 모양이 참 특이하군 장식용인가?"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칫솔을 주어든다. 칫솔의 손잡이는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지나던 사람의 손에 들리워져 있다. 여기저기 훑어보다 칫솔모를 한번 만져보더니 먼지를 털고 입안으로 넣는다. "이야 굉장히 부드러운데..마침 집에 있던 칫솔도 다 되서 바꿀 참이었는데.." 남자는 칫솔을 안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향한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보드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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