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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악마와의 근접조우
게시물ID : panic_19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8
조회수 : 26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03 11:22:14
언제나 그러하듯 지구상의 인간들은 모든 것을 그들중심으로만 생각하려한다. 그들의 생각이 곧 법이요, 진리다.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념따윈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상이 틀리면 그것은 바로 배척당한다. 그러한 그들의 사고방식은 지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잘못된 판단에서 부터 출발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곧 지구상에 인간외 다른 지적인 생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이어졌고 그러므로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자는 인간뿐이라고 자신있게 단언한다. <1> 고형사는 벌써 몇 달전 행방불명 된 자신의 여동생을 찾아내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동생의 행방을 추적해내고 있었다. 친구집에 가겠다며 집을 나간 여동생이 그길로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고 그녀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마디로 귀신이 통곡할 일이었다.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허공속에 공중분해되어 뿌려지기라도 한 듯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러한 믿을 수 없는 경험을 고형사는 몇 년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몇 년전 어느 일요일, 한 일가족이 모두 실종되어 버린 사건이 있었다. 연락을 받고 곧바로 출동한 고형사는 참으로 기괴한 사건현장에서 그만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웃의 말에 따르면 바로 조금 전까지 전화로 등산을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는 것이다. 전화통화를 마친 후 등산준비를 해서 와보니 문이 열려진 채로, 집안에 있어야 할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사건현장에는 막 꾸린 듯한 등산가방과 등산장비들이 여기저기 늘려 있었다. 가방안에는 이제 막 챙겨넣은 듯한 여러 가지 음식들과 음료수 통이 있었다. 식탁위에는 커피잔 두 개와 우유컵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반쯤 피우다 만 담배꽁초도 놓여 있었다. 오디오에선 잔잔한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상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일가족 3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형사로선 그 유명한 마리 셀러스트 유령선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 불가사의한 일이 자신의 눈앞에 막상 닥치니 너무나 어이가 없을 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 후 나름대로 열심히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로 미결사건이 되어버렸다. 그 어떤 단서 하나도 찾을 수 없었고 그 이후 그 가족을 보았다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 일가족은 완벽하게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수께끼 같은 일이 바로 자신의 여동생에게 닥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2> 미진은 얼마전 부터 자신의 아파트에 가족들 외에 또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 생명체란 이른바 영적인 존재였다. 미진이 그러한 추측을 하게 된 이유는 언젠가 몇 번, 그녀의 살갗을 파고드는 싸늘한 공포를 체험하고 난 후 부터였다. 그것은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와 찜통더위로 세상 전체가 사막이라도 되어버린 듯한 더위에 허덕일 때였다. 당시 미진은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정면충돌을 해서 약 한달간 병원신세를 지고 막 퇴원한 상태였다. 왼쪽 다리엔 아직 깁스를 하고 있어야 했기에 늘 방안에서만 지내야 했던 꽤나 답답한 생활이 계속되던 날이었다. 기록적인 더위가 그 위험수위를 넘길 정도로 숨통을 조여오자 미진의 식구들은 미진 때문에 묻어두었던 피서계획안을 슬그머니 다시 꺼내놓아야만 했다. 다들 미진의 눈치만 살피며 우물쭈물 하고 있었지만 정작 미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솔직히 미진으로선 다리를 다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혀 매력이 가지 않는 그런 피서였다. 엘리뇨 현상인가 뭔가 때문에 해수면이 온천물처럼 뜻뜻하게 데워져 있는 마당에 바다를 찾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것이 당시 미진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미진의 가족들이 4박5일간의 계획을 잡고 떠나기로 한 피서지가 다름아닌 부산 해운대 였다는 게 더욱 미진을 진절머리나게 했다. 전국의 피서객들이 다 찾아들어서 하루평균 60만의 인파가 개미때처럼 몰려들어 백사장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뒤덮어 버린다는 해운대라니...! 60만 인파의 열기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것같은 그곳을...! 미진은 상냥하게 웃으며 가족들의 상기된 얼굴들을 풀어주며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잘 다녀오라고~! 미진의 속사정을 모르는 가족들은 미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상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실로 터무니 없을 정도의 금액, 10만원이라는 거금을 그녀에게 쥐어주었다. 미진으로선 시원한 에어콘 바람쐬며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를 하는 순간이리라. 그래도 미진의 형제들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그녀를 달래주기에 바빴으니... 아무튼 그런 계기로 해서 미진은 홀로 5일간 집보기를 해야만 했다. 홀로 남겨진 그녀가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것은 집보기 사흘째 밤중이었다. 절뚝거리며 나가서 빌려온 수십편의 공포영화들을 다 보고 나서 갑자기 허기짐을 느끼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식탁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어두컴컴한 식탁 저 편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직히 들려온 것이다. 순식간에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극도의 한기를 느꼈지만 미진은 곧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주방의 불을 밝힌 후 찬찬히 둘러보니 식탁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싱크대 뒤쪽의 작은 창이 활짝 열려져 있었고 미지근한 바람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미진은 조금전 자신이 들었던 그 소음은 바람이 만들어낸 소리였거나 수십편의 공포영화를 막 보고 나온 자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청이었을 거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미스테리는 항상 인간들의 불안감에 상상력이 보태어져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함정이라고 믿고 있던 미진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인 생각들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 미진이었지만 찬장에 있어야 할 라면냄비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만은 어쩔 수 없이 미스테리로 남겨두어야 할 것만 같았다. "대체 어디다 둔거지? 이상하네. 분명히 어제 아침에 여기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귀신이 곡할 경우라고 하는건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지만 라면을 끓여먹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던 그 작은 냄비는 보이지 않았다. 약간의 건망증을 지니고 있었던 미진이었지만 틀림없이 전날 아침까지만 해도 그 냄비를 보았던 것만 같았기에 꼼꼼히 뒤져보았다. 그렇게 찬장을 모두 다 뒤져보았지만 어제 아침에 보았던 그 냄비는 결국 나타나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은색의 커다란 냄비에다 물을 붓고 가스렌지에 올려놓았다. 미진은 모든 것을 자신의 건망증 탓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조금 있으니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물이 끓기 시작했다. 미진은 미리 적당하게 부셔놓은 면을 집어넣은 후 봉지를 휴지통에 넣기위해 돌아섰다. 그 다음, 그녀의 시선은 휴지통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막 돌아섰을 때, 휴지통이 미세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할 일이었다. 분명히 휴지통은 달그럭 소리까지 내며 조금 움직였었다. 미진으로선 당장이라도 고개를 숙여서 휴지통 속을 파헤쳐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관두기로 했다. 쓸대없이 상상력을 안좋은 쪽으로 부추길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라면을 끓이는 내내 쓰레기통 쪽으로 신경이 쓰이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날 밤 미진은 라면을 어떻게 먹은 지도 모를정도로 급하게 먹어치우고는 곧바로 침대속을 파고들었다. 찌는 더위속에서도 미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써야만 했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괴상한 상상들이 다 떠올랐다. 지금쯤, 휴지통 속에서 꿈틀대던 그것은 마음놓고 불꺼진 식탁을 활보하고 있겠지... 그리곤 자박자박 거실을 가로질러서 나의 방문을 살그머니 열어보겠지... 침대가까이로 다가와서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있는 내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겠지... 아무리 멋진 생각들을 떠올려보려 해도 한번 물꼬가 터진 불길한 상상들은 쉽사리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그러들지 않았다. 창 밖 어딘가에선 컹~ 하는 개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며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미진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그 컹, 하는 개의 울음소리는 무언가를 보고 짖어대는 개의 울음소리라기 보단 처절한 비명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끔찍했다. 그 때문에 미진의 머릿속에는 누군가가 큼직한 개의 배를 가르는 끔찍함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내장을 다 드러낸 개의 혼령이 자신의 창문으로 스윽 나타날 것만 같았다. 미진은 두 눈을 억지로 꼭 감고 빨리 깊은 잠에 빠지기만을 기원했다. 그녀가 정말로 깊은 꿈결속으로 아득하게 빠져들 무렵에 멀리서 드르륵 하고 창문을 여는 소리같은 것이 들려오는 것도 같았지만 그녀로선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완전한 꿈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3> 다음날 날이 밝는데로 미진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며칠전에 침대밑에 던져 두었던 목발까지 꺼집어 내어 침착하게 집안 곳곳을 살폈다. 어젯밤 그녀를 숨막히게 했던 그 문제의 휴지통 속도 탐정처럼 면밀히 조사해보았다. 몇 시간에 걸쳐 계속되던 그녀만의 수사는 정오가 되어서야 끝이났다. 물론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한 채로. 하지만 어젯밤 그녀가 찾았던 그 냄비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구태여 괴상한 점을 더 들어보자면, 거실과 식당에 진열되어진 물건들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그 정위치에서 빗나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미진만의 착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그것은 건망증이 심한 미진의 기억력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다. 식당의 싱크대 뒤쪽 창이 활짝 열려있었다. 어젯밤 미진이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식당으로 왔을 때 싱크대 뒤쪽의 창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가 그 창문을 닫았는지 닫지 않았는지는 지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미진으로선 분명 그 때 창문을 꼭 닫았던 것도 같았다. 미진의 고개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아냐, 말도 안 돼! 어젯밤 내가 창문을 닫아야지 하면서 바보같이 그냥 두었던 거야. 하지만 닫았던 것도 같았는데..." 미진은 더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분명하게 자신이 창문을 닫았더라면 그 창문이 저절로 다시 열려질 리는 없을 것이다. 고로 어젯밤 자신은 창문을 닫지 않았던 것이리라! 미진은 그렇게 모든 것을 자신만의 논리로 깔끔하게 정리해버렸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아득한 기억이 하나 있었다. 어젯밤 그녀가 잠들기 바로 직전에 들었던 수수께끼같은 소음, 드르륵하고 창문이 열리는 것과 흡사했던 그 소리! 미진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녀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열려진 창문을 다시 바라보았다. "설마... 설마... 아... 아닐거야... 그럼...!" 미진의 심장박동수가 급작스레 증가하고 있었다. 밤이 찾아오자 미진은 텔레비전을 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미적지근한 공포가 또다시 슬그머니 밀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집보기 나흘째만에 처음으로 가족들이 일정보다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순간이었다. 미진은 괜시리 전화할때도 없으면서 수화기를 수십번도 넘게 만지작거리며 불안감을 잊어보려 했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단짝 친구 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정은 중 2때부터 고 2인 지금까지, 4년 연속이나 같은 반 짝이었다. 그렇기에 선정이라면 비록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미진의 전화한통으로 기꺼이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였다. 선정은 미진의 집과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고 와도 3,40분은 걸렸다. 적어도 10시 정도는 되어야 선정이 도착할 듯 싶었다. 그 동안 미진은 음악을 크게 틀었다. 옆집에 피해가 가지 않을 한도에서 최대한 크게 틀어서 음악속에 심취되고자 했다. 거실의 오디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르고 강렬한 메탈사운드는 그런 미진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녀의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주었다. 미진은 자신도 모르게 앉은 자세로 해드뱅잉까지 해댔다. 미진이 신나게 어깨를 흔들며 냉장고의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였다. 경쾌하게 울려퍼지던 음악소리 위로 별안간 찢어질 듯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미진은 반사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리모콘으로 오디오를 꺼버렸다. 그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냇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실전체를 가득히 메우고 있던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뚝 그쳐버리자 갑자기 집안 전체가 숨이 끊긴 시체처럼 조용해졌다. 미진은 두 손을 귀 뒤로 가져가며 괴상한 소리가 났던 곳을 찾고 있었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라니...! 미진의 머릿속은 다시금 복잡하게 얽혀졌다. 신경을 잔뜩 곤두서고 있는 그녀에게 어떤 인기척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식당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또... 식당에서...!' 미진은 요동을 치는 심장의 흥분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천천히 식당으로 향했다. 문득 바라본 거실의 벽시계는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선정이 오려면 15분 정도는 더 있어야했다. 바로 그 때, 식당에선 유리컵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환청이 아니었다. 갓난아기의 칭얼대는 소리까지 같이 들려왔다. 용기를 낸 미진이 식당의 불을 밝혔을 때 비로소 모든 수수께끼는 다 풀렸다. 불빛 아래 드러난 식당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바닥에는 유리컵 하나가 박살 나 있었고 그 위로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그르릉, 소리를 내며 쭈그리고 있었다. 고양이가 쭈그리고 앉은 주위엔 도장이라도 찍어놓은 듯 온통 핏자국들로 가득했다. 등과 다리에도 분홍빛 핏자국들로 번져 있었다. 아마도 유리조각 이라도 밟은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계속해서 그르릉 거리며 나직히 울부짖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가 꼭 아기의 칭얼대는 소리와 흡사했던 것이다. "이런~ 넌 대체 누구니? 어디로 들어온 거야. 이 도둑고양이야~!" 고양이를 강아지보다 더 좋아하는 미진은 얼른 허리를 숙여 고양이를 품에 안으려 했다. 하지만 미진은 곧 싱크대 뒷 쪽 창이 또다시 열려져 있음을 확인했다. 도둑고양이는 아마도 배수관이나 가스관따위를 타고 열려진 창을 통해 식당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오전에 분명 창문을 닫았을 터인데... 또다시 헷갈려왔다. 오전에 열려져 있던 창문을 또 그냥 두었던가...!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인데도 몇 달전의 일이나 되는 것처럼 가물가물했다. "이런 바보... 어휴 이놈의 건망증~! 아주 중증이라니까..." 미진은 이번에도 더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오전에 창문을 닫았던 것이 확실하다면 그 창문이 저절로 열릴 수는 없으리라. 고로 이번에도 자신이 창문을 닫지 않았던 것이리라! 하지만 미진의 신경세포를 계속해서 자극시키고 있는 알 수 없는 불안감들은 점점더 고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바닥의 고양이를 품에 안았을 때 최고조로 폭발해버렸다. "꺄아아아악~!!" 미진은 정신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가 품에 안은 그 얼룩고양이의 몸에 난 핏자국들은 바닥에 깨어진 유리조각들 때문이 아니었다. 고양이의 꼬리가 싹둑 잘려나가고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조금전에 막 잘려진 듯 상처부위에선 엄청난 양의 피가 콸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미진에게서 거칠게 내동댕이 쳐진 고양이는 재빨리 어딘가로 몸을 숨겨버렸다. 그것이 미진을 더욱 미치게 했다. 꼬리가 잘려나간 채 피를 뚝뚝 흘리는 고양이가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니... 생각만 하도 몸서리 쳐질 일이었다. 미진은 핏자국을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어떡해서던 고양이를 찾아내어 집밖으로 몰아내야만 했다. 핏자국은 거실 곳곳에 떨어져 있었고 다행히도 그 흔적들 때문에 고양이가 어디로 움직였는 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핏자국은 열려진 화장실 안으로 나 있었다. 미진은 화장실 실내등을 켜며 조심스레 손잡이를 당겼다. 화장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미진으로선 참으로 믿기 힘든 최고의 공포를 체험해야만 했다. 고양이의 목이 허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미진의 망막속에 확실하게 자리잡기엔 충분했다. 허공중에 목만 둥둥 떠 있던 고양이의 환영은 플래쉬가 터지듯 금방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미진으로선 미처 비명조차 지를 틈도 없었다. <4> 미진은 더 이상 자신의 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불로 몸을 감싼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땀이 홍수처럼 흘러내렸지만 도저히 이불을 들추어 낼 용기가 없었다. 노란 화장실 조명과 묘하게 어우러져 섬뜩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던 허공속 고양이의 목! 도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분명 꼬리가 잘려나가 피를 흘리는 고양이의 뒤를 쫓아 화장실 안까지 들어간 것이었는데. 여기저기 핏자국만 뿌려놓은 채 고양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대신 잘려나간 고양이의 목이라니! 불현 듯 미진은 얼마전에 괴상한 초상을 치루어야만 했던 이웃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진의 건너편 호실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그 집엔 몸무개가 무려 12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뚱보 아저씨가 있었다. 그는 늘 뭔가를 먹던가, 아니면 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무언가를 먹고 있지 않을 때는 항상 자신의 침대에 반듯하게 누운 채 얇은 요 하나만 덥고 잠을 잤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전 불가사의 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 뚱보의 부모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뚱보는 분명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저녁을 차린 후 아들을 깨우기 위해 다시 뚱보의 방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그만 그 자리서 기절하고 말았다. 요를 덥고 잠을 자고 있는 아들의 거대한 몸이 없었던 것이다. 늘 아들의 몸에 달라붙어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던 요는 침대시트와 하나가 되어서 납작하게 깔려 있었던 것이다. 대신 배게를 베고 누워 있는 아들의 머리만은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잠깐 사이에 아들의 몸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목만 싹둑 잘려져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목만 남겨진 아들의 시신으로 장례를 치룬 있을 수 없는 기괴한 사건이었다. 미진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목만 남겨진 뚱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 영상위로 조금전 자신이 보았던 고양이의 작은 목도 함께 그려지며 오싹함을 더했다. 문득 미진은 자신의 발바닥이 이불 밑으로 드러나 있음을 느꼈다. 몸을 감싼 이불 밑으로 자신의 발만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렇게 누워만 있다가는 혹시 자신도 발바닥만 남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자꾸만 밀려왔다. 그날 밤 미진은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도 자신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었고 허공속에 둥둥 떠 다니는 고양이 혼령의 환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낮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미진은 살며시 이불을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방문이 반쯤 열려져 있었다. 그리고, 열린 문 틈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으나 미진은 곧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10시쯤 오기로 되어 있었던 자신의 단짝친구 선정이었다. 아마 자신이 잠든 틈에 온 모양이었다. 선정에게는 미진의 집 열쇠가 있었다. 언젠가 미진이 하나 복사해서 준 것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었던 것은 선정이 문을 활짝 열고 자신에게로 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집을 방문한 것이라면 응당 방문을 열고 자신에게로 와야 함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선정은 그저 문을 반 쯤만 연 채로 계속해서 문틈으로 자신을 빠끔히 쳐다만 보았다. 그 눈빛이 어찌나 낯설고 차갑게 느껴지던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선정은 계속해서 어둠 너머로 자신의 몸을 숨긴 채 문틈으로 얼굴만 내밀어서 미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조금전 보았던 고양이의 모습과 흡사했다. 미진이 막 그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선정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그 얼굴은 어둠속에 공중분해 되기라도 한 듯이 갑작스레 없어졌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잠을 깬 미진은 불꺼진 자신의 방안에 누군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열대야의 더위는 온데간데 없고 몸서리가 처질 한기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미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방안의 스위치를 켜 보았다.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정전인 듯 싶었다. 미진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머리를 흔들어댔다. 정말 우연치 않게 하필이면 이런때에 정전이라니. 정전이 아니라면 과연 어떻게 자신의 방안에 불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며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한 미진은 서랍을 열어 손전등을 꺼집어냈다. 창문을 통해 하얀 달빛이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등 뒤는 상대적으로 더욱 컴컴한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손전등을 어디다 두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나지 않는 건지, 그것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머릿속이 한없이 복잡해져 올 뿐이었다. 스윽, 하고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미진은 뭔가가 치마밑으로 드러난 자신의 종아리를 어루만지고 있다는 착각에 휩싸였다. 착각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이 착각마저 아니라면 심장이 그대로 멈춰버릴 것만 같았기에. 미진은 손전등을 찾는 것을 그만두고 난폭하게 서랍문을 닫아버렸다. 그것은 마치 등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지도 모를 그 초자연적인 물체에게 보이는 신경전 같았다. 아니면 이성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공포감 때문에 파괴적인 감성에 자신을 기대어 보려는 수작이리라. 하지만 그 어떤것도 지금 그녀를 꼼짝못하게 억누르는 지독한 두려움을 해소시킬 수는 없었다. 미진은 우선 좁은 방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바닷게처럼 벽을 보며 옆으로 걸어나갔다. 어둠이 집중되어 있을 방 한가운데로는 시선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겨우 방문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방문을 열었을 때 미진은 다시한번 뭔가가 자신의 등뒤에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그 바람에 미진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아야만 했다. 그녀의 입에서 짧은 탄식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뒤돌아보기는 싫었다. 그녀는 무릅과 두손을 최대한 활용해서 재빠르게 거실로 기어나갔다. 거실로 나온 미진이었지만 그 다음은 마땅히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그 때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음이 흘러나왔다. 미진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한번 숨이 막힐 듯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주방에는 훤히 불이 켜져 있었다. 잔뜩 움츠리며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미진을 조롱이라도 하듯 주방의 불빛은 거실로 까지 세어나와 있었다. 미진은 가물가물해지는 자신의 이성을 다시한번 추스려보았다. 정전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방 안에 형광등이 나갔던 것이리라. 하지만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정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켜 주방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여전히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지는 않았지만 민감한 미진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엔 적당했다. 미진은 주방으로 향하면서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주방에는 분명, 커다란 바퀴벌레나 나방같은 것이 들어와 있을 것이리라고. 그러나 바퀴벌레도 나방도 없었다. 주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싱크대 뒤쪽의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그곳으로 밤공기가 시원스레 흘러들고 있었다. 또다시 헷갈려왔다. 아까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열린 창문을 닫아두지 않았던가? 어째서 매번 닫지 않았을까... 미진으로선 그정도로 자신의 건망증이 심각한 수준까지 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녀는 손을 뻣어 확실하게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자신은 분명 얼마전에도 창문을 닫았을 것이다. 아침에도 창문을 닫았을 것이고, 그 전에도... 분명 자신은 매번 열려있던 창을 닫았을 것이다. 그 때마다 창문은 저절로 다시 열려지곤 했으리라. 저절로...! "이건... 말도 안 돼...!" 순간, 또다시 소음이 들려왔다. 미진은 얼어붓은 듯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는 눈동자만 점점 더 크게 했다. 나직한 숨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피시식, 하고 낡은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듯한 소리였다. '뭔가가... 있어...!' 주방에는 미진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함께 있음이 확실했다. 미진은 주방 곳곳에 시선을 던지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싱크대 위쪽 찬장에 머물었다. 시선을 받은 찬장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라도 되는 마냥 기다렸다는 듯이 삐이이익, 하는 소음을 발산했다. 찬장문이 천천히 열려지고 있었다. 그것은 짓궂은 꼬마아이가 엄마를 놀래켜주기 위해 찬장안에 숨었다가 들켜서 멋적어 하는 꼴과 흡사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비현실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진은 고개를 저으며 열려진 찬장곁으로 다가갔다. 찬장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식초병과 참기름 통이 넘어져 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조롱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지탱하고 있던 이성의 힘은 사라져버렸다. 일련의 현상들에 더 이상 논리적인 이해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미진은 손을 올려 확실하게 찬장문을 닫았다. 그리고 뒷걸음을 치며 천천히 주방에서 벗어나려했다. 이해되지 않는 현상들을 궂이 이 한밤중에 괴상한 소음들에 시달려가면서 까지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일단은 조용히 물러나고 싶을 뿐이었다. 드르르륵!! 닫혀있던 창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이었다! 싱크대 뒤쪽 창문이 저절로 열려지고 있음을 미진은 똑똑히 목격했다. 그것을 끝으로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다. <5> 미진이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가족들 모두가 돌아온 후였다. 이미 날은 밝아 있었고 피서를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소음들이 들려왔다. 미진은 누운 채로 어젯밤 일들을 찬찬히 되새겨 보았다. 창문이 저절로 열려지는 장면에서 필름이 끊겨버린 것 같았다. 기억은 없지만 그 후 자신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침대에 몸을 묻었을 것이다. 거실로 나와보니 가족들은 하나같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짐들을 가득히 늘어놓고는 분주하게 움직이고들 있었다. 하지만 미진은 현관입구의 옷걸이에 걸려진 빨간 모자에 눈이갔다. 피같이 붉은 그 모자는 어쩐지 집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괴리감이 들었다. 마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툭 던져진 것처럼. "저... 모자는..." 그 붉은 모자의 정체를 알아내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딘지 낯이 익다 싶었던 그 모자의 주인은 다름아닌 미진의 단짝, 선정의 것이었다. "선정이 모자가 어째서 여기에...!" 한동안 뚫어져라 모자만 바라보던 미진은 갑작스레 어떤 생각이 미쳤는지 집안 곳곳을 미친사람처럼 휩쓸고 돌아다녔다. 그녀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아니, 선정을 찾고 있었다. 선정의 모자가 옷걸이에 걸려있다는 것은 분명 선정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었다는 것이 된다. "선정아~! 선정아~!"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그것은 예측된 불안감에서 나오는 섬칫한 공포였다. 선정은 지금 집안 어디에도 없을 것이리라. 하지만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없었던 선정의 모자가 떡하니 옷걸이에 걸려 있다! 그렇다면 선정은 어젯밤 미진이 잠든 사이 그녀의 집을 방문했던 것이 된다. 별안간 어젯밤 꾸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선정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악몽! 그것이 만약, 꿈이 아니었다면...! "선정아......" 미진은 발걸음이 점점 난폭해지더니 마침내 다친 다리에 무리가 가면서 바닥위로 쓰러졌다. 그제서야 가족들은 미진에게로 모여들었다. 선정은 그렇게 행방불명이 되었다. 어젯밤 미진과의 통화를 끝으로 몇 달이 지나도록 그녀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어딘가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 미진은 자신의 집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분명 뭔가가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라고. 교묘히 모습을 감춘 채로 자신을 포함해서 식구들 모두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다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기색은 없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집안 어딘가에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어떤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고. 그것은 아무도 모르게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찬장이나 좁은 통로에 숨어지내면서 가끔씩 창문을 열기도 하고 물건들을 감추기도 한다고. 그리고, 때론 사람까지 감쪽같이 감추어 버린다고. 고형사는 미진의 아파트 옥상에 서서 하염없이 날리는 눈을 맞고 있었다. 자신의 여동생은 마지막으로 미진의 집을 방문한 후 실종된 것이다. 바로 선정이었다. 고형사는 미진의 집에 몰래 도청장치와 소형카메라까지 설치해 두었다. 그로선 아직 선정이 집안 어딘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들어갔는데 나오지 않았다면 집안 어딘가 있다는 말이니. 그렇게 도청과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집안 곳곳의 상황들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정신이 이상해진 미진이 충동적으로 선정을 죽이고는 집안 어딘가에 숨겨두었을 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 고형사의 머리 위론 무언가가 둥둥 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투명해서 인간의 눈으로 확인될 순 없었으나 상당히 특이하게 생겼음은 분명했다. 인간이 가진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 할수 없을 정도로...... <에필로그> 언제나 그러하듯 지구상의 인간들은 모든 것을 그들중심으로만 생각하려한다. 그들의 생각이 곧 법이요, 진리다.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념따윈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상이 틀리면 그것은 바로 배척당한다. 그러한 그들의 사고방식은 지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잘못된 판단에서 부터 출발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곧 지구상에 인간외 다른 지적인 생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이어졌고 그러므로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자는 인간뿐이라고 자신있게 단언한다. 그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그들과 함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 지구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간혹 기가 아주 센 몇몇 특수한 인간들은 우리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감지해 내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더러 귀신이라는 표현을 쓰기지만 그것 역시 그들이 만들어낸 언어일 뿐 그것으로 전혀 우리들을 설명할 수 없다. 유일하게 그들이 알아 들을수 있도록 그들과 우리의 관계를 설명을 해 보자면 이런것과 흡사하겠다. 개미들이 인간들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우리는 뭐든 다 먹을 수 있다. 나무도 풀도 흙도, 책도 냄비도 컴퓨터도, 개나 고양이도 인간들도... 왜 그런 것들을 먹느냐고 인간들은 물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기 위해서. 우리도 먹을 건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그럼 이렇게 비난할 것이다. 어떻게 인간을 잡아 먹을 수가 있냐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우스운 소리다. 우리는 그저 살기 위해서 그들을 먹을 뿐이다. 물론 나무나 흙을 먹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꼭 그것들만 먹어야 할 이유따윈 없다. 우선 인간이 나무나 흙보다 우리에게 더 낳은 것을 제공해 주는 존재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린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체에 대해서 공정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 어떤 것에도 치우침이 없다. 그런 우리더러 인간들의 편의를 더 봐 달라는 식의 주장따윈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인간들은 그런 주장을 펼칠 입장이 전혀 되지 못하는 족속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유없이 그들을 먹진 않는다. 꼭 먹어야할 때 정확한 양 이상은 절대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유없이 많은 것들을 죽이고 파괴한다. 아마도 자신들만이 그러한 파괴권리를 가진 유일한 지적생물체라고 대단히 자부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구상에 공존하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그러한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항상 모든 생존 피라미드의 제일 위에 자신들을 올려놓은후 그 위에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따윈 하지 않으려 한다. 실제로 그 위로 수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그것은 늑대 없는 소굴에서 토끼가 스스로 왕이라고 외쳐대는 꼴과 다를바가 없다. 만약 그들과 의사소통을 해 본다면 그들은 분명히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말할 것이다. 우리들은 악마라고. 처단되어지고 사라져버려야 될 사악한 악마라고. 인간을 죽이는 못된 악마라고. 그래서 인간들과 의사소통을 할 기회가 있게 된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 돼지나 소를 필히 참석 시킬 생각이다. -THE END-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제이슨 친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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