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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완벽한 부부
게시물ID : panic_192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0
조회수 : 34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9/04 11:45:03
1. 남과 여 당대 최고의 커플매니저, 중매가의 미다스라고 불리는 김 미영은 이마에 맺힌 굵은 식은땀을 수시로 닦아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소개한 두 남녀가 두 시간 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로를 소개할 때부터 고개만 끄덕거린 후 아무 말도 없는 남녀 대신 멋도 모르고 주문한 프랑스 요리가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리까지 떨려오고 있었다. 왠만한 고객이라면 어색한 분위기라도 대강 자리를 벗어날 수 있으련만 이 두 남녀는 회사에서도 알아주는 최고의 고객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런 행동하나 하나가 업계에 소문이 난다면 그녀의 명성은커녕 회사에서 잘릴 판이다. 미영은 시계를 보고는 슬슬 요리가 나올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 내고는 다시 한번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한다. “이쪽의 최 상민 씨는 아시다시피 요즘 잘 나가는 K 가공 식품 사장이시고 이쪽의 이 주희씨는 역시 아시다시피 최고의 의상으로 유명한 M 의류의 디자이너 실장이세요. 하..... 하...... 하.......” 남자는 좋게 말해 인덕 좋은,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비대한 몸을 지닌 사람으로 척 봐도 잘 먹게 생겼다는 인상이지만 사실 생각 외로 입맛이 까다롭다는 정평에 해외에서도 유명한 미식가 클럽에서 발간하는 신문에 컬럼을 기고하고 있다. 반대로 여자는 좋게 말해 날씬한 체격,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눈 밑의 다크 서클과 함께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썩 말라 생기가 없는 인상이었지만 사실 생각 외로 여러 가지 활동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현재에는 부업으로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형 제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어색한 미영의 웃음 속에서도 남녀는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미영은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울음이 쏟아진다. 2. 사고 남녀는 결국 끝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는 밥만 먹고 헤어져버린다. 미영은 머리끝까지 자존심이 상해 집에 돌아오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세 병이나 사서는 모두 다 황급히 들이킨다. 그런데도 그날따라 술이 잘 받는 모양인지 전혀 취하지 않는다. 미영은 그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는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라면까지 끓여 먹고는 잠이 든다. 다음 날 미영은 심한 갈증과 함께 잠에서 깨어 상체를 일으킨다. 머리맡에 두었단 주전자를 입에 대고는 벌컥벌컥 마신 후 버릇대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라이터 불을 켠다. 순간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한 빛을 느낀다. 또 온 몸이 화끈화끈하다고 생각한다. 그 느낌은 점점 더 강렬하고 무서워져 미영은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리고는 자신이 밤에 가스 안전밸브를 잠그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3. 재취업 인적이 드문 한밤중. 미영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씩씩거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찢은 듯 보이는 구인광고지가 들려 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다. 사고 후 2년간 그녀는 병원에서 전신 화상 치료를 받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는 온 몸에 화마의 상처를 남기긴 했지만 생명을 건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예전의 평범했지만 단정했던 얼굴은 사라지고 완전히 일그러져 붕대로 칭칭 감고 다닐 수 밖에 없는, 그나마 한쪽 눈까지 망가져 버린 흉한 얼굴을 지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동안 저축해 놓은 모든 돈은 바닥나 버리고 겨우겨우 구한 월세방에서도 빚 독촉이 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본 것이다. [종신 가정부 구함] 학벌, 외모, 성별, 나이 기타 사항 따지지 않음 오로지 사지만 멀쩡하면 상관없음 곱추, 난쟁이, 외눈박이, 절음발이, 문둥병자 두 손 들고 대환영! 미영은 서양의 작은 성과 같은 저택의 문을 두들기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이 열린다. 그녀는 문을 열어준 사람을 보고는 얼굴에 새파래졌지만 얼굴 전체에 둘둘 말고 있는 붕대 때문에 상대방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보인다.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눈치다. 4. 부부 미영의 하루는 그다지 다를 게 없다. 보통의 가정부처럼 밥하고 빨래하고 청고하고 주인님과 주인마님의 잔심부름을 하는 것이 다다. 문제는 이 주인님과 주인마님이 그녀가 한때 서류상으로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주인마님과 주인님은 바로 미영이 사고를 당하기 전날 밤 그녀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뭉개 놓은 바로 그 남녀, 최 상민과 이 주희였던 것이다. 대체 이들이 어째서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지가 정말로 의문이다. 그렇다고 물어 볼 수도 없다. 물어볼 용기도 없다. 오늘도 미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은촛대에 불을 밝히고 긴 식탁 테이블 앞에 둔다. 그리고는 고급스러운 와인글라스를 길고 잘 세공된 은 티스푼으로 뎅그렁, 뎅그렁 두 번 치면 각각의 방에서 주인님과 주인마님이 식사를 위해 나오는 것이다. 그 부부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때는 바로 이 저녁식사 뿐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그 부부는 나온 방으로 각각 들어가고 웬만해서는 아침까지는 둘 다 나오지 않는다. 간혹 밤중에 분주히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티가 꽤 난다. 어젯밤도 주인님이 원래 쓰던 방에서 홀연히 나와선 동쪽 끝 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 방은 주인님만의 방으로 종신 가정부인 미영조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반대로 어제 그제는 주인마님이 원래 쓰던 방에서 홀연히 나와선 서쪽 끝 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 방은 주인마님만의 방으로 종신 가정부인 미영조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미영도 특별히 그 방에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 거대한 저택을 하루에 한번씩만 홀로 쓸기만 해도 밤중에는 삭신이 쑤셔 침대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5. 첫날 밤. 한 밤 중에 갑자기 조갈이 심해진다면 역시 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영은 타는 듯한 목마름에 켁켁 거리면서 부엌을 향해 뒤뚱뒤뚱 걸어간다. “영차!” 어디선가 기운이 넘치는 기합 소리를 들은 미영은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자 막 두시를 알리는 괘종이 울린다. 미영은 도둑인가 싶어 조심스레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한다. 기합 소리는 점점 더 2층으로 향하는 듯 했다. 미영도 살금살금 뒤쫓는다. 그러나 달이 구름에 가려 어두운 데다가 전등이라곤 하나도 없어 촛불로 의지해야 하는 이 저택에서 한치 앞을 보기란 정말 어렵다. “영차!” 기합 소리가 멈추고 문을 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누군가 촛불을 켠 듯 저 쪽에서 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미영은 조심스레 다가간다. 문틈이 반쯤 열려져 있다. 조심스레 안을 살핀다. “으악!” 미영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분명 그녀가 본 등판은 주인님의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 누워 있는 또 다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녀의 비명을 들은 주인님은 뒤를 돌아 미영을 바라본다. 주인님의 입에는 아직까지도 꿈틀거리는 창자가 물려 있다. 주인님이 든 피 묻은 식칼이 서슬 퍼렇다. “으악! 마님 살려주세요!” 미영은 정신없이 주인마님의 방으로 뛰어간다. 당황한 주인님은 미영을 잡으러 식칼을 든 채 따라온다. “마님! 마님! 살려주세요! 주인님이 절 잡수시려고 해요!” 몇 번을 그렇게 소리치며 주인마님의 방문을 두들기니 마침내 문이 열린다. 미영의 얼굴은 환해진다. 흰 비단 잠옷을 입은 주인마님은 눈물로 젖어 있는 붕대 쟁이 미영과 피 묻은 식칼을 한 손에 든 채 입에는 꿈틀거리는 창자를 물고 있는 남편을 번갈아 가면서 본다. 미영은 주인마님이 너무 놀라 상황판단이 늦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한번 울부짖는다. “마님! 주인님이 사람을 잡수세요! 저도 잡수시려고 해요!” 주인마님은 그제야 당혹감에 얼굴이 젖어간다. 그리곤 멍하니 서 있는 주인님의 손에서 피 묻은 식칼을 빼앗는다. 주인님은 반항도 없이 가만히 서 있다. 그리곤 주인마님은 황급히 촛불이 켜져 있는 방으로 뛰어간다. 미영은 그제야 그 방이 주인님의 방인 동쪽 끝 방이라는 것을 안다. 미영은 주인님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주인마님의 뒤를 따른다. “으악!” 주인마님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린다. 미영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주인마님을 부축한다. 그러나 주인마님은 미영의 두 손을 뿌리치고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간다. 아니 마님의 방을 지나쳐 계속 달려간다. 가장 서쪽 끝 방문이 열리고 잠시 후 마님이 무엇인가 길쭉한 것을 꺼내온다. 미영은 순간적으로 그것이 주인님을 죽이기 위한 장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다시 돌아온 주인마님은 주인님의 방으로 돌아와 아깝다는 듯 시체를 바라보는 주인님의 옆에 선다. 주인님은 마치 죄라도 지은 듯한 표정으로, 혹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묘하게 서 있다. “당신! 식칼이 인피(人皮)에 얼마나 나쁜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요? 이렇게 고운 가죽이 다 상한다구욧!” 그리고선 주인마님은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시체를 뒤로 눕혀 들고 온 기다란 것을 시체의 항문에 세심하게 밀어 넣고는 몇 번 휘젓다가 끄집어낸다. 온갖 창자가 뽑혀 나온다. 그러나 그 완벽한 기술로 약간은 너덜거리는 항문 외에는 외관상 변화가 없다. 배가 조금 푹 꺼지긴 했지만. 그제야 주인님의 얼굴이 환해진다. 미영은 토할 것 같아 얼른 주인님의 방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다 주인마님의 방에 열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간다. 마님만의 방 중앙에는 만들다 만 모양인지 솜이 반쯤 채워진 사람 껍데기가 뒹굴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뒤쫓아 온 주인님의 노한 음성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그냥 버리려고 했단 말이오! 썩기 직전의 고기가 별미라는 상식을 일깨워 줘야 한단 말이오!” 방 한 쪽에서 고기 썩는 듯한 부패한 냄새가 가득난다. 주인님은 얼른 다가가 나름대로는 튼튼히 동봉해 놓은 듯한 비닐봉지를 뜯는다.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쥔다. 한참을 썩은 향내를 킁킁거리며 맡던 주인님은 봉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는 서둘러 부엌으로 향한다. 미영은 또다시 토할 것 같아 얼른 주인마님의 방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다 1층 부엌 쪽에서 환하게 불빛이 발하는 것을 보고는 다가간다. 부엌에는 주인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기를 요리하고 있다. 그제야 주인마님의 얼굴이 환해진다. 미영은 얼이 빠져 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 후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결혼 2년간 한 마디도 나누지 않으며 각방을 쓰던 그 부부가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함께 침실로 향하고 있다.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신혼 방을 향해서. 실로 그들의 첫날밤이다. 6. 삶의 권태 미영은 그동안 이 신혼부부(新婚夫婦), 아니 이 구혼부부(久婚夫婦)의 뒤치다꺼리 뿐 아니라 취미 생활을 보조해 주는 역할까지 하느라 할 일이 두 배로 늘어 힘든 나날을 보내는 동안 허리가 더더욱 굽어진다. 주인님이 수면제를 먹여 정신을 잃은 그 날의 희생양을 짊어지고 오면 주인마님은 수술 도구와도 맞먹을 만한 수십 가지의 도구로 희생양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항문과 식도를 통해 내부에 있는 모든 장기와 창자, 연골들을 깔끔히 제거한다. 뼈는 지지대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간혹 주인님이 티본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하면 갈비뼈 한두 대 정도는 양보한다. 그리곤 주인님이 실력을 발휘한 인육 요리를 부부가 맛나게 먹어 제끼는 것이다.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행복한 부부에게도 삶의 권태가 찾아온다. 주인님도 주인마님도 이제는 자신들의 취미 생활이 지겨운 듯 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로에게 질린 듯 하다. 채 1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벌써 권태기라니 미영은 ‘이제 이혼만 남은 건가?’라며 피식 웃는다. 미영은 사람 껍데기로 만들어진 인형들로 가득 찬 주인마님만의 방인 서쪽 방에서 마님의 머리를 손질하다가 이상한 점 한 가지를 발견한다. “주인마님. 인형들이 이상하네요. 아니, 한 개가 빠졌어요.” 미영의 말에 주인마님의 썩은 동태눈깔처럼 힘이 없던 눈알에 생기가 돈다. “다 있는데....... 애기 인형만 없네요.” 그때 주인님도 막 오늘의 희생양을 어제에 짊어지고 마님의 방문을 연 찰나였다. 미영은 ‘오늘의 희생양은 유치원생이구나.’라며 요리 준비를 하러 내려가려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주인님과 주인마님을 보고는 당황한다. 7. 완벽을 위한 시도 “이 맛이 아니야!” “그래요. 이 느낌이 아니에요.” 주인님과 주인마님의 얼굴이 어둡다. 한동안 미영의 말에 희망을 찾은 부부는 미친 듯이 아기를 납치해 와 이래저래 시도해 본 모양이다. 그러나 두 명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찾지 못한 듯 표정이 날이 갈수록 어두워져 간다. 주인님은 아기의 고기가 너무나도 물러서 다양한 요리에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며, 주인마님은 아기의 가죽이 너무나도 물러서 상하기 쉬운데다가 쉬 찢어진다며 불만이시다. 창조를 향한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더 말라가는 주인님과 주인마님을 위해 미영은 마당에서 정성스레 키우고 있던 숯과 감초를 먹인 닭을 잡아 저녁 만찬에 닭구이를 내 놓는다. 생각 외로 맛있었던 모양인지 미식가인 주인님의 입이 떡 벌어진다. 주인마님도 부드럽지만 신축성이 강한 닭 껍데기에 반한 듯 하다. “무슨 양념을 한거냐?” “특별히 양념을 한건 없고 그저 숯과 감초를 먹였더니 육질과 껍데기가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워진 모양입니다. 맛과 감촉이 아주 좋습니다.” 그날부터 주인님과 주인마님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곤 며칠 후 한 여자가 붙잡혀 온다. “먹어라!” 주인님과 주인마님의 창조를 향한 집념은 대단하다. 미영은 작은 상자에 가득 담긴 숯과 감초를 여자의 입에 쑤셔 넣는 모습을 주인의 보면서 감탄한다. 그러나 여자는 몇 번 바동거리다가 쓰러져 버린다. 아마도 죽은 모양이다. 벌써 이런 경우가 다섯 번째다. 주인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완연하다. 그러나 주인마님은 입술을 깨물고는 무엇인가를 다짐하는 듯한 얼굴이다. “하겠어요. 내가 하겠어요!” 8. 창조를 향한 한걸음 주인마님의 고집은 정말로 대단하다. 처음에는 만류하던 주인님도 이제는 슬슬 열이 오르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숯과 감초만 먹어대는 주인마님의 배는 그다지 부풀지 않았지만 확실히 아기는 들어있나 보다. 간혹 밤마다 배가 아프다며 소리치는 주인마님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그 증거다. 그동안 주인님과 주인마님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가 세상의 대기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그 맛과 보드랍지만 탄력이 넘치는 그 피부의 탄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주인님이 구해온 임신한 개의 자궁을 그대로 요리해 먹은 주인마님도 동의한 사실이다. 이로서 결론이 났다. 주인마님은 아는 의사에게 부탁해 배를 여닫을 수 있는 지퍼를 달았고 외견상으로는 조금일 뿐이지만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배로 인해 늘어나는 길이가 한정되어 있는 지퍼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고통이 꽤나 심할 것만 같다. 주인님은 매일 지퍼를 열고 자궁을 열매 따듯 따서는 아기를 쪄 먹는 것이 소원이라며 중얼거렸지만 저런 거대한 고통을 참는 주인마님에게 그러한 짓을 하는 건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또한 중얼거렸다. 그렇게 9개월이 흐르고 오늘 주인마님의 아기가 담긴 자궁의 양수가 터진 듯 하다. 긴장을 줄이기 위해 방금 잡아온 신선한 희생양을 회로 즐기시던 주인님은 여느 때보다 날카로운 주인마님의 비명 소리에 얼른 침실로 뛰어 올라 가신다. 미영은 주인님의 부탁대로 양수 온도와 비슷한 따뜻한 물이 대야를 들고는 재빨리 쫓아간다. 고통으로 얼룩져 있어야 할 주인마님의 얼굴에는 예전엔 미쳐보지 못한 화색이 감돌고 있다. 주인님도 주인마님의 배에 장치한 지퍼를 천천히 열며 기쁜 듯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얼른....... 단번에 성공해야 해요. 안 그러면 이혼이예욧!” “하하! 내 고기 써는 솜씨는 믿지 못하는 건가?” 주인님은 날카로운 메스를 든다. 지금까지 감초와 숯만을 먹으며 9개월을 버텨준 아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주인마님은 주인님의 믿음직한 눈빛을 보며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 모양이다. 9. 선 프랑스 요리가 나오고 나서야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은 그제야 시선을 떼고 요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선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계산을 머리 속으로 굴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 상민을 세세하게 관찰하던 이 주희는 생각했다. ‘대체 저 밑도 끝도 없이 살만 뒤룩뒤룩 찐 저 돼지는 내 인형 콜렉션에 들어갈 가치조차 없겠군.’ 이 주희를 세심하게 관찰하던 최 상민도 생각했다. ‘대체 저 밑도 끝도 없이 뼈만 달린 저 나무 꼬챙이는 내 만찬 요리 콜렉션에 들어갈 가치조차 없겠군.’ 그러나 한편 최 상민은 생각했다. ‘내 창조력을 유일하게 건드리지 않는 여자니 오히려 평생 배필로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동시에 이 주희도 생각하고 있었다. ‘내 창조력을 유일하게 건드리지 않는 남자니 오히려 평생 배필로 적당할지도 모르겠군.’ 10. 완벽한 부부 부엌으로 내려온 미영은 주인마님의 날카로운 긴 비명,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오는 부부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아까 주인님이 먹다 남긴 회를 한 조각 입에 밀어 넣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중얼거린다. “역시 내가 연결해준 부부는 완벽할 수 밖에 없지. 암. 완벽하고야 말고.”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스바루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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