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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나를 괴롭히는 것은
게시물ID : panic_19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7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05 18:21:38
“철커덩, 철커덩”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지하철 소음이 남자의 눈꺼풀을 계속 올리게 했다. 남자는 피곤과 짜증이 섞인 얼굴로 시계 바늘을 노려봤다. 바늘은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남자는 시계에서 시선을 뗀 채 바닥을 노려보며 한 손으로는 자신의 낡은 점퍼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한참 뒤적거리던 남자는 주머니에서 처참하게 찌그러진 담뱃갑을 꺼냈다. 남자는 형편없어 보이는 담뱃갑을 잠시 쳐다보았다. 짜증 그리고 분노로 가득한 눈길로 담뱃갑을 바라보던 남자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남자의 손에서 담뱃갑이 힘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남자는 그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귀에 계속 울리는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의자에 몸을 뉘었다. 남자가 타고 있는 칸에는 사람이란 남자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으아악!” 남자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귀를 손으로 거칠게 막으며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다, 그런 남자를 지하철에 켜있는 형광등만이 시린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다. 남자의 발광은 별로 가지도 못해 멈췄다. 힘없이 축 늘어진 남자의 몸이 괴기스럽게 보였다. 남자는 조그맣게 입술을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는 것 같지만 소리는 너무나 작아 당사자인 남자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 입술을 움직였다. 바짝 마른 남자의 입술은 수분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았다. “끼이이잉! 지이잉!” 사람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철은 어둠에 침식당했다. 지하철을 시리게 비치던 형광등은 모두 자신의 몸을 어둠에 가렸으며 남자를 계속 괴롭히던 지하철의 소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지하철은 마치 커다란 관과 같았다. 남자는 이 갑작스러운 현상에 당황했다. 남자는 축 늘어진 몸을 수습하며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점퍼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윽고 남자의 손에 라이터가 들려있었고 남자는 거친 동작으로 라이터의 부싯돌을 긁었다. 남자는 여러 번 부싯돌을 긁었지만 라이터는 켜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망할! 짜증나게 하지 말고 켜지란 말이야! 이 자식아!” 남자의 고함에 가까운 욕설과 함께 드디어 라이터의 불이 켜졌다. 남자는 역겨운 미소를 지으며 라이터를 들어올렸다. 갑자기 남자는 자신의 손에서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남자의 바로 옆에 한 괴형체가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괴형체는 잠깐 비친 라이터 불빛에 자신의 얼굴을 남자에게 보였다. 괴형체의 얼굴은 무성한 털과 피, 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중에서도 누런 송곳니가 남자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어둠으로 가득한 그 곳에서 있을 괴형체, 아니 괴물이 두려웠다. 남자는 괴물에게 벗어나기 위해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남자는 손으로 앞을 더듬어가며 걸어가는 남자는 괴물이 들을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저벅!” ‘ 젠장할! 이런 개같은!’ 주위가 조용한 만큼 남자의 발자국 소리는 너무나 크게 들렸다. 남자는 속으로 엄청난 욕을 해대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다행히도 괴물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힘을 내서 아까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남자의 손에 드디어 다음 칸으로 넘어 가는 문이 만져졌고 남자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주위에는 남자가 문을 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남자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마른 침을 삼켰다. 남자는 자신의 발을 조심스럽게 문 건너편으로 옮겼다.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더욱 더 긴장했다. 한 발짝, 한 발자국씩. 남자는 힘들게 괴물이 있던 칸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고 열린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남자는 약간의 안도를 느끼며 닫힌 문에 몸을 잠시 기댔다. “쿵! 쿵! 쿵! 콰아앙!” 갑작스러운 소음과 남자가 기대고 있던 문에 뭔가가 크게 부딪쳤다. 남자는 그 충격에 앞으로 넘어졌다. “끼이익! 끼익!” 뭔가 날카로운 것이 문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자신에게 처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다. 남자의 귀에 계속 소음이 들려왔고 남자는 몸을 재빨리 일으키고 앞을 향해 달렸다. 금방이라도 문이 열리고 괴물이 쫓아올 것 같았다. “으아아악! 씨팔, 꺼져버려! 이 괴물새꺄!” 남자는 달려가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맞추듯 문을 긁어대는 소음도 더욱 커졌다. 남자는 손을 앞에 뻗친 채 달렸다. 약간 웃긴 자세였지만 닫혀 있는 문에 그냥 부딪치는 것보다 낫기에 남자는 그 자세로 앞을 향해 달렸다. 몇 번이고 딱딱한 문에 손바닥이 쾅 소리가 나게 부딪쳤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계속 달렸다. 온 몸에 땀이 젖어 들도록 달리던 남자는 숨이 차올라 잠시 몸을 멈췄다. “허억, 허억...”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귀에 자신의 숨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남자는 약간의 안도를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남자는 아프게 쑤셔오는 손바닥을 그냥 방치한 채 어둠 밖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노려봤다. 잠시 동안의 어둠과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앞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느끼며 아픈 손바닥으로 지하철 바닥을 더듬었다. 뭔가 무기가 될 게 없나 더듬어 보았지만 지하철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벅, 저벅” 남자는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가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약간 긴장을 풀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 졌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남자의 앞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남자의 눈을 자극했다. “누, 누구야!” “아, 저는 이 지하철 차장입니다. 갑작스럽게 정전이 되서 문제를 알아보려고 가는 중입니다.” “후...” 남자는 상대가 사람이라는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차장이라는 사람은 남자의 눈을 괴롭히던 손전등을 자신의 얼굴에 비쳤다. 30대 초반의 인상 좋은 남자의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어둠 속에 보였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웃었고, 남자의 웃음소리를 들은 차장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성격이 좋아 보이는 사내였다. 남자는 잠시 웃고 있다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차장의 옷을 부여잡고 소리 질렀다. “이, 이 뒤 칸에 괴물이 있어! 괴물이 있단 말이야!” “괴물이라뇨?” 차장은 자신을 비추던 손전등을 남자와 자신의 발 사이로 내렸다. 희미한 불빛이 두 사람의 모습을 비췄다. 차장은 자신을 옷을 부여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가만히 놔 둔 채 웃음을 지었다. “어둠 속에서 무엇을 잘 못 보신 거 아닙니까? “개소리마! 날 정신병자로 알어? 진짜 괴물이 있다고 이 뒤에는!” 남자는 차장의 옷을 더욱 세게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차장은 약간 진지해진 얼굴로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복면을 쓴 강도를 보신 건가요? “나를 병신으로 보나? 그건 괴물이라고 괴물!” 차장은 남자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며 자신의 옷을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차장의 옷이 생명줄이라도 되는지 놓지 않으려고 했다. 차장은 더욱 센 힘으로 남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있어서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이 것 좀 놓으세요. 좀!” “괴물이 있다고! 괴물이!” “아니, 그게 말이...” “쿵! 쿵! 쿵!” 차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차장과 남자의 몸은 일순간에 굳었고 남자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괴물이 온다!” “아니 괴물이라니 대체...” “쿵! 쿵! 쿵!” 차장은 점점 다가오는 소음에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계속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다가 차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차장은 소음 때문에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는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차장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덮쳤다. 차장은 앗 하는 사이에 그 자리에서 넘어졌고 남자는 넘어진 차장의 손에서 손전등을 뺏은 후 차장에게 발길질을 했다. 차장은 급작스러운 남자의 공격에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당했다. 남자는 점점 다가오는 소음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며 달려갔다. 차장은 고통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남자를 향해 욕지거리를 했다. “야 이 개새끼야! 죽고 싶냐! 크윽... 혼자 가지마! 젠장, 날 버리지 마!” “쿵! 쿵! 쿵!” 남자는 차장을 버려둔 채 앞을 향해 달려갔다. 단지 앞을 향해 달려갔다. 남자의 귀에 차장의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남자는 그 소리를 무시했다. 남자에게는 소음이 들리지 않아서 오는 안도감이 있을 뿐이었다. 미친 듯이 달리던 남자는 자신의 발에 걸려서 균형을 잃은 채 자빠졌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남자는 바닥에 부딪쳤다. “크으윽! 젠장!” “쿵! 쿵! 쿵!” 남자의 귀에 다시 소음이 들려왔다. 남자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가 욱신거려서 일어서지 못했다. 넘어지면서 발목을 삔 것 같았다. 남자는 욕지거리를 하며 앞을 향해 기어갔다. 어렸을 때 빼고 오랜만에 기는 것이라서 그런지 어색했지만 남자는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한참 기어가던 남자는 소음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갑자기 조용해진 주위에 공포를 느끼며 계속 기어갔다. 남자는 자신의 등이 화끈거린다는 느낀 것과 함께 앞을 향해 날아갔다.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어딘가에 부딪쳐 널브러졌고, 남자의 손에서 떠난 손전등이 어둠 속에 사물을 보이게 했다. 빛 속에 검은 형체를 가진 괴물이 보였다. 괴물은 피가 묻은 손톱을 흔들며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남자는 그 괴물을 보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괴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남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을 보며 죽음이란 것을 느꼈다. ‘죽음.‘ 남자는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자 왠지 편안함을 느꼈다. 죽음. 그 것은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닌가? 자신을 괴롭히는 카드 빛과 가족이 없는 곳을 가려면 죽음 밖에 없다. 12시간 이상 씩 일하는 것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죽음만이 이 지겨운 세상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고 남자는 평소에 생각해오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아까 ‘죽고 싶다‘란 말을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했다. 자신은 원하고 있던 것이다. 죽음을. 남자의 눈에 괴물이 미소 짓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남자는 더 이상 목숨에 연연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그래 이제 낙원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콰드득!” 남자는 자신의 몸 어딘가에 박힌 차가운 송곳니를 느끼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콰드득 거리며 자신을 뜯어 먹는 괴물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아니 남자는 어렴풋이 보이는 한 인간을 바라보았다. 괴물에게 먹히는 자신을 보며 공포에 떨고 있는 한 인간을. 그 인간은 남자를 보며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뒤돌아 달려갔다. 달려가는 인간의 등은 순식간에 어둠에 먹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남자는 이 지긋지긋한 어둠이 짜증났다. 자신을 먹는 괴물보다 이 어둠이 정말 싫었다. 단지 방관만 하는 이 어둠을 남자는 정말 증오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월하인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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