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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지하철 -2-
게시물ID : panic_19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20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06 14:06:02
삐리리리리리리리- 아, 괴물이 올 시간이었다. 이제 또다시 괴물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것이었다. “엄마, 그런데 왜 여기 서있어?” 나는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밑으로 떨어졌다. 돌맹이와 나무, 쇠로 되어있는, 괴물이 다니는 저 밑의 길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앙! 엄마! 엄마!” 나는 무서웠다. 바로 저 앞에서 괴물이 달려오고 있었다. 나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불을 쏘면서, 앞에는 어떤 아저씨를 태우고는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희, 희철아! 으아아아아아아악! 희철아! 아아아아아악!” 엄마는 소리를 지르셨다.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러 대셨다. 마치…… 마치 자기가 날 밀지 않은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난 느꼈다. 알고 있었다. 나는 저절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날 밀었다. 엄마가 두 손으로 힘껏 나를 밀었다. 이 아래로 나의 등을 밀어 넣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을 보았다.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울 듯, 웃을 듯 이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기뻐하고 있었다. 끼이이이이이익- 괴물이 나의 위에서 멈추었다. 나는 괴물의 밑에 있었다. 괴물은 덩치가 컸다. 그 괴물은 지하철이었다. 나는 바퀴와 바퀴 사이의 공간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 체구가 평균보다 훨씬 작은 여섯 살 짜리 아이. 그게 나였다. 나는 똑바로 누워 있었다. 레일 위에 누워있었다. 그래서 안전했다.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누워 있었다. 죽어도 상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더 이상 엄마의 저런 이상한 표정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선로 위에 누워 버렸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안전할 수 있었다. “희철아! 우리 희철아…… 으흐흐흐흐흑…… 으흐흐흐흐흑…….” 엄마는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가 죽은줄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고 있었다. “아, 아니, 어린애가 어떻게 저기에! 애기 엄마, 이젠 어쩐다요?” 어떤 할머니가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에게 물었다. “흐흐흐흑…… 그 어린것이 엄마 대신 열쇠를 줍겠다고 뛰어 들어갔지 뭐에요……. 흐흐흐흑…….” 엄마가 울고 있었다. 나를 이 밑으로 힘껏 밀어 넣던 바로 그 사람이 울고 있었다. 가슴에 찬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다. 괜찮다는 한마디를 하려고 했지만 참았다. 그냥 엄마 말대로 죽어버렸으면 싶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아마도 날 또 죽이려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울 듯, 웃을 듯 이상한 그 표정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죽으려나? 괴물이 나를 데리고 가려나? 나는 세찬 바람들을 견디면서 누워있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들도 참아 냈다. 그렇게 나는 눈을 꼭 감고 누워있었다. 그러자 괴물이 나의 위에서 없어졌다. 잠시 후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애가 살아있어요!”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우리 엄마를 향해 축하한다고 말하고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안다. 우리 엄마는 축하 받을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다. 죽이려고 했던 아이가 살아있으니, 엄마는 또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우느라 머리가 아플 것이었다. “희, 희철아…….” 덩치 큰 아저씨가 나를 꺼내 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 나를 넘겨주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억지로 울어 붉어진 눈동자 속에 깃든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위험했다. 나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엄마가 나를 또 죽이려고 할 것이었다. “희, 희철아…… 다시는 그러면 안돼, 알겠니?” 엄마는 이 말과 함께 나를 힘껏 안아 주셨다. 숨을 못 쉴 정도로 힘껏.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며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나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셨다. “희철이 너, 한번만 더 엄마 말 안 들으면 혼날 줄 알아.” 잠시 후 나는 엄마와 집에 올 수 있었다. 나를 그날 또 밀어 넣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는 집으로 돌아오셨다. 평소 같으면 금방 잠들었을 나였지만 그날만은 잠이 오지를 않았다.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나의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죽이려는 엄마의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와? 왜 이렇게 늦었어? 영철이도 혼자 두고.” 아버지께서 집으로 돌아온 우리를 반기셨다. 나는 엄마 등에서 잠든 척을 했다. 아버지를 바라보면 난…… 말해버릴 것만 같았다. 오늘 엄마가 나를 죽이려 했었다는 것을 말해버릴 것만 같았다. “희철이가 안보여서 한참을 찾으려 다녔어요. 저 아랫동네에서 찾았지 뭐예요.” 엄마는 자는 척 하는 나를 이부자리 위에 내려 놓으셨다. 그리고는 아버지 몰래 내 얼굴을 쳐다보셨다. 분노를 참고 있는 얼굴. 번뜩이는 두 눈. 나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다시 자는 척을 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무서웠다. 그때 엄마의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입다물고 있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라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엄마의 눈치만 살피면서 며칠이 지나갔다. 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셨다. 아버지한테는 엄마, 영철이와 나, 모두 소중했었으니까.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아버지는 알지 못하셨다. 몇 번씩이나 시장에 버려 두고 왔던 것도, 며칠 전 죽을 뻔한 일도 아버지는 까맣게 모르고 계신 것이 분명했었다. “희철아, 영철아! 오늘도 엄마 말씀 잘 듣고 놀아야 한다!” 아버지는 늘 여섯 살인 나의 손에 엄마 몰래 오백원을 꼭 쥐어 주고는 출근을 하셨다. 나는 늘 그래 왔듯이 오늘도 그 돈을 돼지 저금통에 넣어 놓았다. “형, 혀엉! 엄마 어디 갔어? 응?” 영철이. 다섯 살 먹은 귀여운 내 동생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내 동생. “응……. 옆집에 놀러 가셨어.” 나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또? 엄마는 맨날 옆집에만 놀러가.” 영철이는 투덜댔다. 그랬다. 우리 엄마는 언제나 옆집에 놀러 가신다.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가 퇴근하시기 전까지 계속 옆집에만 계셨다. 나는 옆집서 엄마가 뭘 하는 지 알고 있다. 나는 보았다. 그래서 엄마는 날 미워한다. 날…… 죽이려고 한다.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옆집으로 공이 넘어간 적이 있었다. 나는 우리 집 담을 넘어 쉽게 옆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마당 어디에도 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기 저기를 기웃거렸었다. 어린 마음에…… 주인 아저씨를 부르는 것은 무서웠었다. 그래서 혼자 몰래 기웃거렸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엄마를 보게 되었다. 화장실도 아닌데,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있었다. 옆집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뭐가 재미있는지 웃고 있었다. 한 이불 속에 누워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엄마!” 나는 발을 헛딛어서 계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리친 엄마라는 단어. 그것 때문에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내가, 옆집 아저씨와 함께 옷을 벗고 있는 엄마를 본 것을. 그날 이후로 엄마는 나를 시장에 데리고 다니셨다. 그리고 늘 날 길거리에 혼자 두고 가셨었다. 그런 엄마가…… 이제는…… 날 죽이려고 하신다. “희철아, 희철아! 너 뭐하니, 어서 나와!” 엄마가 몇 일 만에 나를 부르신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려는 걸까? “어, 엄마…… 어디가? 응?”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나의 손을 꼭 쥔 채로 엄마는 말이 없으셨다. 오직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만 재촉할 뿐이었다. 날 죽이려고 하는 걸까?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지? 무서웠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영철이랑 아버지랑 오래 오래 살고 싶었다. “엄, 엄마! 난 죽기 싫어! 어어어엉…… 으어어어엉…….” 나는 너무나 겁이 난 나머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죽기 싫다는 말. 정말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찰싹- 찰싹- 얼굴이 아팠다. 머리가 아팠다. 엄마가…… 나를 때리셨다. “희철이 너, 미쳤어? 응? 쪼끄만게 미쳤어? 응? 너, 미쳤어?” 찰싹- 찰싹- 찰싹- 아팠다. 엄마가 계속 나를 때리셨다.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나를 계속 때리셨다. “으어어어엉……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엄마! 으어엉…….” 나는 빌기 시작했다. 뭘 잘못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무조건 빌기 시작했다. 때리지 말아달라고 업드려 빌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엉…… 엄마…… 다시는 안 그럴게요…… 으어엉…….” 엄마는 때리던 손길을 멈추셨다. 그리고는 나를 일으켜 세우셨다. “다시는 그런 말하지마. 알겠어?” 냉정한 목소리. 때리는 것이 힘에 겨웠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계셨었다. “네…….” 억지로 울음을 그친 나는 다시 엄마의 손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나는 그렇게 엄마의 손을 잡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기 시작했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Christin Lee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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