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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편,브금]지하철 -3-(완결)
게시물ID : panic_19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8
조회수 : 24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9/06 14:07:46
“어, 엄마…… 또? 거기…… 또 가?” 지하철 역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자 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번의 끔찍한 기억들. 나의 죽음. 무서웠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 엄마…….” 내가 자꾸 머뭇거리자 엄마는 잠시 멈춰 서서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셨다. “빨리 와, 어서.” 차갑고 침착한 목소리. 그랬다. 엄마는 또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얼굴, 그 눈빛에서. 엄마는 자꾸 뒤처지는 나의 손을 꼭 잡고는 지난번 그 장소로 가고 있었다. 나는 가고싶지 않았다. 그곳에 다시 가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서웠다. 길다란 괴물보다도, 커다란 소리와 세찬 바람보다도…… 나는 엄마가 더 무서웠다. “어서 오지 않고 뭐해?” 엄마가 날 재촉하셨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나의 손을 앞으로 세게 잡아당기셨다. “으, 으응…….” 나는 한발자국씩 가고있었다. 지난번 그 장소로. 내가 떨어졌던 바로, 그 장소로. “희철아,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봐. 엄마가 쥬스 사가지고 올게.” 엄마는 지난번처럼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엄마가 나를 두고 가셨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내가…… 내가 지금 바라는 것은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차라리, 엄마가 오지 않으셨으면 했다. 나를 두고 멀리 가버리셨으면 했다. 나를 죽일 수 없도록. 하지만…… 엄마는 곧 돌아오셨다. 지난번처럼 양손에 쥬스 깡통을 들고서 돌아오셨다. “자, 이거 마셔. 어서.” 엄마는 억지로 나에게 쥬스를 한 모금 먹이셨다. 달콤해야 할 쥬스의 맛이…… 무척이나 쓰게 느껴졌다. “엄마…… 나 이거 안 마실래.” 나는 쥬스를 의자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그런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기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맛이 썼다.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스스로 곧 죽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는지…… 쥬스의 맛은 무척 썼다. 삼킬 수 없을 정도로. “희철아, 어서 일어서.” 엄마는 잠시 후 나의 손을 잡고는 사람들이 많은, 그 위험한 곳으로 데려갔다. 사람들은 엄마와 나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문을 보는 사람, 귀에 뭔가를 꼽고 있는 사람……. 사람들은 무척 바쁜 것 같았다. 다들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가 날 저 아래로 밀어 넣는 것을 볼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삐리리리리리리- 높은 벨소리가 울렸다. 이제 곧 괴물이 나타나겠지. 그리고…… 나는 또 저 밑으로 떨 어지겠지.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귀에서 바람소리가 웅웅 거렸다. 무서웠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랑 영철이랑 오래 오래 살고 싶었는데……. 엄마가 미웠다. 나를 죽이려는 엄마가 미웠다. 몇 번씩이나 시장에 나를 버리고 왔던 엄마가 미웠다. 지금 내 옆에 서있는 저 창백하고 무서운 얼굴을 한 여자가 미웠다! 미워! 눈 깜작할 순간이었다. 괴물의 머리에서 나오는 빛에 눈이 부실 때쯤, 나는 재빨리 엄마를 밀어 넣었다. 마르고 긴 다리에 두 손을 대고는 힘껏 밀어 넣었다. 가느다란 다리가 휘청이고…… 엄마는 떨어졌다. 그 뒤에…… 괴물이 지나갔다. 길 위로 괴물이 지나갔다. 엄마 위로 괴물이 지나갔다. “으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 엄마! 엄마아!” 소리를 질렀다. 눈을 꼭 감고는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소리를 질렀다. 엄마를 밀어넣은게 내가 아닌 것 처럼 큰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꺄아아아아악! 어떤 누나의 비명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관심 없다는 듯 전부 눈을 감고 있었다. “엉엉…… 엄마아아아…… 으어어어어엉…….” 갑자기 진짜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내가 흘린 것은 진짜 눈물이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경찰아저씨가 왔다. 사람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 보고는 나를 데리고 경찰서로 갔다. 아저씨들은 참 친절했었다. 나에게 짜장면도 시켜줬고, 쥬스도 사줬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왜 그랬을까? 경찰아저씨가 사준 쥬스…… 정말 달고 맛있었다. 하나도 쓰지 않았다. 정말…… 이상했다. “희, 희철아! 으흐흐흐흐흑…….” “혀엉! 으아아아아앙…… 혀엉!” 한참 후 영철이를 데리고 아버지께서 오셨다. 경찰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셨다. 그 아저씨가 우리 엄마는 자살을 했다고 아버지께 말을 했었다. 자살……. 정말 신기하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는 정말로 관심이 없나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나를 저쪽으로 밀치고 스스로 뛰어드는 모습을. 참 우습다. 그 사람은 도대체 뭘 본 것일까?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는데, 그 사람은 도대체 뭘 봤다는 것일까? 그것도 사실과는 전혀 다른 광경을. 그랬다. 사람들은 늘 자기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었다. 남에게 보이는 약간의 관심…… 그것은 거짓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우리집의 일에 매우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들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단지 몇 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우리는 마치 엄마가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엄마…… 그 창백한 얼굴. 매서운 눈동자. 예전엔 똑똑한 우리 아들이라면서 날 많이 예뻐해 주셨었던 분. 그 사람을 내가 죽였다. 내가 죽는 대신에. 삐리리리리리리-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열차…… 열차가……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그때 그 괴물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약한 바람이 밀려들어온다. 점점 거세 진다. 가까이 오고 있다. 이제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거대한 몸체. 그 속으로 나는 엄마를 밀어 넣었었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엄마를…… 우리 엄마를. 그 순간, 엄마를 밀어 넣던 그 순간에 나는 보았다. 엄마의 얼굴을…… 그 표정을.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고마워…… 라고. 언제나 차가웠던 얼굴이 그 순간엔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 미소를 통해서 자신을 죽이는 나에게 고마워 하고 있었다. “어, 엄마…….” 소리내어 불러버리고 말았다. 엄마. 엄마라고 불러본 것도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엄……마……!” 눈물이 흘렀다. 엄마. 엄마는 지금 나에겐 너무도 필요한 사람이다. 생각해보니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도 컸다. 하지만…… 나는 그 존재를 잊고 살았다. 조금 전 까지도. 내가 죽인 사람. 내가 살기 위해 죽였던 사람. 죽을 때 나에게 고마워했던 사람……. “엄마……아…… 으흐흐흐흑…… 흐흐흐흑…….” 눈물이 흐른다. 6년 전 그날 이후…… 처음으로 엄마 생각에 눈물을 흘려본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올 때도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오늘따라 엄마가 많이 보고싶다. 우리 엄마도 아까 전철 안의 그 아줌마처럼 예뻤었는데. 많이 아팠을까…… 엄마는? 창백한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 고마워…… 라고 말하던 그 미소. 엄마…… 엄마…… 엄마! 보고싶다. 느끼고 싶다. 엄마가 보고싶다. 엄마가 얼마나 아팠는지 느끼고 싶다. 그래.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저지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뛰어든다. 눈을 꼭 감고는 뛰어든다. 지하철, 저 괴물에 짓눌릴 때 엄마가 얼마나 아팠는지 느끼고 싶다.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엄마를 만나서……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엄마…… 미안해……요.” >end<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Christin Lee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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