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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재탕] 오타 ( II ) - 1
게시물ID : panic_194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30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10 10:37:58
출근길. 미영은 만원 버스 안에서 용케 자리에 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영은 그 어느 날보다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두통의 원인은 단연코 남자친구였다. ‘내가 미친년이지. 그런 오타는 왜 써 가지고.’ 자책에 이어지는 가슴앓이. ‘그래도 그 나쁜 새끼. 차라리 무시를 하던가. 똑같은 메일을 세 번이나 보내서 나를 엿 먹여? 나쁜 새끼.’ 그리고 이어지는 원망. 이미 30분은 지각 해 버린 출근길이라 미영의 마음은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거기다 오늘 조회는 악독하기로 소문난 악녀 양과장이 맡는 날이 아닌가. 미영에게는 정말 최악의 아침이었다. 버스는 세종 사거리를 지나, 시청역 4번 출구 앞에서 세워졌다. 그리고 마치 팝콘이 터지듯 버스에서 사람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미영 또한 밀려나오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미영이 사람들을 밀치며 달리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회사 엘리베이터 앞까지 2분 만에 도착했다. 물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볼썽사납게 헥헥 거리긴 했지만. “어, 미영씨. 어디 급한 일 있나 봐?” 귀에 익은 목소리. 미영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확인한다. 비싸 보이는 고급 정장, 살짝 배가 나왔지만 위엄 있는 풍채. “아, 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는 미영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가를 찌푸린 걸로 보아 결코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그래, 혹시 지금 출근 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만약에 그런 거면...적어도 40분은 늦은 건데 말이 야, 그렇지?” 사장이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얘기한다. 딱 봐도 억 소리가 날만한 고급시계였다. “아, 저기, 그게, 음.” 미영이 몇 번 입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떨 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땡 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미영이 살짝 고개를 들어, 사장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낸다. “저, 사장님 엘리베이터 왔는데요...” 미영을 빤히 쳐다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사장이 ‘쯧’하고 혀를 한 번 찬다. “아, 나는 1층에 볼 일이 좀 있어. 그리고 양과장한테 이따 오후에 잠깐 내 방에 들르라고 하세요. 참나 사원관리를 이 모양으로 하나.” “예.. 알겠습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미영. 힘없는 손으로 9층 버튼을 누르고, 모서리에 기댄 채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액정을 보는 순간 미영의 눈이 갑자기 커진다. [읽지 않은 문자 53개가 있습니다.] 53개. 미영이 하루 평균 받는 문자양은 50개는 커녕 30개도 될까 말까였다. 그런데 잠깐 오전 사이에 받은 이 엄청난 문자의 개수는 무엇이란 말인가. 평소 같았으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겠지만, 오늘은 불안함이 앞섰다. 미영이 그런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눌렀다.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응? 이게 뭐야.” 미영이 관리하는 미니홈피의 메시지 알림 도우미 문자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미영이 확인버튼을 계속해서 눌렀다.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 (싸이월드) 쪽지(New) 통화 : 연결하기 ] 미영은 엘리베이터가 열린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문자 메시지에 몰입하고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적어도 지금 확인 중인 34번째 까지는 그랬다. “유미영씨!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정신없이 문자를 확인하는 미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열려진 엘리베이터 문 앞에 팔짱을 끼고 표독스럽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양과장이 보였다. 점심시간. 미영은 오전 내내 양과장의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한 쪽 손에는 300원짜리 싸구려 종이컵 커피가 들려 있었다. 미영은 아침에 확인한 메시지의 정체가 궁금했다.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 점심시간에 확인해 보니 32개가 더 와 있었다. 익숙한 윈도우 로그인 화면에 엔터를 누르고, 곧 장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클릭한다. 그리고 주소창에 자신의 미니홈피 주소를 입력한 후 팝업 창이 뜨길 기다린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종이컵 끝 부분을 연신 이빨로 물어뜯고 있었다. 화면이 출력 되자, 미영이 '받은 쪽지 함'을 클릭한다. -딸칵 [이름 내용 날짜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 보관 │ 삭제 1│2│3│4│5│6│7│8│ ] 미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안 읽은 쪽지는 8페이지에 달했고, 한 페이지 당 10개의 쪽지가 있었다. 미영은 굳이 내용을 클릭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멍 한 모습으로 다음 페이지를 클릭했다. -딸칵 [이름 내용 날짜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 보관 │ 삭제 1│2│3│4│5│6│7│8│ ] 예상은 했지만 잠시 흠칫하던 미영이 이번엔 마지막 페이지를 클릭했다. -딸칵 [이름 내용 날짜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김형석 죽어 08.8.19 황지연 7,8월 클럽음악 추천 당첨자 08.8.17 ▲▼ 보관 │ 삭제 1│2│3│4│5│6│7│8│ ] 미영은 그저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볼 뿐이었다. 대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건지가 궁금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남자친구에 대한 정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 상태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극도의 불쾌함, 그리고 모멸감. 어느새 얼굴까지 시뻘게진 미영이 자신의 핸드폰 슬라이드를 거칠게 밀어 올렸다. 그리고 1번 버튼을 길게 누른다. [연결 중 : 우리여보♥] 아직도 단축키 1번에 저장 되어 있는 남자친구의 번호였다. -뚜우.... 뚜우.... 뚜우.... 언제나 연결 음이 세 번 이상 넘기 전에 받던 남자친구였다. 그런데, -뚜우.... 뚜우.... 뚜우.... 뚜우... 고객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십니다. 잠시 후 소리샘에 연결됩니다.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 번을, 세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미영이 힐끗 시계를 확인해 본다. 12시 58분. 점심시간이 2분 남았다. 시간을 확인한 미영이 재빨리 마우스를 클릭한다. 클릭한 곳은 쪽지의 ‘답장쓰기’였다. [보낸이 : 유미영 받는이 : 김형석 이 나쁜 새끼야. 내가 실수 하나 했다고 그 렇게 꼬투리를 잡니? 이제 진짜 끝이야. 다 신 너한테 연락 안 할 거니까, 너도 이제 이 딴 유치한 짓 그만해. 평생 얼굴 볼 일 없었 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보내기 │ 취소 ] 글은 1분도 안 돼 썼지만, '보내기'를 클릭하지 못 하는 미영이었다. 지우고 좋은 말로 다시 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 곧 있으면 양과장이 들어올 것이고, 이런 사소한 걸로 또 꼬투리를 잡을 게 뻔했다. ‘나쁜 새끼. 이제 끝이다 김형석. 잘 살아라!’ 눈을 질끈 감은 미영이 오른 손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딸칵 [쪽지가 발송 되었습니다.] ‘이걸로 끝이야. 그 놈도 생각이 있으면 더 이상은 나한테 그러지 못 하겠지.’ 그리고 미영은 울기 시작했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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