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서 취사병 근무할때 고라니가족을 봤었어유
얘네들이 추워져서 먹을게 없으니까 원래는 멀리서 기싸움만 했는데 언제부터 취사장 짬통을 털어먹는게 보이더라구여
짬실 근처에 고라이떵이랑 발자국이 매우..
근데 깨끗하게 쳐먹으면 짬도 줄고 좋아하겠는데
이것들이 짬통이 높으니까 발로 깐건지 몸으로 민건지 다 엎어놔서 행보관이 밥묵으러 올때마다 왜이렇게 역겹게 다 엎어놨냐고
저한테 머라해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쥬
행보관 : 야! 취사장이 왜이렇게 더러워!! 관리를 어떻게 하는거야!!
나 : 죄송합니다! 고라니가 엎은것같습니다!
행보관 : 지금 행보관 세워놓고 장난까냐! 내가 여기 근무하면서 고라니가 내려와서 짬통 털어 가는거 한번도 못 봤는데! 뺑뺑이 돌래?!
나 : 죄송합니다! 바로 치우겠습니다!
행보관 : 왕고됐다고 존-나 빠져가지고 애-새-끼가 일병땐 안그러더니 개빠졌네! (여기서부터 빡침) 야! 너 안되겠다. 가서 니가 치워!
나 : 죄송합니다! 바로 가서 치우겠습니다!
행보관은 자기 고라니본적없다고 절대 안믿었어여.
개빡치게 샹 아오
요게 겨울내내 그러다보니까 진심 고라니나 사슴 사진만 봐도 빡이쳐서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두근두근하더라구여
이색기들을 어떻게 족칠까 궁리하는데 후임이 뜬금없이 밤에 보일러 돌리러 갈때 잠복해있으면 어떠냐고 물어보더라구여
저희 대대는 밤에 수도관 얼어터지지않게 취사병이랑 야간근무자를 한명이 인솔해서 델따주고 다시 올라갈때 전화해서 픽업하고..
12시부터 2시까지 취사장으로 보일러 틀어 놓으러 가서 다시 끄고 나오는게 있었어여
거기서 과자도먹고 티비도 보고 그러고 다시 올라가여
설마 그시간에 고라니색기들이 오겠나 싶기도 했는데 그땐 분노때문에 그러자고 했져
티비도 안보고 짬실안에서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암만 기다려도 안오는거에여
드러운 짬실안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고라니 때릴려고 숨어있는 내 꼬라지가 너무 자괴감드는거에여...
그러면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추운날 고라니도 먹고살자고 그랬을텐데 내가 너무 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손에 들고있던 홍두께를 내려놓고 짬실을 나가서 취사장 휴게실로 돌아가는데
'철컥철컥'
하면서 바로 뒤에서 짬실 쇠문에 걸쇠가 부딪히는소리 들리는 거에여
설마? 하고 뒤돌아봤는데
어둠속에서 누런 빛 몇개가 반짝반짝 저를 처다보는데
그땐 무서움보다 고라니색기들때문에 엿먹은 분노가 더 커서 손발이 부들부들떨리면서 스팀돌더라구여
아까까지 느꼈던 고라니에 대한 연민들이 싹 사라지고
'저..저저.. 고라니 개색기들!!! 뒤질라고!!!'
하면서
'짬통 건들지마!!!! 개색기들아!!!!!!!'
소리 지르면서 홍두께 들고 무슨 게임 캐릭터마냥 대쉬해서 홍두께를 휘둘렀어여
'빡!' 소리 나더니 '털퍽' 하는 소리가 났어여
헉헉 거리면서 플래쉬켜서 비춰보니까 앞에 고라니 새끼? 어린 고라니가 기절해있고
큰 고라니들은 뭔 상황인지 인지 못한건지 아님 고릴라새낀지 사람새낀지가 몽둥이 들고 서있는게 안믿겨지는건지
저 한번 처다보고 새끼한번 처다보고 그러고 있더라구여.
선빵필수!
고라니색기들 정신차리기 전에 먼저 쳐야겠다고 다시 대쉬해서 뒤쪽에 있던 고라니한테 스매쉬 하는데
갑자기 뭐가 머리에 딱 하고 부딛히는데 뭔 상황인지도 이해 하기전에 또다시 머가 어깨를 딱딱 치는거에여
진심 너무 아파서 말도 안통할텐데
'아! 쉬바들아! 아!! 잠깐만! 아!!!! 잠만!!!' 이러고 있는데
치려고 했던 고라니까지 와서 막 발굽으로 찍는데 무슨 집단 린치 당하는줄 알았어여
ㄹㅇ 너무 아픔; 안맞아보면 몰라여 퍽퍽이 아니라 빡빡 소리났어여
이대로 있다간 뼈가 뼈가루나겠다 싶어서 이판사판 고라니 한마리한테 숄더태클 날리고 그대로 벽에다가 박아놨어여
힘없이 축 늘어지는게 느껴지더라구여
그래서 이제 1:1이니까 할만하겠지 했는데
왠열 제일 큰놈이 남아있었네여
말없이 서로 기싸움 하고 있다가
그색기가 갑자기 몸 일으켜서 앞발로 와이파이 켜길래 나도 질수없다 해서 홍두깨로 휠인드 돌렸어여
나도 발굽 종나맞고 그색기도 온몸 타작당했을거에여
무슨 디아블로2 카우방 온줄..
서로 공격하다가 지쳐서 잠시 떨어져있는데
이색기가 짬먹고 스태미너만 올린건지 다시 공격하려고 상체 일으키는거에여
저거 맞으면 진짜 골로가겠다 싶어서 안맞을라고 바닥에 누워서 고라니 사타구니를 사커킥차듯 차 올렸는데
고라니색기가 '께..께에에엑...께에에에엑...!!' 하면서 막 주저앉는거에여
'너 뒤졌다 색기야!!' 하고 기회 안놓치고 달려가서 홍두깨로 줜니 때리니까 축 늘어지더라구여
그때 긴장 풀려서 나도 주저앉아있는데
머가 제 정수리를 빡 하고 내려 찍는데 그대로 고꾸라지면서 바닥에 플래쉬 뒹굴면서 잠깐 불빛 비췄는데
진짜 방금까지 상대했던 고라니보다 더큰놈이 뒤에서 저 쳐다보고 있는게 마지막 기억이었어여 그러고 기절했어여
살면서 기절 처음한듯 그때.
그리고 담날 인나보니까 의무대침실이었어여
몸 일으키려고 힘줬는데 넘 아파서 비명 지르니깐 의무병이랑 의무관들 달려오고 어디 전화하더니 행보관이랑 대대장 찾아오고
너무 아파서 정신 못차리는데 대대장 얼굴 보이는순간 눈물이 막 나더라구여
유일하게 대대에서 취사병들 좋아해준 대대장님이었어여.
그래서 군기조까라 하면서 쳐 울면서 대대장님한테 안겨서 막 하소연 하는데
대대장님이 막 웃으면서 휴가갔다오라고 했어여
또라인줄은 알았는데 고라니랑 맞짱깔 생각할줄은 몰랐다고 웃기다고..
전날 취사병이 보일러 키러가서 몇시간되도록 안오니까 당직사령이 저 찾으라고 오분대기조한테 수색명령 내렸는데
암데도 안보여서 저 탈영한줄 알고 대대에 수색령 내리려다가 혹시 싶어서 짬실로 수색보냈는데
제가 고라니 세마리랑같이 피떡돼서 엎어져 있는거 발견했대여
의무대에서 1주일 치료받고 팔에 깁스해서 복귀했는데
취사장 창고 기둥에 고라니 세마리가 개줄에 묶여서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보더니 안절부절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때 승리감에 취해서 '깝치지마라 색기들아 ㅋㅋㅋ 짬통 뒤져먹는날은 니네가 진짜 뒤지는날이야'
라고 속삭여 줬져
그리고 대대 올라가서 휴가갈 준비하다가 선임이랑 휴가겹처서 휴가취소 ^^...
암튼 그 뒤로 행보관이 제 말 믿고 고라니색기들이 짬통 못뒤져먹게 자물쇠 걸어두고
펜스까지 설치해주더라구여
고라니 세마리는 대대장님이 처리한다고 잡아갔는데
어떻게된건지는 잘 모르겠어여 ~.~
글로 올리 라구들 하셔서 올려바여..
저땐 진심 죽자사자 달려들었는데 말이져
설명 미흡했던거 쪼꼼 수정해서 다시올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