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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 아파트-8부-
게시물ID : panic_29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3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04 23:39:12
재욱이 경찰서에서 나와 아파트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재욱은 부리나케 아파트로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가슴은 더욱 크게 요동쳤고 왠지 모를 긴장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저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재욱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담배를 찾았다. 이미 다급해진 그를 위로할 수 있는 건 한 모금의 담배연기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주머니에는 집열쇠와 동전, 그리고 각종 영수증이 전부였다. "젠장!" 재욱은 엘리베이터 안을 왔다갔다하며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아까 느꼈던 웬지모를 섬뜩함이 옷에 묻은 잉크처럼 재욱의 맘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서며 문이 열리자 재욱은 부리나케 복도를 달려 집앞으로 갔다.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아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문을 따고 들어간 재욱은 소리를 질렀다. "민주야! 민주야! 의진아! 의진아!"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발을 신은 채 현관으로 들어 온 재욱은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누군가 거실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재욱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벽을 돌아 거실로 들어갔다. 석재와 철호였다. 그들은 사색이 된 얼굴을 한 재욱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아까 경찰이 오던데 무슨일인가?" 석재가 소파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재욱은 그 둘이 자신의 집 소파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금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재욱은 내심 뜨끔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도 어떻게 여기에..." "경찰도 오고 해서 걱정이 되어 와 봤더니 이렇게 집 문은 열려있었고 아무도 없었네. 어떻게 된건가?" "아닙니다. 단지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그걸 알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나. 우리도 걱정이 되서 와 보았는데...보다시피 아무도 없네." 재욱은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역시 두분 밖에 없습니다. 그나저나….모두 어디를 갔는지…. 무슨일이 있는 것 같은데..." 석재는 재욱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래, 우선 진정하고 여기 앉게. 우리랑 차분하게 풀어보자고." 석재는 재욱의 손을 잡고 그를 소파로 이끌었다. 재욱은 순한 양처럼 석재의 인도에 따라 소파에 앉았다. 그의 이마에는 아직도 수많은 땀방울 들이 식을 줄 모르고 돋아나고 있었다. 그때 석재가 갑자기 재욱을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손이 많이 떨리고 있구만...?" 재욱은 발끝에서 부터 올라오는 소름을 견딜 수 없었다. "네? 아니…걱정이 되서 말이지요…." 석재는 빙긋이 웃었다. "나랑 있는 것이 무서운가?" "네?" "이봐….. 자넨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네? 네? 무슨 말씀이시죠?" 이미 재욱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그의 음색은 갈라지고 있었다. 석재는 재욱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참 자네를 좋아했는데….." 석재는 감싼 팔을 더욱 조이며 재욱을 끌어다녔다. "부인이……자네 부인이……너무 일찍…….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민주?! 민주가……민주가….." "게다가 말이지……말도 들어먹지를 않아……그러니….뭐…어쩔 수 없지." 재욱은 놀란 눈을 하며 석재를 응시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상상이 파란 바다에 적조가 퍼지듯 뒤덮여 갔다. 석재는 재욱을 감았던 팔을 풀고 일어났다. "이젠 여기에 아무도 살지 않아. 앞으로도 한동안은……" 뒤에 있던 철호가 다가서며 말했다. 그리고 번쩍하는 것이 보이며 재욱은 쓰러졌다. "딩동~" 벨소리와 함께 그 여자는 손에 쥔 식칼을 다시한번 만지작 거렸다. 의진이는 도무지 이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빨리 엄마에게 가고 싶을 뿐이었다. "누구세요?" 유정이 엄마의 목소리였다. 의진이는 다시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보다도 더 몸을 비틀며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냉정했다. 문고리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아줌마에요? 아씨..다 쫓아 갔는데 놓쳐버렸어…..아무래도….. 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것같아." 문을 열고 나오는 유정이 엄마는 이야기했다. 순간 그 여자는 유정이 엄마를 확 밀치며 들어가 목에 칼을 들이댔다. "너도 먹이가 되고 싶나….그 여자 어디있어?" 유정이 엄마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누누..누누누…누구…?" 그 여자는 한 손에 붙들고 있던 의진이를 유정이 엄마 앞에 보이며 말했다. "얘 엄마." 유정이 엄마는 턱 밑에 들이대진 날카로운 식칼로 눈만 내리깔아 의진이를 보았다. "나도 몰라….정말이야….나도 몰라…." 그 여자는 한쪽 입이 살짝 올라가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안그래도 사람들이 널 먹고 싶어 하는 거 같더라. 이제 그 소원이라도 들어줘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정이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아..알았어…알았어….저기 있어…세진이네…세진이네…내…내내..내가..방금 전…전화해서 물어본 거거..거거야…됐지? 제제제..제제발….." 유정이 엄마의 얘기를 들은 턱 밑에 갖다대었던 식칼을 내렸다. 유정이 엄마의 턱 밑에서는 쭈르륵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때 내려졌던 그 여자의 식칼이 반짝하더니 유정이 엄마의 미간을 찍어내렸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유정이 엄마가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 여자는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자세로 손으로 가려진 유정이 엄마의 얼굴을 내리쳤다. "으악! 으악!" 유정이 엄마는 계속되는 칼부림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이미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여자는 의진이를 잡던 손까지 합해 식칼에 힘을 싣고는 유정이 엄마의 가슴을 찍었다. 그리고 깊게 박힌 식칼을 다시 빼내어 유정이 엄마의 턱밑에 박아버렸다. "케에엑!" 유정이 엄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즉사했다. 한참 그 여자 옆에서 휘둘리던 의진이는 끔찍한 광경에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분수같이 피를 뿜어져 대는 유정이 엄마 위에 올라타 마주잡이로 두 손에 잡은 식칼을 찍어대는 그 여자의 모습은 지옥에서 올라온 아귀와도 같았다. 의진이는 잠시동안 그 여자의 손에서 풀린 줄도 모르고 그 광경을 지켜 보고있었다. 하지만 문득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안 의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이미 유정이 엄마는 죽었다. 하지만 한참을 유정이 엄마 위에 올라타 찍어대던 그 여자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않고 피범벅이 된 유정이 엄마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찍었다. "니가 좋아하는 인육이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 여자는 천천히 일어섰다. 이미 온 몸은 유정이 엄마의 피로 젖어 있었다. 그리고는 시체의 아랫배에 꽂힌 식칼을 쑥하는 소리와 함께 빼내었다. 그 여자는 식칼을 자신에 옷에 쓱싹 닦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민주는 비상계단을 통해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거의 굴러내려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녀는 의진이를 외치며 거의 구르다시피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민주는 계속 겁에 질려 있었다. 마치 뒤에서 홍씨와 세진이 엄마가 금방이라도 잡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두개 세개씩 계단을 뛰어내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의진이를 불렀다. 더듬이를 떼어버린 메뚜기처럼, 그녀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무작정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가 2층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지나 내려오고 있을때 누군가가 밑에서 올라오고 있음을 느꼈다. 순간 민주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오던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쿵쾅 쿵쾅!" 난간과 계단의 모서리에 부딪히며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온 몸이 아픈 줄도 몰랐다.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진 민주가 고개를 들었을때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 여자였다. 더군다나 온 몸을 피칠을 하고 한 손에는 식칼을 들고 있었다. 카키색 옷은 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민주는 어거거거걱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 여자는 민주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윗층으로 올라는 계단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즈막히 민주에게 말했다. "아래층에 가서 의진이를 찾아."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 여자는 지옥에라도 갔다온 사람처럼 피를 뚝뚝 흘리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민주는 그 여자가 계단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바닥에 앉아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여자가 지나간 곳은 마치 발자국마냥 핏물이 떨어져있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던 민주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 곳은 1층이다... 그리고 유정이네 집이 있는 곳이다...' 민주는 그 사실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유정이네 집으로 뛰어갔다. 복도에 들어섰을 때 이미 민주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복도 끝 유정이네 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이었다. 민주는 조심스레 다가가며 의진이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민주는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의진이를 찾아 미친 사람들이 득실 거리는 이 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다가가던 민주가 문 앞에 도달해 살짝 문을 당겼다. 그때 문이 열리며 그녀의 눈에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이 난도질 당한 유정이 엄마가 누워있는 것이 들어왔다. 민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급히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와 복도 난간에 몸을 기대며 다시 헛구역질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는 모르지만 그 여자가 의진이를 지켜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우리 가족을 먹으려는 자들이 분명했다. 민주는 복도 난간을 따라 주저 앉았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것은 또다른 절망이었다. 민주는 몸을 추스려 다시 의진이를 찾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집으로 다시 가야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지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죽음과 직면해있을 의진이를 생각한다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민주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민주가 건너편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민주는 몸을 낮추고 배수관 뒷쪽에 몸을 숨겼다. 앞 쪽 비상계단을 통해 사람들이 어디로 인가 내려가고 있었다. 민주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지나가는 면면이 모두 3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행렬이 끝날 무렵 민주는 뒤쪽의 남자가 누군가가 들쳐업고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멀리 있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옷만으로는 틀림없는 재욱이었다. 민주는 깜짝 놀라며 그들의 수근거림이 들리지 않을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빨이 덜덜거리며 아래위로 부딪히고 있었다. '오빠......나 어떻게 해…오빠…....' 민주는 눈물이 나왔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눈 앞에 닥친 일이 너무 급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까 그냥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도망다니는 이 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인육을 먹던 무엇을 먹던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의진이와 재욱이 연루되었다. 내 가족이 위험에 처해있다. 민주는 머리를 쓸어올리고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주위를 살펴본 다음 그들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재욱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온 몸이 노끈에 묶여있었다. 재욱은 얼굴을 찡그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직 정신이 덜 들었는지 뿌옇게 보이기만 했다. "흐음......" 고개를 들던 재욱은 아까 둔기에 맞았던 뒷머리가 지끈거려 낮은 탄식 소리를 냈다.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에 집중하려했고 그럴수록 여기가 어딘지 궁금해졌다. 재욱의 눈은 점점 낯선 곳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재욱은 자신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 모두가3동 사람들이었다. 재욱은 순간 공포에 질린 채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왼편에는 몇 구의 시신이 쌓여있고 그 옆에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씨뻘건 고기가 부위별로 가지런히 분류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식당 주방에서나 보이는 커다란 냉동고 세 개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재욱은 상상의 속에서만 그리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재욱이 깨어나 두리번 거리며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을 보며 서로의 귀에 무언가를 수근거렸다. 재욱은 다시 한번 몸을 비틀어보았다. 하지만 노끈은 좀 더 재욱의 몸을 조여올 뿐이었다. 재욱은 눈을 감았다. 이제 잠시 뒤 저쪽에 쌓여있는 정육점 돼지고기와 같은 신세가 될 거라는 확실한 예감에 점점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스스로가 마치 제단의 제물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재욱이 다시 한번 혼미해지는 정신을 추스리며 이리저리 몸을 틀어 보았지만 노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웅성거리던 사람들 사이로 석재가 나와 재욱이 누워있는 옆으로 올라서자 좌중은 이내 조용해 졌다. "오늘 이자리에 모인 이유는...다름 아닌 이 사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함께 나누었던 비밀이 이 사람으로 인해 밖으로 누설될 뻔 한 중대한 사건이기에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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