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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 아파트-9부-
게시물ID : panic_291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2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04 23:41:11
장내는 금새 숙연해 졌다. 재욱은 이 사람들이 혹시 일종의 사교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와 의진이가 걱정되었다. "저번 이사왔던 사람들은 애초에 우리의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즐겼습니다." 석재는 천천히 옆으로 걸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여기에 누워있는 이 사람을 우리의 가족으로 맞이하려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는….그리고 그 가족은 인간이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시기했습니다.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지요…..그러기에 우리가 모여 다시 한번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석재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미친 놈들이 말하는 미친 소리일테니깐. 재욱은 여기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면밀히 보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평소에 친근한 이웃같던 이들이었는데…..지금 그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재욱은 자신이 마치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터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우리의 체제가 깨지지 않는 신뢰와 협력속에 살아왔습니다. 오늘….조금은 급작스러운 일이지만…..우리가 살아왔던 여느때와 다름 없이 여기 있는 이 고기는 우리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공평하게 나누겠습니다. 평소같으면 반상회를 통해 음식이 제공되지만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여러분들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쪽에서는 계속 도끼를 갈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재욱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흐르는 군침의 소리까지 귀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저 미친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입에 내 몸이 산산조각이 되어 그 더러운 이빨에 씹힌다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재욱은 소리쳤다. "당신들 미친거야! 모두 미쳤어! 어떻게 이럴수있지? 사람이 아니야 당신들은!" 석재는 몸을 비틀며 절규하는 재욱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언젠가 원양선을 탔었다고 이야기 했었지….그래, 아마 이쯤되면 자네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되네…..원양선이 좌초되었을때 내가 단지 인육만을 먹으며 버틴 사람쯤으로 기억하겠지만 그건 그런 것이 아니야. 단순히 인육을 즐기게 되었다면 자네 말대로 나는 미친 사람이겠지. 하지만 거기에는 인간 이하의 배신이 있었어. 선장은 그 사지에 우리를 버리고 도망갔네. 우리는 마치 원양선에 달려있는 소모품과 같은 것인양..." "알아! 나도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이런 짓을..그것도 이런 도시에서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돼? 모모..모두…….모두 미쳤어!" 재욱은 더욱 절규했다. 혹시라도 이 중에 자신의 말을 듣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재욱은 그들의 눈에 작은 고기 덩이로 비춰진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맨 앞에 서 있던 702호 남자는 손까지 벌벌 떨며 재욱을 보고 있었다. 물로 그의 입에는 침이 가득 고이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자네는…… 애완견이 된 적이 있는가?" 석재는 손가락으로 재욱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우리가 먹는 것은 인간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처음 먹었던 것 또한 인간이 아니었지. 말을 하고 걸어다닌 다고 해서 다 인간은 아니야…..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구분을 잘 못하지. 그래, 못할 수 밖에 없어. 그건 애완견이 되어보지 않아서야. 그것이 나와 자네의 커다란 차이이기도 하고…." "당신.... 미친거야...정말....미친거야...." 석재는 몸을 일으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자네도 먹어보았을 거야. 인육이라는 거. 솔직히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고기의 일종이지. 자네는 우리가 갖다 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다른 음식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는가? 내가 답을 말해볼까...그건 아니올시다지....이런 건 마치 인간이 사육하는 그 어떤 고기로 만든 음식과 같은 것이라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키우는 고기를 먹는 것이고….다만 인간은 사육하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쉽지만…." "미쳤어! 모두 미쳤어!" 재욱의 몸부림에 석재는 크게 웃었다. 앞서 있던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재욱에게 달려들 양 꿈틀거렸다. 석재는 그런 좌중을 진정시키며 재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을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저들과 나와의 차이가 뭔지 아나? 나는 고통속에 인육을 택했지만…. 저들은 입맛에 맛는다는 이유만으로 인육을 찾고있다네…아마도…..자네는 단번에 죽기는 글렀네…..지금 저들이 얼마나 자네를 원하는지 아는가…….후후후……자네가….. 인육에 길들여 갔듯이..... 누구나 ……서서히…… 미치지." 석재는 말을 이었다. "인분을 먹이는 제주도 똥돼지가 맛있듯이 많은 영양분과 다양한 맛을 섭취하는 인간이기에 한번 맛보면 ….거부할 수 없지…" 석재는 재욱에게서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하하…..자...여러분…..파티를 시작합시다." 한참 도끼날을 갈던 남자가 도끼머리로 바닥을 끌며 재욱에게 다가왔다. 재욱은 다가오는 죽음의 냄새를 맡으면서도 어떻게해서든 피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죄여오는 것은 죽음 뿐만이 아니었다. 노끈은 너무나 단단히 조여있었다. 사람들은 지하 주차장 보일러 실에 모여있었다. 민주는 숨을 죽이며 주차되어 있는 차량 뒤에서 그들의 동향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들어서고 더 이상 출입하는 사람이 없자 민주는 발소리를 죽이며 슬금슬금 문 앞으로 뛰어갔다. 민주는 문고리를 꽉 쥐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오른쪽으로 돌렸다. 문은 의외로 쉽사리 열렸다. 민주는 문을 살짝 열어둔 채 얼굴을 넣고 그 안을 살펴보았다. 보일러 실 안쪽에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문을 조금 더 열고 몸을 집어넣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문소리가 나지않게 닫아 놓고 살금살금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앞쪽에 있는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고 한 사람의 말소리가 낮지만 강렬하게 민주에게까지 들렸다. 그것은 무어라 이야기하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민주에게 있는 불안감을 계속 증폭시켰다. 민주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멀리 묶여있는 재욱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 잠시 후 격렬히 소리치는 재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주는 얼굴을 들어 저 건너편을 지켜보았다. 재욱이 사람들의 중앙에 묶인 채로 누워있었고 도끼를 든 사람이 재욱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민주는 마음이 급해졌다. 보일러 실 뒷쪽으로 돌아간 민주는 콘트롤 실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이라도 찾아야 하는 민주의 마음을 몰라주는 양 그 안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점점 마음이 급해진 민주는 책상서랍을 열어 손을 넣고 어떤 것이든 흉기가 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았다. 그러 던 중 포기가 눈 앞에 보이던 민주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날카로운 끝을 지닌 십자 드라이버였다. 민주는 그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콘트롤 실을 나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무언가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맨 뒷쪽에 서 있는 한 사람게게 달려들었다. 민주는 재빨리 그 사람의 목에 드라이버 끝을 겨누고 모두에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둬! 그 사람을 놔줘!" 모두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한 여자가 302호 남자의 목이 파일정도로 깊숙히 드라이버를 대고 있었다. 재욱도 그 소리에 놀라 사람들 사이로 쳐다 보았다. 놀랐던 석재 또한 민주임을 확인한 다음 차분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이제라도 좋으니 우리 가족이 됩시다." 민주는 악을 썼다. "헛소리 집어치워! 너네가 그렇게 사람고기가 좋다면...그래 어디 이 사람도 죽여서 먹어보지 그래?" 민주는 더욱 드라이버를 들이대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어서 그 사람을 풀어! 어서 풀어주라고! 이 식인종들아!" 석재는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풀어줘! 어서 풀어주라고!" 석재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사람들은 악을 쓰며 소리치는 민주와 굳은 얼굴로 민주를 노려보는 석재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석재는 짧은 시간 민주를 쳐다보다 눈을 가늘게 뜨며 옆에 서있던 철호에게 말했다. "풀어줘라." "하지만…….하지만……" 철호가 당황한 듯이 석재를 쳐다보았다. "우리 가족을 잃을 순 없다. 그리고 저들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 석재는 단호했다. 철호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다시 석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석재는 한번 말을 뱉고는 단호한 얼굴로 민주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철호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이러한 결정의 부당함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철호를 외면하고 있었다. 철호는 재욱의 몸에 감겨진 노끈을 풀어주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보내! 이 살인마 식인종 놈들아!" 민주는 재욱이 일어서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철호는 재욱을 붙잡고 다시한번 석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석재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민주만을 보고 있었다. 철호는 재욱을 민주쪽으로 밀었다. 재욱은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군중속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은 동요하면서도 재욱에게 길을 내 주었다. 재욱은 천천히 사람들 속을 지나갔다. 개 중 몇 명은 재욱에게 달려들 듯한 몸짓을 했다. 그렇지만 석재가 내려다 보고 있는 한 누구도 함부로 재욱을 건드릴 수 없었다. 재욱은 짧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길었던 그 길을 지나 민주에게 다가갔다. 민주는 재욱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오빠! 빨리와요! 빨리!" 한참 아파트 안을 돌아다닌 의진이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 곳 또한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의진이는 훌쩍거리며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의진이가 불러대는 음성은 주차장을 맴돌며 잦아들었다. "엄마……엄마……." 의진이는 이제서야 크게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둠만이 비로소 의진이를 자유롭게 했기 때문이다. 의진이는 그토록 싫어했던 깜깜함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꼈다. 무작정 걸어가던 의진이는 주차장 바깥쪽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로든 계속 걸어가야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반대편 끝 비상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홍씨가 들어섰다. "의진아...의진아....이루와라....어디있다냐...아줌마랑께.." 그 소리를 들은 의진이가 뒤를 돌았다. 홍씨 아줌마 였다. 의진이는 반가운 마음에 홍씨에게 소리쳤다. "아줌마, 나 여기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 홍씨는 여지껏 의진이를 찾았다는 듯이 반갑게 말했다. "그려, 아줌마가 의진이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엄마랑 같이 있으니께 넘 걱정말구 이리 오라구..." 홍씨가 두 팔을 벌리고 의진이에게 다가갔다. 의진이 또한 홍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순간 반대편 비상구에서 온 몸에 피칠을 한 그 여자가 들어섰다. 그리고는 의진이에게 말했다. "의진아! 그쪽으로 가지마!!" 의진이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자신을 아프게 끌고 다녔던 그 여자였다. 의진이는 겁이 났다. 그리고 다시 홍씨를 돌아보았다. 홍씨는 그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진이를 불렀다. "의진아....아줌마 랑께...저런 무서운 아줌마가 아니라....여기 아줌마가 의진이를 지켜준당께로....." 홍씨는 의진이에게 다가서며 이렇게 아이를 불렀다. "의진이 여기야. 나한테 와. 그 아줌마는 너를 죽일꺼야." 그 여자 또한 애타게 소리쳤다. 의진이는 순간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무참히 유정이 엄마를 죽이던 그 여자 아닌가. 의진이는 그 상황이 떠오르자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다시 발길을 돌려 홍씨에게 향했다. "그려...나에게 와야쓰지..." 홍씨는 웃으며 의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여자가 의진이에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홍씨 또한 그 여자가 의진이에게 뛰어드는 것을 보고 뛰기 시작했다. 뒤로 감춰진 홍씨의 손에는 작은 도끼가 들려있었다. 의진이는 두 사람이 자신을 중앙에 두고 뛰어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또다시 엄마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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