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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 아파트-10부- 완
게시물ID : panic_29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3
조회수 : 174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5/04 23:44:33
민주에게 온 재욱이 그녀에게 드라이버를 넘겨받아 그 사람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가까이 오면 알지! " 민주와 재욱, 그리고 인질까지 점점 뒷걸음질치며 문쪽으로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날수록 사람들은 U자형으로 둘러싸며 그들을 조여왔다. "너희들은 다 감옥행이야! 이런 미친놈들!" 재욱은 순간순간 드라이버를 들이미는 시늉을 하며 가까이 다가선 이를 쫓아 냈다. 민주는 재욱이 인질을 붙들고 뒤로 물러날 때 옆쪽으로 덤벼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석재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고 철호는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며 석재를 재촉하듯 쳐다보았다. 재욱과 민주가 문쪽으로 거의 다가갔을때 갑자기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이 재욱이 잡고 있던 드라이버를 붙들었다. "모두 미안합니다!" 그 한마디를 남긴 남자는 스스로 드라이버를 자신의 목에 박았다. 퍽하며 붉은 피가 수도를 튼 것 같이 쏟아져 나왔다. 그 남자는 드라이버가 박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쓰러졌다. 순간 재욱과 민주를 주시하며 다가오던 사람들이 그 두 사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재욱은 그 사람을 밀쳐내고 민주의 손을 잡아 끌며 보일러 관이 어지러히 얽혀있는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사람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재욱과 민주의 뒤를 쫓았다. 계속 안쪽으로 도망가던 두 사람은 궁지에 몰리는 것을 느꼈다. 재욱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각목을 들어 민주에게 주고 자신은 파이프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휘둘렀다. "저리 꺼져! 이 식인종 놈들아!" 재욱은 소리를 지르며 파이프를 휘둘렀다. 옆에 있던 민주 또한 죽을 힘을 다해 각목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두사람이 무언가에 굶주려 있듯 달려드는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재욱과 민주는 점점 뒤로 몰렸고 급기야는 민주가 드라이버를 찾아내었던 콘트롤 실까지 밀려왔다. 이 곳에 들어서자 재욱은 문을 잠그고 민주와 등을 맞대고 작은 창문이 있는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수를 나누어 몇명은 문을 열고자 했고 몇 명은 창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였다. 재욱은 들썩거리는 문이 걱정되어 온몸으로 문을 막아섰고 민주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손에 들고 있는 각목으로 힘껏 내리쳤다. 마치 좀비처럼 사람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재욱은 조여오는 사람들의 포위망에서 도망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이 곳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의진이를 사이에 두고 뛰어오던 홍씨와 그 여자 중 먼저 의진이에게 다가온 것은 홍씨였다. 홍씨는 의진이를 나꿔챈 채로 그 여자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그 여자는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식칼을 들고 난투극을 벌였다. 하지만 홍씨는 애초에 그 여자와 싸우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다. 식칼의 위협적인 공격을 몇차례 막아낸 뒤 마구 도끼를 휘둘러 상대를 뒤로 물러서게 하고는 뒤돌아 보일러 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것이......" 그 여자는 도망가는 홍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주차되어있는 차들을 이리저리 피해 보일러 실 앞에 도달한 홍씨가 옆에 의진이를 끼고 문을 열었다. 순간 아비규환이 되어 난리가 난 광경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그때 뒤에서 달려들던 그 여자의 식칼이 홍씨의 뒷목에 정확하게 박혔다. 식칼의 앞날이 홍씨의 입으로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 홍씨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하지만 그 소리도 재욱과 민주를 잡기 위해 콘트롤 실로 몰려간 사람들의 괴성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 여자는 쓰러져있는 의진이를 일으켜 세우고 안의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는 잠시 몸을 숨겨 사태를 지켜보았다. 재욱은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문은 점점 열리고 있었고 민주 또한 밀물같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몰아낼 기력이 없었다. 재욱은 민주에게 소리쳤다. "나 더이상 못버티겠어. 무슨 방법 없어?" "모르겠어....나도 더이상은...." "아씨...포기하면 안돼...아직은....의진이도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데.." 민주는 각목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작은 창문에 머리를 집어넣고 안쪽으로 들어오려 애를 썼다. 민주는 더 이상 각목을 들 힘도 없었다. 민주가 창문에서 떨어져 숨을 몰아쉬며 몸을 기대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사람들은 와악 소리를 치며 계속 콘트롤 실을 압박하였다. 민주는 땀으로 젖어있는 이마를 닦아내며 계속 생각했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피고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 있는가를 찾고 있었다. 순간 민주는 생각했다. '이곳은 보일러 실...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은 콘트롤 실...그렇다면....' 민주는 결심했다. 모두가 죽는 길 밖에 없었다. 민주는 당장 보일러 콘트롤러 셋업 박스를 열고 모든 레버를 최대치로 올려버렸다. 순간 보일러 실 전체가 커다란 굉음을 내며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콘트롤 실에 부착된 게이지들은 초록 영역과 빨간 영역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며 위험을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자 밖에 있던 사람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두려움을 느낀 첫번째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제 게이지들이 모두 빨간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이상 조짐을 알리는 싸이렌이 울렸다. 보일러 실 전체가 경고음으로 뒤덮인 순간 사람들은 잠시 하던 행동을 멈췄다. 한쪽에서 사람들을 독려하던 석재가 소리쳤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저 안에 있는 것들을 끌어냅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다시 컨트롤 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게이지는 점점 빨간색끝부분까지 이르렀고 보일러 관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했다. 보일러 관이 터지며 관 안을 돌아다니던 수백도의 증기를 내뿜었고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그 열기에 노출되며 나가떨어졌다. 어떤 이는 머리 쪽으로 증기를 쐬어 물만두같이 익어버렸다. 또 어떤 사람은 튀어오르는 관이 배를 관통하기도 했다. "으아아악...으악...악.." 비명과 즐거움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미쳐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얘기하는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즐거움의 단초가 될만한 시체들이 나타나자 자제력을 잃기 시작했다. 누구의 동생이고 누구의 아내이고 누구의 딸이지만 점점 늘어가는 인육앞에서 그들의 체제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석재는 조금도 그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람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그들을 다그쳤다. 이러한 사람들의 기세 속에 안쪽에서 버티고 있던 재욱은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의진이를 잠깐 안쪽에 숨긴 여자가 들고 온 것은 주차장 안쪽에 동계난방유로 비치되어 있던 휘발유 통이었다. 그 여자는 휘발유 통을 들고 사람들 뒤쪽으로 다가가 통안에 들어있던 석유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두 통정도를 그렇게 뿌려댄 여인은 의진이를 구석진 곳에 의진이를 숨기고 절대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식칼을 고쳐쥐고 심호흡을 했다. 그 여자는 단호하게 입을 굳게 닫고 사람들에게 뛰어들어 식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터지는 보일러 관에 나가떨어지던 사람들은 뒤쪽에서 달려온 그 여자의 칼부림에 우왕좌왕했다. 순간 여자가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어서 나와요! 어서 나와!" 기진맥진해 있던 둘은 그 소리를 듣고 깨어진 창문너머로 쳐다보았다. 그 여자였다. "저 여자는 아까 우리를 도와줬던 사람이야." 민주가 지옥에서 천사를 만난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정말이야? 한패가 아니고?" 재욱은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패였다 한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재욱과 민주는 각각 각목과 파이프를 단단히 움켜쥐고 하나 둘 셋과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뭉쳐있는 사람들에게 각목과 파이프를 휘두르며 길을 뚫고자 했다. 순간 사람들은 뒤엉켜있었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콘트롤 실로 진입하고자 했다. 어떤 사람은 콘트롤 실 창문에 끼여있기도 했다. 그 정신없는 상황속에서 재욱과 민주는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내리쳤다. 그 여자는 재욱과 민주가 어느정도 빠져 나온 것을 보고서는 뒤로 물러서 휘발유를 뿌렸던 자리에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치익.......파악." 순간 불은 뿌려진 곳을 타고 들어가 사람들을 감싸 안았다. 재욱과 민주가 그 무리속을 빠져나왔을때 이미 불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동시에 보일러 관은 뻘겋게 달아오르며 곳곳에서 폭발음을 내고 있었다. 불이 붙은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뜨거운 증기에 익어버린 사람들. 그 곳은 지옥이었다. 불은 순식간에 보일러 실 전체로 퍼졌다. 한쪽 구석에 숨어있던 의진이는 재욱과 민주를 보고 그들에게 뛰어왔다. "엄마!" 민주와는 의진이를 안을 겨를도 없이 불 너머로 나와 달려드는 사람들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재욱과 그 여자도 온 몸이 찢겨지면서도 그들에게 달려드는 사람들과 엉클어져 있었다. 순간 불기둥 너머로 손 하나가 넘어와 의진이의 머리를 잡았다. 석재였다. 그것을 본 재욱은 의진이의 다리를 붙들며 쓰러졌다. 다행히 의진이는 불기둥 바깥쪽에 있었다. "치이이익..." 의진이의 머리를 잡은 석재는 팔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절대로 의진이를 놓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재욱을 응시하고 있었다. 재욱은 의진이의 다리를 잡고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끌어다녔다. 팽팽한 순간이 계속되었다. 팔이 타는 냄새가 그들의 주위에 진동하고 있었다. 더 이상 달려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 여자가 식칼로 그 팔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석재는 여전히 의진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그 여자가 식칼을 내리쳤다. 그리고 또 내리쳤다. 석재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팔이 반쯤 잘려졌을 때 의진이가 떨어졌다. 재욱은 재빨리 의진이를 안았다. 한 팔이 잘려진 석재는 불꽃 너머로 그들을 지켜봤다. 재욱과 민주, 의진이, 그 여자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쫓아오지 못하자 불을 피해 보일러 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보일러실 옆에 있는 모래 더미를 지나 주차장을 빠져나오려 했다. 그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보일러 실 안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재욱과 민주, 의진이, 그 여자는 그 폭발력에 밀려 앞으로 나동그라졌다. 보일러실 문 반쪽이 녹아 없어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보이는 보일러 실안에는 불에 탄 사람을 서로 뜯어먹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먹고 있는 그들 또한 불길에 타들어가며 죽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붙잡고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마지막에 그들은 그 스스로의 욕망에 사로잡혀 산화했다. 계속해서 보일러 실은 폭발음을 내고 있었다. 민주와 재욱, 의진이 그리고 그 여자는 가까스로 주차장밖으로 빠져나왔다. 아파트에선 연이은 폭발음에 놀란 주민들이 3동 아래로 모여들고 있었고 저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주차장 입구 앞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은 네 사람은 씨뻘건 불길속에 휩싸여있는 아파트 아래쪽을 보았다. 그것은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끊임없이 증식하는 화마였다. 씨뻘건 피가 난자한 곳이 시뻘건 불길 속에 타들어간다. 재욱은 민주와 의진이를 끌어안으며 솟구쳐오르는 연기를 지켜보았다. 몇번이고 의진이의 얼굴을 감싸던 민주는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옆에 있는 그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왜 우릴 도와준거죠?" 민주는 검은 그을음과 뻘건 피를 뒤집어 쓴 그 여자에게 말했다. 재욱은 의진이를 안고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인육을 좋아하지 않아. 단지 내 가족을 위해 그런척 했을 뿐이야." 재욱과 의진이도 그 여자에게 귀를 기울였다. "처음 이사왔을 때….. 우리 가족도 그들에게 잡혀 똑같은 대답을 요구받았지. 난 희망이 없었어. 이미 내 남편이 그들에게 먹혔거든. 하지만 내 아이만은….그래…내 아이만은 살려야 했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 아이와 나는….남편의 남은 살점을 뜯어먹으며 그들의 사회에 편입할 수 있었어. 휴…….하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 못미더운 부분이 있는지 내 아이와 다른 집 아이를 바꿔살도록 요구했지. 그래, 훗….그랬지…그래도 좋았어. 살아있으니깐." 의진이는 재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던 중….당신들이 이사 오기 얼마 전일가….사실 나는 전에도 몰래 내 아이를 보러 그 집에 갔었거든. 아이 방에 있는 창문이 복도 쪽으로 나있어 우리는 밤늦게 만났었지….그런데 그날…그날도 아이의 방 창문으로 가 우리만 알고 있는 신호를 방 창문으로 보냈지. 근데 반응이 없는거야.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이 세계를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상상이 들었어…… 나는 세진이네 집으로 가 갑자기 인육이 먹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며 그 방……그 도살장으로 들어갔지. 그리고..나는….거기서 ….우리 아이의 머리가 굴러다니는 것을….보았지….후후…그래….순간 나는 무엇이라도 들고 달려들고싶었지. 하지만…참았어…그랬다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해 주는 꼴만 나거든….나는 울음을 속으로 삭히며 아이의 머리를 들었어. 그때 세진이 아빠가 들어오더군. 이제 다 알겠지만…… 세진이 아빠는 인육의 대상으로 온 사람을 부위별로 절단하는 일을 맡고 있었지. 아무튼…..세진이 아빠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나는 막 웃으면서 …..하하하 밤에 어찌나 출출하던지 갑자기 이게 생각이 나더라구요…..그러면서 내 아이의….내 아이의…..볼살을 뜯어 먹었지…..내 아이의….볼살을….." 민주는 처음 그 여자가 우는 것을 보았다. "기회를 기다렸어. 내부로 부터건 혹은 외부로 부터건 이 집단에 균열이 생길 때를 ………난 너무 외로워…..여지껏 몇 년을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어…….그들……사연도 있고 뚜렷한 생각도 있는것 같지만……결국 그들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을 보일러 실에 모여 회의라는 것을 통해 끊임없이 전염시켰지……그 자리에 서있기만 해도…설사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도….어차피 미처버린 다수에 의해 돌아가는 그 ….미친 자리에 있다는 자체로….공범이 되는 것이니깐…….아마..…그들도…최소한 개 중 몇 몇은……아마 괴로웠을꺼야…….후후후. 그 여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제 다 끝났어…….." 저 멀리 소방관들이 소방차를 주차장 쪽에 들이대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다른 동 사람들도 무슨일인가 3동 주위에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경찰차들이 아파트 입구에 세워져 사람들을 통제했다. 불은 아직도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 급수차까지 동원되어 화재가 난 곳에 엄청난 물을 뿜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던 재욱의 가족과 그 여자는 잠깐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그 여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재욱과 민주, 의진이를 보며 말했다. "왜 도와줬냐고?……….물론 내 개인적인 복수도 있었지만…….무엇보다도…..그들 속에서…..난…..유일한 인간이었으니까...."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 여자는 사라졌다. 재욱은 민주와 의진이를 안고 그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6개월후. 회사를 마치고 재욱은 차를 몰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또다시 하늘이 찌푸둥하게 흐려있었다. 재욱은 앞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늘은 의진이의 생일. 그의 마음은 조금 들떠있었다. 가족끼리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나쁜 기억으로 그들은 지쳐있었다. 의진이 또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충격은 컸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 가족에게 다시 평온한 일상을 안겨주었다. 재욱은 담배를 한번 뿜어내고 평소 의진이가 갖고 싶어했던 소꿉놀이 세트를 놔둔 뒷자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좋아하겠지?' 그는 피식 웃었다. 어느덧 아파트 입구에 다다른 재욱은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완공한 지 얼마 안되는 곳이어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또한 최신식 인텔리전트 모델이라 경비가 있을 자리에 CCTV와 전자센서가 부착되어 있고 초고속 인터넷이 개통되어 입주할 때부터 재욱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부르릉" 차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내려갔다. 재욱은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커브를 틀었다. B2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재욱은 맞은편 비어있는 자리에 차를 대기 위해 핸들을 틀었다. 그때 재욱은 전방에 물체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하였다. "끼익~" 차는 날카로운 타이어 소리를 내며 멈췄다. 재욱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앞을 보았다. 분명히 차에 둔탁한 것이 부딪혔다. 재욱은 점점 알수없는 두려움이 들었다. 재욱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전방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덜컹~" 문소리가 재욱의 심장을 더욱 죄여왔다. 재욱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그의 발은 스스로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양 흔들거렸다. 재욱은 조금씩 차 앞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은 무언가를 이미 봤다는 듯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라이트 조명을 받아 번쩍거리며 비치는 바닥에는.....선명한 핏자국이 바닥에 끌려 있었다. 재욱은 경직되어 오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젠장...안돼........" <끝>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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