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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각 아래에 목을 메달고 죽은 이가 있었다.
게시물ID : menbung_45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자뜨는달
추천 : 6
조회수 : 41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0/20 18:24:25

신호대기하는데 앰뷸런스들이 막 서있길래 사고났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나면서 누가 사진을 막 찍고 있길래 보니 교각 아래 목을 메고 사람이 하나 매달려 있다.

 

오후 1시나 되는 무렵인가.

 

아침 나절에 죽었을리는 없고, 아마도 새벽에 그랬을 텐데 출퇴근 길이라 통행하는 차도 많을 텐데 그 시간까지 걸려있던 사람.

여전히 차들이 그 아래를 지나다니고, 천막인지 포대기인지가 덮힌 채 무슨 사연인지도 함께 덮혀 싸늘하게 식은 사람.

 

그도 팍팍한 인생 더 살 자신이 없어 죽었겠으나, 그 시간까지도 쉬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사람을 보며 문득,

누가, 언제 발견을 하고, 언제 신고를 하고, 언제 경찰이 출동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외로워 졌다.

 

어디선가 문득 죽으면, 여기 사람이 죽었소, 누가 바로 발견을 하고, 신고를 하고, 그리고 서둘러 땅에 묻힐 수나 있는지.

내가 너무 무관심과 빠듯함으로 가득찬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닐지. 그래서 너무 외로웠다.

 

몇 달 전 친구의 숙부 얘기가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목을 메고 자살하셨다는 분이다.

빚을 모두 갚고, 이사할 새 아파트의 잔금처리가 모두 끝난 날, 그는 이제 곧 가족들이 모두 떠날 정든 집에서 목을 메었다. 그의 통장에는 한 푼의 돈도 남지 않았단다. 소름이 끼쳤다.

 

사랑하고 싶어졌다. 입버릇처럼 모태솔로를 부르짖으며 내 스스로 농짓거리의 재료로 희화했지만 정작 나는 그 사실이 슬펐던 일이 그닥 없다.

근데 사랑하고 싶어졌다.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지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위에 여자가 없다고 해서,

그 보드라운 살결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온기를 품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외로워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랑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아마도 사람들이 사랑타령을 하는 건 그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살아야 할 이유'때문이 아닐까, 곱씹어 생각해본다.

 

누군가 나를 온몸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온몸으로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세상을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기대가 그 다리 아래, 목을 메단 사람을 자동차 배기음을 웅~ 내며 지나는 순간 엄습해왔다.

 

그리고 후회한다.

 

어딘가 차를 세워,

 

그 곁으로 다가가진 못할 지언정,

 

그가 바라보이는 곳에 잠시 서서,

 

명복이라도 빌어줄 걸.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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