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게에 글 쓸일 생길줄이야
오늘 날이 엄청 더워서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사러갔음
요 앞 슈퍼는 메로나 스크류바 같은건 500원이라 10개 한번에 사서 나갈라고 하는데
슈퍼 옆에 오르막길이 있거든요 경사가 꽤 되는 오르막길인데
오르막길 올라가면 전부 주택가임
슈퍼 딱 나오니까 한 아주머니가 아기를 등에 업고 초등학생 좀 안 되 보이는 애는 한손 잡고
물 2L 짜리 6개 된거 있잖아요 그거를 들고 올라가려고 하시는거 같았음
'워미 힘드시겠네'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학생 잠깐 이리 와바요" 하길래 네? 하고 쳐다봤음
"이것 좀 잠깐 날라요" 라고 뜬금없이 말함
아는 사이도 아니고 뜬금 없기도 하고 부탁하는 느낌도 아니고
짐꾼 마냥 시키는 말투였는데
그래도 좀 힘들어 보였으니까 고민 좀 하다가
좀 가까우면 도와드릴까 하는 생각에
어디까지요? 물었음
쩌어기 목욕탕 앞까지 가달라고 함 ㅋ
목욕탕이 어디냐면 오르막길 끝나는 부분에 목욕탕 있음ㅋㅋㅋㅋㅋㅋ
오르막길이 경사도 경산데 쓸데 없이 길어서 진짜 다 올라갈라면 힘듬
거기 다 올라서 옆으로 쭉 가면
옛날에 다녔던 초등학교 근처까지 감
좀 과장하면 등산임...
"그건 좀 안될듯... 죄송" 하고 돌아설라는데
"아니 그것도 못날라줘요?"
???
고대로 벙찜 ㅋㅋㅋㅋ
와 이게 대체 뭘까 뭐지 생각하는데
아줌마가 옆에 애 한테 " ㅇㅇ 아 엄마 힘든데 이 형이 못 도와주겠데 ㅇㅇ이가 부탁해봐"
??? 애까지 팔아먹음
"가까우면 도와드릴라 했는데 안 됨 ㅈㅅ" 이라 했는데 쌩까고 할 말 만 함
도와달라고 도와줘 빼액!
쌩까고 집에 갈라했는데
옆에 지나가는 할머니까지 거듬
남자가 그거 하나 못 도와준다고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야 슈밤 ㅠ
할머니가 한 마디 하고 아줌마도 계속 빼액 거리니까
옆에 애도 가만히 있다가 아저씨 도와줘요 거림;;
힘든건 니네 엄만데 내가 왜 도와줘 니가 들어 임마 ㅠ 글고 아저씨 아니야 ㅠ
부탁 거절 잘 못하고 쓴소리 못하는 나에게 상황이 점점 개 난감하게 됬는데
슈퍼 앞에서 이러고 있으니까 슈퍼 아저씨가 나와서 아줌마 한테 쿠사리 넣고 도와줘서 집에 무사히 옴 후...
에어컨 밑에서 아이스크림 빨면서 쉬는데도 시원해지지가 않음 짜증
그 잠깐 동안 정신이 피폐해진거 같았음
내 성격이 좀만 ㅈㄹ 같아서 한 마디라도 하든지
아예 쌩까든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