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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번역] 아케미쨩 - 후일담
게시물ID : panic_45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비스케
추천 : 32
조회수 : 591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4/09 06:48:46

아케미쨩 링크 -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45388&s_no=45388&page=3

*************************************

 

 

5월달에 그 사건이 있고나서 한달도 넘게 시간은 흘러 6월 말이 되었다.
그 무렵에는 경찰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하라며 순찰돌아주던 것을 중지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제는 안오겠거니 멋대로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 날 나는 한 밤중에 출출해서 역 앞의 편의점에 갔다.
시간은 확실히 10시 반인가 11시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밖으로 나와보니 아직 막차도 끊기지 않았는데 역 앞에 이상하게도 인적이 드물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이럴 때도 있구나 하고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어슴프레한 밤길을 지나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다다랐다.
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거리도 어느정도 있었고 가로등 불도 그다지 밝은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앉아있는지 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간에 뭐하는 거지?
내가 공원을 지나치려던 그 순간, 벤치에 앉아있던 그 인영이 내 쪽으로 달려왔다.
실루엣으로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아 챈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얼빠진 인간인지 후회했다.

 

 

 

 

 

 

예상대로 다가온 사람은 아케미쨩이었다...

빙긋 웃으며 드디어 만났다고 말하는 그녀는 매우 기뻐보였다.
수중에는 전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가방도 들고 있었다.
안에는 그 중화 식칼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일 아케미쨩이 아니라면 최적의 시츄에이션인데] 따위 말도 안되는 상상이나 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 와중에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확연했다.


아케미쨩과의 거리는 거의 4~5m 떨어져있었다.
힐인지 샌달인지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케미쨩은 뛰기 힘들 것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는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농구부도 했었기 때문에 체력에도 어지간히 자신이 있었다.
이대로 달아나면 뿌리칠 수 있을 것같았다.
집으로 도망가면 아케미쨩에게 사는 곳이 들킬지도 몰랐다.

나는 타이밍을 엿봐서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달아나는 와중에 나는 경찰관이 '휴대폰에 번호를 등록해두었으니 전화만 걸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바로 출동하겠다' 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항상 휴대폰을 넣어두는 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다.

 

없었다.
반대편 주머니에도 손을 넣어 확인해 보았지만 없었다.
그러고보니 어차피 바로 올거니까 하며 충전기에 휴대폰을 꽂아두고 나왔었다.
나는 멍청한 내 자신을 자책하며 뼛속 깊이 후회했다.

 

 

 

 

 

 

1km쯤 달렸을까.

그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달리는 동안 내내 지나다니는 차량은 몇대 있었지만 행인이 단 한명도 없었다.
아무리 밤 11시라 할지라도 그저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이상하기 짝이 없다.
더는 안쫓아오겠지 싶어서 일단 멈춰서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것인지 생각했다.


문득 한가지 사실을 떠올린 나는 지금 달려온 길과는 다른 루트로 아까 그 공원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공원에는 요즘 시대치고는 드물게 공중 전화 박스가 있다.
가는 도중에 아케미쨩을 만날 리스크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 [확실하게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장소]는 귀중했다.
어쨌거나 경찰에 연락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신경질 적으로 신중하게 골목 꺾일때 마다 특별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쏟아 부으며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공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공원에 도착하여 주위를 살피면서 만에 하나를 위하여 공원 주위를 다시 한번 정찰했지만 인적은 전혀 없었고 안전해보였다.
안전을 확보했다고 확신한 나는 공중전화 박스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거짓말......

나는 살면서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절망감을 맛보았다.
다른 사람일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당연하게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아케미 쨩이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한심한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케미쨩은 그 모습이 재미있었던 듯 나를 내려다보며 쿡쿡 웃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예뻐서 오히려 더 쓸데없이 오싹했다.
한심한 꼴로 주저 앉아있는 주제에 나는 짐짓 강한 척 말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어떻게 따라온거야!!!"
"왜냐면 OO군 바지 주머니 안에 내가 들어있거든. 그러니까 아케미는 어디있는지 다 알아."


아케미쨩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무슨소리야....미친거 아냐?
나는 이제까지 흔히 말하는 [미치광이]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 나를 내려다 보며 아케미쨩은 말했다.


"엉덩이 쪽 주머니에 들어있어."


거스르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조심조심 허리를 들어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그러자 가느다랗고 긴 것이 손에 잡혔다.
건전지인가?
꺼내어 가로등의 어슴프레한 불빛 아래 비춰본 그것은 사람 손가락처럼 보였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또 한심한 비명을 지르며 그 것을 땅에 집어 던졌다.
던져버리고 깨닫긴 했지만 만져본 감촉으로 미루어 봤을때 그것은 사람의 손이 아닌 마네킹 손가락이었다.
아케미쨩은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을 주워 내 주머니에 다시 넣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다시 [나]를 버리면 죽여버릴거야."


나는 무슨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정상이 아니야. 빨리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난 죽을거야.
하지만 머릿속은 패닉 상태 그 자체였고 터무니 없는 이 상황에서 도저히 냉정하게 사고하기가 어려웠다.


"이런데서 이야기하지 말고 OO군네 집에 가자."


아케미쨩은 내 팔을 한손으로 잡고 일으켰다.
일단 말해두지만 내 키는 175cm에 몸무게는 72kg이다.
여자아이가 한손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만한 체형이 아닌 것이다.
도저히 10대 소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서운 힘이었다.


아케미쨩은 어안이 벙벙해 있는 나를 끌고 내 아파트가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사는 곳까지 파악한 모양이었다.

 


일전에 전차 안에서 들었던 그 딸깍 딸깍하는 플라스틱같이 가볍고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딸깍거리는 소리는 분명 아케미쨩이 걸을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기쁜 듯 방싯방싯 웃는 아케미쨩은 내 팔을 꽉 잡고 도무지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집에 도착할때까지 어떻게든 이 장소를 벗어날 방도가 없을까 머리를 쥐어짰다.
그닥 좋은 방법도 딱히 생각나지 않았고, 말그대로 [괴력녀]인 아케미쨩을 뿌리치는 일 따위는 불가능했다.
나는 별다른 해결책도 없이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아케미쨩은 내 방을 즐거운 듯 물색하기 시작했다.


"남자애 방이라 그런지 역시 지저분하네."


그녀는 내 방을 구경했지만 나는 내정신이 아니었다.
지금은 기분이 좋은 것같았지만 언제 또 빈정이 상해서 돌변한지 몰랐다.
상대방은 정신병자인 것이다.
또 그녀를 화나게 하면 아마 나는 죽을지도 몰라.


"방 어질러져있으니까 아케미가 정리해줄게."


이 상황만 두고 보면 꿈의 시츄에이션이다.
사귄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내 방에 초대한 것 같은 상황.
하지만 내 방에 있는 것은 커다란 중화용 칼을 가방속에 숨기고 있는 미치광이고, 나는 그 미치광이에게 포획된 가련한 먹잇감일 뿐이다.

 

 

 

 

 

 


아케미쨩은 딸깍 딸깍 소리를 내며 방 구석부터 무작위로 쌓아둔 잡지와 교과서, 만화책들을 종류별로 나누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방해가 된다는 듯 머리카락을 대충 그러모아 쓸어올렸다.

그 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묶어서 드러난 아케미쨩의 목에 희미한 선이 있었다.

그 선은 목 뒤에 까지 이어져 딱 목덜미 정 중앙 부분에서 뚜렷해졌다.
마치 [제대로 닫혀지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케미쨩이 움직일 때마다 그 덜 잠긴 것 같은 부분에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아케미쨩의 목덜미에서 [이음새] 비슷한 것이 보였다.


뭐지? 내 눈앞에 있는 이 존재는?
나는 아케미쨩을 그저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 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대해 고려하기 시작했다.


아케미쨩은 내가 그녀의 목덜미를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인지 "부끄럽잖아." 하고 수줍게 웃더니 다시금 방 정리를 시작했다.

그때, 선반 위에 올려두었던 교과서와 사전들이 아케미쨩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야!!!!"


퍽하는 소리가 난 후 아케미쨩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쓱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모습이 이상했다.
목덜미의 선이 확연하게 돌아가서 어긋나있었다.
아케미쨩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목을 원래대로 돌리고 책과 잡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 패닉상태였다.


저것은 뭐지.
내가 지금 뭘본거지.


모든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 눈앞에 있는 [저것]이 명백히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문즉 침대 맡의 충전기에 꽂혀져 있는 내 휴대폰이 눈에 띄었다.
경찰관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만 걸면,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바로 출동해준다고 했었다.
나는 아케미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가능한한 자연스러운 태도로 침대로 가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휴대폰은 안돼."


아케미짱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어떻게 안거지...
아케미쨩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은 자세로 굳어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지나쳐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 다시금 방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보았지만 잇다른 사건에 동요한 나머지 냉정해질 수 없었다.

 

우선 근처를 둘러보니 문득 물이 가득 찬 전기 주전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생각해냈다.
전기 주전자에는 더운 물이 가득 차있다.
이걸로 내려치면 아무리 괴력녀라도....
나는 딱히 페미니스트같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여자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망설이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계재가 아니었다.
애시당초 아케미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인간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자를 때릴수는 없지 하며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다.

 

나는 맘을 먹고 주전자를 집어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압!!!!"


소리를 지르며 아케미쨩을 있는 힘을 다해 후려쳤다.
아케미쨩은 반대쪽 벽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내가 살펴보려 하자 아케미는 상체를 들어올렸다.


"아프잖아. 뭐하는거야."


아케미쨩의 마치 장난으로 밀쳐지기라도 한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고 공포심으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어투가 평온했기 때문이 아니다.

 

 

 

 

 

 

 

 

 

상반신을 일으킨 그녀의 얼굴은 코에서부터 그 윗 부분이 없었다.
반이 날아가고 없는 얼굴이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에 나는 잠시 굳어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를 아케미쨩에게 던져버리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로로 나와 아파트를 돌아본 나는 그곳에서 또 터무니 없는 것을 목격했다.

 

아케미쨩이 한 손에는 중화 식칼을, 다른 한 손에는 그녀의 얼굴 파편을 들고 2층에 있는 내 방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미칠 듯한 공포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눈물을 흘리며 목적지고 뭐고 상관 없이 전력으로 달아났다.

 

등 뒤 멀리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났다.
필시 아케미쨩이 쫓아오는 소리일 것이다.
잡히면 죽을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으로 달아나던 중 문득 아까 아케미쨩이 한 말이 떠올랐다.


[나]를 또 버리면 죽일거야.

[나]라는게 대체 무슨 의미지. 그 마네킹 손가락을 말하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것이 이 모든 사태의 열쇠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수가 없었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어디까지라도 쫒아올테고, 버리면 나를 죽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버리거나 말거나 그녀는 나를 따라와 죽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릴 것인가 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커다란 대로가 나왔다.
그리고 그 도로 건너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신사가 있는 듯 토리이(鳥居)가 보였다.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숨이 넘어갈 듯 힘들었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전력 질주로 길을 건넜다.
신사 앞 토리이를 통과하여 주머니 안에서 그 마네킹 손가락을 꺼내어 배례(拝殿: 신사에서 참배를 위해 세운 건문) 안에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도로쪽에서

 


끼이이이이이이익!!!!!

 


하고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직후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이어졌다.
토리이 너머로 차가 멈춰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아케미쨩이 치인걸까.
조심조심 도로 쪽으로 다가가 보니 30대 아저씨가 차 앞에 서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저씨는 경찰과 구급차를 부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쓰러져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일이세요?
"아 그게 말이야 학생...지금 방금 분명 사람을 쳤는데, 보다시피 사람이 없어졌어. 일단은 경찰에 신고라도 해두는 중이야."


분명 타이밍을 생각했을 때 치인 것은 아케미쨩일 것이다.

 

 

 

 

 

 

 

문득 길가쪽에 무언가의 잔해가 널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보니 그것은 인형의 잔해였다.
하지만 인형의 잔해가 입고있는 옷은 분명 아케미쨩의 것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케미쨩의 목덜미의 이음새를 생각했을때 그녀가 인형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널려져있는 이 잔해처럼 명백한 싸구려 인형의 모습은 아니었다.
좀 더 사람같은 질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된 것일까.
[나]를 신사에 버렸기 때문에 제령 효과라도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안성맞춤으로 일이 진행될 수가 있는 것인가.
머릿속이 물음표로 온통 가득 찼다.
눈 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경찰이 왔다.
나는 일단 목격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했으므로 여러가지로 사정을 설명했지만 당연히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아케미쨩일지도 모르는 물체를 차로 치어버린 아저씨도 횡설수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한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인형들이라면 보통 손이나 다리, 몸을 연결하는 연결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 인형은 그러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즉, 어떻게 이 부품들의 사람의 형태로 이어진 것인지 알수가 없는 것이다.

아케미 쨩의 잔해로 미루어 봤을때 아마도 그 안에 무엇인가가 들어가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 인형의 잔해는 경찰이 증거품으로 가지고 갔다.

 

 

 

 

 

 

 

 

참으로 허무한 결말이지만 그 날 이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보니 이웃집에서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와 있었다.
방에 남아있던 아케미쨩의 가방도 증거품으로 경찰이 가지고 갔지만 결국 신원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엇 한가지  없었다.
아케미쨩이 가지고 다니던 휴대폰은 이미 몇년도 더 전에 해약되어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아케미쨩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도 갑자기 사람들이 적어지거나, 인적이 드문 곳은 무서워서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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