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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병풍만들기
게시물ID : menbung_52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소지존
추천 : 0
조회수 : 4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6 11:23:16
전에 짤렸던 학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영어선생님 구할때까지 잠깐 1~2주일동안 아이들 영어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 하고요.
 
성질상 거절을 못하는 저는 1주일을 조건으로 수락을 했습니다.(참고로 전 지금도 사회, 역사강사입니다)
 
뭐 좋은 감정이 있어서 했겠습니까만은.. 3년 가까이 했음에도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하고 온
 
애들을 위해서 일주일동안 영어의 유익한점을 가르치기로 합니다..
 
중학교 1학년은 문법기초(문법을 배우는 이유, 왜 형식을 나누는가, 빌어먹을 문법은 왜 어려운가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동사구분)
 
중학교 2학년은 인수인계를 받았던 터라 수업진도나가기....
 
문제는 중학교 3학년인데.... 이 아이들은 제가 이 학원에서 처음으로 일할때 초딩 6학년이었던 애들입니다...
 
막말로 이 아이들 특징과 성격등을 다 알죠......이 애들은 인수인계를 받은 적이 없고, 원장도
 
중3애들은 영어선생이 없어 2주동안 단어만 외우게 했다고 했습니다......(학원비 루팅)
 
그래서 이 애들을 위해 독해기초?를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독해 교재가 없더군요..죄다 문법뿐이니
 
그런데 자이스토리 영어 독해 교재가 있어서 그 독해구문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쉬운, 끊어읽기가 쉬운 문장을 골라서
 
하루에 5문장씩 했습니다.
 
동사를 찾아라, 동사가 문장을 지배하니까
 
전치사 앞은 무조건 끊는게 해석이 쉬울거다, to 부정사 용법을 주의해라 to부정사는 나도 해석하기 까다롭다.
 
동사가 앞에 나오면 명령문일 확률이 높으니 ~해라 라고 해석하면 좋다. 등등 기본적인 독해 스킬을 알려줬습니다.
 
애들이 처음에는 해석이 서툴었지만 수요일, 목요일쯤 되니까 얼추 끊는거랑 to부정사 용법, 관계사를 구분하여 해석을 해 내더군요
 
쉬운 문장이긴 해도 그래도 수능지문인데 아예 제가 한달 빡시게 가르쳐주면 그래도 얼추 괜찮은 실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날 아이 한명이 제가 적어주는 문장을 적기가 귀찮아서(?) 자이스토리 책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 아이의 형이 고3이거나 대학교1학년정도인가? 아닌데? 이아이 형 지금 군대갔는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 너가 이 책을 가지고 있냐? 이거 어디서 난거임?"
 
"이거 전 영어쌤이랑 쓰던 교재임ㅇㅇ "
 
"?????????????니들이 왜 고3걸 배움?"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이 이 말을 합니다
 
"전 영어쌤이 니들 이거 안해놓으면 고딩때 학교가서 병풍됨. 그러니까 지금 이거 하는게 좋을거임이라고 하길래 산거임"
 
사건의 전말은 학원이 합병되고, 저는 합병한 원장쪽이 영어, 수학만 하기를 원했고 과학은 아이들 점수가 안나오니 존치시키고
 
사회, 역사는 아이들 점수가 잘나오니 없애는 쪽으로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장이 영어를 가르치는데 그 원장이 이 교재를 수입하라고 한거죠.
 
제가 물었습니다
 
"너희들 이 수업 꽤 어렵게 했을텐데 이해함?"
 
"ㄴㄴ 우리 병풍이었음. 한명만 수업따라갔음"
 
"그리고 한달 수업뒤에 학원 나뉨ㅋㅋ"
 
와............................................................................
 
애들 고등학교때 병풍을 만들지 않을려고 중학교때 병풍을 만들어버리는 그 학원원장........
 
다행히 학원은 다시 나뉘고 우리애들은 찾았지만, 전 아직도 그 학원애들이 살짝 불쌍은 합니다.
 
끊어읽기도 미숙한 애들에게 수능지문이라니, 그리고 애들을 병풍이라고 생각하다니...
 
교육계 적폐는 학교에만 있는게 아니란걸 느꼈습니다............ 공교육현장에서도 저러면 안돼는데 돈을 받으며 강습하는 학원이
 
진짜 그러면 안돼는데...물론 가르쳐보면서 애들 수준차이는 있습니다만, 어느정도 수준을 줄이는 수순을 밟아야하는게
 
선행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수업시간에 콩트를 하고 아이돌덕질(?)을 하면서 애들을 집중시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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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따라가는 아이들이 그래도 시험봤을때
 
"쌤이 김두한 4달라 외치는 성대모사보고 625전쟁을 맞췄슴 ㅋㅋ"
 
왜 4달라 성대모사 듣고 625를 맞추지?
 
"쌤 ! 나 문화상품과 맞췄음!!!"
 
 "독서삼품과임 멍청아"
 
"ㅇㅇ 앎. 쌤이 이렇게 외우라고 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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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때문에 헬레니즘문화 객관식 맞춤"
 
헬레니즘 문화 설명할 때 서양군대애들이 묵묵히 행군만 한게 아니고 적어도 지들이 부르는 군가를 외치면서 갔겠지라고 말하면서
트와이스 치어럽 모션을 크게하면서 설명한것을 말하는 듯...노래가 좋으니까 그 노래를 원주민들이 보고 배웠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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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원생들이 자꾸 줄어드는 이유가 저출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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