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렷을 때 할머니 방에 오래된 소니 티비가 있었다
오래된 티비라고 하면 손으로 채널을 돌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할테지만
그 티비는 버튼식으로 채널이 표시되 있는 버튼을 누르면 그 채널로 변경되는 그런 티비였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즈음 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티비가 탁 하고 켜졌다
저녁이라 어둑어둑 해진 집안에서 갑자기 티비가 저절로 켜지자 순간 깜짝 놀랐다.
요즘처럼 타이머가 있거나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티비도 아닌 옛날 티비가 저절로 켜진거다
그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근데 웃긴게 내가 집에 혼자 있는 날에 가끔씩 티비가 저절로 켜진다는거였다
어느날은 티비가 켜져서 그걸 끄러 가는데 저절로 꺼지기도 했다
식구들한테 말해도 자기 있을 때는 그런적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약 한달정도 그런 증상이 있다가 어느날부턴가 다시는 티비가 저절로 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3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티비는 할머니 방에 계속 있었지만 그런 증상은 없었다
아마 단순한 티비 오작동이겠으나 유독 혼자 있을때만 티비가 켜졌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