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8-11-06 04:46
고무통 속 남성 2명의 시신… 똑같은 독극물로 살해 흔적
2014년 7월 29일. 경기 포천시의 한 빌라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악에 받친 듯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 저녁 시간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그래서 더 이상은 참기 힘드니 한 번 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9시40분, 경찰과 소방대가 문제의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은 안에서 굳게 닫혀 있었다. 여러 번 두드려봤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그 사이에도 동네 주민들을 괴롭혔던 아이 울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주춤거리는 경찰 중 누군가 그때 문틈 사이를 기웃했다. 희미했지만 분명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이가 울더니 그 다음엔 악취다. 확인이 꼭 필요했다.
소방대가 빌라 바깥에 사다리를 설치하자 경찰이 2층 창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포천경찰서 강력2팀 서종천 경위 역시 열린 창문으로 집 안에 발을 들였다. 집은 조그만 거실에 크고 작은 방이 2개인 흔하디 흔한 빌라 가정집이었다.
거실과 방 곳곳에 정체불명의 파란색 봉지가 어른 키만큼 쌓여 있었다. 봉지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방문은 부서져 있었고, 장판과 벽지는 곳곳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책상과 책꽂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에도 눅진한 검은 때와 곰팡이가 잔뜩 내려 앉아있었다. 방치된 세월을 짐작조차 하기 힘든, 지금 사람이 살고 있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적 모습. 서 경위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이는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쓰레기더미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 기껏해야 예닐곱 살 정도 됐을까. 한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듯, 몸은 앙상하게 말라 붙어 있었다. 아이는 경찰을 보자 더더욱 ‘살려달라’ 기를 쓰고 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울음소리와 악취에 귀와 코를 잡은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 안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살펴보던 이들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처음에는 이불로 둘둘 쌓여 있어서 뭔가 했어요. 이불을 치우고 보니까 목에 스카프가 감겨져 있었죠. 얼굴에 랩이 둘러진 백골이 다 된 시신이 튀어나온 건데….” 서 경위는 당시를 아직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사실 그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리라고는 서 경위도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갑작스런 충격이었다. 작은 방에 있던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 덮개를 열고 느꼈던 몸서리가 서 경위는 여전히 생생하다.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안실로 통째 들고 온 고무통을 그대로 들이붓자, 정체불명의 물컹한 액체가 쏟아졌다.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서 경위 표현대로라면 ‘젓갈’ 혹은 ‘죽’ 같아 보인 그 액체에서는 ‘또 다른 손’이 튀어나왔다. 백골시신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손. 죽어 있는 이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뜻이다. “시신과 시신 사이에 있던 ‘소금포대’ 때문이 아닌가 싶긴 한데. 그것 때문에 시신이 액체 상태가 되는 일종의 발효가 일어났던 것 같았어요. 다만 손은 바깥에 나와 있는 바람에 그렇게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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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 두 구의 신원을 분석한 결과를 전해왔다. 백골이 된 시신은 이씨의 직장동료 이모(48)씨. 액체로 변한 시신의 것으로 보이는 ‘손’은 10년 전 행방불명이 된 남편 박모(51)씨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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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1일. 의정부지법은 남편과 내연남 두 명 모두에 대한 살인과 사체은닉 그리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 이씨에게 24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은 생각이 달랐다. 남편에 대한 살인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18년 형을 선고했고, 그 해 12월 대법원 역시 고법의 판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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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06 04:46
# 너무 무섭네요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