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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그곳의 기묘한 이야기 -5 : 사건의 시작
게시물ID : panic_54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nFox
추천 : 5
조회수 : 8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4 19:21:29
 
1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54463&s_no=54463&page=9
 
2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54465&s_no=54465&page=9
 
3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54466&s_no=54466&page=9
 
4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54697&s_no=5469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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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 놈이 누굽니까?"


예의상 전상병에게 질문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전상병의 답변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곧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너도 알잖아. 누구일지."


나는 마른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자살했다는 정..정한수라는 사람 말입니까?"


"......"



초소 천장을 뚫어버릴 듯한 기세의 빗방울 소리가 전상병의 대답소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그 사람인지 어떻게 압니까? 누가 봤습니까?"


"......"


내 뒷편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전상병은 나의 물음에 입을 열지 않았다.



"전상병님..."


나는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난 알고 있어."



"...예?"



"............"



나는 다시 한번 마른 침을 삼켰다.



"뭐..뭘 말입니까?"



그러나 전상병은 대답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우리 둘은 깊은 침묵속에 오랫동안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었을까?


멍하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깨닫지 못한 것이 눈 앞에 나타났다.


십수미터 앞 커다란 아카시 나무 옆에 누군가가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어둠속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순찰중이라면 손정등도 켜지 않은 채 저 어둠속에서 가만히 서 있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지금은 근무 교대시간도 아니다.



"저....전상병님..."


"...."


"누...누가 앞에 있습니다."


어떻게 이 어둠속에서 그것도 빗줄기가 쏟아지는 곳에서 그가 보이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나는 그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길게 늘여진 판초우의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작은 키였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고 보고 있었다.


내가 전상병을 다시 부르려고 하자 그는 일어서서 이미 내 곁에 서 있었다.


그러나 전상병은 그 어둠속의 형상을 찾지 못하는 듯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서서히 눈 앞에 나타난 어둠 속의 사내가 우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밖으로 나가 수하를 하기 위해 초소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전상병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제지했다.



"나가지마..."


"예?"


"모른 척 해"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쳐다보지마....눈 감어."


"도..도대체 무슨 말....."


"그냥 내 말 들어!! 씨발놈아!!"


이미 전상병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전상병이 왜 공포스러워하는지 그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나도 깨달았다.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총을 쥐고 있는 손의 악력만큼이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설마 저 앞에 서 있는 정체가 전상병이 말한 그것이란 말인가?


삭신이 저리고 온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정체가 서서히 내 코 앞까지 도달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싸늘한 한기가 주변을 감사고 있었다.


몇 십초가 흘렀을까?


나는 질끈 감았던 눈꺼풀의 힘을 뺐다.


그리고 실눈을 조심스럽게 뜬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전상병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전..전상병님...지금 무슨 일입니까?"


"발 봤어?"


"예?"


"다가올 때 발이 보였냐구? 걸을 때 판초우의 펄럭이는 것 봤어?"


"그게...저..."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이 발을 보지 못했다. 정말로 보지 못했다. 머리가 핑 도는 듯 아찔해졌다.


그가 키가 작아서 판초우의가 거의 땅에 닿을 듯 스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걷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줄을 타고 내려오듯 나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미친듯이 왼손으로 얼굴을 비벼댔다. 그리고 답을 했다.


"못 봤습니다."


나의 대답에 전상병을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너 귀신 볼 줄 알아?"


"제..제가 어떻게 귀신을 봅니까?"


"지금 니가 본거잖아."


헛것을 봤다고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이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이미 내 시각중추에 저장된 정보는

내가 본 것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되뇌이고 있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나는 초소문을 박차고 나가 쏟아지는 장대비에 몸을 맡겼다.


뭐 이런 좆같은 부대가 다 있냐?


나는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이창훈... 너 왜 그래? 미쳤어 새꺄?"


나의 기이한 행동에 전상병이 열이 받았는지 내 등뒤에서 욕설을 내뱉았다.


그냥 나는 얼굴에 비를 맞으며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천천히 뒤돌아 전상병이 서 있는 초소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공포에 질리다 못해 나는 분에 받친 눈물을 쏟아냈다.


초소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전상병 옆에 또 한명의 누군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정작 나의 조준에 놀란 것은 전상병이었다.



"야이 개새끼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나는 전상병의 외침을 무시한 채 멜빵에 매달린 손전등을 집어들고 초소안을 비췄다.


불빛과 동시에 그 형상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나의 공포는 거기서 멈춘것이 아니었다.

전상병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나를 향해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야 씨발놈아 총 안 내려!!!"


"에이...씨발 피...."


"뭐?"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씨발 왜 어깨에서 피를 흘리냐고!!"


"너...지..지금 뭐라 그랬어?"


나의 외침에 전상병은 미친 듯이 양쪽 어깨를 쓸어내렸다. 나만큼이나 전상병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내 눈에 또 다른 무언가가 들어왔다.


"김....선호...."


나의 세 음절에 전상병은 어깨를 쓸어내리던 행동을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부릅 뜬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너...이 개새끼...지...지금 뭐라고 그런거야?"


"이...씨발 니 명찰에 써 있잖아 씨발!!!"


지금은 고참이고 뭐고 없었다.


둘 중에 하나는 지금 귀신들려 누구를 죽이던가 아니면 아랫턱에 총구를 대고 자살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죽기가 싫었다.


전상병은 천천히 초소문을 열고 나와 빗속에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너...지금 했던 말 다시 해봐."


"...."


나의 대답이 없자, 갑자기 전투화 바닥이 내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내가 수미터를 나동그라지자 전상병은 번개처럼 달려와 내 멱살을 쥐고 다시 물었다.


"너 씨발놈아!!! 방금 전에 무슨 이름 얘기 했잖아!!! 다시 말해봐!!!"


나는 코와 입속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대답은 커녕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가슴에 붙어있는 이름은 조금 전에 보았던 그 명찰 속의 그것이 아니었다.


전대웅....그의 명찰이었다.


그 귀신이 누구에게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둘 중에 하나는 분명히 미친게 틀림없었다.


"기....기억이 안납니다."


나는 이 무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전상병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의 대답과 함께 전상병은 내 멱살을 더 강하게 틀어쥐었다.


"콜록..콜록..."


"이 씨발놈아. 거짓말 하지마. 너 아까 뭐라고 이름 불렀잖아."


"콜록...콜록..."


나는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아아아악!!! 씨발 모른다고!!!!!!"


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멱살을 쥔 전상병의 손목을 틀어잡고 그를 향에 달려들었다.


장대비속에서 몇 초간 엎치락 뒤치락 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거야!!!"


순찰을 돌던 당직사관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행정실에서 머리를 박고 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근무자끼리 쌈질을 해?"


당직사관인 선임하사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전상병과 나를 향해 비아냥거리듯이 말을 뱉았다.


"야..이창훈."


"일병, 이창훈!!"


"너 미친것 아니냐? 니 고참한테 어떻게 대들 생각을 하냐?

아무리 요즘 군대가 당나라 부대가 되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전대웅이 너는 고참이라는 새끼가 쫄따구하고 쌈질이나 하고 자빠졌냐? 응?

너희 두 놈 중대장이나 대대장 알면 최소 군기교육대야... 알아?"



"......."


그러나 이 순간 그 것보다 다른 걱정거리가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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