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에서 박정희 살해를 유머 소재로 삼은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그런 글들을 보고 많이 웃었고 현 정권에 대한 불만 해소 기능 때문에 그런 글들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글들을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때 김재규가 박정희를 살해하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 역사가 더욱 부정적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박정희란 인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박정희 살해를 유머 소재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살인 행위를 희화화시키는 것은 성숙되지 않은 자아에 잘못된 인식을 주입할 우려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이용자 대부분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일을 행하고 논하며 이를 즐길 뿐입니다. 물론 그들의 배후에는 분명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진보 세력에 대한 공격을 부추긴 이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에 따르는 것은 정치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반사회적 코드가 이에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관점,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벌일 수 있는 것이지요. 뜬금없이 일베 얘기라니 논지에서 벗어났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 주십시오. 많은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이용자분들께서는 박정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박정희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 정리한 글들이 여러 번 게재되었고 또 이런 글들이 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복사되었던 적도 여러 번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박정희의 과오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박정희 살해를 희화화하는 글들이 온라인에서 유행해 만연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들(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은 그것들을 독재자의 죽음에 대한 풍자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인 행위 자체에 대한 희화화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는 또다른 일베(반사회적 집단)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둘째, 박정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지닌 사람이 아닌 이들이 영원히 진보와 타협하지 않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평가하지 않는 이들이 보고 '박정희 매도하는 놈들은 다 패륜아들이구나' 하고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박정희의 과오를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었던 사람들조차 잃게 되는 겁니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박정희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살해처럼 김재규한테 살해당한 것이 타당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긍정 반, 부정 반입니다. 박정희의 과오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박정희가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고 결국 자기 부하인 김재규한테 살해당했다'라고 설명해 납득시켜야지 그들 앞에서 무작정 박정희의 죽음을 희화화해 조롱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도 아닐 뿐더러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못 됩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저는 오유 이용자분들께서 박정희 살해를 유머 소재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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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정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진지하게 쓴 긴 글이라 지루하실까봐 넣은 드립이었는데 협박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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