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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소리
게시물ID : panic_55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구쟁이
추천 : 1
조회수 : 7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9 12:02:37




지난 겨울 얘기다. 


난 머리만 닿으면 잔다. 잘 잔다. 누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특히나 술이 한잔 들어가면 더 그렇다. 

한잔 걸친 난 입김을 폴폴 내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절약정신 덕분에 우리집은 언제나 춥다. 그래도 밖 보단 따뜻하겠지. 

추운 데 있다 들어오니 몸이 노곤노곤해 지면서 잠이 왔다. 

씻기도 귀찮아 자리에 누웠다. 전기 장판의 온기가 등을 휘감아 시쳇말로 꿀잠이 들었다. 


방문을 긁는다.

몇 시쯤 됐으려나, 개가 또 방문을 긁는다.

거실이 추운지 요즘 자꾸 방에 들어오려고 한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이 녀석 때문에 겨울에 방문을 열어 두고 함께 잔 날도 많다.

그래서 자기 집에 전기장판을 깔아 줬기 때문에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그날은 방문 긁는 소리가 유난히 심한 새벽이었다.

눈을 떴다.


"너희 집 따뜻하잖아! 집에 가서 자!!"


투정 섞인 다그침을 내뱉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조용하나 싶더니 또다시 긁어댄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긁어대는 통에 짜증이 났다.


"에이씨!! 몸에 털도 많은 게 그냥 참고 좀 자!!!!!!!!!!!!!"


조용하다. 

다시 이불을 끌어 올려 덮으니 또 긁어 댄다. 


'혹시 부모님이 전기장판에 불을 안 켜 두고 들어가셨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니다. 그랬으면 저 년이 아직까지 가만 있었을리가 없다.

춥다고 낑낑대고 방문 긁어도 벌써 수백 번 긁고 남았을 거다.


방문 긁는 소리가 더 커졌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야!! 이 가시나, 너희 집.........."


개가 없다.

일어나는 소리에 겁먹고 자기 집에 들어갔나 싶어 찾아봤다.

집에도 없다.

화장실, 베란다 아무 곳에도 없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지막이 불렀다.


"탐이야, 탐이!"


조용하다. 

식탐이 많은 이 녀석은 내가 나오는 소리만 들리면, 

뭐라도 주워 먹을 게 있나 싶어 언제나 꽁무니를 따라 다닌다.

그게 아침이든 새벽이든 아랑곳 없이 졸졸졸.

근데, 그런 녀석이 없다. 


조금 더 크게 불렀다. 


"탐이!!!! 헤이!! 타미리존스!!!(내가 부르는 애칭)"


그러자 큰방 안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닫혀 있던 큰방 문을 열자 이 녀석 안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아. 뭐지?

그럼 지금까지 내 방 문을 긁어대던 놈은 누구지?


내 목소리에 어머니가 깼다. 


"어무이, 탐이 계속 큰방에 있었어요?"

//"어. 가시나 오늘따라 추운지 방에 들어와서 안 나가길래 그냥 재웠다."

"아니...... 아까 계속 내 방문 긁어댔었는데............."


그럼, 누구지......?


무서운 생각에 개를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사실 난 덩치는 큰데 귀신에 관련된 겁은 좀 많은 편이다.

방에 들어온 개는 언제나처럼 내 사타구니를 파고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려는 찰나,

또 긁는다. 

이번엔 나 혼자만 들릴 정도로 작게 살살 긁는다.


허벅지에 머리를 둔 개를 만져 봤다.

있다. 숨 쉬는 콧바람도 느껴진다.

깨웠다.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에애애애앵" 하는 하품 소리를 내며 일어나더니 이번엔 내 겨드랑이를 베고 누웠다.

그런 개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탐이야...... 이상한.... 소리..안 들리나.....?"


개는 그런 날 한번 핥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감각기관이 뛰어날 텐데. 

저 소리가 안 들렸다는 건가?

이불 속에 박혀 있어서 그런가?

그래. 겨드랑이에 있으니 문에 더 가깝다. 이번엔 들어라.'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다시 긁는다.


근데, 근데 개는 계속 자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확인해 볼 용기도 없다. 

그냥 개를 끌어 안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뭐였을까, 그 소리의 정체는?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언제나 '무지'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내가 모르고, 알 수 없는 것.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존재나 이유를 모르니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도저히 다른 걸로 납득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건 분명 개가 앞발로 긁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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