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얘기다.
난 머리만 닿으면 잔다. 잘 잔다. 누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특히나 술이 한잔 들어가면 더 그렇다.
한잔 걸친 난 입김을 폴폴 내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절약정신 덕분에 우리집은 언제나 춥다. 그래도 밖 보단 따뜻하겠지.
추운 데 있다 들어오니 몸이 노곤노곤해 지면서 잠이 왔다.
씻기도 귀찮아 자리에 누웠다. 전기 장판의 온기가 등을 휘감아 시쳇말로 꿀잠이 들었다.
방문을 긁는다.
몇 시쯤 됐으려나, 개가 또 방문을 긁는다.
거실이 추운지 요즘 자꾸 방에 들어오려고 한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이 녀석 때문에 겨울에 방문을 열어 두고 함께 잔 날도 많다.
그래서 자기 집에 전기장판을 깔아 줬기 때문에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그날은 방문 긁는 소리가 유난히 심한 새벽이었다.
눈을 떴다.
"너희 집 따뜻하잖아! 집에 가서 자!!"
투정 섞인 다그침을 내뱉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조용하나 싶더니 또다시 긁어댄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긁어대는 통에 짜증이 났다.
"에이씨!! 몸에 털도 많은 게 그냥 참고 좀 자!!!!!!!!!!!!!"
조용하다.
다시 이불을 끌어 올려 덮으니 또 긁어 댄다.
'혹시 부모님이 전기장판에 불을 안 켜 두고 들어가셨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니다. 그랬으면 저 년이 아직까지 가만 있었을리가 없다.
춥다고 낑낑대고 방문 긁어도 벌써 수백 번 긁고 남았을 거다.
방문 긁는 소리가 더 커졌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야!! 이 가시나, 너희 집.........."
개가 없다.
일어나는 소리에 겁먹고 자기 집에 들어갔나 싶어 찾아봤다.
집에도 없다.
화장실, 베란다 아무 곳에도 없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지막이 불렀다.
"탐이야, 탐이!"
조용하다.
식탐이 많은 이 녀석은 내가 나오는 소리만 들리면,
뭐라도 주워 먹을 게 있나 싶어 언제나 꽁무니를 따라 다닌다.
그게 아침이든 새벽이든 아랑곳 없이 졸졸졸.
근데, 그런 녀석이 없다.
조금 더 크게 불렀다.
"탐이!!!! 헤이!! 타미리존스!!!(내가 부르는 애칭)"
그러자 큰방 안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닫혀 있던 큰방 문을 열자 이 녀석 안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아. 뭐지?
그럼 지금까지 내 방 문을 긁어대던 놈은 누구지?
내 목소리에 어머니가 깼다.
"어무이, 탐이 계속 큰방에 있었어요?"
//"어. 가시나 오늘따라 추운지 방에 들어와서 안 나가길래 그냥 재웠다."
"아니...... 아까 계속 내 방문 긁어댔었는데............."
그럼, 누구지......?
무서운 생각에 개를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사실 난 덩치는 큰데 귀신에 관련된 겁은 좀 많은 편이다.
방에 들어온 개는 언제나처럼 내 사타구니를 파고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려는 찰나,
또 긁는다.
이번엔 나 혼자만 들릴 정도로 작게 살살 긁는다.
허벅지에 머리를 둔 개를 만져 봤다.
있다. 숨 쉬는 콧바람도 느껴진다.
깨웠다.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에애애애앵" 하는 하품 소리를 내며 일어나더니 이번엔 내 겨드랑이를 베고 누웠다.
그런 개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탐이야...... 이상한.... 소리..안 들리나.....?"
개는 그런 날 한번 핥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감각기관이 뛰어날 텐데.
저 소리가 안 들렸다는 건가?
이불 속에 박혀 있어서 그런가?
그래. 겨드랑이에 있으니 문에 더 가깝다. 이번엔 들어라.'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다시 긁는다.
근데, 근데 개는 계속 자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확인해 볼 용기도 없다.
그냥 개를 끌어 안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뭐였을까, 그 소리의 정체는?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언제나 '무지'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내가 모르고, 알 수 없는 것.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존재나 이유를 모르니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도저히 다른 걸로 납득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건 분명 개가 앞발로 긁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