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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이 겪은 기괴한 일들...(5편)
게시물ID : panic_593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부하냐
추천 : 20
조회수 : 455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0/25 09:55:37

그런데 사실 찾아간 것도 그냥 한 방에 찾아간 것은 아님.


몇 가지 자잘한 일이 있었는데 한 가지만 풀어보겠음.


역에서 내려서 택시타고 할머니 사시던 그 만수동 골목 데려다 달라고 했음.


그 아저씨가 좀 우락부락하시긴 했는데 매우 친절하시고 한참 아랫배인

내게도 공손하게 존대어 쓰시며 잘해주셨음.


그런데 길 가다가 가끔씩 택시기사 아저씨가 운전하시다가

'음?' '아.' '어?' 이러시는 거임 가끔 차가 급정거 할 때도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멈춰섰음.

아저씨 태도 돌변. 식은땀 뻘뻘 흘리며 나에게 거긴 왜 가냐고 추궁하심


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네?'했다가 왠지 이 나이의 청년이

무당보러 간다고 하기 좀 이상해서 할머니 보러 간다고 답했음.


그랬더니 아까 그렇게 존대어까지 쓰시며 공손하던 분이

반말을 막 내뱉고 화를 내시며 당장 나가라는 거임


내가 얼 타고 있는데 돈 같은 것도 필요없으니 빨리 나가라함.


처음엔 '뭐야? 이 동네는 택시아저씨도 신기가 있나?

올ㅋ 제대로 찾아온 거 맞는 듯? 돈도 안내고 꽤 멀리까지 왔으니 좋구만ㅋ'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 같음.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그 무당들 많은 거리에 들어섰음.


한자로 卍표시 되어있는 집들이 상당히 많음.

뭐 삐까번쩍하게 천산신녀 어쩌고 이런 곳은 좀 안 끌리고

일부러 조금 허름한 집 중에 동자 어쩌고를 찾아갔음.


동자신 씌였다면 어린애 연기는 쉽지 않을 거 아니겠음? ㅋㅋ

진짜 신내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나름 알아볼 재량으로

성대모사 하기 어려울 법한 신을 모시는 곳으로 들어갔음.


사실 쓰니는 무당이니 점이니 이런 거 믿지 않음

진짜 용하다, 미래 잘 알아맞춘다 이런 소리들을 해도

ㅋㅋㅋ 그럴 거면 복권번호나 맞춰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소리하면서 다 비웃었음


그런데 왜 갔냐고?


그만큼... 그냥... 절박했다고 해두자 -_-



아무튼 갔더니 영 분위기가 별로임.

본래 무당 같은 걸 안 믿는 내게 사기&9라러스한 분위기가 폴폴 풍김.

살집 좋고 욕 잘하게 생긴 그런 심술궂게 생긴 할머니가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우 가녀리고 빼빼마른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앉아계심.

그냥 보면 전혀 무당 같이 생기시진 않았음



내가 들어가자마자 나를 심각하게 쳐다보던 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씌였구만



그런 말은 나도 함.


솔직히 20대 후반 건장한 청년이 이 점집까지 온다면

당연히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어 왔을 것이니, 당연히 첫 마디는

'귀신에 씌였다'라고 하겠지!



그래도 그냥 웃겨서 뭐라하는지 지켜봤음.



하는 일이 잘 안되지?



ㅋㅋㅋㅋ 아주머님. 그 말은 대한민국의 20대 청년 모두한테 해도 [예]소리 들을 말인데욬ㅋㅋ


낭패감+실망감이 겹쳐져서 난 무슨 핑계를 대고 여기서 나갈까 궁리만 하게 되었음.

아... 잘못 골랐네 ㅅ 1 B ㅏ...



그렇게 무슨 핑계를 대고 나갈까 눈알만 굴리며 대답도 안하고 있던 내게

그 아주머니가 물었음



고민이 많은가보구만.

걱정하덜 말어. 저 요망한 것만 내면 다 일 잘 될 것이닝께.



아 네네 -_- 그러시겠죠



그런데 학생이당가?



ㅋㅋㅋㅋ 내가 뭐하는지도 모르는 분이네 아놬ㅋㅋㅋ 잘못 왔엌ㅋㅋㅋ



나 : 네 그런데요



그러자 급격히 -_- 식으로 식는 아주머니의 표정.

돈 없는 거 눈치 채셨나여?

나도 님 ㅅ ㅏ이비라는 거 눈치 챘거든여? ㅋㅋㅋㅋ



후... 뭐, 그래. 학생인디 여까지 오느라 수고했구만

학생이고 고생했고 한 거 같으니께 내가 이거 부적 특별히 7만원에 써주께.

원래 10만원 짜린데 학생이라 싸게 받는 거야.



아 됐거든요?


쓰니 : ^^; 괜찮습니다. 이야기 들은 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부적은 됐고요. 복채만 낼게요.


그러자 다시금 -_-로 굳어버리는 아주머니의 표정.

저기요... 아주머니? 지금 진짜 -_-표정 짓고 싶은 건 저거든요?

아예 대놓고 그냥 사기꾼 해라. 아오 콱



내 피같은 돈... 이렇게 꽝에 한 번 걸릴 때마다

출혈이 생기는 구나.

아오 4만원이면 ㅎ ㅏ... 피방과 오락실과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실컷 세상만사 다 잊고 놀면서 먹을 것까지

초호화 치킨 고기 이런 것만 쳐묵쳐묵 하고도 남을 법한 돈인데...


내 4만원이 이렇게 허무하게... 하... 여기 점집 겁나 많던데

여기서 대체 꽝이 아닌 집을 어떻게 가려내지?



짜증도 나고 낯선 분위기에 영 적응도 안 되고 해서

지갑을 꺼내다가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안경이 툭 떨어졌다.



아오... 봐도 봐도 정이 안 가는 안경.


근데 그 안경이 떨어지자 -_-의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심각한 얼굴로 확 바뀌었다




저게 뭐여


네?



분명 저게 뭐냐고 묻지 않았나?

안경인데? 설마 안경인 걸 모르는 건 아닐 테고...

뭐지? 뭔가 보이는 건가?

왠지 이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 같은게 생겼다.


난 다시금 확인해보기 위해 지갑에서 4만원을 꺼내어 건내주며

말을 걸었다.



여기 4만원이요. 근데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저거 뭐냐고 물으셨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이제 무당이라고 불러줌. 이제야 뭔가 좀 무당스러워보임 ㅋ)

내 어깨를 확 잡아당기며



쉬이이이이ㅣ잇!


하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오호, 이제 뭔가 조금 그럴싸해보이는데?



뭔가 무당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이 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차 무당 아주머니에게 대뜸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저 안경에 뭐 특이한 점이라도 있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내 등을 치려다

그마저도 안되어 시늉만 하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아마도 내가 조용히하라는 그 말을 안 들어서 그런 듯했다.


마치 바로 옆에 호랑이가 있고, 둘이 풀숲에 숨어있는데

내가 '어 저게 뭐에요?'하면서 소리를 낼 때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같았다.


아니 근데 뭐냐고요.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려주셔야

내가 조용히 하던 말던 하지.



왜 그러세요? 설마 저기에 뭐 귀신이라도 씌인 건가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는 듯이

표정을 마구 찌푸리며 두 손을 마구 흔들며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그 과장된 몸짓과 입모양을 보니, 소리는 내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의 입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여! 아니여! 그런 것이 아니여!!'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뭐지?

난 재차 물었다.


"그럼 뭔데요?"


내가 또다시 소리를 내자 그 아주머니는 뜨악! 하는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얼굴 자체가 뭔가를 심하게 무서워하고 있단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 눈물로 범벅 되어 덜덜 떠는얼굴이

심하게 공포와 두려움에 물든 것이라, 보는 내가 다 소름이 끼쳐왔다.

대체 뭘 이렇게 무서워하는 거지?


그제서야 난 이게 뭔가 장난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다.



무당 아주머니는 그 상태로 탁상위에 올려져 있던 그림을

북 찢으시더니 (헐 저런거 찢어도 되는 건가?) 엎드려서 

그 찢은 뒷면에다 뭔가를 급하게 쓰기 시작했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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